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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5

       *** ***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바로 조부의 유골을 수습하는 일이었다.

         

       유골을 수습하고 부모님의 무덤 옆에 새로이 무덤을 세웠다. 묘지에 무성한 잡초들도 깨끗하게 정리하고 나는 큰절을 올렸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조부님. 이제야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눈을 감고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들을 떠올렸다. 너무 많은 사건 사고에 휘말려 마음 한켠으로 밀려나 있었던 슬픔이 이제야 제 자리를 찾았다.

         

       혁기린이 물었다.

         

       “저희도 예를 올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이오.”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이 인사를 올리는 편이 세 분도 기뻐하겠지.

         

       일행들 입장에서는 이런 내 행동이 꽤나 갑작스러울 테지만 일행들은 말없이 내 장단에 맞추어 주었다.

         

       “시간을 좀 주시겠소.”

         

       “물론이죠.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기다릴게요. 선배.”

         

       가옥을 청소하고 텃밭을 정리하거나 무덤 앞에 않아 세 분을 추억하며 시간을 보냈다.

         

       제단은 각문을 말끔하게 지우고 본래 있던 위치로 옮겼으며 마당에 그려져 있던 대법의 흔적들은 모두 지워냈다.

         

       이것들이 추후 어떤 단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남겨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봉분 앞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외쳐 보았다.

         

       “상태창.”

         

       당연한 말이지만 상태창이 열리는 일은 없었다. 애초에 무림천하는 게임이 아닌 현실이었으니 상태창이 눈에 보였던 것은 환생트럭이 내 무림적응을 돕기 위한 배려였을까.

         

       내가 잡혈을 극복하길 바랬던 녀석의 힌트였을지도 모르겠군.

         

       뒤늦게 환생트럭의 정체가 뭘까 궁금해졌지만 정말로 뒤늦은 궁금증이었다.

         

       날이 갈수록 진법 안의 공간은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봉분에는 잔디를 입혔고 잡초는 모두 사라졌고 엉망이었던 가옥은 보수되어 말끔하게 변했다.

         

       일행들은 진법 내부 정리가 끝나자 나 혼자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주었다.

       

       나는 진법 속에 홀로 남아 세 사람을 향한 감정을 추슬렀다.

         

       분노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혹은 미련에 잡아먹히지 않도록 마음속을 정리하는 과정이랄까.

         

       일주일 정도 지나자 마음은 좀 차분해졌다.

         

       나는 세 봉분을 향해 큰절을 올린 뒤에 가옥으로 향했다.

         

       가옥의 책상에는 한 권의 책이 놓여 있었다.

         

       처음에 발견했을 때는 흙 묻은 방수포와 함께 발견되었던 책.

         

       사락.

         

       겉표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지만 책장을 넘기니 글귀가 쓰여 있었다.

         

       [이 서책은 내 아이, 호천안을 위해 작성되었다.]

       [천안이에게 펼친 대법이 완성된다면 그 아이의 영성은 스러지게 될 터.]

       [부모 된 자로서 내 아이의 가능성을 꺾는 일은 마음이 편치 않으나 천안이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그러나 내 아이의 무인으로서의 가능성조차 꺾어버릴 수는 없는 일이기에 모든 일이 끝난 뒤 그 아이의 가능성을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했다.]

       [대법이 성공적으로 완성되어 이 비급이 쓰이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시나 모를 사태를 대비하여 대법을 돌이킬 수 없는 시점에서 이 기록을 남긴다.]

       [연자여, 혹시 모를 사태로 인해 이 비급이 그대의 손에 들어갔다면.]

       [내 아들, 호천안에게 전달해주기를 바란다.]

         

       “….”

         

       감정을 정리했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책자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심호흡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내용들이 빼곡하게 적힌 비급이었지만 내용보다는 필체에 더 눈길이 갔다.

         

       이것은 아버지의 필체일까 아니면 어머니의 필체일까.

         

       흑묘에게 부탁하면 알아낼 수 있을까.

         

       되든 안 되든 부탁은 해 봐야겠군.

         

       대법의 내용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여러 생각 때문에 책의 내용을 모두 머릿속에 담고 이해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바깥이었다면 이 서책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조건을 맞추는 일에만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지만 어릴 적 내가 생활하던 진법 내부는 이미 이 서책에서 필요하다고 하는 조건을 모두 만족한 상태였다.

         

       서책의 지시에 따라 제단의 위치를 잡고 그 위에 가부좌를 틀었다.

         

       우르릉.

