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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4

        

         

       좋은 정보를 얻은 진성은 제작진과 의례적인 대화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 기다리는 저택이 아닌, 오직 그 혼자만이 존재하는 텅 비어버린 건물을 향해서 말이다.

         

       그렇게 건물로 돌아간 진성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가 착시를 이용해 교묘하게 보이지 않게 가려놓은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걸어 옥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옥상에 가기 전 미리 준비했던 꽃 한 송이를 손에 챙겨 들고 옥상의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옥상의 구석진 곳에는 자그마한 컨테이너가 놓여 있었는데, 남색 계열의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다.

         

       컨테이너의 근처에는 잡동사니들이 놓여 있었는데, 그것을 본다면 누구든지 ‘창고 용도로 쓰기 위해 옥상에 놓았구나.’라고 추측하리라.

         

       진성은 그러한 창고처럼 보이는 컨테이너의 문을 열었다.

       컨테이너에 설치된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눌러서 첫 번째 문을 열었고, 안에 있는 또 다른 문에 지문을 찍어서 미닫이 형태로 된 두 번째 문을 열었다.

         

       그리곤 마지막 남은 세 번째 보안장치인 무형(無形)의 에너지 장벽은 음기와 양기를 끌어들여 특정 에너지의 패턴을 만들어 무력화시켰다.

         

       그렇게 해서 들어선 컨테이너의 안은…기괴했다.

         

       컨테이너의 안은 단순한 창고가 아닌, 미치광이가 광기를 담아 꾸민 방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컨테이너 안을 밝히기 위해서인지 중앙 부근에는 꼬마전구들이 켜져 있었는데, 그 모습이 꽤 기괴했다.

         

       꼬마전구의 전선은 이리저리 엉키고 꼿꼿하게 서며 덩굴나무들이 얽힌 듯 보였고, 전구는 그 전선 사이사이에서 삐죽 튀어나와 바닥에 축 늘어져 있는 것이 마치 빛을 내는 열매가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특이한 실내장식 소품이라고 볼 수 있었으리라.

         

       꼬마전구 나무의 뿌리 부분에 있는 사체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꼬마전구의 아랫부분에는 동물의 사체가 가득 쌓여있었다.

       컨테이너의 안쪽이 후끈한 열기를 품고 있음에도 채 썩지 않은 두더지의 사체는 자그마한 언덕을 만들고 있었고, 전선은 그 두더지에게서 피를 빨아먹듯 파고들어 있었다. 게다가 중간중간 두더지의 몸이 움찔움찔 떨리거나 파르르 진동했는데, 누전(漏電) 때문에 두더지의 근육이 자극받아서 떨리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산더미처럼 쌓인 두더지의 사체를 기준으로 삼아 기하학적인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피로 그려진 듯 보이는 그것은 묘한 규칙성을 가지며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있었는데, 그 길이가 단순히 바닥을 넘어서 벽과 천장까지 빼곡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형태는 구불구불하면서 이리저리 몇 갈래로 갈라지기도 하고, 갈라진 것이 합쳐지기도 하면서 뻗어지는 형태였는데, 그 모습이 사뭇 기괴했다.

         

       꼬마전구 나무가 뿌리를 뻗어 컨테이너 안쪽을 장악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사체를 중심으로 혈관이 뻗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본다면 사교(邪敎)의 사악한 의식을 치르고 있다면서 경찰에 신고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진성은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는 두더지 사체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죽었음에도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는, 두더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르기를 영혼은 고귀한 것이며 오직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라. 동물과 식물에는 영혼이 없으니 이는 조물주께서 인간에게 주신 특권이로다.”

         

       진성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꽃을 든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아주 무거운 물속에서 움직이려 하는 것처럼 아주 느릿하게 말이다.

         

       “다만 이를 탐구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 학식이 하늘에 닿을 것 같아 하늘나라에도 그 이름이 능히 퍼져 있음이라. 그리하여 구도자가 학자를 찾아가 영혼에 관해 묻자 학자가 답해주기를 영혼은 그것을 셋으로 나눌 수 있음이라. 식물에 깃든 것은 생혼(Anima Vegetativa)이라 말하며, 동물에 깃든 것을 각혼(Anima Sensitiva)이라 하며, 인간에 깃든 것을 지혼(Anima Rationalis)이라 하니라.”

         

       진성은 죽어버린 두더지에게 꽃향기를 맡게 하려는 듯 느릿한 궤적을 그리며 두더지의 사체 근처에 꽃을 휘둘렀다.

         

       “학자 이르되 가장 고귀한 것은 지혼(Anima Rationalis)이라. 이해가 있으며,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영원히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이 영혼이로다. 하여 구도자가 묻기를 생혼은 활동하게 하는 생명력에 불과한 것이요, 각혼 역시 활동을 위한 생명력에 지나지 않되 생혼을 포괄하는 것이라면 식물과 동물의 생사는 어찌 구별해야 하는가?”

