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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3

    <333 – 무모한 도전2>

     

    “모두 서랍 안에 놓인 마나보드를 꺼내라.”

     

    피타고라스 교수는 <지식판정으로 마법쓰기> 강의를 시시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마법사용자라는 용어가 있지. 마나를 모으지 못해서 스크롤을 찢고 시약병을 던져 마법적 효과만을 사용하는 자. 마나보드 사용자도 근본은 이들과 다르지 않다. 다만 효율의 측면에서 보면 마나보드 사용자는 가장 가성비가 나쁘다. 선착순 세 명, 이유.”

     

    머리 자를 시간까지 아껴가며 공부를 했는지 봉두난발의 괴인 같은 형상을 한 2학년이 스르륵 손을 들었다.

     

    “진짜 마법과 달리 장비에 의존하여 사용하는 마법은 컨트롤이 어렵습니다.”

     

    교수의 눈이 고작 그딴 걸 답이라고 내놓았냐고 윽박지르듯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기회를 놓칠세라 다른 2학년 두 명이 잇달아 손을 들고 말했다.

     

    “발동시간을 단축시킬 수 없습니다!”

    “타겟팅 마법의 대상지정이 불가능합니다!”

    “전부 틀렸다.”

     

    피타고라스 교수가 손을 까딱하자 손을 들고 대답에 나섰다가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책상에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피하려던 2학년들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어어?”

    “모, 몸이!”

    “엄살떨지 마라. 열등생은 머리가 아닌 몸으로 지식을 체득하지. 강의가 끝날 때까지 너희의 무지를 그 몸으로 실감하고 있도록.”

     

    오답자 3인이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강의실 천장에 도달하고는 움직임을 멈췄다.

    실수로라도 잘못 움직였다가 추락하면 뼈 하나쯤은 가볍게 부러질 높이에 겁을 먹은 탓이었다.

    2학년이 될 자격도 없는 녀석들.

    당장이라도 유급시켜야 성이 풀릴 머저리들뿐이다.

     

    ‘지식판정으로 마법을 써야 할 정도로 열악한 녀석들의 수준이 대부분 이렇지.’

     

    당장 피타고라스 교수부터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마법사용자가 아니던가. 하지만 열정도 재능도 부족한 학생들과는 경우가 달랐다.

     

    “마나보드를 사용하면 컨트롤이 미숙하다. 발동시간을 단축시킬 수 없다. 타겟팅 마법의 대상지정이 불가능하다. 누가 그런 걸 멋대로 정했지?”

     

    교수의 손에 들린 마나보드에서 눈부신 빛이 새어나왔다.

    천장에 매달린 2학년들이 강의실 바닥으로 급격히 추락하며 비명을 질렀다.

     

    “컨트롤이 미숙했다면 너희는 지면과 충돌하여 뼈가 부러졌을 것이다.”

     

    교수가 마나보드에 손을 얹자 2학년들이 다시금 공중으로 떠올랐다.

     

    “두 배 더 빠르게 가지.”

    “잘못했어요 교수님!!”

    “다시는 틀린 대답을 하지 않을게요!!”

    “살려줘어어!!”

     

    2학년들의 외침이 더욱 커졌다.

    지금도 이렇게 아슬아슬했는데 더 빠른 속도로 내려가면 그땐 진짜 지면과 충돌한다.

    애타는 외침에도 교수는 한 치의 자비나 망설임도 없이 그들을 허공에 띄웠다.

    그리고 힘을 해제하였다.

    비명도 못 지르고 추락하는 선배들.

    지켜보던 다른 2학년들마저 사색이 되어 벌벌 떨 정도로 살벌한 추락이었다.

    눈을 꾹 감은 그들의 신형이 충돌 직전, 아슬아슬하게 마나보드의 마법이 그들을 허공에 정지시켰다.

     

    “발동시간을 단축시킬 수 없다면 너희는 가속마법을 건 추락으로 반병신이 되었을 것이다.”

     

    물론 강의 도중에 입은 부상은 교육상해보상을 받아 무료로 의무실의 치료를 받을 수 있지.

    교수의 위로 아닌 위로는 조금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수틀리면 진짜 반병신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협박처럼 들릴 뿐이었으니까!

     

    “흑흑흑. 이제 싫어.”

    “제발 용서해주세요… 엉엉.”

    “제엔자앙… 내가 왜 이런 강의를…”

     

    다시금 허공으로 떠오르는 세 사람.

    일련의 과정이 오답을 몸으로 정정시켜주는 교육임을 깨달은 학생들은 긴장감에 숨소리마저 죽였다.

    지면 아래로 빼곡하게 생성되는 가시마법.

     

    “보호막을 쳐주지.”

     

    순간, 교수가 실수라도 한 것처럼 세 명의 학생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추락했다.

