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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3

       

        

        

        

       

        

       “이 정도로 난장판인 상황을 보는 건 상당히 오랜만이군요.”

        

        

        

        사박사박. 눈 밟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네 명이나 되는 사람이 동시에 눈을 밟는 소리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러나 칼 엑스포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교전에서부터 발생하는 수많은 폭음들은 그것들보다도 작은 소음을 일제히 파묻어버렸으며, 바로 그 덕분에 네 명 – 대거 팀 중 절반은 그 아무에게도 발각되지 않고 이동 가능했다.

        

        아무튼, 이동 중인 이들의 눈에 보이는 상황은 요약조차 불가능한 지옥 그 자체였다. 허나 이를 어느 정도 축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는데, 일단 3개 대대 가량의 적 연합군 지원 병력은 말 그대로 삭제당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다. 700명 가량의 그림자는 말 그대로 움직이는 태풍이었으니까.

        

        수십 분이 지난 아직도 러시아군이 분전하고 있는 이유는 별다를 게 없었고, 이들이 마터 공항에 있는 포병 여단에게 끊임없이 포격지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물론 말 그대로 데인저 클로즈나 다를 바 없는 포격이었지만.

        

        

        

       “아직 핵탄두에 한 발도 맞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적들이 우군 포격으로 제 살 깎아먹는 짓거리를 하고 있다는 점에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다들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확실하군요.”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아무튼 그건 그렇고, 가방 안에 핵탄두가 들어가지 않으면 곤란한데. 300kg 정도야 들고 옮기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배낭 내구도가 견뎌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너희들을 보고 있으면 가끔 핵탄두를 사람이 들고 옮길 수 있는 거였나 하고 착각하게 된다니까.”

        

       “프리웨이트에 적합한 생김새도 아니니, 조금 부담스러운 무게긴 한데.”

        

        

        

        로건이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덧붙였다.

        

        요컨대 이들은 비교적 기상이 좋은 지금 – 현 시점에서 기상이 좋다는 것의 의미는 눈만 오지 않으면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 어떻게든 핵탄두를 자기네 기지로 옮기려고 악착같이 시도 중인 적 연합군을 전부 스틱스 강에 빠뜨려버리고 탄두를 습득하려는 예정이었다.

        

        이미 트래비스 공군 기지에서 블랙호크 몇 대가 대기 중이었기 때문에, 핵탄두 2개를 습득하고 안전한 지대로 이동하는 즉시 날아오겠지.

        

        

        

       “아니면 운송 차량이 있을 테니, 그걸 현지 조달하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르겠네요.”

        

       “가보면 알겠지. 물론 도로 꼬라지를 보면 차를 타고 도망치는 것보다 걸어가는 게 훨씬 더 빠를걸.”

        

        

        

        그리고 이 즈음에서 대거 팀이 절반으로 분리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네 명은 탄두 탈취, 그리고 다섯 명은 정찰. 그 중에서도 일반적인 사람들은 옮기는 게 불가능한 무게의 물건을 옮길 수 있는 로렌티나와 로건이 전자의 핵심 멤버였다 – 아쉽게도 막내는 현재 HISAV에 이카루스 기어가 감염된 탓에 폴른 오퍼레이터로 지정되어버린 상태였지만.

        

        

        

       ───퍼어엉!

        

        

        

       “이걸로 21번째 포격인가?”

        

       “그렇죠. 사람이 하늘을 날아다니네요, 막.”

        

        

        

        2평방킬로미터는 그닥 좁지도 않았지만 넓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그리 많은 포탄을 소모할 필요가 없었고, 이는 지속적인 포격 요청으로 이어졌다. 더군다나 1 : 1로 비교하였을 때 그림자와 러시아군의 평균적인 보유 화력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 스킬 때문이었다 – , 다시 말해 자주포 포격만큼은 적군이 시행 가능한 유일무이한 화력적 이점이었다.

        

        그렇게 유저들의 수는 700에서 600, 500을 넘어 400까지 떨어진다. 물론 3개 대대 가량의 적 증원은 35분 가량의 교전 끝에 ⅓으로 쪼그라들었고. 어쨌든 총평하자면 유저들이건 적 연합군이건 상황은 좋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불과 몇 분 정도만 지나면 후자의 상황은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질 터였지만.

        

        

         카앙!

        

        수많은 소리에 파묻힌 앵커 발사음과 함께 갈고리가 건물 옥상에 걸린다. 로건과 로렌티나를 제외한 두 명이 위로 올라가 저격 포지션을 잡았고, 남은 두 발현자는 건물 뒤쪽에 숨은 채 SUAV를 날려 엑스포 동쪽에 있는 적의 본거지이자 레이스 트랙을 확인했다.