         

       그렇게 꽃이 궤적을 그리며 기묘한 문양을 그리자, 두더지의 머리 부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더지의 콧구멍이 벌름거리며 움직였고, 냄새를 맡기라도 하는 것처럼 코를 씰룩씰룩 움직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진성이 꽃을 휘두르면 휘두를수록 격렬하게 변했고, 이윽고 그 움직임은 살아있는 두더지와 별다를 게 없는 것이 되었다.

         

       꽃의 향기를 따라가기라도 하듯 꽃이 움직이는 궤적에 맞춰 머리를 조금씩 틀기 시작했고, 꽃이 멀어지면 콧구멍이 좁아지고 꽃이 가까워지면 콧구멍이 커지게 되는 등 계속해서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은 죽어도 영혼이 남아 그분의 품속으로 돌아가니 영원불멸하도다. 다만 동물과 식물은 그렇지 못한즉, 식물은 시들어 마르면 그 생이 다한 것이요, 동물은 움직이지 못하고 심장이 뛰지 못하게 되면 그 생이 다한 것이로다.”

         

       진성은 이미 생을 마감했으나 전기 자극으로 움직임을 보이는 두더지를 ‘살아있는 것’으로 만드는 궤변 같은 주언을 계속해서 이어 나갔고, 의식의 효과로 인해 꽃에 반응을 보이는 두더지를 매개로 의식을 행했다.

         

       “모든 무리 짓는 것에는 으뜸이 있으니 그것을 왕이라 하고, 왕의 위에 존재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신이라. 두더지야 두더지야, 두더지의 으뜸이요 두더지를 가호하는 신아. 하늘나라에서 점지한 배필이 이곳에 있다.”

         

       진성은 손에 쥔 복수초를 하늘하늘 움직였다.

         

       “여기에 크노멘 공주가 있으니 그 형상은 태양을 품은 노란색이요, 얼음 사이에서 피어나는 강인함을 지니고 있으니 그 성정이 옛날과 참으로 같으니. 하여 배필을 다시 안겨줄 것인즉 마땅히 그 대가로 두더지를 부릴 수 있는 권한을 내리라.”

         

       진성은 그렇게 약을 올리듯 두더지의 코앞에서 계속 움직이던 복수초를 두더지의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러자 복수초는 녹아내리는 것처럼 두더지의 몸에 흡수되었다.

         

       덜덜덜.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두더지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복수초를 흡수한 두더지부터 시작되었는데, 그 진동은 점차 두더지에게 퍼져나가며 이윽고 사체로 만든 언덕 전체로 번졌다. 그리고 진동 때문인지 두더지는 가죽과 살코기, 뼈가 저절로 분리되며 바닥에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철퍽.

       철퍽.

         

       가죽은 경사진 얼음 위에 놓은 것처럼 매끄럽게 흘러내렸고, 두더지의 고기는 그 가죽을 카펫 삼아서 여러 조각으로 흩어져 데굴데굴 굴러 바닥에 떨어졌다. 두더지의 내장은 무언가에 바쳐지기라도 한 듯 가루가 되어 바닥에 부서졌고, 뼈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언덕의 뼈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뼈 무더기의 중앙.

         

       거기에 꽃이 피어 있었다.

         

       노란빛의 꽃.

         

       진성이 흡수시켰던 것보다도 더 환한 노란색을 발하는 복수초 한 송이가 말이다.

         

       진성은 그 복수초를 들어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삼매진화를 일으켜 두더지의 가죽과 고깃덩어리를 모조리 태워버린 후, 컨테이너의 밖으로 나왔다.

         

       그는 하늘을 관찰해 방향을 알아낸 뒤, 특정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곤 꽃을 휘두르며 주언을 외웠다.

         

       “두더지야, 두더지야. 신탁이 내려졌으니 너희는 마땅히 나를 왕처럼 여기며 명을 따라 움직여야 할 것이니라….”

         

       성공적인.

       아주 성공적인 방송을 위한 밑 준비를 위해서 말이다.

         

         

         

        * * *

         

         

         

       경상북도 문경시에 있는 황장산.

         

       덥지만 화창한 날씨 속에서, 첫 야외 촬영이 시작되었다.

         

       과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인 촬영이었다.

         

       “후우. 오늘따라 덥네요.”

         

       “그러게. 그래도 날씨가 좋으니 됐지 뭐.”

         

       “그러게요. 가뜩이나 산에서 촬영하는데 비까지 내렸으면…. 어휴. 상상도 하고 싶지 않네요.”

         

       “아니야. 비가 내렸어도 그림은 좋았을 것 같기는 해. 좀 더럽게 고생을 많이 하기는 하겠지만 말이야.”

         

       제작진들은 버스 근처에 옹기종기 모인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하나같이 산을 오르기 편하도록 등산복을 챙겨 입고 있었는데, 손에 들고 있는 촬영 장비만 아니라면 방송국이 아니라 어디 산악회에서 온 것이 아닐까 착각할 법한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들의 반대편에는 볼품없어 보이는 하얀 버스가 있었다.

       그 버스에도 사람이 모여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방송국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칙칙한 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소위 ‘국방색’이라고 불리는 색의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

         

       군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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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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