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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3

       멋지게 흐름을 자신 쪽으로 가지고 오는 데 성공한 그녀였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않았다. 그녀는 승리에 필요한 마술 카드 7종 중 6장밖에 모으지 못했다. 게임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당신 차례에요. 계속하시죠.”

       “그, 그래…… . 넌 아직 이긴 게 아니다. 기고만장하지 마라!”

         

       이제 남은 공연 카드는 50여 장.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필사적으로 아나이스가 남은 마술 도구 카드를 모으지 못하게 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어차피 점수는 이미 그가 크게 앞서고 있었다. 어떻게든 상대의 승리 조건을 저지하는 게 우선이었다.

         

       숨 막히는 수 계산 끝에서 그는 마침내 7번째 마술 도구 한 장을 손에 넣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는 아나이스가 남은 한 장도 모으지 못할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남은 경우의 수를 헤아려 봤을 때, 상대가 어떤 선택을 하든 대처만 잘한다면, 그것은 무조건 자신의 차례에 가져올 수 있었다.

         

       “내가 이겼군. 하하, 내가 이겼어!”

       “저는 동의 못 하겠는데요?”

       “숫자 계산은 느리나? 넌 마술 카드를 손에 넣지 못할 거고, 승점도 충분히 모으지 못했어. 승부는 이미 났다. 점수 계산까지 갈 필요도 없어.”

         

       그의 선언에 아나이스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것에는 동의하죠. 점수 계산까지 갈 필요가 없다는 것.”

         

       아나이스는 자신의 이번 차례에 쓸 첫 번째 역할 카드를 공개했다. 상대는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며 그것을 확인했다.

         

       그녀가 고른 것은 바로 ‘광대’ 카드였다. 광대는 역할 하나를 지정해 이번 차례를 쉬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그는 가소롭다는 코웃음을 쳤다.

         

       “그래 봤자다. 내가 고른 카드가 뭔지 알지?”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역할 카드를 공개했다. 그것은 ‘궁정 광대’ 카드였다. 그것은 다음 차례의 선(先)을 가져올 수 있었다. 설사 광대의 목표가 되어 차례를 쉰다고 할지라도 선을 가져오는 효과만은 무효가 되지 않았다.

         

       “네가 한 차례를 소비해서 내 한 차례를 저지해봤자, 결국은 ‘짝수’다. 마술 카드가 내 차례에 돌아오는 것은 바뀌지 않아!”

       “공자님이 말이 맞아요. 그 가정대로라면요. 하지만 ‘홀수’가 될 수 있다면?”

       “뭐?”

         

       그는 아나이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광대가 방해할 대상을 지정했다.

         

       “광대의 능력을 사용할 대상은 ‘후원자’입니다.”

       “……후원자라고?”

         

       청년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플레이어가 매 차례에 고를 수 있는 역할 카드는 2장이었다. 그리고 그가 이번 차례에 선택한 카드는 ‘궁정 광대’와 ‘마술사’였다.

         

       그중에 후원자는 없었다.

       헛방은 결국 0으로 취급되어서 차례에 영향을 주지 않는데…….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의 눈에 아나이스가 고른 2번째 역할 카드의 뒷면이 눈에 들어왔다. 아나이스가 그 카드를 뒤집기 위해 손을 뻗으면서 그 위에 그림자가 졌다. 동시에 그 위에 라듐 물감으로 그려진 기호가 희미한 녹색으로 빛났다. 그는 그 기호가 의미하는 카드를 알고 있었다.

         

       그녀가 공개한 카드에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금화 자루를 들고 있는 부유한 상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광대의 효과로 제 다음 역할인 ‘후원자’도 쉬겠어요.”

         

       통상적으로 봤을 때, 아무 이득 없는 행위였다. 이 게임에서 차례를 건너뛰는 것은 큰 페널티였다. 그런데 그녀는 굳이 자신의 한 차례를 써서 자신의 다음 차례를 잠재워버렸다.

         

       그러나 이번 차례에 상대가 ‘선’이고 상대가 ‘궁정 광대’ 역할을 가져갔다는 조건이라면 한 가지 부수적인 효과가 더 발생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카드를 집어 오는 순서를 역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플레이라고 여겼다. 상대가 ‘궁정 광대’ 카드를 가져갔다는 100%의 확신이 없는 이상 괜히 시도했다가 생으로 자기 차례를 2번 날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유효한 전략이 되려면 단 한 장의 카드에 승패가 걸려 있어야 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저런 플레이를 적중시켜봤자 그냥 별 이득이 안 되는 괜한 짓으로 끝날 확률이 높았다.

         

       “크윽……!”

         

       그랬어야 했다. 상식적으로는 그러는 게 맞았다.

         

       하지만 이번 게임에서 그녀는 카드의 뒷면에 표시된 물감 덕분에 그가 궁정 광대를 가져갔음을 100%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손에 넣게 될 카드도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1장이 맞았다.

         

       이 판국에 역할 카드 따위는 읽혀도 대세에 지장 없다고 생각했는데…….