         

       이류 시절 마치 방파제와 같이 내공의 흐름을 통제하던 불순물들은 점차 줄어들고 줄어들어 이제는 내공이라는 강물 속에 떠다니는 자갈 같은 상태가 되었다.

         

       현재 통상적인 내공 운영을 하는 선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일뢰를 펼칠 때마다 기맥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니 이 이상의 경지로 나가기 위해서는 남은 불순물들을 제거하는 것이 필수겠지.

         

       “후우.”

         

       나는 제단 위에서 천천히 서책에 적힌대로 내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제단을 타고 조금씩 내 몸으로 스며드는 기운이 느껴진다.

         

       그 기운을 느끼며 부모님이 남긴 비급서에 대한 내용을 떠올렸다.

         

       내 몸의 불순물들은 천하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운들을 잘게 쪼개어 하나로 뭉친 것이었다.

         

       잡혈.

         

       확실히 내 몸에 불순물이 가득한 현상은 잡혈이라는 특성명으로 부를 만했다.

         

       이 세상 모든 기운이 뭉친 덩어리들이 내 몸속에 가득했으니 이보다 잡다하게 섞인 피가 또 있었을까.

         

       영성을 막기 위해서 기의 소통구를 막았으니 하늘에서 가장 동떨어진, 가장 비천(非天)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특성창에 적혀 있던 천함을 하늘이 보증한다는 말은 신분이 좋지 않다는 뜻의 비천(卑賤)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뭐 이제는 다 끝난 일이었다.

         

       앞으로 특성창을 볼 일도 없을 테고, 아마 잡혈로 인해 경지가 막히는 일도 사라지겠지.

         

       잡생각을 모두 지우고 운기에 집중했다.

         

       제단에서 올라오는 기운은 뭔가 특별했다.

         

       기에는 성질이 있다. 흑묘의 구음기 같은 특별한 기운이 아니더라도 운기 장소에 따라 땅의 기운이니 바람의 기운이니 하는 것들이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제단에서 올라오는 기운은 그 종류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런 다양한 기운들이 내 기맥을 거치며 불순물들을 두들겼다. 처음에는 변화가 없는 듯 했지만 조금씩 불순물들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지금까지 불순물들이 사라지는 과정을 계속해서 관조해 왔지만 이번만큼은 느낌이 달랐다.

         

       옥주자령단의 선기나 칠요영약 그리고 보리연화담으로 불순물이 줄어들 때는 불순물을 깎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물에 녹아 없어지는 느낌이랄까.

         

       그야말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온몸의 불순물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구결에 따라 기를 움직였다.

         

       모든 불순물이 깨끗하게 사라졌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눈을 떴다.

         

       “하아.”

         

       상태창이 없어진 것이 아쉽네. 마지막으로 잡혈이라는 특성이 사라진 것을 본다면 꽤나 의미가 있었을 것 같은데.

         

       나는 잠시 무덤 쪽 방향을 바라보았다.

         

       결국 내 영성은 닫혔고 무인으로서의 가능성을 온전히 개화시켰으니…부모님이 나에게 펼친 대법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또 오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큰절을 한 뒤 진법의 문을 닫았다.

         

       불명 어르신의 숙제에 이어 진법을 익혀야 할 이유가 또 늘었군.

         

       관리하는 사람 없이 꽤 오래 버틴 진법이지만 영원히 가동하지는 않을 일이니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진법을 배워야겠지.

         

       영휘산을 내려가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우선적으로 떠오른 생각은 향후의 계획이었다.

         

       각종 기연들이나 무공의 위치가 머릿속을 가득 메웠지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보니 나온 결론은 엉뚱한 쪽이었다.

         

       “독의 어르신에게 진찰을 받아볼까.”

         

       내 몸 상태를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정말로 잡혈은 말끔하게 사라졌는지 그에 따른 부작용은 없는지 어르신에게 확인을 받아서 나쁠 건 없었다.

         

       내 몸은 빈말로도 일반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이쯤에서 한번 어르신께 철저하게 진단받고 마음의 망설임을 싹 없애는 편이 장기적으로 이득 아닐까.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발밑이 튼튼해야 하는 법이다.

         

       잡혈에 관한 부분이 아니더라도 독의 어르신과 내 몸상태를 논하며 앞으로 어떤 식으로 강해질지, 어떤 기연을 사냥할지 향후의 계획을 정하는 게 순서였다.

         

       그러니 일단은 당가로 향하자.

         

       그런 결론을 내리며 내려왔을 때 날 반기는 것은.

         

       “그대가 호천안인가?”

         

       붉은 눈으로 나를 응시하는 소천마 위서련이었다.