    보호막은 전개특성 상 범위가 넓을수록 시전에 걸리는 시간이 더욱 길어진다.

    하물며 자신을 중심으로 한 전개도 아니고 타인의 몸에, 그것도 추락하는 대상에게 동시에 세 개를 걸어야 하는 상황.

    학생들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안돼!”

    “맙소사.”

    “아… 도저히 못 보겠어.”

     

    끔찍한 사고를 예상하고 비명을 지르거나 고개를 돌리는 학생들.

    가시에 무언가가 꽂히는 소리가 강의실에 울렸다.

     

    “눈을 떠라.”

     

    가시더미 위에는 보호막에 둘러싸인 오답자 삼인이 각기 다른 방향에 떨어져있었다.

     

    “타겟팅 마법의 대상지정이 불가능했다면 세 명을 동시에 살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해했나?”

     

    울면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2학년들.

    앉아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도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공포 속에서 배운 가르침은 결코 잊을 수 없다.

    적어도 오답자들의 머릿속에는 마나보드의 가능성이 분명히 각인되었으리라.

    물론 이 순간의 공포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이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앞으로 마법을 발동할 때마다 주저함이 생기겠지.

    지금 이상으로 더욱 느리고 소심하고 한심한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피타고라스 교수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이 정도로 나가떨어질 녀석들이라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빨리 포기하는 편이 낫다.

    재능만이 전부인 마법의 세계에서 의지까지 부족한 녀석들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오크노디. 여기 무서워…”

    “교수님이 친절하고 좋은데 왜? 모르면 몸으로 배워야지.”

     

    풋내기들 주제에 반응이 아주 극과 극이군.

    양과 늑대.

    1학년스러운 녀석과 그렇지 않은 녀석.

    피타고라스 교수는 저 당돌한 1학년의 역량이 궁금해졌다.

     

    “풋내기들. 이유를 맞춰봐라.”

    “그래도 돼요?”

     

    ‘살려주세요’나 ‘모르겠어요’도 아닌 ‘그래도 돼요?’.

    당돌함조차 마음에 들었다.

     

    “된다.”

    “하면 뭘 해주실 거예요?”

    “가산점을 주지. 대신, 실패하면 2학년들이 겪은 것처럼 몸으로 배운다.”

    “할게요!”

     

    리본머리띠가 잘 어울리는 아이.

    오크노디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마나보드 사용의 가성비가 나쁜 이유는 요구되는 지식의 양과 깊이가 일반마법사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에요! 원리를 전부 이해해서 사용하거나 공부를 아주 많이 하지 않으면 효율이 구려요!”

     

    교수가 물었다.

     

    “정답일 것 같나?”

    “넹!”

    “정답이다. 가산점을 주지.”

     

    옆에 있던 티토소가가 오크노디보다 더 크게 안도하며 가슴에 손을 얹고 한숨을 내쉬었다.

     

    “야, 미쳤어? 다음부턴 그냥 모르겠다고 그래. 교수님은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녀석은 반 죽여 놓지는 않아.”

    “그래도 아는 질문이었는걸요.”

     

    빅스톤과 오크노디의 속닥거리는 대화는 물론 교수의 귀에도 다 들렸다.

     

    “그 말대로다. 빅스톤. 오답이 용서받지 못하지만 무지가 용서되는 이유는?”

    “모,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한 말은 잘 지키는군. 아까의 오답자 세 명. 나와서 마나보드를 잡아라.”

     

    오답자 삼인방이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힘겹게 걸어나왔다.

     

    “3위계 마법 <스트렝스>를 아는가.”

     

    세 사람은 냉큼 모르겠다고 했다.

    교수는 심장에 칼을 찔러 넣듯이 그들을 절망시킬 대답을 돌려주었다.

     

    “그럼 알게 해주지. 마나보드를 들고 스트렝스를 사용해라. 마법의 정체조차 모를 얼간이를 위해 알려주자면 이 마법은 근력을 강화시키는 증강마법이다.”

     

    신체의 상태를 변경시키는 버프계열 증강마법.

    스트렝스Strength.

    3위계 마법이 세 학생의 마나보드를 통해 펼쳐졌다.

     

    고위계 마법도 아니지만 저위계 마법이라 하기도 애매한 까다로운 마법.

    한 명의 마나보드는 빛을 뿜었지만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술식구조 자체가 엉망진창이라 마법이 구현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은 것이었다.

    차라리 그는 운이 좋은 편에 속했다.

    어설프게 알아서 마법이 일단 발동해버린 곱슬머리 여학생은 안색이 빠르게 창백해졌다.

    술식이 아슬아슬하게 발동형태를 이루었지만 사이사이 잘못된 술식에서 새어나가는 마나 탓에 발동에 필요한 마나량이 급격히 늘어났다.

