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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4

    <334 – 억울한 스노우볼>

     

    스트렝스 발동전후 30장과 33장을 기록하고 정시까지 강의실에서 탈출하지 못했던 티토소가는 잔뜩 삐진 얼굴로 투덜거렸다.

     

    “오크노디는 시험 먼저 치르기 금지!”

    “에엣? 치사해. 그런 법이 어딨어.”

    “오크노디가 더 치사해. 그런 실력으로 제일 먼저 통과하면 뒷사람들은 어떡하라고. 결국 기록을 넘긴 한 명밖에 강의실을 나가지 못했잖아.”

    “집에는 같이 가고 싶었는걸!”

    “그건… 조금 기뻤지만. 헤헤.”

     

    옆에서 듣던 즈앙이 의외라는 얼굴로 가면을 슥 들어 올려 맨얼굴을 보여주었다.

     

    “그 한 명은 누구야?”

    “빅스톤 선배.”

    “실력이 좀 있나봐?”

    “스트렝스에 관통마법까지 섞어서 통과했어. 기본만 충실하면 응용은 상관없다고 교수님도 허락했고. 치. 강의시간에 가르쳐주지 않은 잡기술로 통과하다니 순 사기잖아. 이래서 1학년들은 안 듣는 강의 같아.”

    “이상하네. 나도 오크노디랑 그런 강의 듣는데.”

     

    티토소가가 눈을 빛냈다.

     

    “정말? 거기는 어땠어? 오크노디가 선배들을 괴롭히고 그러지 않았어?”

    “그런 건 모르겠는데.”

    “오크노디 때문에 강의가 더 어려워지지 않았어?”

    “딱히. 그냥 재밌었어.”

     

    수요일 2교시.

    브론즈 교수의 <해체의 모든 것> 강의시간.

    지하계단에서의 충격적인 미믹 경험 이후, 그런 위험한 수제자 특훈을 오크노디 혼자 듣게 둘 수 없다는 이유로 두 사람은 브론즈 교수의 강의에 도전했다.

    오크노디와 즈앙, 티토소가 세 사람이 함께 강의를 듣는 강의시간이기에 정보교류는 활발했다.

     

    “변장술의 기초와 이해 강의시간에는 뭘 했어?”

    “들려줄까?”

    “응응! 듣고 싶어.”

     

    즈앙은 엊그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 * *

     

     

    <변장술의 기초와 이해>.

    월요일 수요일 6교시 21시~23시.

    핑크베리 교수의 강의시간.

     

    즈앙의 강의고르기에는 명확한 컨셉이 있다.

    암살자로서의 역량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

    변장술 강의는 남의 눈을 피해 잠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남의 눈앞에서도 목표에게 접근할 수 있는 아주 유익한 기술이었다.

     

    “약아빠져가지고는. 무슨 1학년이 벌써부터 변장술을 배우려고 그래?”

    “…”

     

    성깔은 조금 나쁘지만 나이 많은 남성교수들이 많은 아카데미에서 유독 어리고 명량한 교수는 유독 눈을 사로잡았다.

    핑크색 트윈테일을 좌우로 흔들며 칠판 앞에서 총총거리는 아카데미 최단신 교수.

    그 키는 고작 144cm.

    아카데미에서 세 번째로 키가 작은 즈앙이 키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교수이기도 했다.

     

    ‘꼭 오크노디 같네.’

     

    나보다 강하지만 동시에 나보다 작은 사람.

     

    “이상한 애네.”

     

    꼭 쫓아내려는 것처럼 모진 소리를 해도 차분히 앉아있는 즈앙의 모습에 핑크베리는 즈앙을 쫓아내기를 포기했다.

    변장술 강의는 1학년들은 듣지 않는 강의였다.

    바로 지난 주만 해도 오크노디처럼 키가 작은 교수님이 강의를 한다는데? 라는 소문으로 몰려든 1학년들이 제법 있었다.

    핑크베리 교수는 귀여운 외모에 그렇지 못한 성깔머리로 그런 불민한 수강생들을 쥐나 벼룩으로 변신시켜 혼쭐을 내주었다.

    …변장술이 아니라 변신마법 강의를 들으러 왔나 싶어지는 광경!

    물론 즈앙은 아무런 해코지도 당하지 않았다.

    본인도 키가 작기도 하고, 키 작은 교수님이 무척 마음에 들기도 해서 무례한 소리는 일절 하지 않았으니까.

