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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3

   해왕, 다이노 바르돈.

   금역, 대해를 지키는 포세우스의 천하십강.

     

   포세우스에서는 영웅이라 불리는 그는 바다가 전장인 해적 여제 카이란조차 질릴 만큼.

   대해에서는 압도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지닌 스킬, 아쿠아.

     

   말 그대로 물을 다루는 스킬이다.

     

   대해에서만큼은 그보다 강한 이는 없다.

   오죽하면 그가 있기에 대해를 가로지르는 포세우스의 황금선 또한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이 다이노를 모두가 해상 왕국의 영웅이라 부르는 이유였다.

     

   그 시각, 다이노 바르돈에게 천하십강 시험을 제안받게 된 크라슈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천하십강 후보라.’

     

   천하십강이라는 말이 떠돌길래 혹시나 했더니.

   설마 정말 천하십강의 후보로 올랐을 줄은 몰랐던 크라슈는 생각에 잠겼다.

     

   예전이라면 정말 생각도 못 했을 위치다.

   발하임에서 따지면 검왕, 라이 발하임과 같은 위치에 오를 정도이니.

     

   크라슈는 새삼 자신이 일을 많이 저지르고 다녔음을 눈치챘다.

     

   ‘이대로 천하십강이 된다면 최연소 천하십강이 되겠지.’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육체 나이일 뿐이니.

   별 의미는 없긴 하지만.

     

   그런데도 엄청난 성과임은 변함없었다.

     

   ‘올랐을 때 얻을 수 있는 메리트는.’

     

   당연하지만 많다.

   천하십강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강자가 누릴 여러 가지 혜택을 지닐 수 있다.

     

   더불어 금역 쪽도 복잡한 허락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천하십강이라는 이름 자체가 이미 증명이었으니까.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묶이는 것도 있지.’

     

   강자라는 책임.

   그건 생각 이상으로 여러 가지를 묶는다.

     

   ‘그리고 금역에 들어가는 걸 허락받는 만큼 다른 나라에 넘어가는 것도 여러 제약이 있다.’

     

   천하십강이라는 것은 한 나라가 보유한 병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한 병기가 국경선을 넘어온다고 하는데.

   당연히 그쪽 나라에 소식도 없이 넘어갔다간 외교 문제로 발전될 것이다.

     

   ‘이미 후보에 오른 시점에서 어느 정도 제약이 생겼지만, 천하십강에 직접 올라간다면 더 심해지겠지.’

     

   득도 있지만 실도 있다.

     

   그렇기에 크라슈가 고민하고 있던 순간.

   크라슈는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붉은 머리칼의 건강한 피부색을 지닌 소녀가 있었다.

     

   포세우스의 9공주

   카란디스 포세우스

     

   그녀는 크라슈와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휙하니 들었다.

     

   “와, 와아, 오랜만에 포세우스에 오니까 덥네요. 역시 남쪽이라서 그런가 봐요.”

     

   그녀는 크라슈를 바라보던 것을 딴청 피우듯 밖을 보며 말하였다.

   그녀의 말을 따라 크라슈가 시선을 옮겼다.

     

   지금 크라슈는 마차를 하나 타고 있었다.

   그 마차는 다름 아닌 해마가 끄는 수상 마차다.

     

   해상 왕국인 포세우스는 육로만큼이나 해로도 많다.

   크라슈는 지금 도시 안에까지 뻗어져 있는 해로를 이용해 이동 중이었다.

     

   크라슈가 여기에 온 이유는 다름 아닌 다이노의 호출 탓이었다.

     

   천하십강에 오르기 위해 얻어야 하는 것 현 천하십강의 절반 이상의 허락.

   그 허락을 받기 위해 크라슈는 지금 시험을 치르고자 포세우스로 와있었다.

     

   아직 아우라의 내단을 해결하지 못한 만큼.

   크라슈도 고민되는 일이긴 했으나.

   크라슈는 다이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성미가 급하지.’

     

   다른 천하십강은 몰라도 다이노는 성미가 급한 편이다.

   그런 그가 호출했는데도 오지 않는다면 얼마 안 가 직접 찾아오리라.

     

   ‘괜히 소란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고.’

     

   크라슈도 결국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 카란디스와 함께 포세우스를 찾았다.

     

   회귀 전을 고려하면 포세우스의 초행은 아니긴 하지만.

   아무리 9공주라 한들 카란디스와 함께한다면 훨씬 수월해질 걸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카란디스가 들고 온 이야기기도 하고 말이다.

   카란디스는 크라슈의 시선을 힘껏 피한 채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결국 묻기로 하였다.

     

   “카란디스, 저번부터였나 나 피하는 느낌이 들지 않아?”

     

   크라슈가 질문하자 카란디스가 흠칫하고 어깨를 수축시켰다.

     

   카란디스는 본래 무척이나 저돌적인 성격이다.

   그녀는 크라슈와 식을 올려 포세우스의 9공주라도 밀리지 않는 부인 위치에 오르는 것이 목표였다.

