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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4

       

        

        

        

        

        

        

        

       “앞으로 최소 5년은 더 끌 거라고 예정됐던 미국 탈환 전쟁이 3개월도 안 되서 끝나가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치죠.”

        

        

        

        샌디에이고 사령부, 날씨 맑음.

        

        뚜벅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홉 개의 발소리가 연이어 울려퍼지고, 이내 사령부의 디브리핑 룸 앞에서 멈춰서더니 문이 열린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의 압력 발판이 작동하며 캘리포니아 전체를 표시하는 대형 위성 지도가 떠오르는 사이 여덟 명의 인원이 의자에 앉았다.

        

        눈짓 한 번에 확대 이동이 시작된다. 캘리포니아의 주도가 떠올랐다. 도시를 관통하는 여러 개의 강, 새크라멘토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광경이었다 – 물론 이번 년도에는 무려 3월까지도 눈 덮인 날이 이어지게 만든 정신나간 폭풍이 해당 지역을 덮쳤지만.

        

        그리고 그 말대로, 자동으로 띄워진 새크라멘토 관련 데이터 중 기후 데이터를 본 이들이 어처구니없단 듯 웃음을 터뜨렸고, 연단에 선 오웬스는 그것을 힐끔 보더니 스윽 지워버렸다.

        

        

        

       “이상기후도 이런 이상기후가 없군요.”

        

       “수천 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눈폭풍 상륙이라는군. 재수가 없었던 거지.”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극히 드문 도시가 최저 기온 영하 27도를 찍었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실제로 벌어진 것이었고, 이 자리에 있는 아홉 명 – 혹은 열 명 – 이 그 산증인이었다. UAV조차 제대로 된 스캔이 불가능할 정도의 악천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연합군 머저리들은 입이 돌아갔죠. 예상 동사자만 수천 명에 달할 지경이라는 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그 중 우리가 다녀왔던 새크라멘토 국제공항 주둔 인원이 그 동사자 중 절반 정도 채웠을 걸.”

        

       “당연한 소리를.”

        

        

        

        운도 더럽게 없지.

        

        하지만 전쟁이란 건 항상 그 모양이었다. 원할 때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의 지원을 받는 건 역사서를 뒤져서 나온 수 년 동안 이어진 전쟁들 사이에서도 그닥 흔하지 않았다. 오히려 소위 말하는 억까 상황이 발생하는 게 대다수인 경우가 전투였다.

        

        연합군들에게 있어서의 불운은 바로 날씨였다. 아마도 사전 답사 혹은 그동안의 데이터를 통해 확인한 결과, 새크라멘토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도시 몇몇이 지중해성 기후라는 사실을 믿고 보급을 적당히 챙겨온 이들은 전부 냉동인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게다가 잔존 세력들은 이번 교전에서 거의 다 끝장났을 거고.”

        

       “그렇지. 막내 말에 의하면 새크라멘토에서의 일 자체가 거의 다 끝나간다더라. 마터 공항에서 보낸 3개 대대급 증원이 통째로 삭제당하고 핵탄두까지 뺏겼으니 뭘 할 수 있을 리가 있나.”

        

       “더 이상 발붙일 곳이 없는 수준인데. 이쯤 되면 시애틀에 있는 놈들까지 전부 항복해주면 좋겠단 말이지.”

        

       “일단 네가 그리 말하는 걸 보니 어림도 없을 것 같긴 하다.”

        

        

        

        그 말대로, 안타깝게도 반격의 봉화이자 동시에 미국 수복의 종점이기도 한 시애틀은 정찰 결과 이미 새크라멘토보다 한 발짝 눈폭풍이 풀린 상태였다. 도시가 하얗게 변하긴 했어도 그 어떠한 방해조차 없이 한 달 가량이 지나버린 시점.

        

        진즉에 주요 기동로의 눈은 다 치웠을 확률이 높았고, 그마저도 날씨가 좋으면 조금씩 녹을 확률이 높았다. 게다가 항구도시 아니랄까봐 화력지원이 가능한 구축함들 역시 일부 존재하였고.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시애틀 아래에 존재하는 포틀랜드 역시도 아직 적 연합군들로 우글우글하긴 했지만 이들이 이렇게 대화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어차피 시애틀을 점령하게 되면 포틀랜드에 있는 적들은 더 이상 그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항복할 확률이 더 높지.’