        

        신나게 박격포를 쏘아대고 있는 군인들도 있었고, 변형이 가능한 차량 등을 통해 원격 조종 기관총이 달린 토치카를 구축하여 주변을 굳건하게 방어하고 있는 광경 또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 얼어붙은 호수 한가운데에서 착암기 등으로 얼음을 깨부수는 공병의 모습이 가장 눈에 띄었다.

        

        소형 크레인까지 들고 온 걸 보니, 아무래도 두 개의 핵탄두 전부가 호수에 빠지고, 그 후 꽁꽁 얼어붙어버렸기에 저딴 상황이 벌어진 것 같았다.

        

        

        

       “도착했나? SITREP 보고해.”

        

       “…탄두 한 기는 발굴한 것 같습니다. 크레인 뒤쪽에 원형의 금속 구체가 실려 있습니다.”

        

        

        

        그 말대로.

        

        힐끔 시선을 돌려보자 즉각 보이는 목표물.

        

        핵탄두의 모습을 쉽게 설명하자면 일종의…수박 같은 것이었다. 그것보단 좀 더 큰 금속 구체라고 해야 할까. 그러나 올바른 절차를 통해 기폭시키는 순간 주변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폭탄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 땅에 한 번 처박혔었으니 제대로 폭발이나 할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아무튼, 그렇다는 것은 현재 발굴 진행 중인 건 두 번째 핵탄두란 소리. 더 늦으면 곤란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너무 빠르게 처리해버리면 뜬금없이 총도 아닌 착암기를 잡고 얼음을 깨부숴야 할지도 몰랐다. 그리하여 이들은 기다림을 선택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두 번째 탄두 확인. 현 시간부로 침투하지요. 정찰조는 천막 접고 탈출 지점으로 이동하세요.”

        

       “확인.”

        

        

        

        실드 파괴용 반응탄, 혹은 테르밋 탄이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두 개의 폭풍이 레이스 트랙을 강타했다.

        

        펄스가 반짝인 뒤, 엄폐물과 차량 안에 있던 모든 적군들이 평등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한 번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달궈진 송곳이 버터를 관통하듯 장갑과 벽을 뚫어버리고, 그 너머에 있는 적들이 하나둘씩 절명한다. 방어선이 무력화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그나마 어찌저찌 상황을 파악하려 시도하던 타 초소의 적군들은 레이스 트랙 밖에 자리를 잡은 저격조 두 명에 의해 머리가 수박처럼 터졌고, 황급히 차량에 시동을 걸려던 조종수들 또한 의자에 앉아 죽음을 맞이할 뿐.

        

        그렇게 작업 지점까지 도달한 순간, 바닥까지 꽁꽁 언 호수 위로 십수 구의 시체가 추가되었다.

        

        그리고-

        

        

        

       “끙…!”

        

       “후우, 이거 상당히 무겁네. 300kg였나?”

        

       “그렇게 정확하게 맞아떨어지진 않겠죠…하, 차량이 절실한데.”

        

       “징징대지 말고 빨리 가자.”

        

        

        

        가방이 비명을 지른다.

        

        가방끈 연결 부분에 철제 케이블을 심어두었기 때문에 끊어질 염려는 없었지만, 무게가 무게인만큼 이동 속도가 현저하게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마저도 이들의 신체가 인류의 한계를 진작에 뛰어넘었기 때문에 도수운반이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피잉!

        

        

        

       “망할, 엎드려!”

        

       “으윽, 마커스! 그림자가 우리한테 쏘는데요!?”

        

       “적인 줄로만 알았나보지. 제거할 테니까 최대한 빠르게 빠져나와. 여기 더 있으면 우리만 곤란해.”

        

       “확인, 뜁니다…!”

        

        

        

        빗발치는 총알, 그러나 그 사이를 뚫고 두 명이 말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인간을 한참이나 뛰어넘은 신체 능력이 150kt, 300kg 가량의 핵탄두를 든 채 뛰고 있는 것이었다. 두텁게 쌓여 걸리적거리는 눈들은 달리면서 스킬을 사용해 전부 녹여버린다.

        

        그러는 와중에도 마커스와 레이피어는 한 발에 한 명씩 그림자를 사살했다. 적군이 아무리 총알을 쏟아부어도 저지할 수 없었던 사신이 일격에 침묵하거나 머리가 터져나가는 장면은 실로 적응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물론 마커스와 레이피어 역시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대략 100만 달러 어치 정도 사격한 것 같은데.”

        

       “난 122만 달러. 살다살다 초소형 테르밋 탄을 이렇게 많이 쏴보긴 처음이네. 손가락이 덜덜 떨릴 지경이야.”

        

        

        

        그러나 합당한 사용이었다.

