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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5

    <335 – 사전체험>

     

    1학년들은 최근 들어 부쩍 고민이 생겼다.

     

    “강의가 너무 어려워지지 않았어?”

    “맞아. 과제도 갑자기 미친 듯이 쏟아져.”

    “진도를 따라가기도 벅차…”

     

    바로 강의가 미친 듯이 어려워졌다는 것!

    1학기 때에는 마음만 먹으면 여가시간이야 어떻게든 만들어낼 수 있었다.

    동아리활동도 기웃거리고 먹이를 찾아 어슬렁거리고 뭘 하든 여유가 있었던 1학기와 달리, 2학기 2주차부터 모든 강의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졌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응애1학년이라 봐주고 1학기가 지났으니 이제야 교수님들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건가봐.”

    “사람이 어떻게 밥 먹고 강의 듣고 과제하고 강의준비물 챙기고 조별과제를 하는데 14시간이 지날 수가 있어? 이건 악몽이야!”

    “집에 가고 싶어. 고향에서는 쉬엄쉬엄 하루 5시간 수련하고 영지일 돕는데 두세 시간 쓰고 나머지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놀 수 있었는데!”

     

    도로시는 속으로 욕했다.

    저 더러운 재능충 녀석들.

    엄살을 부리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여유가 남았다.

     

    ‘하루 14시간은 평민들도 먹고 살기 위해서 꾸준히 들여야 하는 시간이잖아.’

     

    해가 뜨는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달이 뜨는 오후 9시에 퇴근하는 삶을 사는 평민이 얼마나 많은가.

    오히려 고작 5시간을 수련하고 아카데미에 들어올 만큼의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이 도로시는 섬뜩하게 들렸다.

    저들이 아카데미가 강요하는 커리큘럼을 꾸준히 따라간다면 상급반으로 올라온 자신보다 더욱 뛰어난 인재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보였다.

     

    “나도 오크노디랑 같은 강의를 하나 들어야겠어.”

     

    도로시의 눈에는 오크노디의 시간표 중에서 유독 마음이 가는 강의가 하나 보였다.

     

    ━━━

    토요일 1교시 9시~13시.

    위어드 교수의 <자연의분노> 강의.

    마법학부 교양 3학점.

    ━━━

     

    1학기에도 <마나사용의 기초와 이해>로 신세를 졌던 위어드 교수님의 새로운 강의였다.

     

    “…안 그러는 게 좋을걸.”

    “헤스티아씨?”

     

    그녀의 혼잣말을 들은 헤스티아가 굉장히 지친 얼굴로 결정을 번복할 것을 권했다.

     

    “들어봐. 오크노디랑 같은 강의를 들으면 무슨 일을 겪는지…”

     

    헤스티아는 도로시의 생각을 뒤집기에 충분할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 * *

     

     

    헤스티아는 오크노디가 강의를 잔뜩 늘린 것이 솔직히 기뻤다.

    덕분에 기사학부 교양강의를 오크노디가 신청하고 자신에게도 같은 강의를 들을 기회가 찾아왔다.

     

    “제군들. 전장에 온 것을 환영한다.”

     

    ━━━

    수요일 3교시 14시~18시.

    기사학부 레어그릴스 교수의 3학점 교양강의.

    <전장에서 지휘관으로 살아남기>.

    ━━━

     

    “흠흠.”

    “앗, 헤스티아!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그냥. 어쩌다보니 듣고 싶었어.”

    “신기하네요. 헤스티아는 지휘관으로 전직하는 경우는 없었는데. 용병대장 루트가 새로 열렸나?”

    “루트?”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크노디의 엉뚱한 소리도 내가 용병대 하나를 이끌 것처럼 늠름하고 의지할 수 있는 여자라고 말하는 건 아닌지 가슴이 설레는 헤스티아.

    푼수 같은 그녀의 마음과 달리, 레어그릴스 교수는 학생들의 잡담을 허용하지 않았다.

     

    “━집중!!!”

    “으윽.”

    “흐걋.”

    “귀, 귀가…”

     

    찌이잉.

    이명이 울릴 정도로 커다란 목청에 헤스티아와 오크노디는 물론이고 다른 학생들까지 깜짝 놀랐다.

     

    “본 강의는 수많은 국가에서 귀족들의 전장지휘관으로 임명되거나 전장에 참전할 소부대의 지휘관이 될 제군들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준비되었다. 함부로 농을 지껄이며 집중력을 흩뜨리는 행위는 금지한다.”