         

       *** ***

         

       소천마 위서련을 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저 검디 검은 머리카락과 새빨간 적안을 보고도 소천마 위서련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왜 저 소천마 위서련이 이곳에 있느냐였다.

         

       혈교의 건으로 영휘산의 진법을 감시라고 하고 있었던 것일까.

         

       일행이 재빨리 내 곁으로 붙었다.

         

       -선배, 저 여자는 선배를 노리고 있는 모양이에요.

         

       흑묘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더 이야기를 들고 싶었지만 소천마 위서련은 그런 여유를 허락하지 않을 심산으로 보였다.

         

       “본녀의 인내심은 그리 깊지 않아.”

         

       “…내가 호천안이오.”

         

       “좋군.”

         

       흡족하게 웃는 모습조차도 더할 나위 없이 불길하다.

         

       “…무슨 일 때문에 본인을 찾아오셨소?”

         

       “흥미가 생겨서.”

         

       내가 품은 의문을 전혀 해소할 수 없는 답이었지만 그게 대답이 되었다는 양 당연스럽게 내 전신을 살핀다.

         

       애초에 날 배려해주리라는 기대를 한 건 아니었지만 마이페이스로 따지면 당소열도 한 수 접어주겠군.

         

       “흐음.”

         

       그와 별개로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위서련의 붉은 눈에 점차 흡족함이 차오르는 것이 아무리 봐도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마교의 인사들은 하나같이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

       

       천마신교(天魔神敎).

         

       통칭 마교라 부르는 이 단체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그야말로 마귀 집단 취급이다.

         

       마교에 따라붙는 괴소문만 해도 그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사람의 피로 목욕을 한다더라. 마교의 무사는 하루에 한 번 사람을 썰지 않으면 광증에 휩싸인다더라. 갓난아기 때부터 사람이 마구 죽어나가는 훈련을 시켜서 무인을 양성해낸다더라. 등등.

         

       당연히 헛소문이지만 그런 헛소문이 진실처럼 여겨질 정도로 마교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았다.

         

       물론 이 천마신교라는 곳도 다 사람 사는 집단이니 전 무림에 퍼진 악명처럼 마귀 소굴은 아니었다.

         

       다만 무법(無法)한 것은 사실이었다.

         

       “검을 뽑아라.”

         

       교인이 아닌 외부인을 대하는 마교 무인들의 사고방식은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다.

         

       나보다 약한 자의 말은 따르지 않는다.

         

       사파 무인들의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을 신봉한다면.

         

       천마신교의 무인들은 법은 없고 주먹만이 전부라는 말을 신봉한다 할 수 있다.

         

       그련 천마신교 무사들의 마음가짐이 어디서 나왔겠는가.

         

       그들이 숭앙하는 지존, 천마(天魔)의 행보에서부터 나온다. 안하무인, 자신보다 못한 자들의 말 따위는 들을 필요도 없고 존중할 필요도 없다 여기는 역대 천마들의 행동이 교리가 되어 마교의 근간이 되었다.

         

       그리고 내 눈앞에 있는 소천마 위서련은 다음 대의 천마가 될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과연 나를 배려할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런 예상은 곧바로 현실이 되었다.

         

       “실력을 보자꾸나.”

         

       …소천마 위서련이 나에게 비무를 신청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음.

    저번 화에 많은 분들이 감상을 남겨 주셨네요.

    글을 쓰고 나서 종종 아쉬움을 남기곤 하고는 합니다.

    더 나은 전개가 있지는 않았을까.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지는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날 때 더 안타까운 것은 보통 더 괜찮은 방법이나 대안은 모든 일이 끝난 다음에 생각난다는 점입니다.

    쓰고 나면 그제야 이렇게 하면 좋지 않았을까 저렇게 하면 좋지 않았을까.

    환생트럭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나니 유독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맨 처음 나왔던 고인물들의 대화를 되새김질하기 위해 0화를 클릭하니 날짜가 눈에 날아와 박히더군요.

    4월 23일.

    그날은 이 무고집낭이 처음으로 연재된 날입니다.

    이번 회차가 올라갈 날짜를 기준으로 따지면 첫 연재 이후로 319일이 지났군요.

    319일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많은 수정들도 있었지요.

    수정을 할 때마다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피로함이나 혼란함을 호소하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많은 수정을 거치면서 깨달았습니다.

    어느 분이 남겨주신 댓글처럼 글은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을요.

    연재를 시작한지 1년이나 다 되었지만 저는 아직도 응애 작가인 모양입니다. 갈길이 먼 모양이에요.

    이런 마음도 잘 갈무리해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해봐야겠지요.

    늘 6의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검은주사위가 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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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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