        

        이들이 쏘아낸 100발 가량의 탄환은 적어도 70명 가량의 유저를 그 자리에서 황천으로 보내버렸고, 그 사이 로렌티나와 로건은 평소 거의 볼 수 없었던 무진장 힘든 표정을 지으며 마커스와 레이피어가 올라간 건물 근처에 도달해 둘을 호출했다.

        

        두 명이 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대거 팀이 전장에서 이탈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런 시발…어떤 정신나간 놈이 중립 NPC한테 먼저 총 쐈어!?”

        

       “와, 진짜 뭐 저렇게 세냐. 어지럽다, 어지러워.”

        

        

        

        한편, 남겨진 유저들은 대거 팀에게 총알을 함부로 쏘아댄 결과를 정산받았다.

        

        흔한 일상이었다.

        

        

        

        

        

        

        

        

        

        

        

        

        

        

        

        

        

        

        

        

        

        

        

        

        

       “선생님, 이러지 말고 저희 가위바위보로 합시다!”

        

       “썩 돌아가세요.”

        

        

        

        한편, 대거 팀이 떠나가고 난 뒤의 칼 엑스포 – 무역박람회 건물, 그리고 어느덧 170명으로 줄어든 인원들과 고작해야 몇 분밖에 남지 않은 폴른 오퍼레이터 지속 시간.

        

        비율만으로 따지면 방 안에서 대기 중인 폴른 오퍼레이터가 죽여야만 하는 할당 인원수는 20명을 훌쩍 넘었지만, 적 연합군이 전멸하고 대거 팀이 떠나간 이후 300명 가량 남았던 유저들이 고작해야 8명을 죽이려다 130명을 손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잔존 인원의 주춤거림은 당연한 것이었다.

        

        물론 주춤거린다고 한들 무언가 시도할 수도 없었던 것이,

        

        

        

       -[알림 : 아군 바이탈 사인 제로.]

        

        

        

       “…다 합쳐서 한 30명 보내지 않았나?”

        

       “다 썰렸죠.”

        

       “건물 철거반에 호위 인력까지 보냈는데?”

        

       “그래서 건물이 지금 저 모양인 거잖아요.”

        

        

        

        그 말대로, 무역박람회 건물은 과거형이 되어버렸다.

        

        총 8개의 소형 건물 8개가 바람개비처럼 모여 만들어진 박람회장이었지만, 8개의 동 중 하나가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30명 가량의 인력까지 무너진 건물 사이에서 삼도천 편도 여행을 떠나버린 것은 덤이었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실로 명료했다. 철거반은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C4를 뺏겼고, 인컴을 탈취당한 뒤 꽁꽁 묶였으며, 폴른 오퍼레이터들이 전부 다른 건물로 대피함과 동시에 자기들이 가져온 폭탄에 휘말려 하늘의 별이 되어 사라졌다. 아마도 인게임 기준 24시간 후 안식처에서 다시 나타나겠지.

        

        그 결과 바로 지금에 이르렀다.

        

        

        

       “어으, 더 이상 여기 있으면 손실 감당이 안 된다. 재수없으면 우리 안식처 털리겠어. 러시아제 무기 도감 채우고 싶은 애들만 따로 파밍하고 복귀해.”

        

       “안식처에서 20명 데리고 왔는데 5명밖에 안 남았네, 와…이건 아니다. 진짜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이들이 늘어난다.

        

        물론, 중립 NPC가 무사히 핵탄두를 탈환하여 이송 지점까지 운반하는 메인스트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기에 실질적으로 그닥 큰 손실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마 돌아가면 안식처 공동 금고에 오만가지 보상이 쌓여있겠지.

        

        하지만 아군이 여름날 바깥에 내놓은 아이스크림마냥 픽픽 죽어가거나, 느닷없이 허공에서 떨어진 포격에 의해 증발하거나, 혹은 모 뱀꼬리를 대면하고는 성인의 발차기에 얻어맞은 수수깡 뭉치처럼 꺾이는 꼬라지는 전의를 상실할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었다.

        

        한 명, 그리고 한 팀이 이탈하는 순간부터 이들은 존재만으로 그 구역에서 나갈 수 있는 핑계가 되었고, 그리하여 하나둘씩 칼 엑스포를 떠난다. 오로지 시체였던 것들과 장구류 일부, 그리고 포격에 의해 사방팔방 패여버린 땅들만이 그 자리에 남는다.

        

        

        하지만 돌아가지 않는 유저들도 있었다.

        

        대략 30명 가량 남은 이들이야말로 진정 끈기의 표본이었다.

        

        

        

       “가위바위보 딱밤 때리기로 승부 봅시다, 선생님!”

        

       “3분만 기다리면 할 수 있는데, 그래도 하시겠어요?”