     

    확실히 1학기와 2학기는 분위기가 다르다.

    교수의 엄한 성격이나 강의내용의 심각함, 이를 따르는 학생들의 순응적인 태도.

    모든 것이 1학기에서라면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요소들이었다.

     

    ‘1학기였다면 지가 뭔데 귀족가의 후계자한테 큰 소리냐고 대들다가 얻어맞는 학생도 나왔겠지.’

     

    물론 2학기인 지금 자신들보다 까마득한 선배들도 교수님 앞에서는 얌전히 다니는 아카데미에서 그런 미친 짓을 저지를 학생은 없다.

     

    “오늘 처음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있으니 간단한 복습을 하지. 오늘날의 전쟁은 고위전력의 운용으로 승패가 갈린다. 때문에 대규모 병력의 역할은 고위전력의 봉쇄, 유인, 수호 등으로 사용되지. 지휘관은 이런 작전을 돕는 역할을 한다.”

     

    헤스티아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규모 전쟁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서로가 전력을 잔뜩 쌓아놓고 고위전력의 위치를 속이려드는 냉전.

    어떻게든 상대 고위전력을 찾아내어 죽이고자 오만전장에서 피를 뿌리는 난전.

    피가 하나도 흐르지 않는 전장도 있지만 한번 피가 흐르면 부대전멸 수준으로 피를 흘리게 되는 전장도 있다.

     

    “그렇기에 너희가 지휘관이라면 늘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안은 이것이다. 절대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상대 고위전력이 아군 고위전력보다 더 많은 전장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 발을 들였다면 상대고위전력이 노릴 장소를 반드시 이탈할 것.”

     

    오크노디만 강의를 추가로 고른다는 사실에 질투심을 느낀 걸까.

    항의하는 학생이 많은 탓에 추가신청기간이 연장되어 새로 강의를 들으러 온 다른 학생이 손을 들었다.

     

    “전쟁은 이기기 위해 벌인 것인데 그렇게 겁을 먹고 도망만 다니면 이길 전쟁도 못 이기고 질 전쟁은 더 크게 지지 않습니까?”

    “질문자는 이름을 먼저 밝혀라.”

    “실례했습니다. 981기 1년생 제이다스입니다.”

     

    제이다스!

    헤스티아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서귀연으로 유명한 서부지대에서 서부삼국에 명성을 떨친 성기사.

    981기 신진3강이라 불리는 아이린, 헥토르, 제이다스 중의 한 사람으로 소문에 따르면 북부대공녀 아이린만큼 예사롭지 않은 역량의 소유자였다.

    같은 용병출신이지만 버서커 클래스의 헤스티아와 성기사 클래스의 제이다스의 인기는 천지차이.

    남몰래 제이다스에게 자격지심을 품던 헤스티아로서는 흥분할 수밖에 없는 기회였다.

    그 제이다스를 자신의 손으로 꺾을 기회!

    그러나 제이다스는 헤스티아가 아닌 오크노디만을 힐끔거렸다.

    헤스티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처럼.

    그러나 제이다스가 헤스티아를 무시하듯이 그를 동네 개보듯이 보는 사람도 있었다.

     

    “멍청한 새내기다운 헛소리를 하는군!”

    “…!”

    “성기사는 신의 추종자. 네가 겪어온 전장이 신의 이름을 두려워하여 베풀어진 안락한 놀이터였다는 자각조차 존재하지 않는가?”

     

    오크노디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찐고수는 신앙 없이 쌩으로 해야죠!”

    “적어도 학년수석은 마인드가 제대로 박혔군.”

     

    제이다스가 분노로 치를 떨었다.

     

    “교수님께서 강하다는 사실이 제 경력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서부삼국에 명성 좀 떨쳤다고 네 까짓 것이 이 레어그릴스에게 평가받는 것을 불편해하느냐? 주제도 파악할 줄 모르는구나!”

     

    교수가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투구 아래로 섬뜩한 안광을 번뜩였다.

     

    “본래 이걸 실전에서 겪는 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뿐이지만 오늘만큼은 특별히 앞당겨주지. 모두 주목하라. 너희도 시험의 날이 되거든 겪을 시련이니.”

     

    레어그릴스 교수의 손짓에 갑옷을 입은 조교들이 죽을상을 지으며 거대한 마나보드를 여럿 설치했다.

