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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5

   해왕, 다이노 바르돈이 낸 시험.

   시험의 방식은 간단했다.

     

   “시험은 해룡의 보주를 가져오는 것이다.”

     

   해룡의 보주.

   그건 고양이가 털 바퀴를 내뱉듯 대해의 주인, 해룡이 일정 시기마다 내뱉는 부속물에 가깝다.

     

   하지만 이러한 해룡의 보주는 바다에 폭풍을 일으킨다.

   문제는 이 폭풍이 대해만이 아니라 일반 바다에도 폭풍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해룡의 보주는 내부에는 세계 침식의 힘을 담았지만, 겉모습은 속이 텅 빈 껍데기인지라 수면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파도를 타고 흘러가는 탓이다.

     

   이로인해 대해 근방 지역 근처에 어선이 들어서지 못 하는 시기가 있다.

     

   “대해로는 어떻게 갑니까.”

     

   하지만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하나 있었다.

     

   해왕과 같이 물의 힘을 다룬다면 별문제 없겠지만.

   대해는 결국 바다다.

     

   대해로 가고자 한다면 당연히 바다를 횡단해야 할 텐데.

   아무리 크라슈라도 그만한 거리를 맨몸으로 횡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능은 하겠지만.’

     

   도착할 때쯤이면 힘을 다 소비했을 거다.

   그래서는 해룡의 보주를 가져올 수 없다.

     

   “프하하, 그건 각자 알아서 해라! 거기부터가 시험의 일환이니까!”

     

   크라슈가 질린 눈을 했다.

     

   “시간은 삼일 뒤, 바다가 잠잠해질 때다.”

     

   다이노는 그리 말하고 몸을 돌려 떠나갔다.

     

   “다시 말하지만 선착순이다.”

     

   다이노가 떠나자 크라슈는 패주, 글라이드 락테아를 돌아보았다.

     

   그는 패황이 늦게 가진 둘째 아들이다.

     

   그녀는 첫째 아들을 세계 침식자에게 어린 나이에 잃은 뒤, 아이를 가질 생각을 안 하다가 늦은 나이에 그를 가진 것이었다.

     

   검왕, 라이 발하임과 동년배인 그는 크라슈와 눈이 마주쳤다.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군요. 저주인가요.”

     

   그가 나타날 거로 생각했을 때부터 크라슈는 세계 침식의 힘을 전부 아우라로 치환시켜 놓았다.

     

   하지만 몸에 지닌 저주까지 아우라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글라이드는 그런 저주를 느낀 듯싶었다.

     

   “그런 건 남용 하지 않는 게 좋아요. 미래를 위해서라도 좋지 않아요.”

     

   그는 덤덤히 크라슈에게 조언해주었다.

   무뚝뚝한 얼굴이지만 그에게는 걱정이 담겨 있었다.

     

   이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참 한결같았다.

     

   글라이드는 늘 표정 없이 굳어 있지만, 내뱉는 말은 늘 상냥하다.

   이는 모든 이에게 그렇다.

     

   그러니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의 무뚝뚝한 얼굴과 큰 키로 인해 지래 겁먹지만.

   그와 대화를 하다 보면 그가 얼마나 상냥한 사람인지 알게 된다.

     

   실제로 그의 취미는 꽃을 가꾸거나 동물을 키우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그런 그를 보고, 패기 없다고 말하곤 하지만.

     

   크라슈는 그의 진짜 면모를 안다.

   그가 상냥한 건 어디까지나 ‘세계’에 한해서다.

     

   그러나 세계 밖에 관한 것.

   세계 침식자와 세계 침식이 상대라면.

     

   글라이드가 왜 패주라 불리게 됐는지 알 수 있다.

     

   패황, 글라이시스 락테아가 세계 침식자를 향한 모든 원한과 원망을 담아 탄생시킨 아이.

   그렇기에 자신이 지닌 원한과 원망을 오직 세계 밖의 것들에게 쏟고 있는 이.

     

   그것이 바로 글라이드 락테아였다.

     

   “주의하죠.”

   “그럼 삼일 뒤에 보죠.”

     

   크라슈의 대답을 들은 글라이드는 다이노를 뒤따라 떠나갔다.

     

   그의 등 뒤에 일렁이는 그림자는 다시 보아도 여전히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게 삼일 뒤, 천하십강 후보 전이 잡힌 이후.

   크라슈는 대해로 어찌 갈지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간단했다.

     

   ‘카란디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제일 빨라.’

     

   황금선은 빌릴 수 없더라도 대해 앞까지 가는 데는 선박 정도는 빌릴 수 있으리라.

     

   크라슈는 곧장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카란디스가 있는 곳을 찾았다.

     

   포세우스 왕과 독대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독대를 마치고, 개인 방에서 쉬고 있다고 하였다.

     

   왕실 시중의 안내를 받은 크라슈는 카란디스의 개인 방에 도착했다.

     

   구석에 있는 그녀의 방은 왜인지 삭막한 기분까지 들었다.