        

        

        

        미국이란 나라의 네임밸류와 저력이 아직 살아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나 그렇듯 대도시 시가전은 매번 피로스의 승리를 예상해야만 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추후 국제법에 아슬아슬하게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적들을 힘겹게 만드는 것이 그나마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

        

        물론 국제사법재판소는 이미 증발해버린 지 오래였지만.

        

        아무튼, 그와는 별개로-

        

        

        

       -[알림 : 통신 연결됨.]

        

        

        

       “…아, 아. 다들 잘 들려요? 다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우리가 할 말을 대신 해줬군. 그동안 잘 지냈나?”

        

       “아하하, 그동안 계속 새크라멘토 쏘다니고 다녔죠.”

        

        

        

        이제부터는 막내의 시간이었다.

        

        삽시간에 화기애애해지는 분위기와는 별개로, 반드시 해야만 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 정확히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유진이 현실로 돌아가서 시행하고 있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같은 무언가가 자신들의 현실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불과 며칠 전에는 실제로 그림자-막내와 칼 엑스포에서 조우하기도 하였으니, 어떻게 보면 서로 다른 미션을 수행하고 있단 소리. 그렇다면 저쪽 역시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디브리핑해줄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리하여 유진은 능숙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현재 여긴 꽤 날씨가 걷혔어요. 눈이 오는 날은 거의 없고, 어제 마터 공항까지 탈환했으니…아마 하루이틀 정도 지나면 여기서의 일은 마무리될 것 같네요.”

        

       “매번 신세지네. 고생이 많아.”

        

       “말했잖아요, 슬슬 작전에 투입되는 숫자가 줄어들 거라고.”

        

        

        

        작게 큭큭대며 웃는 막내와 그것을 보며 웃는 아홉 명의 인원들 – 처음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고작해야 몇 주조차 지나지 않았음에도 즉각적으로 느껴지는 체감.

        

        본래라면 아직도 로스앤젤레스, 잘하면 산 호세를 쏘다니며 오만가지 사보타지를 저지르고 다녔을 확률이 높았지만, 지금은 예전보다도 훨씬 적은 수의 작전에 나가면서도 그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벌써 미국의 완전한 수복을 코 앞에 두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그 때문에 다른 고민이 생길 지경이었다.

        

        

        

       “남은 시간을 주체하질 못하겠는데.”

        

       “정신나간 소리하지 말고 군의관한테 PTSD 검진이라도 받고 와라.”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이런 빌어먹을 오웬스….”

        

        

        

        물론 농담이었다.

        

        하여간 그 자리에서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은 없었다. 과거 종군기자였던 크리스 헤지스의 저서에서 나왔던 ‘전쟁은 전투의 격렬함은 마약과도 같아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라는 말은 이들에게 언제나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었으니까.

        

        일반인들이라면 평생 한 번이나 겪을까말까 한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무려 5년 가량이나 타넘은 이들이다. 특히나 여타 태스크포스에 비해 그 빈도가 무척이나 많은 대거 팀은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다시금 미국을 정상화한다는 정당한 이유가 있고, 도시를 짓밟고 쑥대밭으로 만들거나, 혹은 미국이 바이러스로 휘청이는 틈을 타 세계의 주도권을 제패하기 위해 조국에 상륙한 적들만을 상대로 싸워왔기에 실질적인 PTSD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지만, 그럼에도.

        

        그 정도의 격렬한 시간 속에서, 일상이라는 단어가 가진 느낌은 조금씩 마모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슬그머니 이어지는 물음.

        

        

        

       “다른 세계의 우리는 뭘 하고 있나요?”

        

       “아쉽게도 거기서도 다들 비슷해요. 키신저는 시크릿 서비스, 부분대장은 국방부장관 비서실장, 로건과 오웬스는 더 유닛, 로렌티나는 DEV, 마커스와 레이피어는 PMC 고위….”

        

       “됐다, 됐어. 저쪽도 거기서 거기구만.”

