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34

        내가 블레이즈를 이용하고자 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현재 우리에게 닥친(정확히는 내 방송에 닥친) 문제는 하나다.

        방송이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게이트 공략을 할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그 원인은?

       

        ‘게이트가 너무 넓다는 것이겠지.’

       

        아,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간’ 기준이다.

        나나 내 권속들, 그리고 블레이즈의 기준으로는 그렇게 넓은 공간은 아니다.

        몸을 뉘이고 뒹굴거릴 공간만 따지자면 충분하겠지만, 사냥터까지 생각해 보면 한참 좁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내 권속들은 조금 다르려나?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 ‘넓은 게이트’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해진다.

        ‘거리’가 문제니, 그 ‘거리’를 확 줄여 버리면 되지 않는가?

       

        “블레이즈. 네가 우리를 좀 태워주어야 하겠구나.”

       

        = ……네?

       

        블레이즈가 입을 쩍 벌렸다.

        ……뭐가 저렇게 놀랄 일인 것일까?

       

        – 아닠ㅋㅋㅋㅋ

        – 자연스럽게 드래곤 라이딩 요궄ㅋㅋㅋ

        – ㅋㅋㅋㅋㅋ

        – 아! 효자는 어머니 업어드려야지!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

        – 그런데 백익룡 타면 빠르게 보스까지 갈 수 있을 듯?

       

        봐라. 시청자들도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가?

        단순히 ‘비행 속도’만 따지면 나보다도 빠르게 날아다니는 드래곤이 바로 블레이즈다.

        그의 속도라면 단숨에 저 ‘궁전’이라는 건물에 도착할 수 있을 터.

       

        슈르륵!

       

        “부탁하마.”

       

        = 아니, 그, 좀…….

       

        블레이즈의 몸에 용금으로 ‘안장’을 만든다.

        그러자 블레이즈는 뭐라고 말을 하려다 말고 고개를 푹 숙였다.

       

        = 에휴…… 타십시오.

       

        블레이즈가 몸을 굽혔다.

        어딘가 자포자기한 것 같은 모습인데…… 왜 그럴까?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풉! 푸흡!”

       

        시청자들도, 내 옆에 서 있던 이현도 웃는다.

        이게 웃긴 상황일까?

       

        “주인님.”

       

        블레이즈의 몸 위로 올라가려 하니, 자예가 자기 꼬리를 사용해 계단을 만들어 준다.

        아무리 블레이즈가 몸을 굽혔다고 한들, 블레이즈의 크기는 인간 아바타 형태인 내가 올라타기엔 조금 컸다.

        그렇기에 자예가 저렇게 자기 꼬리로 계단을 만들어 준 것이겠으나…….

       

        “그럴 필요는 없다.”

       

        슈르륵!

       

        굳이 자예의 꼬리를 밟을 필요가 있나?

        블레이즈의 몸에 둘러놓은 안장에서 금속을 빼내 계단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간단하게 블레이즈의 몸에 올라탈 수 있으니까.

       

        “너희들도 올라오거라.”

       

        “실례하겠습니다 도련님.”

       

        = 명령. 따릅니다.

       

        = 아이고. 실례합니다.

       

        “아하하핰ㅋㅋㅋ 수고해라 탈것!”

       

        = ……이현. 넌 두고 보자.

       

        그렇게 모두가 블레이즈의 등 위로 올라탔다.

        그러자 블레이즈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말했다.

       

        = 날아가겠습니다. 충격과 바람, 그리고 중력에 대비하시길.

       

        “그래.”

       

        나의 손짓에 따라 안장을 이루던 금속 일부가 우리를 뒤덮는다.

        그와 동시에 블레이즈의 신형이 허공으로 치솟았다.

       

        “우와아아아악?!”

       

        일행 중 가장 힘이 떨어지는 협회원이 비명을 지른다.

        그 외에는 비명 지르는 이 하나 없이, 우리는 빠른 속도로 ‘궁전’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대략 10분 정도면 되나?

       

        “날아가는 데 불편한 점은 없더냐?”

       

        = 한동안 날개를 안 써서 좀 뻐근한 것만 제외하면, 불편한 곳은 없습니다.

