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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2

   라헬른 아카데미의 첫 졸업식.

   이는 세계적으로도 꽤나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게 이번 졸업식에 오를 세대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출중한 인물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세계 각국에서 인사가 찾아와 라헬른 아카데미에 뇌물을 넣어 보려 했다.

   라헬른 아카데미를 높은 성적으로 졸업하게 된 학생들을 미리 선점할 목적이다.

     

   그러나 그들의 계략은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전 천상사강이자 현 총장인 듀란달이 그런 걸 절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헬른 아카데미는 학생 진로의 조언 해줄지언정 그들의 선택권을 절대 빼앗지 않는다.

   이것이 듀란달이 내건 라헬른 아카데미의 철칙이었다.

     

   이후 그가 총장을 끝마치고, 다음 대로 넘어가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그가 총장으로 있을 때까지는 절대 변함없어질 철칙이다.

     

   ‘물론 학생들 개인으로 들어오는 스카우트는 막지 않지만 말이지.’

     

   크라슈는 졸업을 기뻐하는 학생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이름을 드높였다는 것은 이미 세계에서도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이미 다양한 단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안받았다.

   걔 중에는 스카우트 제안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가로 내기하는 이들도 더러 있을 정도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중소 귀족이나 평민들의 이야기지.

   나라에서 어느 정도 되는 거물급 귀족들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긴 했다.

     

   그들은 가문의 이름을 드높이는데 관심 있지 다른 곳에 갈 생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벌써 내가 3학년인가.’

     

   위에 세대가 졸업하고, 크라슈는 어느새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가장 높은 학년이 됐다.

   일종의 세대 교체였다.

     

   물론 크라슈는 라헬른 아카데미보다 바깥을 더 다녔지만.

   그래도 시간 참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아무리 가도 바쁜 건 변함 없네.’

     

   아우라의 내단을 바깥으로 빼냈으니.

   이제는 내단을 어떤 식으로 가공하여 흡수할 차례다.

     

   이에 관해 크라슈는 한동안 특수학과에 틀어박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왜냐하면 이런 분야에서 가장 주축이던 달링도 이제 졸업생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라헬른 아카데미에 남아 있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스타론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연락은 계속할 테지만.

   아무래도 이제는 바로 만날 수는 없어졌기에 시간 있을 때 더 매달려 본 것이다.

     

   ‘달링도 자기 가문으로 돌아간다면 바빠질 테고 말이지.’

     

   달링은 단펠리온 가문의 유일한 직계다.

   타고난 연금술 실력까지 있으니 단펠리온에서도 전폭적으로 그녀를 밀어줄 것이다.

     

   미래의 연금성주가 탄생할 시간을 너무 빼앗을 수는 없다.

     

   「남친, 나 없더라도 너무 슬퍼하지는 마. 자주 연애편지 붙일게.」

     

   그녀는 자기 입술에 손을 떼며 츄하는 표정까지 지으며 여전한 면모를 보였다.

   참으로 한결같은 그녀다웠다.

     

   게다가 졸업생은 그녀만이 아니다.

     

   처음에는 크라슈와 악연이었던 스타론의 삼걸 중 둘인 아닉스와 엘핀이 졸업하게 됐고.

   평민의 영웅이라 불리던 펠레이까지 같이 졸업식에 올랐다.

     

   ‘슬쩍 들어보니 꽤나 여러 제안을 받은 듯싶긴 한데.’

     

   하지만 펠레이는 다른 이들의 제안을 전부 정중히 거절했다.

   그런 그가 택한 곳은 다름 아닌 제국의 4황녀 시즐리 에파니아가 새롭게 꾸린 기사단이다.

     

   3황녀 시그린 에파니아가 장렬히 전사한 이후, 황가는 황족들의 호위를 늘렸다.

     

   익시온과의 다툼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황족들의 안전이 우선순위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마당에 시즐리가 냉큼 펠레이를 채갔다.

   대체 뭘 어떻게 이야기 나눴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즐리는 크라슈와 마주치자 씩하니 웃어 보였다.

     

   「최고의 대우를 해줄 테니 걱정 말거라.」

     

   시즐리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날, 갑자기 돌발적으로 입술 박치기를 한 이후 시즐리가 조금 어색해진 크라슈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 또 한 명.

   크라슈와 악연으로 뒤섞인 이가 졸업하였다.

     

   졸업식 전날.

   크라슈는 자신을 찾아온 한 여성을 떠올렸다.

     

   그녀의 이름은 메리 다이아나.

   과거 신창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드높였던 이다.

     

   그러나 지금 마주한 메리의 모습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애써 불안감을 감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녀의 모습은 늘 수축하여 있었다.

     

   얼굴에는 그늘이 졌고, 또래보다 훨씬 발달 된 몸은 구부러진 채 앞으로 모았다.

