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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4

    오늘은 말이야, 조각배를 타고 바다구경하면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물장난도 했어.

    바다가 어찌나 예뻤는지! 밤하늘도 정말 예쁘고……. 아, 돌아가면 찍은 사진도 보여줄게, 너도 좋아할 거야.

    애들은 벌써 피곤했는지 방에 들어가서 자고 있어.

    어쩐지 다들 너무 신나게 놀더라. 그 다이튼까지 말이야.

    후후훗, 다이튼은 훌륭한 아빠인 것 같다가도 이럴 때 보면 꼭 어린애 같다니까.

     

     

    그렇게 전화로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을 나열하는 예르나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그동안 일에 치여 여행다운 여행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여행이 더욱 즐거운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예르나의 즐거운 목소리를 들으니 그 일정을 설계한 루크 자신도 뿌듯한 느낌이 드는 것 같아 입꼬리가 살며시 들어올려진다.

     

    “여행을 즐겁게 즐기는 것 같아 저도 기쁘네요. 앞으로 남은 일정도 부디 그렇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응, 그럴게. 이렇게 여행을 보내줘서 고마워, 너도 상금으로 사고 싶은 거 많았을 텐데…….”

     

    루크는 살짝 찔리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대답했다.

     

    “아하하하, 뭘요…….”

     

    예르나는 자신이 이미 모든 상금을 자신이 원하는 데에 퍼부어서 빈털터리나 다름없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원하는 것이 있다.

    아아, 아는 자의 탐욕이란, 이 어찌나 두려운가!

     

    현대식 실험도구와 최신식 생산설비, 새로운 연금술 가공방식과 그에서 파생된 새로운 소재!

     

    모르고 있을 때에는 달관할 수 있었건만,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욕심을 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쉽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루크에게는 그런 것을 자제할 수 있는 자제심이 굉장히 부족하다.

     

    애초에 마법사로서 마법용품에 대해서는 지출을 아끼지 않는 성정이기도 했으며, 드래곤하트의 영향 때문에 추가적으로 드래곤의 탐욕적인 성향까지 섞인 현재 루크의 육체는 그러한 종류의 충동을 참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었다.

    아마도 또 돈이 들어온다면 금방 다 써버리겠지, 지금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루크는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이다.

    미래의 자신을 위해서라도.

     

    루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예르나가 물어왔다.

     

    “그래서, 나는 좀 있다가 씻고 자려고 하는데, 루는 지금 뭐 하고 있었어?”

    “응? 아아, 지금 말인가요? 정령절 선물로 주신 컴퓨터를 만져보고 있었죠.”

     

    루크는 자신의 앞에 놓인 광경을 내려다본다.

    그러자 보이는 것들은 반쯤 분해된 컴퓨터와 휴대전화, 그리고 조립되다 만 각종 부품들이 널브러져 있다.

     

    지금까지 루크가 하고 있던 작업은 예르나가 사준 휴대용 컴퓨터의 개조작업.

    아린세이아의 슈퍼컴퓨터와 이 컴퓨터가 어디에서든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동기화 작업이다.

     

    아무리 고성능의 컴퓨터를 만들었다고 해도 결국 입력과 출력을 할 수 없어서야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아린세이아의 자원을 통째로 사용한 이 거대한 컴퓨터는 분명 계산성능은 말도 안되게 뛰어나지만, 동시에 들고 옮긴다는 것이 아예 불가능 할 정도로 거대하지 않은가.

     

    그렇다고 매번 계산을 할 때마다 ‘열쇠’로 게이트를 열고 아린세이아에 발을 들이는 것은 번거로울 뿐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때문에 외부에서도 문제없이 연결이 가능한 일종의 통신단말이 필수적.

    그리고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 바로 예르나가 사온 이 부족한 성능의 휴대용 컴퓨터다.

