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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2

       “히야아앙아아악!”

       

       엔리는 뒤에서 들려오는 쿵쿵거리는 발소리를 피해 앞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창백해진 얼굴과 울상이 되어버린 얼굴, 높다란 목소리는 그녀의 공포를 드러냈지만 정작 그녀의 발은 꽤나 잘 움직이는 중이었다.

       

       이러나저러나 해도 그녀는 오랫 동안 여러 게임을 플레이 해 온 스트리머다.

       

       아무리 엔리가 게임을 못한다 하더라도 경험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하나의 결실을 이루는 법.

       

       공포에 질려 그 어떤 생각도 못하는 와중에도 게임에 익숙한 그녀의 몸은 저 알아서 해답을 찾고 있었다.

       

       검을 든 사람이 점프를 하지 못해 장애물을 만나면 그를 부수느라 속도가 지체된다거나,

       

       나무로 이루어진 중간중간에 숨는 곳이 있어 빠르게 움직이면 따돌릴 수 있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리가 이 지옥에서 탈출하는 것은 아직 묘연했다.

       

       “막다른 길?! 어째서?!”

       

       미로가 괜히 미로겠는가. 그녀는 아직 이 숲을 빠져나가는 길을 찾지 못했다.

       

       뒤에서 점점 커지는 발소리를 듣던 엔리는 조의금마냥 턱하니 놓여진 동전주머니를 들고서는 죽음을 맞이했다.

       

       “이번엔 그나마 오래 걸렸군. 그래봐야 채 10분이 안 지났지만.”

       

       로브를 쓴 이의 비웃음소리를 애써 무시한 엔리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지금 이 숲은 망겜이라 불러 마땅하지만 클리어가 불가능하진 않다. 엔리의 수준을 고려해 난이도를 맞춰 둔 것이 보이니까.

       

       다만 그렇다고 어렵다는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다.

       

       숲의 미로는 복잡하고, 칼을 든 괴물의 속도는 무지막지하게 빠르고, 가끔 가다 등장하는 유령들이 엔리의 심장을 떨어트리려 하고.

       

       뭣보다 화나는 것은 가판대에 늘어져 있는 아이템들의 가격이 더럽게 비싸다는 점이었다.

       

       미로를 여러 번 돌아다니며 깨달은 것이지만 수상한 사람이 판매하는 물건은 무척 유용했다.

       

       어느 하나 불필요한 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허나 유용한 만큼 비쌌다.

       

       방금 전 엔리가 발악을 하며 동전 주머니에 모아 온 돈이 단 10전.

       

       이걸로는 제대로 된 아이템 하나 사지 못한다.

       

       기껏해야 괴인의 발을 1초정도 멈춰주는 부적을 살 수 있을 뿐.

       

       “너무 바가지 아니에요? 진짜?!”

       

       – 로브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불만이면 사지 말든가 ㅎㅎ]

       

       로브를 쓴 이가 할 듯한 말을 대신해 준 후원음성에 엔리가 이를 갈았지만 반박할 방법은 없었다.

       

       이 곳에 존재하는 유일한 상인이 저 사람인 이상 엔리가 아무리 지랄발광을 한다 해도 저 가격이 낮아지진 않으리라.

       

       심술궂은 웃음과 함께 올라갈 수는 있어도.

       

       “사고 싶은 건 많은데 돈이 부족한가보지?”

       

       지금 지닌 돈으로 최선의 효율을 내기 위해 엔리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으려니 로브를 쓴 이가 말을 걸어왔다.

       

       “내가 돈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을 아는데.”

       

       수상했다.

       

       무척이나 수상했다.

       

       여태까지 엔리에게 고민거리만 안겨주던 사람이 갑자기 좋은 말을 하다니.

       

       아무리 엔리가 귀가 얇은 편이라고 하지만 저런 말에 속아 넘어갈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는 로브 쓴 이의 말을 흘려들으며 계속 물건을 살펴보.

       

       “도박 좋아하나?”

       

       지 못했다.

       

       도박이라는 단어가 가져다 준 울림이 너무도 거대했기에.

       

       “흥미가 있다면 저 쪽 길로 가 봐.”

       

       주름 진 손가락이 숲 한 쪽을 가리키자 길이 열린다.

       

       – 뻔하다뻔해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죽으면서 모은 돈 다 탕진하겠네.]