       

        “그래. 다행이구나.”

       

        어쩌다 보니 내 방송 소재가 되어 버린 ‘게이트 공략’이었으나, 본래 이 게이트에 들어온 이유는 어디까지나 블레이즈를 위해서였다.

        아그라다의 주인에게서 입은 부상을 회복하고, 한동안 쉬었던 근육과 몸을 시범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인 것이다.

        방송에 신경을 쓰고 있긴 하지만 이런 부분도 소홀히 할 수는 없다.

       

        ‘주객전도라고 하던가? 그렇게 되면 안 되지.’

       

        어쨌든 블레이즈는 완전히 회복한 모양이다.

        뭐, 초월자 정도가 되면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가 깨닫지 못하는 일도 거의 없겠다만…….

       

        – 와

        – 빠르다

        – 캬! 백익룡 비행기 출동!

        – 곡예비행 보여주세요!

        – 와. 개 빠르네 진짜.

        – ㅎㄷㄷ

        – 샤이닝 비행기!!

       

        떠들썩한 채팅창을 바라보며 날아가길 잠시.

        어느새 우리는 ‘궁전’이라는 건축물의 상공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아무래도 보스는 꼭대기 층에 있는 모양인데…… 어쩔까요?

       

        블레이즈가 묻는다.

        아무리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S랭크 게이트라고는 하지만 블레이즈의 브레스를 사용한다면 저 구조물 채로 보스를 소멸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블레이즈가 묻는 이유는 하나다.

       

        “흠…… 아직 방송 시간도 남았는데, 굳이 빠르게 끝낼 필요가 있겠느냐?”

       

        방송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모를까, 시간도 남았는데 급하게 끝낼 이유는 없다.

        그냥 1층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면 되겠지.

       

        “너희들은 이 게이트를 빠르게 클리어할 이유가 있느냐?”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내 옆에 앉아 있는 인간들에게도 물었다.

        그러자 이현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했다.

       

        “전 딱히 상관없습니다. 오늘 스케줄 다 비워뒀으니까요.”

       

        협회원에게 시선을 옮기니, 그는 자기 안경을 매만지며 답했다.

       

        “클리어를 하실 거라면, 딱히 상관없습니다.”

       

        “그래. 그럼 착륙하자꾸나.”

       

        = 알겠습니다.

       

        궁전의 상공을 빙빙 선회하던 블레이즈가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 우리 비행기. 착륙합니다.

       

        “음? 그게 무슨 소리더냐?”

       

        = 어머니. 이게 인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조~크 라는 겁니다.

       

        “?!”

       

        그, 그런 것인가?!

        나보다 인간들 사이에서 오래 생활한 블레이즈가 하는 말이었기에,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

       

        – 아닠ㅋㅋㅋㅋ

        – ㅋㅋㅋㅋ

        – 엌ㅋㅋㅋㅋㅋㅋㅋ

        – 미친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

        – 이상한 거 알려주지 마세욬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청자들도 재미있는지, 채팅창이 ‘ㅋㅋㅋ’으로 가득 차기 시작한다.

        ……블레이즈의 말이 진짜인 것 같은데?

       

        ‘나중에 블레이즈에게 인간들 사이에서 통하는 농담이라도 좀 배워둘까?’

       

        진지하게 그런 생각하는 사이.

        블레이즈의 몸에서 ‘빛의 조각’이 산란하여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그리고 지상에 내려앉은 빛 조각에서 큰 폭발이 일어났고…….

       

        쿠과과과과과광!!

       

        콰광!

       

        콰아아앙!!

       

        지상에 잔뜩 모여 있던 오토마톤의 군세가 소거되고, 블레이즈는 텅 빈 대지 위로 착륙할 수 있었다.

       

        “갸르츠. 울페. 정리하거라.”

       

        = 명령. 수행.

       

        = 명 받잡겠습니다!

       

        내 명령에 갸르츠와 울페가 밖으로 몸을 날린다.

        각각 양쪽으로 몸을 날린 그들은 이쪽을 향해 몰려오는 오토마톤 군세를 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주인님. 잠시.”

       

        펄럭!

       

        그러는 사이.