        

       “그러길래 나처럼 막내한테 시가나 몇 상자 사다달라고 하지 그랬어.”

        

       “이카루스 기어 없었으면 폐가 석탄이 됐을 놈이.”

        

        

        

        물론 어쩔 수 없긴 했다.

        

        막상 다른 취미를 찾으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인프라가 있어야만 가능했으니. 음악감상이나 영화, 드라마 보기 같은 게 될 리가 없었고, 그렇다고 축구나 농구, 혹은 복싱을 비롯한 다른 것들은 시간적 여유 및 꽤 여러 명의 인원을 꽤나 필요로 했다.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짬을 내면 그런 걸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 치도 예상할 수 없는 긴급 작전이라는 명목 아래에 몇 번이나 하던 일을 다 마무리하지 못한 채 총기를 잡아든 이들에게는 그닥 익숙하지 않은 문물이기도 했다.

        

        사회라는 거대한 인프라가 묵직한 소리를 내며 망가지면 자연스럽게 취미 찾기도 어려워지는 법이었다.

        

        

        

       “…뭐, 그러면 나중에 필요한 게 있으면 여기서 가져와볼게요.”

        

       “그래, 고맙다.”

        

        

        

        그러더니 이어지는 로건의 말.

        

        

        

       “이런 사소한 것까지 생각해볼 때가 왔네. 네 덕분이다.”

        

        

        

        기나긴 미국 수복전이 끝나가고 있었다.

        

        유진은 그에 싱긋 웃었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갔다.

        

        

        시애틀에 그림자가 상륙하기까지 15일 전이었다.

        

        

        

        

        

        

        

        

        

        

        

        

        

        

        

        

        

        

        

        

        

        

       “우와, 유진 씨! 포틀랜드랑 시애틀로 올라가는 와중에 유진이라는 이름의 도시가 있어요!”

        

       “제가 그 말 할 거라고 140% 가량 확신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네요.”

        

        

        

        그럼 그렇지.

        

        심지어 스펠링도 동일하다. 이들에게는 실로 아쉽겠지만 도시의 상징이 뱀이거나 하지는 않다나 뭐라나. 흥미가 동해서 잠깐 찾아보기는 했지만 그렇게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 농산물과 목재, 한편으로는 첨단 과학기술 연구 및 제조업의 도시라고는 하는데.

        

        이래서 캘리포니아의 어지간한 도시들이 죄다 실리콘밸리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듣는구나 싶었다. 물론 컴퓨터 뿐만이 아니라, 전자기기 전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다들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수 대기업들은 저쪽 세계에서는 싹 다 망해버렸지만.

        

        

        좌우지간, 대략 25일 가량이 걸려 새크라멘토는 무사히 미국의 품에 안겼다. 한 번 세력전의 맛을 본 이들 전원은 온갖 땡깡을 부리며 해당 미션을 계속해서 열어달라고 난리를 쳤지만, 당연하게도 게임사는 그 어떠한 에누리조차 없이 불과 몇 시간 전 모든 유저들을 전부 내쫓았다.

        

        사실 내쫓았다기보단 사전에 공고한 것과 같이 샌디에이고에 수많은 길드 건물 – 안식처에서 이름을 바꿨다 – 이 세워지긴 했지만. 그리고 그마저도 사실 PVP보다 PVE를 더 좋아하는 이들은 큰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물론 나는 신경쓸 게 있었다.

        

        

        

       “이 망할 공간을 샌디에이고 위에 그대로 붙여넣게 되다니.”

        

       “에이, 왜 그래요. 그래도 나름 가까이서보면이쁘고그치만이런거라도없으면너무아쉬운아아아악잘못했어요선생님-!”

        

       “…하모니는 1호 제자랍시고 은근슬쩍 유진 씨한테 개기는 경우가 많네요.”

        

        

        

        명예의 전당.

        

        다르게 말하면 하모니와 다이스, 이 둘이 내가 없는 사이 쓸데없는 팬심을 발휘하여 만들어버린…일종의 내 갤러리 같은 것이었다. 야시시한 게 아니라 멋있는 그림들을 그려오는 팬아트 장인들에게 직접 허락을 맡아 팬아트를 갤러리에 걸어놓는가 하면, 내가 받았던 트로피와 순금 인식표까지 재현했다.