        

       “아, 선생님 제발 좀….”

        

        

        

        그러자 안에서 들려오는 큭큭 소리.

        

        잠시간의 대화 이후 이어지는 말.

        

        

        

       “그러면 이렇게 하죠. 제 딱밤 3대를 버티면 제 목숨을 드릴게요.”

        

       “네, 네? 잠깐, 진짜요?”

        

       “야, 가상현실이라 아픈 것도 없다. 참기만 하면 돼!”

        

       “그 도전 받겠습니다!”

        

        

        

        물론 하모니와 다이스는 저 제안이 벌써 5번째라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선택된 두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 와중 하모니는 외부에서 대기 중인 친구들이 허튼 짓을 하는지를 감시하며 언제든지 천장에 설치된 C4를 격발할 준비 중이었다.

        

        이미 시청자들은 난리였다.

        

        

        

       -5번째 6번째 희생자가 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생님 이건 거래가 아니라 처형이라고 하는 거예요 씌부1랄!!!!!!!!!!

       -차라리 오토바이헬멧을 씌우고 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지럽다 진짜 ㅋㅋㅋㅋㅋ

       -어떻게 사람 딱밤 세기가wwww

        

        

        

        그리하여 두 명은 옵스코어 헬멧을 벗고 의연하게 의자에 앉는다.

        

        유진은 슬그머니 장갑을 벗는다. 뱅어처럼 가느다랗고 얇은 손가락이 드러나는 순간 의자에 앉은 두 명의 표정이 조심스럽게 풀어진다. 그 사이 유진은 몇 번 허공에 손가락질을 하며 준비 자세를 취한다. 그리고 당한 자들만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아는 법이었다.

        

        손가락이 다가간다.

        

        실드는 해제된 상태.

        

        그리고-

        

        

        

       ───으직!

        

        

        

       “…에, 에? 잠깐, 어? 어?”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려퍼졌다.

        

        불길한 타격음, 그리고 파쇄음 이후 먼저 맞은 유저가 아무런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24시간 이후 리스폰에 들어간 것은 자명했다.

        

        그렇게 한 명을 보내버린 유진조차 어처구니없다는 듯 덧붙였다.

        

        

        

       “가상현실이랍시고 참 별의별 일을 다 해보네요.”

        

       “저 방안이 다이스나 제가 낸 방안이 아니라서 참 다행인 것 같아요.”

        

       “저, 저기요? 그냥 저 돌아가면 안 될까요?”

        

        

        

        애처롭게 울려퍼지는 목소리.

        

        쓸데없이 잘 깎아놓은 여성 아바타였기에 실제로 그 발언은 상당히 호소력이 짙었으나, 안타깝게도 이들은 공포심에 의해 불과 몇 분 전 자신들이 한 말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도전을 받아들인 건 이들이었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죠. 도전을 외친 것은 원인이고, 저는 그 결과를 시행하는 것뿐. 때마침 10초 남았으니, 마지막 가는 길은 편안하게 보내드리죠.”

        

       “우, 우와아악! 살려줘!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올게요-!”

        

       “결과를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 톡.

        

        발버둥치던 유저의 머리 위로 살포시 닿는 손가락.

        

        그와 동시에 이카루스 기어가 무기질적인 음성을 내뱉었다.

        

        

        

       -[알림 : HISAV 무력화. 현 시간부로 이카루스 오퍼레이터로서의 지위를 복권합니다.]

        

       -[알림 : 적대 오퍼레이터 신호 소실. 현 시간부로 폴른 오퍼레이터 경보를 해제합니다.]

        

        

        

       “…에?”

        

       “다른 분까지 세게 친다는 말은 안 했으니까요.”

        

        

        

        의자에 앉은 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 그녀 – 혹은 그 – 를 보며, 어깨를 툭툭 두드린 유진이 싱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영업 끝났으니 돌아가시면 되세요.”

        

       “으, 에…아, 감사합니다…?”

        

       “유진 씨, 이 분 완전 맛이 갔어요.”

        

       “저라도 저 자리에 있었으면 갔을 거예요.”

        

        

        

        그리 말하며 유진을 비롯한 여덟 명의 폴른-이었던-은 창문을 열고는 사전에 설치해둔 듯한 패스트로프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10초나 지났을까,

        

        

        

       ───쾅!

        

        

        

       “뭐야, 다 어디갔어?”

        

       “야, 야! 허브야! 너랑 같이 들어갔던 조디악 어디갔어!”

        

       “…딱밤 맞고 죽었어.”

        

       “아니, 뭐라고?”

        

        

        

        그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어쩌겠는가. 진실이란 원래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을.

        

        숱한 레전드 장면들을 남기며, 새크라멘토에서의 일들은 그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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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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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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