        자예는 내리려는 나보다 먼저 내리더니, 9개의 꼬리 사이에서 우산을 꺼내 내 위에 씌워주었다.

       

        “햇빛이 따갑습니다.”

       

        “……이 정도로?”

       

        당연하지만 내 아바타는 겨우 이 정도 햇빛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나약하지 않다.

        인간들에게는 치명적인 독극물도 그냥 맹물처럼 마실 수 있는 것이 내 아바타인데, 겨우 햇빛의 방사선 따위에 영향을 받을까?

       

        ‘자예는 너무 유난스럽단 말이지…….’

       

        자예는 인간을 싫어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인간을 너무 신경 쓰는 경향이 있다.

        지금 자예의 행동만 봐도, 인간들이나 할 법한 행동이지 않은가?

       

        “뭐…… 고맙구나.”

       

        “후훗.”

       

        그래도 귀여우니까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이것은 자예 나름대로의 어리광이었으니까.

       

        나는 자예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었다.

       

        “골골골…….”

       

        – ㅗㅜㅑ

        – 여우 눈나의 골골송?!

        – 클립 각이다!

        – 캬아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ㄱㅇㅇ

        – ㄱㅇㅇ

        – 와오

        – ㄱㅇㅇ

       

        그렇게 우리는 궁전 건물의 앞에 설 수 있었다.

        나는 시야를 가리는 자예의 우산을 살짝 들추고, 건물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대문’을 바라보았다.

       

        “이현아.”

       

        “네.”

       

        “너희 인간들은, 보통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결하더냐?”

       

        “음…….”

       

        내 질문에 이현이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곤 생각을 모두 정리했는지, 손가락을 튕기며 답했다.

       

        “보통은 주변을 살펴서 단서를 얻죠. 문을 열 방법이나, 열쇠 같은 거 말이에요.”

       

        “그렇구나.”

       

        “하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저거죠.”

       

        이현이 블레이즈를 가리킨다.

        내가 블레이즈를 바라보자, 블레이즈는 본체의 형태로 대문을 향해 다가가더니, 그대로 몸을 회전시켜 꼬리를 휘둘렀다.

       

        콰아아아앙!!

       

        – 헐

        – 아닠ㅋㅋㅋㅋㅋ

        – 대문 뿌셔! 다 뿌셔!

        – ㅋㅋㅋㅋㅋ

        – ㅋㅋㅋ

        – 그렇지. 저게 간단하짘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몸이 좋으면 머리가 편안 함ㅋㅋㅋㅋㅋ

       

        “그렇구나.”

       

        “그럼, 들어갈까요?”

       

        그렇게 우리는 궁전의 내부에 진입했다.

       

       

        *            *            *

       

       

        한편. 궁전의 최상층.

       

        우우웅!!

       

        어둠에 잠겨 있는 공간의 안쪽에서 붉은색의 빛이 번뜩였다.

       

        = 침입자 감지.

       

        = 침입자 배제 개시.

       

        = 프로토콜 실행.

       

        철컥! 철컥!

       

        끼리리릭!!

       

        기계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이어서 철과 철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 소란의 중심에서, 붉은색의 빛은 꺼지지 않은 채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 침입자 전력 계산.

       

        = 최고 위험도 부여.

       

        = 최고 등급 위험 상태 선언.

       

        = 전 병력 집결.

       

        지지직!

       

        우우웅!!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어둠과 붉은색의 빛만이 존재하던 공간에 푸른색의 번갯불이 번뜩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번갯불이 번쩍일 때마다, 어둠이 일순간 물러나며 공간의 내부를 비춘다.

       

        그곳은 톱니바퀴와 태엽이 가득한 공간.

        벽면에서는 연신 회전하는 톱니바퀴가 가득하고, 그 톱니와 톱니 사이엔 영구히 돌아가는 태엽 열쇠가 박혀 있다.

       

        그리고 그런 공간의 한가운데.

        마치 왕좌처럼 보이는, 공간의 한가운데를 차지한 구조물.

        그 구조물의 위에 시체처럼 앉아 있던 ‘붉은색 안광’이 번뜩인다.

       

        = 모든 것은, 황제 폐하를 위해.

       

        구구구구구구구궁-!!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고대의 유적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 작동을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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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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