    외부로 나가게 되면 타차원인 아린세이아와는 실시간 무손실 정보교환이 어렵기 때문에, ‘열쇠’를 통신코어에 사용해서 어디에서든 입력과 출력을 동기화 할 수 있도록 개조하는 것이다.

     

    그 동기화 작업이 끝을 맺으면, 이제 이 작은 휴대용 컴퓨터는 이 거대한 아린세이아와 입출력시간의 지연을 제외하면 거의 동일한 계산성능을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예르나가 그런 터무니 없는 일을 벌이고 있는 지 까지는 알 길은 없다.

    단순히 컴퓨터를 하고 있다는 말에서 그런 추론이 가능할 정도로 루크를 의심을 하고 있지도 않았고.

    때문에 예르나가 떠올린 장면은, 그저 침대에 누워서 컴퓨터로 한가로이 고양이사진을 감상하고 있는 루크의 모습일 뿐.

     

    예르나는 가볍게 웃음지으며 묻는다.

     

    “그래? 컴퓨터는 어때, 맘에 드니?”

     

    그러면 루크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답한다.

     

    “아주 만족스러워요. 정말로.”

    “후훗, 그럼 다행이네.”

     

    너무 오랫동안 컴퓨터를 하다가 눈이 나빠질 수도 있는 노릇이고, 키메라라서 그런 걸로는 눈이 나빠지지 않는다고 해도 일단 규칙적인 생활이 무너지면 좋지 못한 생활습관이 남으니까.

    루크라면 굳이 자신이 이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잘 하겠지만, 그렇다고 잔소리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당연히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다.

    관심이 없으면 잔소리도 안한다고 하던가?

    이제는 왜 어릴 적 엄마가 자신에게 그토록 사사건건 잔소리를 하셨는 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예르나는 말했다.

     

    “그래도 너무 밤 늦게까지 하지는 마. 알았지?”

    “네. 그렇게 할게요.”

     

    루크는 예르나의 잔소리에 흔쾌히 대답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너도 잘 자렴.”

     

    -뚝.

     

    “하아.”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한 후, 루크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르나의 잔소리가 없었어도, 슬슬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으니까.

     

    예르나에게는 고작 하루이틀에 불과한 시간이었으나, 아린세이아에서는 놀랍게도 벌써 반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상태였다.

    이 또한 역천의 모래시계를 이용해서 시간에 장난을 쳐 놓은 결과다.

    그야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아린세이아는 아주 거대하다.

    루크가 아무리 극단적으로 효율을 추구하며 움직이더라도 반년의 시간이 불가피할 정도로 말이다.

     

    그 말인 즉, 안타깝게도 예르나의 잔소리는 이미 목적을 잃어버린 상태임을 의미한다.

     

    ‘밤’도, ‘늦음’도 없는 아린세이아에 의해 이미 루크의 생체시계는 고장난지 오래고, 루크 또한 그 생활습관이 익숙해지고 말았으니까.

     

    “하아아…….”

     

    루크는 몸을 그대로 뒤로 넘기며 풀밭에 쓰러지듯 눕는다.

    그리고 피로한 눈을 감고 팔뚝을 올려 눈꺼풀로 내리쬐는 빛을 가린다.

     

    체감시간 반년만에 취하는 첫 휴식은, 너무나 달콤했다.

     

    “정말, 역천의 모래시계가 고장나지만 않았어도.”

     

    역천의 모래시계.

     

    본래는 말 그대로 ‘하늘을 거꾸로 돌려버리는 힘’이, 그 아티팩트에 담겨 있었다.

    그랬다면 어느 시간대를 설정하든 아무런 제약이 없었을 테지만, 고장이 난 지금은 그렇게까지는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시간의 결정이 부족하다.

     

    “하아, 참으로 재미있는 아이러니다.”

     

    하늘을 뒤집는 모래시계조차도, 흐르는 세월의 풍파를 비껴가지 못했다니.

    그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엘프가 낚시를 한다는 이야기와 비슷한 정도로 재미있는 이야기다.