    간신히 마법발동이 완료된 여학생은 숨을 헐떡이며 탈진하듯이 쓰러졌다.

    마지막 한 명은 잘못된 지식을 근거로 엉뚱한 형태를 이루었지만, 구조적으로 하나의 완성된 형태를 이루기는 했다.

    스트렝스는 분명히 발동했다.

    전신의 근력을 고르게 올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한쪽 팔뚝에만 힘을 집중적으로 키워 근육이 순간 부풀어 오르고, 쥐가 나듯이 괴로운 감각에 제 팔을 붙들고 비명을 지르며 데굴데굴 바닥을 굴렀지만.

     

    “마법구현실패. 마나소비량 증가. 잘못된 발현. 이것이 무지를 외면하고 마법을 사용함으로써 겪게 될 마나사용자들의 <무지의 대가>다.”

     

    감으로 어떻게든 때려 맞추거나 재능으로 얼버무리려는 시도 따위, 냉혹한 마법사용자의 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았다.

     

    “외워라. 오늘 너희가 사용할 마법의 이론과 술식, 컨트롤에 필요한 개변술식이다.”

     

    일인당 30페이지 가량의 프린트가 교수의 손짓 한 번에 모두의 책상 위로 안착했다.

    교수가 직접 날린 건 아니고 수족처럼 따라다니던 조교가 대신 마나보드를 사용해 날린 것이었다.

    필사적으로 프린트를 정독하는 2학년들과 “또 속았어.”라고 중얼거리며 사형선고라도 당하듯이 울적한 얼굴로 페이지를 뒤적거리는 티토소가.

    종이 넘기는 소리만 부산스러운 강의실에서 피타고라스 교수의 눈길을 끄는 학생이 있었다.

     

    “여유가 있나?”

     

    페이지를 넘겨보는 대신, 프린트로 종이비행기를 접으며 놀고 있던 오크노디.

    재능 넘치는 마법사들도 정색하고 달아나게 만드는 이론과 지식의 무게를 앞두고도 오크노디는 조금의 두려움이나 짜증도 보이지 않았다.

     

    “다 아는 거예요!”

     

    3위계 마법 스트랭스.

    방금 2학년 선배 셋을 침몰시킨 마법에 굉장한 자신감을 보이는 1학년의 당돌한 태도가 몹시 기묘하게 들렸다.

    신체를 단련하지 않은 마법사가 스트렝스를 사용해봤자 효율은 저조하다.

    10의 근력에 1.2배의 배율증가를 거는 것과 30의 근력에 1.2배의 배율증가를 거는 것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마법사는 마법사용자까지 포함해서 다들 스트렝스 마법을 기피한다.

    지식을 쌓을 가능성이 몹시 드문 마법.

    그러나 실전에서 신속한 계산과 완벽한 이론으로 공격마법을 사용해서 성공할 확률보다는 아군을 보조하는 증강마법의 사용이 훨씬 유익하다.

    모두가 배우길 싫어하지만 배워둔다면 손해를 볼 일은 없는 마법.

    그런 쓸모없는 마법에 관심을 보이는 이 130cm나 겨우 넘을까 싶을 풋내기에게 어찌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

     

    “해봐라. 성공하면 오늘 강의는 돌아가도 좋다. 측정은 펀치기계의 점수변화로 하겠다.”

    “처음에 살살 치고 나중에 세게 치면 마법을 걸지 않아도 되는데요?”

    “속일 자신이 있다면 속여봐라. 걸리면 네 선배들이 겪은 것보다 더한 꼴을 겪게 될 거다.”

     

    교수의 으름장에 오크노디가 무언가를 가늠이라도 하듯이 피타고라스 교수를 뚫어져라 관찰했다.

     

    “으으음… 무리! 정직하게 할게요.”

     

    오크노디가 펀치기계를 가격했다.

    기계 속에 내장된 마나역장이 단번에 47장이나 격파되었다.

    2학년 마법사들의 작년평균 22장이 우스울 정도로 엄청난 수치였다.

     

    “…스트렝스는 분명 해제되었는데.”

    “마법 안 쓴 평타인데요?”

     

    마나보드에서 빛을 뿜은 뒤에 다시 펀치기계를 가격한 오크노디.

    마나역장이 한 번에 58장이나 격파되었다.

     

    “훌륭하군. 이만 돌아가도 좋다.”

    “남아서 티토소가 하는 거 구경해도 돼요?”

    “얼마든지.”

     

    용기를 얻은 2학년 선배들이 슬그머니 펀치기계 앞에 줄을 섰다.

     

    “참고로 강의를 빨리 끝내고 돌아가고 싶은 녀석은 앞서 세운 최고기록을 돌파해야 한다.”

     

    티토소가와 빅스톤을 포함한 모든 2학년들이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너무하다는 얼굴로 오크노디를 쳐다봤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선배피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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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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