        

        게다가 무비룸이라는 곳에 가면 무려 1시간도 넘는 내 활약상 – 물론 파이널 챔피언십에서 나왔던 클립만 이어붙인 것이었다 – 을 매드무비랍시고 재생할 수도 있었다. 하모니가 편집자를 갈아넣다 못해 외주까지 해가며 나와 이카루스에 정식으로 허락을 받아 자기 채널에 올린 영상이었다.

        

        조회수는 무려 3천만이 넘었다.

        

        

        물론 그 외에도 설명하기 싫다 못해 형용 불가능한 여러가지 것들이 있었지만, 일 때문에 바쁘고 미션 때문에 바빠 저걸 어떻게 하면 좀 더 멀쩡하게 만들 수 있을까 – 정도만 고민하다가 결국 이 지경에 이르른 것이었다.

        

        

        

       “없앨 수도 없고.”

        

       “우엥, 그건 안 돼에….”

        

       “안 없애요.”

        

        

        

        저거 때문에 길드 아지트 방문자 수가 하루에 만 명을 넘는다. 입장료라도 걷어야만 할 판이었다.

        

        아무튼 내 손아귀에 붙들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하모니를 다시 땅바닥에 내려놓고 화면을 살폈다. 허공 위에 떠오른 D-15, 그 옆에 보이는 시애틀이라는 단어가 실로 인상적이었다. 미국의 완전한 수복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니 실로 감회가 새로웠다.

        

        하지만 길드 아지트 자체가 그런 내 감회를 와장창 깨버릴 정도로 북적북적했기에, 나는 생각을 그만두고는 가장 최근에 날아온 메시지를 보면서 또다른 생각에 잠겼다 – 그래도 이건 좀 더 직접적으로 와닿는 것이었기 때문에 좀 더 고민할 수 있었다.

        

        요컨대 이게 무슨 소린가 하니,

        

        

        

       -[Laurentina : 3월부터 7월까지 전술교류 차원에서 한국 파병. 3월은 시간이 많을 것 같네요. 로건도 사비로 한국 방문한다는데, 어때요?]

        

        

        

       “군대에서 못 나오니까 아예 한국으로 파병을 오네, 이 미친 사람 같으니….”

        

        

        

        로렌티나가 한국으로 날아온단다.

        

        아마 지금쯤 연합훈련과 관련하여 파견 인원들의 출신을 확인해본 진해 해군기지의 누군가는 입을 떡 벌리지 않았을까. 듣자 하니 로렌티나 이 양반은 골드 스쿼드론 중에서도 인지도나 실력으로나 전부 원탑을 먹은 걸로 기억하는데.

        

        아무래도 드론의 블러 기능을 좀 많이 손봐야만 할 것 같다. 로건은 아직 그렇다고 쳐도 로렌티나는 정체를 상당히 빡세게 숨겨야만 하니까 – 뭐, 로건은 이미 늦었긴 하지만. 그렇게 보면 출신 부대만 잘 숨기면 얼굴 자체는 밝혀져도 상관없는 걸지도.

        

        모르겠다. 요는 로렌티나와 DEVGRU 사이의 연관성을 추측할 여지를 주지 않으면 되는 것뿐이니 어떻게든 되겠지.

        

        

        한편 하모니와 다이스는 좋은 생각이 났는지, 금방 돌아오겠다고 하고서는 어디선가 큼지막한 상자 하나를 들고 와서는 명예의 전당 앞에 설치해놓고 입장료를 받기 시작했다.

        

        입장료는 매우 쌌지만, 어처구니를 거의 다 상실할 뻔했다. 아무튼 남은 정신을 붙잡고는 현실의 시각을 확인했다. 오후 11시 30분이었다. 큰 무리 없이 로건에게 전화를 걸 수 있을 듯했기에 저 둘이 딴짓을 하고 있는 사이 전화를 걸었다.

        

        금방 달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용케도 내가 깨어있는 시간에 전화를 걸었네. 한국은 지금쯤 자정일텐데.”

