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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5

        

       군인들은 하얀 버스를 중심으로 오와 열을 맞춰 여럿이 모여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반절 정도의 군인은 두터워 보이는 장비를 몸에 걸치고 있었다. 상체에는 방탄조끼를 부풀린 듯한 옷을 입고 있었고, 어깨와 팔에는 보호대로 보이는 것을 껴입고 있었다. 그리고 하체로는 두꺼운 옷에 정강이와 무릎을 가려주는 보호대 같은 것을 입고 있었고, 군화 위에 껴입는 형식의 두꺼운 신발을 신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답답해질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마른 사람도 비만인처럼 보이게 만드는 두께도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것이었지만, 저 두꺼운 것을 입고 산을 탄다고 생각한다면…끔찍했다.

         

       게다가 군인들의 옆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손잡이 달린 가방이 있었는데, 국방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게다가 딱 봐도 광택이 있는 것이 강화 플라스틱, 혹은 금속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답답한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군인들은 괜찮은가 하면…그것도 아니었다.

         

       남은 반절의 군인들은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서인지 어깨에 총을 메고 있었고, 등에는 각자 들고 있는 무기에 걸맞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물론 그 장비 역시 딱 봐도 무거워 보이는 것들이었다.

         

       기관총을 들고 있는 사람은 등에 커다란 국방색의 배낭을 메고 있었는데, 배낭에서 탄띠가 나와서 기관총에 연결된 것을 보아 급탄 가방(Machinegun Feed Bag)으로 보였다. 당연하겠지만 배낭에 탄이 꽉 차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기관총의 짐이 많아 보인다고 해서 다른 이들이 나아 보이는 것은 또 아니었다.

       K-2를 메고 있는 사람들 역시 무거워 보이는 것을 메고 있었다. 접혀있는 판처 파우스트 3(Panzerfaust 3)와 탄두 세 개씩이었다.

         

       유탄 발사기를 들고 있는 사람들?

       박격포에, 통신기기에, 마력 탐지기에, 휴대용 레이더까지….

       온갖 잡다한 것들을 다 짊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군인들은 저걸 들고, 산을 타야만 했다.

       심지어 방송국 사람들과 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가라도 치지 못하고, ‘군인 정신’을 한껏 뽐내며 힘든 티를 내지 못하고 올라가야만 하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하지만 개고생이 예약되어 있음에도 군인들의 얼굴은 꽤 밝은 편이었다.

       등에 짊어지고 있는 무게가 무겁지도 않은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감은 저 멀리서 승합차가 오는 것을 보면서 점점 커졌고, 이윽고 승합차의 문이 열리고 하얀 다리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절정에 달했다.

         

       “죄송합니다~ 차가 밀려서 늦고 말았어요~”

         

       승합차에서 나온 것은 여자 연예인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여자 연예인은 등산을 위한 복장이라기에는 너무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있었다. 산에 올라갈수록 추워지는 것을 생각한 것인지 위에는 바람막이를 걸치고 있었으나, 바지는 핫팬츠를 연상시킬 정도로 짧고 딱 달라붙는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지 정말로 미안하다는 듯한 내숭 가득한 표정으로 군인과 방송국 사람들에게 사과했다.

         

       “아유, 괜찮습니다. 차가 밀리면 어쩔 수 없잖아요.”

       “아, 알겠습니다. 차이네 씨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뭐.”

         

       군인들은 애교를 부리며 사과하는 여자 연예인, 차이네의 모습에 홀딱 넘어간 것인지 헤벌쭉 웃으며 그녀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방송국 사람들은 그녀의 애교를 눈앞에서 보았음에도 심드렁하게 대꾸할 뿐이었다.

         

       ‘얘는 진짜 지각이 일상이네.’

       ‘방송국 소문 믿을게 못 된다고 하지만 얘는 진짜 장난이 아니네. 도대체 뭔 짓을 하길래 맨날 지각을 하는 거야?’

         

       애교?

       내숭?

       그것도 면역이 없는 사람에게나 통하는 것이고, 호감을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나 통하는 것이다.

         

       허구한 날 지각을 밥 먹듯이 하고, 스태프를 은근히 무시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차이네의 애교에 홀딱 넘어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도리어 은근히 눈치를 주기까지 했다.

         

       ‘이 촬영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 지각하고 자빠졌어?’

       ‘쯧. 군이랑 협조할 때 좋은 그림 만들려고 섭외했더니 지각하고 자빠졌네.’

         

       하지만 이런 스태프들의 눈치를 아는지 모르는지, 차이네는 사과를 한 뒤 방송국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어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저기이~ 드론 촬영 감독니임~ 주술사님 되게 잘생겼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그 질문이란 바로 오늘 같이 촬영하는 인물.

       주술사 박진성에 대한 것이었다.

         

       “저번에 스튜디오 촬영하셨을 때 주술 쓰는 거 보셨나요? 네? 네?”

         

       당연하게도 제작진은 그다지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차이네는 타겟을 바꾸었다.