     

   그걸 위해 그녀는 크라슈가 가장 좋아하는 이상적인 여성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크라슈가 원하는 이는 그가 나아가는 길을 함께 따라올 수 있는 사람.

     

   그것을 잘 알기에 카란디스는 꾸준히 노력했고, 그 결과 거기에 걸맞은 성과를 냈다.

   크라슈조차 감탄할 만큼 그녀의 독기는 여간 깊은 게 아니다.

     

   그런 그녀가 지금은 왜인지 쭈뼛거리고 있었다.

   예전에 저돌적인 면모가 많이 사라진 모습이다.

     

   “아, 하하, 제, 제가 그랬나요? 이상하네요. 전 늘 똑같은데.”

     

   카란디스가 자기 옆머리를 꼬며 아닌 척 딴청 피웠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던 크라슈는 그냥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녀에게 나름의 사정이 있겠거니 했기 때문이다.

     

   “찍찍.”

     

   그 순간 크라슈의 주머니에서 시체 쥐가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 크라슈, 이번 천하십강 후보는 둘이다. ]

     

   천하십강 후보가 둘.

   예상은 했지만 역시 다른 후보군이 있던 모양이다.

     

   세계에는 쟁쟁한 강자들이 많다.

   그들은 알게 모르게 늘 천하십강의 후보 자리에 올라가 있고, 어떠한 이유로 천하십강의 자리가 난다면 그들을 불러들인다.

     

   이번에는 크라슈 말고도 다른 별개의 인물이 하나 더 있는 것이다.

     

   [ 그리고 해왕은 너와 그, 둘 다 부른 것 같다. ]

     

   다이노다운 선택이다.

   그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파니까.

     

   인정하는 건 둘 중 하나만 해주겠다. 이 소리겠지.

     

   ‘본인이 불러놓고 이 인간은 참.’

     

   크라슈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시체쥐를 툭 두드렸다.

   그래서 후보군이 누구냐는 소리였다.

     

   [ 패황, 글라이시스 락테아의 둘째 아들. ]

     

   곧이어 크라슈는 누구인지 눈치챘다.

     

   창공의 세대보다 앞선 황금세대의 일원.

   그리고 글라이시스 락테아가 후에 락테아를 물려주게 될 이.

     

   패주(覇主)

   글라이드 락테아.

     

   그가 이번 천하십강 자리를 놓고 겨루게 될 후보였다.

     

     

   * * *

     

     

   해상 왕국, 포세우스.

   포세우스의 끝없이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졌다.

     

   그곳 포세우스 왕국에 도착하게 된 크라슈는 푸른색과 백색으로 뒤섞인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누가 해상 왕국 아니랄까 봐, 아주 작정하고 푸르게 해놓았다.

     

   ‘볼 때마다 건물 관리하기 힘들겠다고 생각이 든단 말이지.’

     

   포세우스 왕국 사람들은 예술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높다.

   그래서인지 건축물에 관해서도 허투루 짓지 않았다.

     

   덕분에 예산이 예술 쪽으로 많이 기울어지긴 하나.

   그만큼 관광 왕국으로서 워낙 인지도가 높은 덕분인지 손해는 없는 모양이었다.

     

   “자, 들어가시죠.”

     

   오랜만에 왕국에 도착한 카란디스의 얼굴은 조금 주눅 들어 보였다.

     

   항상 당당하기만 하던 그녀가 주눅 든 모습에 크라슈가 의아함을 보인 순간.

   얼마 안 가 크라슈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머, 크라슈 님이시군요. 반가워요.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영웅이 포세우스를 방문해 주실 줄이야. 영광이네요.”

   “듣던 대로 굉장히 멋지시네요. 풍채가 남다르세요!”

     

   포세우스에 들어선 이후, 크라슈는 황당하게도 바로 파티장으로 끌려갔다.

   문화생활을 워낙 즐기는 포세우스이기에 손님이 왔다고 대뜸 파티부터 준비한 것이다.

     

   크라슈는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이쪽 문화라고 하니 그냥 이해했다.

   문제는 끌려온 파티장에서 크라슈는 여성진들에게 둘러싸였다.

     

   크라슈는 카란디스의 저돌적인 면이 어디에서 왔는지 알았다.

     

   ‘그냥 포세우스 특성인 거냐.’

     

   포세우스의 여성들은 전부 저돌적인 인물이었다.

   더운 남쪽 나라라 그런지 그녀들은 파티장임에도 몸을 드러내는 옷을 입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구릿빛 피부와 함께 잔뜩 달라붙는 미녀들의 향연은 남자에게 치명적이겠지만.

     

   “이미 결혼한 몸이라서요.”

     

   크라슈는 타고난 성격이 여자한테 휘둘릴 성격이 못 됐다.

   정확히는 크라슈는 이런 식으로 목적을 드러낸 채 노골적으로 달라붙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축에 속했다.

     

   당장 젖가슴 무거우니까 집어 치우라는 말과 함께 옛날 성격을 드러내고 싶은 걸 크라슈는 간신히 참았다.

     

   [ 망나니 같은 놈. ]

     

   크림슨가든도 크라슈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주의 시켰다.