        

       “스트리머들은 이 시간대가 피크죠. 아무튼 그건 그렇고 상어 씨가 온다고 하는데, 왜 저한테는 얘기 안 해줬어요?”

        

       “나도 30분 전에 막 전해들은 이야기거든. 하여튼 정신나간 년 같으니…”

        

        

        

        그 말대로.

        

        하여튼 정신나간 사람 같으니라고.

        

        그래도 이렇게 행동력이 이상하게 강력한 사람 한두 명이 있으면 확실히 일이 쉬워지긴 했다. 설마하니 파병 및 전술 교류를 핑계로 한국에 대놓고 올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만….

        

        한편 내가 메시지를 읽은 상태였기에, 로렌티나는 그걸 즉각 확인하고는 사전에 받은 듯한 스케줄표를 내게 전송했다. 원래라면 이런 것도 보안 파일이지만…이런 걸 생으로 보내줄 줄이야, 참 대단한 사람이다 – 물론 받는 주체가 이카루스 기어라 절대 추적당할 일이 없어 그런 것도 있지만.

        

        그리고 그로부터 몇 초나 지났을까.

        

        전화가 걸려왔다.

        

        

        

       “읽어봤나요?”

        

       “우왁, 깜짝이야. 이제 파일 열었거든요!”

        

       “그닥 볼 건 없어요. 1주차와 2주차는 한국 적응기라서 2주 정도 시간이 프리하단 것 정도만 보면 되니까.”

        

       “아니, 그것보다. 로건한테도 30분 전에 알려줬다면서요?”

        

       “한국 연합훈련 참가 공고가 일주일 전에 붙었고, 이제 승낙이 났으니 그럴 수밖에요.”

        

       “아.”

        

        

        

        그렇다고 해서 그걸 냉큼 지원하는 것도 조금 그렇지 않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생각해보면 그닥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한국이 뒤에 -스탄이라는 단어가 붙는 나라 급으로 낙후된 곳도 아니고, 언어가 그닥 잘 통하지 않는다는 걸 제외하면 문제가 있을 리가.

        

        그나저나 교류 대상을 보니 한국을 대표하는 특수전 부대 중 하나인 UDT와의 교류였다. 아마 로렌티나가 가게 되면 거기를 전부 뒤집어엎고 – 실력적으로든, 혹은 다른 방향으로든 – 나오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그건 내가 신경쓸 부분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진해라, 무지막지하게 먼 곳이네요.”

        

       “우리 작은 고양이가 지난 번 상품으로 비싼 걸 타간 걸로 기억하는데, 그걸로 픽업을 부탁하면 해줄까요? 막내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냥 제가 차를 빌려서 갈게요.”

        

       “이번에는 부숴먹지 않길 바라야겠군요.”

        

       “안 부순다니까요!?”

        

        

        

        헉.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버렸고, 당연하게도 하모니 및 다이스와 시선이 닿아버렸다.

        

        그리고 그걸 그냥 무시할 두 명이 아니었다. 이들은 스트리머 – 혹은 프로게이머 – 의 촉으로 무언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단번에 캐치해냈고, 즉각 다가와서는 무슨 일인지를 열심히 캐묻기 시작했다.

        

        그 후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은 진짜 뜬금없는 컨텐츠 각은 기가 막히게 잡는 것 같아요.”

        

       “제가 잡는 게 아니죠. 제 지인들이 잡는 거라고 해주세요.”

        

       “유유상종이거든요, 유진 씨.”

        

        

        

        끼리끼리 모이면 닮는다.

        

        나는 그 사실을 힘겹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시애틀에서의 교전이 시작되기 전까지의 15일 동안 할 일이 생긴 셈이었다.

        

        

        

        

        

        

        

        

        

        

        

        

        

        

        

        

       “골드 스쿼드론? 와, 이번에는 힘 빡 주고 오는데?”

        

       “심지어 발현자라는데. 나 나이프 파이팅 빠져도 되나?”

        

       “…어우. 이 사람 맨손으로 레벨 4급 장갑판을 부쉈어.”

        

        

        

        한편.

        

        진정한 발현자의 힘을 목도한 이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상어이빨이 다가오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상어수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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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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