       제작진이 아닌, 제작진이 있는 곳에 함께 있는 경호원들과 심마니들로 말이다.

         

       다행히 이러한 노림수는 맞아떨어졌다.

         

       차이네를 단순한 여자 연예인으로만 생각하고 있던 경호원들은 앞서 제작진들보다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나마 호의적으로 상대해주기는 했지만, 그들은 아는 정보가 별로 없었다.

         

       심마니들은 아예 길잡이를 위해서 모이기만 했을 뿐이고, 경호원들은 경호 업체에서 파견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해줄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박진성이 있는 곳을 알려주는 것뿐이었다.

         

       “직접 확인해보세요.”

         

       그들은 차 한 대를 가리켰다.

         

       그들이 가리킨 차량은 SUV를 개조해서 만든 차량이었다.

       새까만 몸체에 어둡게 선팅까지 끝내놓아서 그런지 우중충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고, 아주 조금 열려있는 창문 틈새에서는 하얀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차량이 흔들흔들 움직이고 있었으며, 창문 틈새 사이로 딸랑거리는 방울 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네? 저기를요?”

       “예. 저기 박진성 주술사님 계십니다.”

         

       차이네는 차에서 풍기는 느낌이 심상치 않은지 잠시 망설였다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군인 한 명에게 다가가서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

         

       “저기이, 군인 오빠? 저 혼자 가기 너무 무서운데…?”

       “네? 아, 네. 제가 도와드려야지요. 하하하하!”

         

       책임자로 보이는 군인은 차이네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었다.

       그는 차이네와 함께 차로 향했는데, 차이네가 무서워하지 않도록 그녀를 자신의 뒤쪽으로 보내고 성큼성큼 앞장서서 걸어갔다.

         

       “야, 저거 찍고 있지?”

       “아, 당연하죠. 딱 봐도 괜찮은 느낌이 될 거 같은데.”

         

       그리고 제작진은 저 멀리서 그들을 찍고 있었다.

         

       무언가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예감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제작진들의 촉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드르륵.

         

       차 앞에 도달한 두 사람이 박진성을 부르기도 전, 문이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며 진성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차 안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문이 열리기 무섭게 반딧불이처럼 떠다니는 불꽃이 번지며 문밖으로 퍼져나갔고, 안에서 하늘하늘 타오르고 있던 촛불들이 들어오는 공기에 갑자기 확 부풀었다가 그대로 꺼져버렸다. 그리고 촛불마다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하늘하늘 흔들리다가 빨려 나가듯 문밖으로 흩어져버렸다.

         

       불똥과 연기, 매캐한 냄새.

         

       그 사이에서 박진성은 차 밖으로 나왔다.

         

       진성은 등산에 어울리지 않는 양복을 빼입고 있었으며, 가슴에 노란색 꽃을 여러 송이 꽂고 있었다. 그리고 한 손에는 푸르스름한 눈 모양의 형상이 새겨진 통을 들고 있었다.

         

       그의 다른 손에는 노트북 가방이 들려 있었는데, 안에 무엇을 넣은 것인지 빵빵하게 부풀어 있었다.

         

       “어….”

       

       박진성에게 풍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일까?

       군인과 차이네는 박진성에게 무어라 말을 걸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제작진은 저 멀리에서 박진성에게 크게 소리쳤다.

         

       “박진성 주술사님! 촬영 시작합시다!”

         

       진성은 PD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이 기대된다는 듯 말이다.

         

         

        * * *

         

         

       추적, 탐사.

       이 두 단어는 그 안에 고생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산’이라는 단어가 더해지게 된다면, 그냥 고생이 아니라 개고생으로 진화하게 된다.

         

       지금 상황이 딱 그러했다.

         

       “후욱, 후욱.”

         

       개고생에도 여러 종류가 있었다.

         

       가장 먼저 군인들은 최선두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공병들은 몸을 보호해줄 보호 장구를 갑옷처럼 껴입은 채 한 손에 지뢰 탐지기인 PRS-20K를 들고 지뢰를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냥 들고 움직이기만 하면 고생이 덜하련만, 쓸데없이 걸리는 것이 많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투시 장치가 발전된 덕분에 대충 땅에 뭐가 묻혀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철사나 병뚜껑 같은 것을 판답시고 개고생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군인들이 있었다.

       군인들은 총을 든 채 경계하고 있었고, 언제든 요괴가 다시 튀어나오면 바로 공격을 할 수 있도록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길을 따라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제작진들은 뒷걸음질을 치면서 촬영하고 있었는데, 돌부리나 구덩이 같은 것을 용케 피해 가며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묘기 같았다. 하지만 산세가 험해서 그런 것인지 제작진들의 얼굴에서는 땀이 비 오는 것처럼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며 고생하고 있음에도 제작진들의 표정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머리야, 머리야. 삿된 것을 끌어들이는 것이 어디에 있느냐?”

         

       영상이 잘 뽑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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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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