       

       “아직 저기 가지도 않았거든요.”

       

       엔리는 후원음성에 차갑게 대꾸하면서 도박장 쪽으로 발을 옮겼다.

       

       꼭 도박을 하고자 하는 건 아니었다.

       

       일단은 어떤 식으로 되어있나 확인을 한 후에 결정을 할 셈이었다.

       

       일단은.

       

       일직선으로 이어진 길을 지나가자 자그마한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한 가운데에 있는 탁자 위에 백색의 가면을 쓴 남자가 앉아있다.

       

       탁자 위에는 다섯 개의 컵이 놓여 있었는데 그 앞엔 숫자가 적힌 공이 놓여 있었다.

       

       x0이 적힌 공이 두 개. x1이 적힌 공이 하나. x3이 적힌 공이 하나. x5가 적힌 공이 하나.

       

       백색 가면을 쓴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엔리는 이 도박이 어떤 도박인지 깨달았다.

       

       야바위구나.

       

       돈을 걸고 컵을 고른 다음 그 안에 들어있는 공에 적힌 숫자만큼 배당을 받는 거야.

       

       확률은… 나쁘지 않아.

       5분의 3 확률로 본전이거나 본전 이상. 돈을 잃을 확률이 더 적어.

       

       도박장에 이런 도박이 있다면 그 도박장은 얼마 가지 않아서 망해버릴 테지.

       

       나름대로 생각한 끝에 충분히 해볼만한 도박이라 생각한 엔리가 조심스레 목소리를 낸다.

       

       “저기.”

       

       그러자 가면을 쓴 이가 고갤 들었다.

       

       “지금 할 수 있어요?”

       

       남자는 고갤 끄덕이고는 두 손을 펼쳐 보였다.

       

       환영한다는 것일까?

       

       혹시나 무어가 나올까 싶어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엔리는 이내 조심스레 의자 위에 앉았다.

       

       그러자 남자가 엔리의 앞에 그릇을 내민다.

       

       돈을 걸라는 거겠지.

       

       여러 번의 죽음 끝에 모은 피같은 동전 주머니 안을 살피며 얼마를 걸어볼까 엔리가 고민하던 때에 갑자기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쫙 펴진 다섯 개의 손가락.

       

       “…최소한 5전은 걸란 건가요?”

       

       엔리의 물음에 남자가 고갤 끄덕인다.

       

       5전이라니.

       

       지금 내 전재산으로는 2번밖에 하지 못하잖아?!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왜 잃을 생각을 함? 따면 되지.]

       

       – ㄹㅇ ㅋㅋ

       – 그치.

       – 킹론상 가판대 전매 가능.

       – 이제 누가 상인이지 시전 가능하네.

       

       “그쵸. 그렇긴 한데.”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어차피 그 돈으로 아무것도 못 사잖아.]

       

       “으으으으.”

       

       오늘따라 후원음성은 맞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거기엔 넘어가버린 엔리는 부들거리는 손으로 동전 다섯 개를 집어 접시 위에 올렸다.

       

       야바위가 시작된다.

       

       자. 집중하자.

       

       다른 건 볼 필요 없어.

       

       중요한 건 x3이니 x5가 아니라 x0이야.

       

       그 둘만 피하면 손해 볼 건 없다고.

       

       속으로 그렇게 다짐한 엔리였지만 그녀의 마음가짐은 무의미했다.

       

       남성의 손놀림은 엔리 따위가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지 않았으니까.

       

       최면이라도 걸 생각인지 현란하게 움직이던 컵들이 멈췄을 무렵 엔리는 어디에 뭐가 들어있었는지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다.

       

       “…혹시 뭐 보신 분?”

       

       순전히 운에 기대야 할 상황을 앞에 둔 엔리가 구원을 청했지만 그런다고 마땅한 답이 나오진 않았다.

       

       – 화형당하는엔리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봤겠음?]

       

       – 무인 육체로도 구분 못하는 데 우리가 어케 구분함?

       – 화령 데려와 화령.

       – 양심 ㅇㄷ?

       – 11111

       – 33333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절정급의 무인을 속이기 위해 고안된 저 손장난을 어찌 일반인이 따라잡겠는가.

       

       누구 하나 확신을 가지지 못한 채 무작정 숫자를 부르짖는 가운데. 엔리는 긴한숨과 함께 가운데의 컵올 골랐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저게 마음에 들었으니까.

