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33

       *** ***

       

       나는 양 손을 들어 마른 세수를 했다. 너무 강한 힘으로 눌러서 눈이 지끈거리긴 했지만 지금 그런 게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호천안이었고.

         

       본래 이 무림에서 살던 사람이었다.

         

       그럼 나는 뭐지?

         

       대한민국에서 살던 나 □□□은 뭐였냐고. 얼굴에서 손바닥을 떼니 곧바로 녀석과의 채팅이 눈에 들어왔다.

         

       [환생트럭: 정신이 좀 들어?]

         

       그 채팅을 보고 나는 나도 모르게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호천안: 나는 뭐야?]

       [호천안: 대체 왜 지구에 있었고 왜 다시 무림천하로 돌아왔지?]

         

       [환생트럭: 진정해]

       [환생트럭: 진정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말이야.]

       [환생트럭: 그래도 이제는 네가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으니 좀 더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네.]

       [환생트럭: 아까 나는 누군가의 부탁을 받았다고 했지.]

       [환생트럭: 그 부탁은 누구의 것이었을까?]

       

       내 정체로 인해 혼란스러운 머리가 강제로 차게 식었다. 내 정체보다도 더 중요한 것들이 남아 있었으니까.

         

       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의 생사.

         

       [호천안: 그것보다.]

       [호천안: 어머니는? 아버지는? 할아버지는?]

         

       환생트럭은 잠시 후에 대답했다.

         

       [환생트럭: 이미 알고 있잖아.]

         

       콰아앙!

         

       나도 모르게 있는 힘껏 책상을 내려쳤다. 바위로 박살내 버릴 정도로 힘이 담긴 주먹질이었지만 키보드나 책상은 멀쩡했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바깥에 위치한 두 개의 무덤. 그리고 입구에 쓰러져 있던 해골.

         

       그 해골이 입은 복장과 검은 내 마지막 기억 속에 있는 조부님의 것이었다.

         

       “하…하하…”

         

       [호천안: 왜?]

       [호천안: 어째서? 무엇 때문에? 왜?]

         

       [환생트럭: 진정해]

       [환생트럭: 아직 들어야 할 이야기가 남았잖아.]

       [환생트럭: 나는 아까 부탁을 받았다 말했지?]

       [환생트럭: 네 조부에게 부탁을 받았어.]

         

       할아버지.

         

       할아버지라는 단어가 나오자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분노가 조금은 식었다.

         

       [환생트럭: 네 조부는 마지막 순간에…음…그래. 우화등선(羽化登仙)을 하셨지. 그래서 나에게 닿으셨다.]

       [환생트럭: 그리고 나에게 너를 부탁하셨어.]

       [환생트럭: 그렇지만 그때의 너는 아주 심각한 상태였지.]

         

       ….심각한 상태.

         

       흥분으로 물든 머리로도 납득이 가는 말이었다. 그때의 나는…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였을까.

         

       [환생트럭: 이젠 너도 알겠지만 그때의 네 정신은 매우 불안정했지. 그렇기에 너를 잠시 이 무림에서 빼냈어.]

       [호천안: 그곳이 지구인가?]

       [환생트럭: 그래]

       [호천안: 그건 말이 안 돼.]

         

       그래. 내가 이 세계 사람이라고 치자. 그리고 게임 무림천하가 이 무림을 본따 만든 게임이라고 치자고.

         

       [호천안: 그런데 게임 무림천하에는 왜 미래가 구현되어 있는 거지?]

       [호천안: 깨달음은 또 어떻고.]

       [호천안: 어떻게 천하 모든 사람들의 깨달음을 알 수가 있는 거지?]

       [호천안: 네 힘이 미래조차 조종할 수 있다는 거냐?]

       [호천안: 그렇게 전지전능한놈이 날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고 답변 하나 제대로 못해주고 있는 모양이야?]

         

       [환생트럭: 진정해.]

       [환생트럭: 우선 몇 가지 오해를 바로잡는 편이 네 이해를 돕기 쉽겠네.]

       [환생트럭: 일단 게임 무림천하는 무림천하의 미래가 아니야.]

         

       무슨 헛소리를.

         

       [환생트럭: 잘 생각해 봐 호천안.]