     

   똑똑-

     

   “카란디스 포세우스 님, 크라슈 발하임 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시종이 정중히 안에 있던 카란디스를 불렀다.

   그러자 안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 문이 열렸다.

     

   “아, 크라슈 님.”

     

   거기에는 아까 파티장에 참가할 때와 같은 차림인 카란디스가 있었다.

     

   개인 방에 갔다고 하여 쉬고 있을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방금 돌아온 모양이었다.

     

   “카란디스, 미안, 전하랑 만나고 방금 돌아왔나 보네. 못 쉬게 방해됐겠다.”

   “네? 아뇨. 전하와는 1시간 전쯤에 이야기를 마쳤었어요.”

     

   크라슈는 눈을 깜빡였다.

   1시간 전에 이야기를 마친 애가 왜 전혀 쉰 것 같은 모습이 아니지.

     

   포세우스 왕을 독대한 만큼 피로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크라슈는 유달리 힘없어 보이는 카란디스를 눈치챘다.

     

   “카란디스, 무슨 일 있었어?”

   “아뇨. 무슨 일이라니요. 그런 거 없었답니다.”

     

   카란디스는 아닌척하며 웃었다.

   그 웃음은 누가 봐도 딴생각을 하는 모습이었다.

     

   크라슈는 찝찝했지만.

   카란디스 본인이 별일 없다고 하니 일단 넘어가기로 하였다.

     

   “내가 찾아온 이유는.”

     

   크라슈는 화제 전환 겸 바로 본론부터 꺼내 들었다.

   카란디스는 곰곰이 이야기를 듣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정도라면 제가 금방 구해보도록 할게요.”

     

   카란디스에게서 흔쾌히 대답이 나왔다.

   다행히 대해까지는 별문제 없이 갈 수 있을 듯싶었다.

     

   크라슈는 카란디스를 힐끗 보았다.

   그녀는 크라슈의 말을 들으면서도 여전히 딴생각하는 표정이다.

     

   “카란디스, 왕궁이 불편하지.”

     

   카란디스는 9공주다.

   그녀가 왕궁에서 어떤 입지였는지는 파티장에서 충분히 보았다.

     

   크라슈 또한 반푼이 시절, 발하임의 저택이 무척이나 불편하기 짝이 없었던 만큼.

   카란디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녀에게 라헬른 아카데미는 숨이 트이는 곳일지도 몰랐다.

     

   “이번 시험 금방 끝내고 올게. 그리고 아카데미로 돌아가자.”

     

   자기 때문에 포세우스를 따라왔던 만큼.

   크라슈는 그녀에게 미안함을 표하며 금방 끝내고 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카란디스는 눈을 깜빡이더니 곧 천천히 쓴웃음을 머금었다.

     

   “죄송해요. 크라슈 님.”

     

   갑작스러운 사과에 크라슈가 의문을 보였다.

     

   “전 오늘부로 라헬른 아카데미를 그만두기로 했어요. 라헬른 아카데미에는 함께 돌아가지 못해요.”

   “뭐?”

     

   그 순간 카란디스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그게 무슨 말이야?”

     

   카란디스는 크라슈가 아는 이들 중 가장 열정적인 이였다.

     

   그녀에게 분명 압도적인 재능은 없다.

   그러나 그 재능을 메꿀 만큼 끈기와 노력이 그녀에게는 분명 존재했다.

     

   크라슈는 그런 그녀를 내심 높게 평가했다.

   회귀 전의 평가조차 뒤바꿀 만큼, 카란디스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라헬른 아카데미에서도 그녀는 늘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자 필사적이었다.

   그런 그녀가 대뜸 라헬른 아카데미를 그만두겠다니?

     

   크라슈가 벙찐 표정으로 카란디스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꽤 귀찮게 해드렸죠. 죄송했어요.”

     

   그러는 사이에도 카란디스는 말을 계속이었다.

     

   “그래도 이번 건 확실히 도와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혼자서 이야기를 마쳤다.

     

   “저는 이만 쉬어야 할 거 같아서요. 그때 봬요.”

     

   다른 이였다면 여기서 이야기를 마치고, 물러갔을 거다.

   상대가 이야기를 마칠 생각밖에 없어 보였으니까.

     

   그러나 크라슈는 달랐다.

     

   콱!

     

   크라슈는 이만 물러나려던 카란디스의 손목을 잡았다.

   카란디스가 놀란 눈으로 크라슈를 돌아보자 크라슈가 인상을 찌푸렸다.

     

   “헛소리 말고, 무슨 일인지 이야기나 해.”

     

   때로는 성격이 더러운 점이 좋을 때가 있다.

   배려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수 있으니까.

     

   크라슈는 이런 이야기를 길게 끄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이러면 십중팔구 후에 반드시 문제를 만들어냈으니까.

     

   “들어줄 때 말해. 나중에 가서 울고불고 매달려도 안 도와준다.”

     

   크라슈의 말을 들은 카란디스는 멍한 눈을 하고는 이내 천천히 어이없는 듯이 웃었다.

     

   “그건 지금은 무조건 도와주겠다는 말인가요.”