   그 탓에 오히려 역으로 시선을 끌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가 크라슈를 찾아왔다.

     

   오래전, 시그린 일 때문에 마주하고 나서는 처음 보는 그녀였다.

     

   「크, 크, 으극, 크라슈 님!」

     

   크라슈를 찾아온 메리는 자신의 혀를 깨물면서도 어떻게든 그를 불렀다.

   메리에게 오래전에 흥미를 떼어 버린 크라슈였지만, 일단은 지금까지 나름 상냥하게 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아서에게 들은 바로 메리는 멸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

   괜히 그녀와 안 좋게 엮일 이유는 없었다.

     

   「오랜만이네. 메리,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아, 그, 그게, 그러니까요.」

   「그러고 보니 이번에 제국 쪽에 지원 가서 크게 활약했다면서.」

     

   크라슈가 얼마 전 일을 언급하자 메리가 움찔거리며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그녀는 몸을 파르르 떨며 얼굴 가득 기쁨을 내비쳤다.

     

   「아, 알아주셨군요! 크라슈 님한테 조금은 보탬이 되고 싶어서 어, 어떻게든 해봤는데. 도, 도움이 됐을까요?」

     

   메리는 주인께 허락받는 노예처럼 크라슈의 앞에서 쩔쩔매었다.

   정말 예전에 메리는 생각도 나지 않을 듯한 모습이다.

     

   「물론 도움 됐지. 고마워. 덕분에 시그린을 쓰러트렸어.」

   「네? 시, 시그린 님이요?」

     

   메리는 이쪽은 몰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알려진 사실은 달랐지. 메리, 넌 시그린과 친하게 지냈으니까. 알까 했는데. 미안, 못 들은 셈 쳐줘.」

   「아, 아뇨. 괜찮습니다! 그런데 시그린 님, 아니, 시그린, 그 여자가 크라슈 님께 뭔가 한 건가요?」

     

   그녀의 눈에 당혹감이 서렸다.

   미우나 싫으나 자신과 함께 회귀했던 시그린이다.

     

   당연히 메리도 그녀의 죽음이 여러 의미로 신경 쓰였을 것이다.

     

   「으음, 그래, 메리니까. 이정도는 말해줘도 되겠지.」

     

   메리를 본 크라슈는 마지못해 선심 쓰듯 하였다.

     

   「시그린이 익시온과 손을 잡고, 반역했어. 황제 폐하를 죽이려 했었지.」

   「그, 그런 극악무도한 짓을요?」

     

   본인도 황녀를 죽이려 했던 주제에 그리 말한다고.

   꽤나 우스운 상황이긴 했다.

     

   「그래, 그래서 내가 그걸 막고, 시그린을 쓰러트렸어. 그녀가 결국 죽게 된 건 황가의 결정이었지만 말이야.」

     

   메리가 멍한 얼굴이 되었다.

   시그린이 죽었다는 소식을 그저 막연하게 생각했던 그녀다.

   하지만 크라슈의 입으로 직접 듣고 나니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교차했다.

     

   「미안, 메리, 너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었겠네.」

     

   크라슈가 위로의 말을 전하자 메리가 움찔거렸다.

     

   이런 표정을 지어 그에게 걱정을 끼치다니.

   쓸모없는 자신이 그래서는 안 된다.

     

   「아, 아뇨. 시그린, 그 못된 여자는 그렇게 되어도 싸요! 하물며 익시온과 손을 잡아 황제 폐하까지 죽이려 했다니. 크라슈 님은 훌륭한 일을 하신 거예요!」

     

   메리는 결단코 크라슈의 잘못이 아니었다며 그를 어떻게든 위로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크라슈에게 죄스럽기 그지없다는 듯이 메리가 우물쭈물했다.

     

   「시그린 그 여자 때문에 크라슈 님에게 괜한 안 좋은 기억이 생겼겠네요. 제가 다 죄송해요. 어떻게 하죠.」

     

   무언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싶어 메리가 서성거리자 크라슈는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머리를 자연스레 쓰다듬어줬다.

     

   「마음만으로 고마워. 메리, 넌 늘 도움이 되고 있으니. 앞으로도 이렇게만 해줘.」

   「네, 네헤에.」

     

   크라슈가 머리를 쓰다듬자 메리는 풀린 눈동자로 멍하니 대답했다.

     

   「그래도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한테 먼저 물어봐 줄래? 메리 혼자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보다는 도움 될 수도 있잖아.」

   「아, 네, 네에! 무조건, 무조건 크라슈 님께 전부 물어볼게요! 저, 저 그래서 이번에 다이아나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다시 시작해보기 위해서!」

     

   메리는 고개를 거세게 흔들며 어떻게든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이걸로 목줄은 새로 하나 더 걸어놨다.