    사람의 악의만큼 호의에도 민감한 교수님도 그런 즈앙의 마음씨를 알아보고 기특한 1학년이라며 우대해주기까지 했다.

     

    “친구를 데려왔어요.”

     

    내가 좋아하는 교수님과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만나면 좋아하는 것이 두 배가 된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더 좋겠지.

    즈앙의 단순한 발상이 적중했는지 오크노디를 본 핑크베리 교수님의 반응은 아주 격렬했다.

     

    “너는…! 모기가 근처에 있던 아이!”

     

    대운동회에서 <학년대항전 : 피구>를 관람하면서 오크노디를 알아봤던 핑크베리 교수.

    교수의 반응에 오크노디가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모기요? 그런 거 몰라요!”

     

    크루즈선에서 그 모기를 잘만 이용해서 안락게의 사도까지 골로 보냈던 <잠복형 마나마비독>의 효용을 기억하는 즈앙에게는 당연한 처신으로 보였다.

    마음만 먹으면 교실 내의 모든 학생과 교수님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비장의 수단을 대놓고 다 드러내면 암살자 실격이지.

    알아도 모르는 척.

    있어도 없는 척.

    뻔뻔함은 암살자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이다.

    아카데미 최단신인 133cm주제에 언젠가는 230cm가 될 거라는 뻔뻔한 소리를 입에 달고 다니는 오크노디의 말버릇처럼 말이다.

     

    “그으래애? 겁도 없이 교수의 침실까지 들어와서 피를 빨아먹은 모기술사와는 당연히 아무 관계도 아니겠네~?”

     

    어색하게 눈을 돌리며 휘파람을 부는 오크노디.

    감추고 싶은 생각이 있기나 한지 의문이다.

     

    “잘됐네. 이참에 너희는 제대로 교육해줄게. 그런 앳된 얼굴로 교수님의 마음을 방심시켜놓고 모기를 다루는 원수를 데려온 즈앙 학생도 같이!”

     

    핑크베리교수의 지난주 변장술 강의는 TPO, 때와 장소에 맞는 옷차림으로 언제 어느 곳에서든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을 강요했다.

    그러나 이날의 강의는 지난번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무척 독특한 옷이 튀어나왔다.

     

    “망사스타킹?”

    “토끼귀 머리띠?”

     

    2학년 선배들은 펄쩍 뛰며 기겁했다.

     

    “아니 교수님! 어떻게 이런 짓을 시킬 수가 있습니까? 바니걸 복장이라니요.”

    “천한 수인들의 차림새를 하라니, 저희를 모욕하는 겁니까?”

    “듣기 싫으면 듣지 마. 난 이걸 입을 수 있는 학생만 가르칠 거니까.”

     

    2학년선배들은 씩씩거리며 강의실을 떠났다.

    변장술 강의실에는 졸지에 즈앙과 오크노디 두 사람만 남았다.

     

    “어때. 너희는 이걸 입을 수 있겠어?”

     

    마치 매스각키 황녀처럼 사람의 성깔을 자극하는 도발적이고 얄미운 미소를 짓는 교수님.

    즈앙은 가면 아래로 피식 웃음 짓고는 바니걸 복장으로 갈아입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피부를 할퀴는 따가움도, 옷자락이 스치며 몸이 서늘해지는 감각도 낯설지 않았다.

    직업관계상 야행복을 입고 저택 천장까지 침투한 뒤, 메이드복으로 갈아입고 슬쩍 창문을 따고 안에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갈아입을 옷에 귀천은 없다.

    임무에 유리하고 불리한 옷만이 있을 뿐.

    극한의 효율주의는 2학년 선배들과 달리, 바니걸 복장에 대해 불호를 가져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오크노디는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처럼 환복을 마친 오크노디.

    토끼귀 머리띠가 신경 쓰이는지 축 늘어진 길쭉한 귀를 만지작거리던 오크노디가 대답했다.

     

    “고인물은 원래 할 거 없으면 의상도 모으고 다녀! 당연히 완전 괜찮지. 오히려 좋아!”

     

    핑크베리 교수만 분통이 터질 이야기였다.

    모기에게 물린 분노로 손수 대감옥에 넣은 학생과 관련된 오크노디와 그녀를 데려온 즈앙에게 혼쭐을 내주려고 부린 꾀였건만.

    정작 강의실을 떠난 건 2학년들뿐이고 남은 애들은 모욕을 당했다는 자각조차 없다.

    수인은 인간보다 열등하다는 인식이 만연한 세상.