       통상적으로 나올 수 없는 플레이를 그녀는 성공시켰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언제부터 이걸 염두에 두고…….”

         

       그는 테이블 위를 멍하니 바라봤다.

         

       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를 저지하기 위해서 무조건 궁정 광대를 가져와야 했다. 자신이 이 수를 계산한 것은 분명 12차례 전이었다.

         

       남은 카드가 적을수록 수 계산이 빨라지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도대체 언제부터 이것을 꿰뚫어 보고 유도한 것일까.

         

       “언제부터냐고요?”

         

       아나이스는 손가락을 곧게 뻗어 입가에 대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충 50차례 정도 전에?”

       “크윽!”

         

       그는 고개를 떨궜다. 졌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그는 이만 카드를 다 내던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행동을 아나이스가 제지했다.

         

       “끝까지 계속해주시겠어요? 전하 앞에서 투료(投了)하는 것은 공자님의 명예에 손상이 갈 텐데요.”

         

       아니이스가 그에게만 들리도록 속삭였다. 그건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인 상대에 대한 그녀 나름의 배려였다.

         

       기사들의 세계에서는 이미 승부가 뻔히 보이는데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매달리는 것을 터부시했다. 반면에 승부가 결정되었는데도 패배 선언을 강요하지 않고 끝까지 두게 해주는 것은 상대의 체면을 세워주는 행동으로 여겨졌다.

         

       “고, 고맙다…….”

         

       그는 조금 안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차례를 진행했다.

         

       1장…2장…그리고 자신의 선까지 포함해서 합계 3장을 가져왔다.

       그의 점수는 이제 그녀를 가뿐히 상회했다. 그러나 그는 전혀 기뻐할 수 있었다. 저기 뒷면으로 놓인 카드 한 장만 그녀가 뒤집으면 그녀의 승리로 게임이 끝나는 것이다.

         

       이겼다.

       아나이스는 뒤를 돌아 원더스타인에게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만들어 보였다. 그는 그녀에게 엄지를 척 날려주었다. 니카는 그녀의 시선을 애써 회피했지만, 코카가 큰 사고를 치지 않아서 내심 안심했다.

         

       그녀는 일단 정해진 절차대로 역할 카드를 고르고 공연 카드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것만 가져오면 이제 게임 종료였다. 그러나 그것을 집으려는 순간, 강렬한 통증이 가슴을 쥐어짰다.

       

       “으윽……이, 이건?”

         

       그녀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일시적인 호흡 곤란으로 인한 경련이었다.

         

       아까 원더스타인이 엉망이 된 그녀의 내부를 정리해주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시 조치에 불과했다. 호흡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숨 쉬는 것도 잊고 게임에 집중하다 보니 탈이 나고 말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딸꾹질이나 재채기 정도로 끝날 증상이었지만 그녀의 약한 호흡기는 발작을 일으켰다.

         

       “괜찮습니까?”

         

       휘청이는 그녀의 몸을 원더스타인이 받아주었다. 기다렸다는 듯 나타난 그의 등장에 그녀는 의문에 찬 눈빛을 그에게 던졌다.

         

       “어, 어떻게?”

         

       원더스타인은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까 카드를 물에 빠트렸을 때부터요. 아나이스, 당신이 고작 이 정도 일에 긴장해서 손을 떨거나 그럴 리 없잖아요.”

         

       다들 게임의 승패에만 관심 있을 때, 그는 그녀의 몸이 괜찮은지 살피고 있었다. 그녀는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크게 내색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와 다시 만나고 나서 자꾸 초라한 모습만 보여줬는데 더는 그러기 싫었다. 그 앞에서는 항상 당당하고 잘난 자신만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그의 부축을 물리치고 다시 게임에 임했다. 그녀는 방금 손으로 쳐서 날린 카드를 다시 제 위치로 두고 원래 집으려던 카드를 가져오려 했다.

         

       그때, 구경꾼으로 앉아 있던 귀족 소년 한 명이 소리쳤다.

         

       “잠깐! 낙장불입! 낙장불입 아니에요?“

         

       그게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핀잔을 주려던 사람들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더니 테이블 위를 돌아봤다.

         

       ”잠깐. 그러고 보니?“

       ”맞네. 뒷면인 카드를 손으로 치든 어쨌든 쟤가 넘겨버렸잖아.“

       ”어, 그게 그렇게 되나?“

         

       이 게임에서 앞면인 공연 카드는 자원을 지불하고 자신의 앞에 가져오는 것으로, 뒷면인 공연 카드는 뒤집어 공개한 후 자원을 지불하고 자신의 앞에 가져오는 것으로 설치할 수 있었다. 여기서 뒷면인 카드는 뒤집어 앞면을 확인하는 순간, 다른 카드를 선택할 수 없었다.

         

       물론 이번 게임은 뒷면에 그려진 표식 때문에 그 규칙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되었지만, 어쨌든 규칙은 규칙이었다.