   제멋대로 움직일 일은 없겠지.

     

   「그랬구나. 잘됐다. 학교 생활 고생했어. 메리.」

     

   다이아나 가문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다이아나 가문은 이제 시즐리의 손에 쥐어져 있다.

   그녀에 관해서는 앞으로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겠지.

     

   그리 생각하며 크라슈는 메리가 다이아나로 돌아가는 걸 축하해 주었다.

     

   “크라슈.”

     

   그러는 순간 크라슈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창문 아래로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는 졸업식을 마치고 나온 샬롯이 서 있었다.

     

   “누님.”

     

   크라슈는 2층 건물에서 가볍게 도약하여 내려왔다.

   그러자 그녀는 크라슈를 마주 보더니 입꼬리만 올리는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보니 많이 컸구나.”

   “새삼스럽지만요.”

     

   회귀 후 처음 만날 당시.

   크라슈는 샬롯보다 한참 작았었다.

     

   그런 그가 어느새 샬롯보다 키가 커지더니 이제는 함께 별호로 불리고 있다.

   그야말로 엄청난 성과였다.

     

   “내 동생이 제대로 성장할 줄 아는 녀석이라 다행이야.”

     

   한때 크라슈가 완전히 정체되었던 때를 회상하는 듯.

   샬롯은 지금의 크라슈를 무척이나 뿌듯해했다.

     

   하지만 크라슈도 이제는 안다.

   샬롯은 설령 반푼이였던 자신조차도 이와 똑같이 대했음을 말이다.

     

   ‘그리고 그걸 모르는 체한 건 나였지.’

     

   가족으로서 애정을 보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때로는 그러한 애정이 알아차리기 힘들 때도 있는 법이지만.

   마음속 어딘가에 애정이 있음을 알아야 했다.

     

   “누님, 그동안 고생 많았습니다.”

     

   라헬른 아카데미를 끝마치고, 샬롯은 이제 발하임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곳에서도 샬롯은 멈추지 않고 재능을 펼치겠지.

     

   그녀의 명성은 앞으로도 계속 크라슈에게 들려올 것이었다.

   크라슈를 바라보던 샬롯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이내 양팔을 쫙 펼쳤다.

     

   “이리 오렴.”

     

   그 의미를 알아차린 크라슈는 피식하니 웃고는 팔을 들어 그녀를 감싸 안았다.

   샬롯은 자신을 안은 크라슈의 등을 탁탁 두드려 주었다.

   

   

   

   

     

   “사자단은 맡길 테니 마음대로 하렴.”

     

   다음 1년간 앞으로 사자단을 이끄는 것은 크라슈의 몫이다.

   그것을 전해둔 샬롯은 크라슈에게 떨어져서는 손을 흔들며 떠났다.

     

   “내 동생, 다음에 보자꾸나.”

     

   자기 할 말이 마치면 간다.

   참, 한결같은 그녀였다.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크라슈는 고개를 들었다.

   푸른 하늘은 같았지만, 하늘 아래 있는 것들이 참으로 많이 바뀌었다.

     

   “크라슈 님!”

     

   그리고 크라슈의 삶도 끊임없이 바뀌고 있었다.

     

   크라슈는 자신에게 들려온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붉은 머리칼에 건강한 색의 피부가 눈에 띄는 여성이 한 명 서 있었다.

     

   포세우스 왕국의 9공주, 카란디스 포세우스.

   그녀가 그곳에 서 있었다.

     

   “들으셨어요? 크라슈 님이 천하십강 후보로 올랐다는 거?”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제는 오르내린 게 아니라 정식으로 발표가 났어요!”

     

   일이 결국 그렇게 되었나.

   후보로 올렸다는 건 분명 크라슈가 천하십강에 오르는 걸 반대하는 이도 있다는 것.

     

   그 말은 즉, 크라슈에게 앞으로 조건 하나가 주어질 것이었다.

     

   천하십강에 발탁되기 위한 조건.

   그것은 현 천하십강의 절반 이상에게 천하십강에 오르는 것을 동의 얻는 것이다.

     

   그 동의를 얻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천하십강 쪽에서 후보를 천하십강의 일원으로 처음부터 인정하는 것이다.

   이건 평소에 친분과 이미지, 노력에 달렸다.

     

   그리고 둘은.

     

   ‘천하십강 상대로 동의를 얻을만한 실력을 보여줄 것.’

     

   크라슈는 카란디스가 왜 이 소식을 듣고, 자신을 찾아왔는지 깨달았다.

     

   “해왕께서 먼저 부르셨구나.”

   “……맞아요.”

     

   해상왕국 포세우스의 수호자.

     

   천하십강(天下十強)

   해왕(海王)

   다이노 바르돈

     

   그는 카란디스의 외삼촌 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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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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