    하물며 토끼수인은 먹이피라미드 최하위.

    울면서 뛰쳐나가도 이상하지 않아야 했는데 좋아하는 꼴을 보니 복장이 터졌다.

     

    “자연스럽지 못한 복장으로도 자연스럽게 침투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변장술의 다음 단계야.”

     

    불편한 심기를 애써 억누르는 핑크베리 교수와 달리, 강의를 듣는 두 1학년들의 강의만족도는 만점으로 고공행진을 유지했다.

     

     

    * *

     

     

    “그런 일이 있었어. 교수님도 센스가 좋지? 우리가 암살자인 걸 알아보고 암살자에게 도움이 되는 변장술을 집중적으로 가르친 것이 틀림없어.”

    “정말로 그런 거야? 왠지 아닌 것 같은데…”

     

    그보다 2학년이 다 도망간 강의를 내가 들은 거랑 같다고 할 수 있는 거야?

    티토소가는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지만 의문을 제기할 시간은 없었다.

    브론즈 교수님의 강의가 시작되었으니까.

     

    “오늘은 마법을 해체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이 강의를 모두 이수하면 1학년 기숙사를 둘러싼 야간 마법함정을 해체하고 몰래 교정을 돌아다닐 수 있지.”

    “!”

     

    애들한테 좋은 걸 가르치는 교수님은 핑크베리 교수님만 있는 건 아니었다.

     

     

    * *

     

     

    브론즈 교수는 방학동안 몰라보게 달라진 오크노디의 성장을 눈치 챘다.

     

    ‘힘의 총량이 늘어났군.’

     

    오크노디뿐만이 아니다.

    그녀와 함께 ‘뱃놀이’에 나갔던 인원들 모두가 큰 성장을 거두었다.

    세계각지의 생소한 음식, 체계적인 실전훈련시설, 최소 보물(+5강)급 전리품 한두 개까지.

    어디서 던전이라도 털고 왔나 싶을 정도로 성장세가 돋보인다.

     

    ‘그럼 강의를 조금 더 어렵게 해도 진도를 따라올 수 있겠지?’

     

    오크노디의 뱃놀이에 참여하지 않았던 학생들에게는 정말 뜬금없이 닥친 시련!

    그러나 그같은 현상은 브론즈 교수의 강의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으니.

    강의가 끝나고 교수휴게실 근처를 지나가던 브론즈 교수는 우연히 다른 교수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1학년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지 않았나?”

    “전부는 아니지만 하급반 내에서도 원래부터 실력이 괜찮았던 몇몇의 수준은 확실하게 향상되었지.”

    “중급반은 2학년부터 도입되는 제도였지만 내년부터는 1학년에 조기도입을 요청해도 될 정도로 차이가 크기는 했습니다.”

    “상급반에서도 그렇지?”

    “방학을 아주 열심히 보낸 티가 나서 흡족하군. 우리도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젊은 것들이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고 저리 열심히 훈련을 해왔는데 설렁설렁 날로 먹는 강의를 하면 교육자로서의 자존심이 상하지.”

     

    학생 입에서 제발 살려주세요 소리가 나올 정도까지 아슬아슬하게 몰아붙이는 것이 참된 교수의 표본이라고 생각하는 교수들!

    그 사악한 회담을 엿들은 브론즈 교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학생들을 향한 편애가 심하기는 해도 확실히 교수들 사이에는 통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그럼 강의를 여러 개 듣는 학생들의 부담이 유독 심하지 않겠나? 특히 1학년에는 강의를 13개나 듣는 학생이 둘이나 있다고 하던데.”

    “오크노디와 이슈타르. 학년수석과 차석이었네.”

    “그럼 두 사람이 들어간 강의는 더 열심히 해야지. 한쪽이 형편을 봐준다고 가르침을 게을리 했다가 그 학생의 성적이 떨어지면 얼마나 억울하겠나?”

     

    제국교수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군. 변방교수들에게 제국교수가 졌다는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 중간고사 시험범위를 1.2배 늘려야겠네.”

    “그럼 난 과제를 두배로 늘리지.”

    “실습합격기준을 더욱 가혹하게 잡아야겠어.”

     

    제국교수들의 야심찬 선언을 엿들은 브론즈 교수도 몰래 다짐했다.

    자신의 강의도 다음 시간에는 난이도를 아주 폭발적으로 향상시켜줘야겠다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선배피폐물에 이은 1학년피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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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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