     

    루크는 시루드가 낚시를 하던 장면을 떠올리며 잠깐 웃었다.

     

    “하하하하.”

     

    그 때는 참 즐거웠는데.

    함께 힘을 합쳐서 티갈로돈(사실은 티갈로돈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기는 했지만, 루크는 일단은 그렇게 칭하기로 한다)도 잡았고, 전 기억과 현생을 통틀어 처음으로 물에 빠지기도 해 보고 말이다.

    시루드가 자신을 물에서 간신히 건져내야 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시루드의 새로운 영웅적인 면을 볼 수 있어서 스승으로서 뿌듯하기도 했지.

    또 그때의 경험 덕분에 수영도 빠르게 늘었고 말이다.

     

    ‘케일, 역시 그대의 말대로 실전이 최고로군.’

     

    그런 추억에 잠시 잠겨있다가, 루크는 다시 고개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이제 컴퓨터쪽은 작업이 거의 끝났다.

    완전히 모든 작업을 끝내려면 아직 과정이 조금 더 남아있기는 하다만, 당장은 이 정도로 마쳐도 되리라.

    이제 컴퓨터 관련의 문제는 없다.

     

    다만…….

     

    “아.”

     

    -퍼석.

     

    루크는 제 옆에 쏟아지는 꽃과 약초들을 피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풀더미 위에는 리브가 지친 듯 쓰러져서 몸을 겹쳐 있었다.

    슬쩍 보니까, 예전에 재배 해 두었던 ‘피로 회복의 영약’에 사용될 재료들임이 분명하다.

     

    그 모습에 루크가 묻는다.

     

    “아니, 이걸 왜 여기로 가져오느냐. 약초는 따로 놓을 곳을 지정해 주었지 않나?”

    “…….”

     

    리브는 루크에게서 받은 선글라스를 살짝 들어올리고는, 고개를 저으며 몇번 손을 휘적거렸다.

    이건 당최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한 루크는 유일하게 언어모듈이 정상작동하는 골렘, ‘케이트’에게 눈짓을 했다.

    아무리 루크가 골렘을 설계했다고 하지만, 모든 알고리즘에서 파생되는 수화까지 일일히 추론하기에는 지금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자 케이트는 능숙하게 리브의 행동을 분석하고 해석을 내놓는다.

     

    “해석, 해당 약초들은 효능이 제거되기 직전의 재료들이라고 함. 가공할지, 아니면 그냥 폐기할 지, 주인의 의견을 묻는 중.”

    “아, 그런건가.”

     

    그동안 역천의 모래시계의 영향 하에서 이 약초들은 거의 영구적으로 보관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다.

    왜냐하면, 역천의 모래시계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닌지라, 원하는 대상을 콕 집어 지정하기가 어렵다.

    그렇다보니 일단 시간을 되돌리는 짓을 하면 전체적인 시간이 돌아가고 마는데, 그건 완성되어가던 컴퓨터의 진행상황까지 다시 뒤로 되돌리는 셈이다.

    즉, 약초를 살리면 또 지금과 같은 짓을 반복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자꾸 그렇게 역천의 모래시계를 과용하면 외부의 시간과의 괴리를 짜맞추는 과정도 상당히 골치아파진다.

    여러가지를 고려해 봐도, 역시 약초를 위해 시간을 돌리는 것은 지나친 손해다.

    하지만.

     

    “끄응, 아무래도 가공해 두어야겠군. 이 약초들 재배하는데 들인 노력이 얼만데.”

     

    아무래도 그냥 버리기엔 그것이 또 너무나 아까웠다.

    루크는 이내 뒷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아무래도, 세레나에게 음료의 상품화를 조금 서둘러 달라고 해야겠는걸.”

     

     

    그러나, 루크는 아직 모른다.

    아직 세레나 측에서는 피로회복제의 상품화에 대한 어떠한 준비도 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아니, 애초에 루크에게 상품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조차도 모른다는 것을…….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루크만 아는 상품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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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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