         

       ”이, 이건 실수로……. 어, 어차피 카드는 뭔지 다 알고 있었는데…….“

         

       아나이스는 항변하려 했지만, 황태자가 쾅 하며 주먹으로 수면을 내리침으로써 그녀의 반론을 묵살했다.

         

       ”낙장불입이 맞다! 어찌 됐든 카드를 넘겨서 앞면을 확인했잖나? 뭔지 다 알고 있었다고? 그게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이번에 실수로 엉뚱한 걸 고르고 발뺌하는 건지 어떻게 알지?“

         

       아나이스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황태자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물론 그녀도 반박하자면 반박할 수 있었지만, 그녀에겐 그의 권위를 극복할 만큼의 힘이 없었다.

         

       ”자자, 자네 차례야. 어서 하라고.“

         

       황태자의 명령에 도박꾼 청년은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다. 이미 끝난 승부를 계속 달릴 수 있었던 것은 상대의 배려 덕분이었다. 이런 식으로 트집을 잡아서 상대를 끌어내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엄하신 전하의 명이었다. 거부할 방법은 없었다.

         

       그는 마지막 마술 카드를 패로 가지고 왔다. 이제 테이블 위에 남은 카드는 몇 장 되지 않았다.

         

       그렇게 경기는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어차피 더는 변수가 만들어질 구석이 없었다. 점수는 그의 우위를 유지한 채 경기가 끝나버렸다.

         

       “져, 졌습니다…….”

         

       아나이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졌다. 지고 말았다. 반드시 이길 거라고 자신했는데…….

         

       “그러면 나는 이제 네게 뭘 요구할지만 고르면 되는 건가.”

         

       황태자는 음흉한 미소를 짓고는 그녀 앞에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얼굴과 몸을 노골적인 시선으로 훑어봤다.

         

       아나이스는 어깨를 떨었다. 상대가 무엇을 달라고 할지 두려웠다.

         

       그녀는 혹시나 원더스타인 쪽을 바라보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 바보 같은 남자는 자신이 도와달라고 한다면, 상대가 황태자라도 맞설 것이다.

         

       그러면 안 된다. 그랬다간 모두가 끝장이었다. 상대가 설사 몸을 요구한다고 해도 자신은 그의 도움을 바라면 안 됐다.

         

       그녀가 충분히 겁에 질린 것을 확인한 코카는 피식 웃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녀의 몸이라도 요구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황태자가 천한 기녀와 자는 것은 분명 그분이 말한 선을 넘는 행동이었다.

         

       대신 그에겐 그것 말고도 상대를 가지고 놀 좋은 방법이 있었다.

         

       “좋아. 이렇게 하지. 네 형편없는 게임 실력은 오늘 모인 고귀한 몸들의 눈을 더럽혔다. 그러니 그에 대해 사죄해라.”

       “사죄라고 하시면……?”

       “알몸으로 무릎 꿇고 엎드려.”

         

       그의 선언에 아나이스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상정한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그녀의 자존심을 짓뭉갤만한 굴욕적인 요구였다.

         

       “여, 여기서 말인가요?”

       “크흐흐, 물론이지. 이곳에서 당장! 아, 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하면 되겠군.”

         

       사방에서 야유와 조롱이 쏟아졌다. 심지어 경계를 서고 있는 근위대원들도 재밌어하는 모양새였다.

         

       자신의 본래 신분이었다면, 이런 모욕 따위 가당치도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렇게 아무리 되뇌어 봐도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

         

       그냥 눈 딱 감고 한 번만……한 번만 하면 된다. 그걸로 모두가 안전할 수 있었다.

         

       그래. 고작 알몸이야. 이미 수영복을 입고 있잖아. 이따위 천 조각 하나 벗어 던지고, 그냥 살덩이를 잠시 내비칠 뿐이야.

       어차피 지금의 내가 무슨 짓을 한다고 한들 본래의 나에게 해가 갈 일은 없잖아?

       왜냐하면……지금의 나는……아나이스 베르그송이 아니니까…….

         

       그녀는 이성이 내린 비정한 결론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것이 제게 바라는 거라면…….”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수영복을 벗으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꽉 눌러 그녀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 손의 주인이 누군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나이스는 눈물이 울컥 쏟아지려는 것을 꾹 참았다.

         

       자신은 비겁했다. 수십 차례 앞의 수는 내다보면서 단 한 차례의 수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어떻게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그녀의 이성은 그가 나서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그녀의 마음은 그가 나서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터무니없지만 기대도 했다. 그라면 어떤 식으로든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그녀는 자신 옆에 당당하게 선 남자를 올려다봤다. 상대가 황태자라고 해도 그에겐 두려움 한 점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안 되는데 그녀는 자꾸 미소가 지어지려 했다.

         

       ‘치사해. 이번만은 당신에게 도움을 받지 않고 내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원더스타인은 황태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더 가치 있는 것을 드리지요, 전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원래 오늘 한 편 더 써서 올릴까 했는데, 올리지 못하게 됐습니다. 마음에 안 들어서 싹 지우고 다시 쓰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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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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