    가장 중앙의 커다란 마나보드에 떠오르는 것은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전술지도.

    각기 다른 기호와 크기로 이루어진 병력편제와 규모가 지도 곳곳에 떠올랐다.

     

    “제이다스와 경쟁을 할 도전자가 있나?”

    “제가 나서겠습니다.”

     

    헤스티아는 망설임 없이 나섰다.

     

    “음, 저도 할래요!”

     

    오크노디까지 세 사람이 참가의사를 드러내자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장에서 지휘관으로 살아남기> 시험방법을 알려주지. 이제부터 너희는 전술지도 위의 자신의 부대에 커맨드를 입력할 수 있다.”

    “매 턴 자신의 부대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자유이며, 지휘관이 살해당한 경우에 시험은 종료된다. 가장 마지막에 죽거나 마지막 턴까지 살아남은 학생들이 시험의 우승자가 되지.”

    “또한 청군의 지휘는 나의 충실한 조교 그라치오가 맡을 것이고, 적군의 지휘는 내가 맡는다.”

     

    제이다스가 의심어린 눈으로 전술지도를 쳐다봤다.

     

    “지도에 모두의 위치가 공유되면 적을 피해 도망다니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규칙설명은 끝났다. 개인턴의 행동은 각자의 마나보드로 조작하고 중앙의 메인 마나보드에는 결과만이 송출될 것이다.”

    “부대규모와 초기시작 위치는 어떻게 정해집니까?”

    “본래는 시험이 시작하기 전까지 중간과제에서 얻은 강의점수나 추가포인트로 위치선정우선권이나 규모확충, 실력자영입 등의 옵션을 고를 수 있지만 이번 시험에서는 아무도 포인트를 얻지 못했기에 부대선정은 1학기 순위대로 고른다.”

     

    제이다스는 떫은 표정을 지었다.

    교수가 자신을 엿먹이려고 작정했음이 느껴졌다.

    순위대로 부대를 고른다면 상급반인 오크노디와 헤스티아가 더 좋은 부대를 먼저 고르고 자신이 가장 불리하게 시작할 것 아닌가.

     

    ━━━

    전장브리핑

    국경지대에 적의 침략군이 발견되었다.

    국경수비대는 성기사단과 선봉대로 파견된 병력과 협력하여 요새를 사수하라.

    원군이 도착하기까지 30턴을 버티는 부대는 모두 생존보너스를 얻는다.

    ━━━

    부대선택 리스트

    팔콘기병대(경기병300 궁기병30), 전선위험도3

    정규보병부대(창병1500, 방패병1500), 전선위험도3

    국경수비대(정예수비병1400), 전선위험도5

    농민징병부대(농민병사2200), 전선위험도6

    오토스형벌부대(죄수보병1200), 전선위험도8

    벽력성천신교성기사단(성기사10 견습성기사50), 전선위험도8

    ━━━

     

    제이다스는 두 개의 선택지를 벌써 점찍었다.

     

    ‘가장 안전한 곳은 성벽을 끼고 수비를 굳히는 국경수비대와 적진을 유린할 준비만 하는 팔콘기병대. 이 두 곳이군.’

     

    다른 곳은 병사의 수가 많아도 곧 이어질 전쟁에서 화살받이로 쓰이며 죽어나가거나 주 교전에서 적의 표적이 되기 쉽다.

    자신은 그 중에서도 그나마 차선의 선택지를 찾아내야만 했다.

    어차피 오크노디와 헤스티아가 그 둘을 남겨둘 리가 없으니까.

     

    “다음. 세 번째인 제이다스가 자신의 부대를 고를 차례다.”

     

    남은 부대를 둘러보던 제이다스는 예상치 못한 리스트에 크게 당황했다.

     

    “뭐지? 조작실수라도 저질렀나?”

     

    팔콘기병대는 헤스티아가 선택했다.

    그러나 오크노디는 국경수비대가 아니라 가장 위험한 형벌부대를 골랐다.

     

    “서비스에요! 뉴비는 애껴야죠!”

    “…의미는 모르겠지만 날 무시하는 건 알겠군. 교수에게도 네게도 본때를 보여주지.”

     

    제이다스는 망설임 없이 국경수비대를 골랐다.

    그렇게 세 학생의 2학기 중간고사 사전체험이 시작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고인물릭트쇼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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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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