       [환생트럭: 사천성에 산적 연합이 발호한 적이 있었던가?]

       [환생트럭: 무림인이 금의위 교관이 된 적이 있었던가?]

       [환생트럭: 네가 가르친 훈련생들의 미래는 네가 알던 미래와 같을까?]

       [환생트럭: 정철의 행동이나 사도련의 발족이나.]

       [환생트럭: 네가 플레이한 무림천하에서 단 한번이라도 그런 일이 일어났었나?]

         

       [호천안: 당연히 없었지.]

       [호천안: 그건.]

         

       타자를 치던 손이 멈추었다.

         

       나열된 사건들은…내가 이 무림천하에 들어와서 벌인 일들이었으니까.

         

       [환생트럭: 비유를 해보자고.]

       [환생트럭: 만약 아돌프 히틀러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2차 세계 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환생트럭: 뭐, 모를 일이지. 아돌프 히틀러가 없었다 한들 1차 대전의 막대한 전후배상금에 고통을 받던 독일인들의 불만이 사라지지는 않았을 테니까.]

       [환생트럭: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일어났다고 치자고.]

       [환생트럭: 전쟁이 일어났다 한들 아돌프 히틀러가 없었고 나치라는 세력이 탄생하지 않았다면, 지구의 역사는 지금과 같았을까?]

       [환생트럭: 아돌프 히틀러라는 인물이 실존했음에도 억지로 그 인물이 없다고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과연 ‘역사’라고 할 수 있을까?]

       [환생트럭: 그와 같아.]

       [환생트럭: 게임 무림천하는 너라는 존재가 분명 이 무림에 존재할 것임에도 그 결과를 배제한 시뮬레이션이야.]

       [환생트럭: 어떤 인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가정하에 시작되는 대체역사소설 같은 거지.]

         

       “…”

         

       여일예, 혁기린, 당소열…이런 이들은 게임 무림천하에 존재했으며 그 깨달음 역시 게임 무림천하에 정보로서 구현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가는 지금의 삶은 게임 속 무림천하와는 전혀 다르다. 왜? 나라는 존재가 없었으니까.

         

       그러니 게임 무림천하에는 미래가 담겨 있었다는 것은 내 착각일 뿐. 게임 무림천하의 시나리오는 실제 미래가 아니라는 걸까.

         

       [호천안: 그래 알았다.]

       [호천안: 내가 트럭을 맞고 이 무림천하로 돌아가는 것은 필연이었고.]

       [호천안: 게임 속 무림천하는 그 필연이 삭제된 소설이나 망상이기에 미래가 아니라는 말이잖아.]

       [환생트럭: 그래.]

         

       …납득은 했다.

         

       무림천하는 내 예상대로만 흘러가지 않았으니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게임 무림천하는 지금의 이 무림천하를 완벽하게 구현해내지는 못했다.

         

       그 증거가 보리연화담이었다.

         

       이제와서 드는 생각이었지만 보리연화담은 게임 무림천하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천하 모든 약초나 귀물의 수확 시기까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플레이어들.

         

       특정 년도의 강물 수역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화리연못까지 찾아내는 미친 플레이어들이 우글거리는 판이었는데 그런 놈들이 포달랍궁을 들쑤시지 않았을 리가 있는가.

         

       자잘한 기연이라면 몰라도 보리연화담 같은 엄청난 기연을 발견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녀석이 만든 무림천하도 완벽하지는 않았다는 뜻일까.

         

       이쯤 되니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호천안: 왜 나를 지구로 보냈지?]

       [호천안: 내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그냥 적당한 곳에 숨겼으면 그만 아니었나?]

       [호천안: 굳이 부득불 차원이동을 시켰어야 했나.]

       [호천안: 그리고 이렇게 되돌릴 때도 번거로운 과정이 필요했어야 했는지도 의문이 들고.]

         

       [환생트럭: 또 다른 핵심 질문이 나왔군.]

       [환생트럭: 내가 왜 너를 지구로 보냈는지 궁금하겠지.]

       [환생트럭: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또 한 가지 선행 정보가 필요해.]

       [환생트럭: 네 외조부는 무슨 목적으로 너에게 대법을 펼쳤을까?]