       

       컵이 열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공의 숫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에? 엑?! 끼얏호오오오오!”

       

       거기에 적힌 것은 x5였다.

       

       *

       

       초심자의 행운이 찾아온 걸까?

       

       엔리는 그 후로도 도박에서 연전연승을 거두었다.

       

       가끔 잃을 때도 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돈을 얻는 순간이 더 많았으니 엔리의 동전주머니가 가득 차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수백에 달하는 거금을 손에 넣은 엔리는 의기양양하게 도박장에서 빠져 나왔다.

       

       “오. 수익은 좀 있었나?”

       “물론이에요!”

       

       도박에서 잔뜩 승리한 그녀는 내키는 대로 가판대의 물건을 구매했다.

       

       비싸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자신이 도박에서 번 것에 비하면 이까짓 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지도. 괴인의 공격을 막아주는 부적. 속도를 올려주는 환단. 괴인을 묶어두는 패 등.

       

       자신의 주머니를 돈으로 치덕치덕 바른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미로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서 또 다시 검을 든 괴인과 마주했지만 엔리는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원래 사람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순간은 저항할 수 없는 재앙을 마주했을 때.

       

       지금 엔리에게는 저항에 대응할 수단이 몇 가지나 준비되어 있었다.

       

       “안 오세요? 아! 못 움직이시는구나! 이런! 눈 앞에 적이 있는데 아쉽겠어요!”

       

       엔리는 미로를 돌파함과 동시에 그 동안 괴인에게 쌓여 있었던 울분을 풀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티배깅을 했다.

       

       일부러 괴인의 공격을 받아주며 부적을 작동시키고는 왜 안 때리나며 깐죽거리거나 괴인의 움직임을 멈춰두고는 놀림을 한다거나.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미친년]

       

       – ㅋㅋㅋㅋㅋ

       – 아 진짜 정신 나간 것 같앜ㅋㅋ

       – 이러다 한 번 붙잡혀야 재밌는데.

       – 제발. 실수해라. 제발!

       – 한 번 어디 걸려서 넘어져주라!

       

       “응. 안 잡히죠? 못 잡죠? 실수 안 하죠? 실수해도 아이템으로 도망치면 그만이죠?”

       

       그를 보던 시청자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엔리가 무언가 실수를 저질러 울상이 되는 것을 기대했지만 엔리는 그녀답지 않게 철저했다.

       

       아깝다는 생각을 내버리고 아이템을 효율적으로 사용한 끝에 미로 끝에 도착한 엔리는 망설이지 않고 미로 바깥으로 향했다.

       

       끝이다.

       

       이걸로 끝이야!

       

       저 끔찍한 숲에서 탈출하는 거라고!

       

       아라 씨. 진짜 두고 봐요.

       

       아무리 제 잘못으로 생겨난 일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 하잖아요.

       

       게임에서도 현실에서도 잔뜩 투덜대줄 거에요!

       

       그리 생각을 하며 빠른 걸음으로 숲을 빠져나가려던 엔리였지만 기이하게도 숲은 끝나지 않았다.

       

       뭐지?

       

       분명 지도상으로는 여기가 끝이라고 했었는데 왜 끝이 안 나는 거야?

       

       엔리의 의구심은 머잖아 해소되었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직선으로 길게 이어진 땅.

       

       양 옆에서 몰려오고 있는 유령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뒤편에서 들려오는 바닥에 칼을 끄는 소리.

       

       – 망했어요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ㅈ된 거 같은데?]

       

       “싫어어어어어어어!”

       

       엔리는 비명을 내지르며 무작정 앞으로 달렸지만 그녀의 필사적인 도주는 오래가지 못했다.

       

       *

       

       엔리가 다시금 공터로 돌아왔을 때 가판대 위에는 여러 가지 물건이 추가되어 있었다.

       

       거기에는 이전에 엔리가 산 지도가 아니라 새로운 지도도 포함되었는데 그 아래에는 ‘2번째 구획’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미로를 빠져나가면 끝이라고 내가 언제 이야기했던가?”

       

       킬킬거리는 노파의 웃음소리를 듣던 엔리는 미로를 탈출하기 전에 저 얼굴에 주먹을 꽂아넣고 말 것이라 결심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엔리는 자신의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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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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