   “그래.”

     

   크라슈는 당연한 소리 말라며 말하였다.

     

   “나 보고 사자단에 쫓아 들어온 녀석인데 사자단 단장이 되자마자 못 데려오면 내가 얼굴 못 들고 다녀.”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이야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냥 내가 싫어.”

     

   크라슈는 카란디스를 바라보았다.

     

   “카란디스, 네가 네 자의도 없이 라헬른 아카데미를 그만두는 건 싫다.”

     

   카란디스는 가만히 침묵했다.

     

   생각해 보면 그는 늘 이런 사람이었다.

   타고난 성격 덕분인지 비아냥거릴지언정 크라슈는 늘 솔직하게 말하였다.

     

   그리고 그 솔직함에는 상대를 진심으로 헤아리는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겠지.

   그의 곁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건.

   그리고 어느샌가 카란디스도 그런 사람들과 같아져 있었다.

     

   “……크라슈 님답네요.”

     

   어째선가 이런 크라슈이기에 조금 더 힘이 난 카란디스가 웃었다.

     

   “전하께서 결혼을 준비해놨다고 하네요.”

   “결혼이라고?”

   “네, 스타론에서 꽤 괜찮은 귀족이라 해요.”

     

   돌고 돌아 스타론이긴 하다며 그녀가 마지못한 웃음을 거닐었다.

     

   “9공주라는 신분의 현실이죠. 정략결혼을 위해 사용되는 운명.”

     

   이미 한참 전부터 예상하였다며 그녀는 털어놓았다.

     

   “그래도 그동안 나름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아왔으니까요. 이제는 할 걸 해야 할 때겠죠.”

     

   카란디스는 현실을 받아들였다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크라슈는 물었다.

     

   “카란디스, 그럼 왜 내게 그걸 말하길 망설였냐.”

     

   카란디스는 이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뱉고 싶어 하지 않았다.

   모든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말하면서도 크라슈에게 이 사실을 숨기고자 했던 것이다.

     

   “…….”

     

   카란디스가 침묵했다.

     

   “그런 식으로 결혼 가기 싫은 거잖냐.”

     

   그리고 크라슈가 핵심을 찔러왔다.

     

   “싫을 리가요. 전 원래도 권력과 자리 상승을 위해 크라슈 님에게 시집 갈려 했던걸요?”

     

   카란디스가 변명하며 손을 저었다.

     

   “그게 단지, 다른 이로 바뀐 거뿐이에요. 달라질 건 없답니다.”

   “달라질 게 왜 없어.”

     

   그러나 크라슈에게 그런 변명은 통용되지 않았다.

     

   “네가 목표로 한 걸 남이 바꿔버렸는데.”

     

   카란디스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카란디스의 목표가 어찌 되었든 그녀는 그 목표만을 보고 달려왔다.

     

   그걸 죄다 빼앗기게 생겼는데 어느 누가 좋아할까.

     

   “하지만 크라슈 님, 방법이 없어요.”

     

   카란디스는 자기 팔로 몸을 감쌌다.

     

   “전 9공주인걸요.”

   “그럼 그 9공주, 버려.”

   “네?”

     

   카란디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설마하니 포세우스의 공주라는 신분을 버리라고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카란디스, 내가 봐온 넌 포세우스의 9공주라는 위치보다 훨씬 높게 올라갈 수 있는 사람이다.”

     

   오히려 포세우스라는 틀에 갇혀 있기에 그녀는 눌리고 있다.

     

   “그런 네가 포세우스 왕가를 위해 희생되는 게 오히려 손해라고.”

     

   이 세상은 강한 이를 절대 무시하지 못한다.

   이미 천재투성이인 라헬른 아카데미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기록한 카란디스다.

     

   그녀를 원할 곳은 어디에든 있었다.

     

   “넌 계산 빠른 사람이잖아.”

     

   본인의 가치를 계산하라며 크라슈가 말하자 카란디스가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는 한참을 생각하듯 이리저리 눈을 돌리더니.

   천천히 어딘가 카란디스의 평소 웃음으로 돌아왔다.

     

   “그 말은 즉, 크라슈 님이 절 책임질 테니까. 공주 신분을 버려도 된다는 건가요?”

     

   이야기가 왜 그렇게 되는 거지.

     

   “이거라면 전하께서도 허락하겠네요. 가장 주가 높은 발하임의 직계인 크라슈 님이 절 책임진다고 하면 전하께서도 오히려 기회라 생각하겠죠!”

   “잠깐, 카란디스 이야기가 왜 그렇게…….”

     

   카란디스는 자기 손목을 잡았던 크라슈의 손을 조용히 감쌌다.

     

   “해볼게요.”

   

   

   

   

     

   그녀는 빙그레 웃음 지었다.

   그것을 보고는 크라슈는 더 따지려다가 말았다.

     

   본인이 해본다고 했으니 믿어 줘야겠지.

     

   오히려 이래야 카란디스다워서 나았다.

   그녀는 결국 뭐든 해내는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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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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