         

       “….”

         

       목적이라.

         

       그래 그걸 잊고 있었군.

         

       정황상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는 내 몸에 불순물을 집어넣었다.

         

       내게는 어떤 특별한 재능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외조부는 내 재능을 노렸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외조부의 손으로부터 날 보호하기 위해 그 재능을 지우려 한 것일까.

         

       [호천안: 너는 그 이유를 알고 있나?]

       [환생트럭: 그래.]

         

       환생트럭의 대답은 나를 또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환생트럭: 네 외조부는 너를 ‘호천안’으로 만들려 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기껏해야 혈강시 같은 괴물을 만들거나 아니면 천무지체 같은 천고의 재능을 지닌 후계자를 만들어 무림일통 같은 것을 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환생트럭: 인성과 별개로 참 대단한 발상이었어.]

       [환생트럭: 더 놀라운 것은 그걸 실제로 실천했고 성공에 가까이 갔다는 점이었지만.]

       [환생트럭: 다만 천륜을 어긴 자는 언젠가 그 대가와 마주하기 마련이지.]

       [환생트럭: 괜한 말이었나?]

       [환생트럭: 아무튼 네가 ‘타인의 깨달음을 보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는 것.]

       [환생트럭: 그게 바로 내가 네 조부의 부탁을 수락한 이유이자 동시에 네 영혼을 지구로 옮긴 이유였지.]

         

       “….”

         

       [환생트럭: 네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는 네가 가지고 있던 가능성.]

       [환생트럭: ‘타인의 깨달음 보는 능력’을 거의 지워내는 데 성공했지.]

       [환생트럭: 아마 그때 그대로 3~4년정도만 지났으면 네 능력은 완벽하게 사라졌을 거야. 나처럼 영혼을 분리하는 편법조차도 통하지 않는,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이 되었겠지]

         

       [호천안: 그래서 내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

       [호천안: 날 지구로 보냈다?]

         

       [환생트럭: 혹시 날 뭐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환생트럭: 배신감을 느끼더라도 어쩔 수 없어.]

       [환생트럭: 물론 내 이득만을 위해서 한 조치는 아니야. 합리적인 판단의 일환이었지.]

       [환생트럭: 앞서 말했듯 네 정신과 영혼은 큰 타격을 받은 상태였으니까.]

       [환생트럭: [잡혈]로 숨구멍이 막혀버린 그 몸에 계속 들어 있다가는 말라 죽었을걸.]

         

       [호천안: …계속해.]

       [환생트럭: 지구에서 살아가며 네 영혼과 정신이 충분히 안정되었다고 판단했을 때. 나는 무림천하를 만들어 출시했지.]

         

       “하아.”

         

       육성으로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 사실 무림천하는 출시 자체가 이상한 게임이었다.

         

       무협게임을 만든다면 주 소비층은 어디인가.

         

       바로 중국이다.

         

       그런데 그 중국에서 무협은 검열대상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떤 정신나간 게임회사가 AAA급 게임을 만들만한 자본과 기술력을 투자해서 무협게임을 만들겠냐.

         

       [환생트럭: 게임 무림천하는 다양한 역할을 위해 만들어졌어.]

       [환생트럭: 물론 주 목표는 바로 네가 가진 ‘타인의 깨달음을 보는 능력’을 사용하기 위한 일종의 접속기 역할도 있었고.]

       [환생트럭: 작은 진법 안에 갇혀 사느냐고 세상물정 하나 모르는 열 다섯 살 짜리 아이가 홀로 살아남을 기반을 만들어 주는 학습장치이기도 했지.]

       [환생트럭: 네 무의식속에 갇힌 기억을 자극하는 역할도 했고 말이야.]

         

       [호천안: …그러니까.]

       [호천안: 내가 게임 무림천하에서 호천안을 만들어 등장인물들의 깨달음을 본 것이.]

       [호천안: 내 영혼의 힘으로 해당 인물의 깨달음을 본 것이었다고?]

         

       [환생트럭: (YES 물고 있는 새 이모티콘).]

         

       어질어질하네 진짜.

         

       내가 알고 있던 상식이 송두리째 뒤집히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