   그래, 남의 나라인데 참아야지.

     

   간신히 참던 크라슈는 구석진 곳에 있는 카란디스를 발견했다.

   그녀는 주눅이 든 기세로 구석진 자리에 있었다.

     

   크라슈는 그 이유를 눈치챘다.

     

   카란디스는 분명 포세우스의 공주다.

   하지만 그녀의 위치는 9공주.

     

   그녀의 앞에는 여덟 명이나 되는 왕가의 자식들이 있다.

     

   때로는 너무 많은 왕족의 자식들이 더 고위 귀족의 자제보다 귀할 때도 있는 법이다.

     

   고위 귀족 중에 카란디스를 대놓고 무시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카란디스는 그들에게 밀려나고 있다.

     

   카란디스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아는 이였고, 지금 이 파티장에서 또한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녀는 크라슈를 데려온 안내인 정도의 위치에 지나지 않았다.

     

   크라슈는 왜 카란디스가 그토록 자신과 연을 잇고 싶어 했는지 알았다.

   포세우스에서 이런 재능과 노력과는 별개로 늘 이런 취급을 받고 살았으니.

     

   당연히 어떻게든 자신의 위치를 한번 바꿔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니 카란디스는 매달렸다.

   자신의 위치를 가장 크게 바꿀 방법은 크라슈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매일 당당한 그녀의 모습만 봤기 때문일까.

   크라슈는 주눅 들어 있는 카란디스의 모습이 썩 마음 편하지 않았다.

     

   “카란디스.”

     

   크라슈는 뒤돌아 서 있던 그녀를 존칭 없이 그냥 불렀다.

   그러자 고위 귀족들이 놀란 얼굴을 했다.

     

   이런 공적인 자리에서 이름을 대놓고 불렀다는 건 보통 사이가 아님을 증명하는 거니까.

     

   크라슈의 부름을 들은 카란디스가 놀란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크라슈는 그녀가 입안 가득 무언가를 넣고 있음을 깨닫곤 황당한 표정을 했다.

   구석에 빠져 있던 그녀는 열심히 식사 중이던 것이다.

     

   “……카란디스와 대화할 게 있어 자리 좀 비켜 주시겠습니까.”

     

   크라슈가 귀족들에게 그리 말하자 귀족들이 슬쩍 눈치 보며 떠나갔다.

     

   그들에게서 겨우 해방된 크라슈가 다시 카란디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카란디스는 먹던 걸 꿀꺽 삼키곤 살짝 부끄러운 듯 웃었다.

     

   “아, 그게 왕궁 전용 요리사가 실력 좋거든요. 아카데미에서도 자주 생각났었는데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어서요.”

     

   시골에서 상경한 처녀도 아니고.

   생각지도 못한 카란디스의 대답에 크라슈가 헛웃음을 지었다.

     

   “주눅 든 줄 알았더니.”

   “주눅이요? 외삼촌을 만날 건 조금 머리 아플 것 같아서 그랬긴 했는데. 이런 자리가 한두 번도 아닌걸요.”

     

   카란디스는 새삼스러운 것 없다면서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제 공세에도 무너지지 않았던 크라슈 님이 포세우스 귀족들이 눈에 차겠어요.”

     

   이 자존감, 확실히 카란디스다웠다.

     

   “무엇보다 크라슈 님은 저런 비전투 인력을 안 좋아하는 건 제가 제일 잘 아는걸요. 지금도 욕하시려다 참았죠?”

   “눈치 빠르긴 하네.”

   “그러니 기왕 온 거 이렇게 고향 식사나 하고 있었던 거죠.”

   “강인하구나.”

   “이 나라에서 자라려면 이 정도는 돼야죠.”

     

   카란디스가 당차게 등을 폈다.

   오랜만에 카란디스 같은 모습이 잘 드러났다.

     

   “무엇보다 음식은 지금 먹어둬야 속이 편할 것 같았거든요.”

     

   쿵!

     

   카란디스의 말에 크라슈가 채 묻기도 전이다.

   바깥에서 울려온 거대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문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다른 귀족들이 기겁하며 문 쪽에서 물러섰다.

     

   그것을 본 크라슈는 누가 왔는지 짐작했다.

     

   콰앙!

     

   이윽고, 파티장의 문이 덜컥 열렸다.

   크라슈가 그 방향을 돌아본 순간 거기에는 한 남성이 서 있었다.

     

   “프하하핫! 드디어 왔군! 검룡!”

     

   푸른색으로 반짝이지만 어째선가 젖은 느낌이 드는 머리카락.

   상의는 어따 팔아먹었는지 하의만 덜컥 입은 모습.

   인간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그는 실제로 목에 아가미가 달려 있다.

     

   ‘떴군.’

     

   크라슈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천하십강 중 가장 미치광이에 가까운 이.

     

   자신에게 스킬을 부여한 신과의 추가 계약을 통해 신기까지 흡수해버려 천하십강 중 유일하게 반신에 도달한 자.

     

   해왕, 다이노 바르돈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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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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