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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6

     

    방과후 에이미의 소개를 받아 도착한 요리 실습실.

    그곳에서는 제빵 동아리의 부장으로 보이는 조금 성숙한 느낌의 소녀가 루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짧지만 하늘빛이 감도는 밝은 머리에, 약간 날카로운 인상의 고양이 수인 소녀.

    그녀는 꽤 흥미로운 듯이 루크와 에이미에게 성큼 다가와 얼굴을 내려다보며 귀를 쫑긋거렸다.

     

    “흐음, 얘가 바로 말로만 듣던 그 애란 말이지?”

    “네! 루크 이루시에요, 남는 찻잎도 많고, 음료수 레시피도 많이 알고 있대요!”

    “오호, 그래?”

    에이미의 설명을 들은 그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 이루시, 그 이름은 이미 그녀에게 꽤 익숙했다.

    물론, 그것이 루크에 대해 자세히 안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루크가 확실히 아카데미에서 특이한 소문의 중심점이 되는 일이 잦기는 해도, 다른 학년의 아이들까지 모두 그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소문이 오랫동안 지속된 적은 없었으니까.

    아카데미에서 떠도는 소문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

    다만 그녀가 루크 이루시라는 이름이 익숙한 것은, 에이미가 평소에 몇번 언급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아이가 만든 과자 때문에 제과제빵 동아리에 들어온 거라고 했었지, 아마?’

    그렇다면 이미 이 아이의 능력은 안 봐도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만들어진 빵을 먹은 한 아이가 제빵의 꿈을 피워올릴 수 있을 정도로는 빵을 잘 만든다는 얘기일 테니까.

     

    그녀는 아주 만족했다는 듯 한 얼굴로 루크에게 손을 내밀며 자신을 소개한다.

     

    “인사할게, 나는 제과제빵 동아리의 부장, 케일라 스쿨드라고 해. 만나서 반갑다.”

     

    그녀의 자기소개에 루크 또한 자연스럽게 케일라의 손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반갑구나, 케일라.  루크 이루시라고 한다. 루크라고 부르거라.”

     

    그 때, 루크의 자기소개를 들은 케일라가 돌연 웃음을 터트렸다.

     

    “푸핫, 그거 진짜 이상한 말투네.”

    이젠 루크에게도 익숙한 상황이다.

    루크는 별 당황한 기색도 없이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

    “혹시, 내 말투가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느냐?”

    “아니, 그런건 아냐. 그건 별로 신경 안써.”

    “그럼 다행이로구나.”

     

    과연 루크의 말투는 듣던 대로 조금 미묘한 감이 있었다.

    귀엽고 깜찍한 생김새에 그 말투는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데, 또 기묘하게 분위기는 어울리는 느낌이라서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고 할까.

    그런데 확실한 건, 절대 그런 걸로 상대방의 기분이 나빠질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무튼, 환영해. 그러니까 이번 축제 때 우리 제과제빵 동아리에서 하는 카페에 도움을 주겠다는 거지? 그럼 카페에서 일하려고?”

     

    케일라의 확인에 루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건 아니고, 레시피를 알려주러 왔을 뿐이란다. 음료의 메뉴가 부족하다지 않았느냐. 마침 남는 찻잎도 많고, 차에도 어느정도 조예가 있어서.”

    그러자 케일라는 아쉽다는 듯 탄식을 내며 말했다.

    “흐으음. 그러면 한번 맛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게 다른 메뉴에 어울리는 지 알아봐야 하니까.”

    “문제없지. 잠깐만 기다리거라.”

     

    곧바로 행동을 시작하는 루크의 모습은 꽤나 당당했다.

    그래봤자 저학년인 에이미 또래의 어린아이라 사실 별 기대는 안 하는데, 그래도 그 모습을 보니까 뭔가 믿음이 가는 것 같다고, 케일라는 생각했다.

     

    —–

     

     

    루크의 차가 달여지는 동안, 시간이 지나 동아리의 인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루크는 또 한번 인파에 둘러쌓였다.

    어느 단체에서도 새로운 얼굴은 언제나 이야깃거리가 되는 법이니까.

     

    가만히 있기만 해도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어디를 가든, 루크의 첫인상은 아주 특이했으니까.

     

    “너, 정말 고양이 쪽 수인이야? 그치만 부장이랑은 달리 꼬리가 복슬한거 보면 고양이보다는 여우에 더 가까운 거 아냐?”

    “혹시 혼혈이야? 부모님은 어떻게 돼?”

    “너 진짜 10살이야? 와아, 요즘 애들은 엄청 발육이 좋네.”

    “에이미가 그러던데, 빵도 엄청 잘 만든다며? 제과제빵 동아리에 들어올 생각은 없어?”

     

    차가 달여지는 동안에, 루크는 적당히 대답할 것은 대답하고,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와 같이 대답하기 곤란한 것들은 넘기는 식으로 문답을 주고받았다.

    그런 식으로 대화가 조금 더 오간 후.

     

    “아, 잠깐만. 이제 다 되었겠구나. 잠시만 내게 공간을 주겠느냐.”

     

    루크가 손을 들자, 루크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아이들의 원이 살짝 넓어졌다.

    이제 움직임에 방해되는 것이 없어진 루크는 곧바로 차를 따르기 시작한다.

     

    비록 폐기에 가까운 찻잎을 가공한 것이라 효능은 기존보다 약해졌지만, 향은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

    그러니 효과 약화를 위해서 희석을 할 필요는 없겠지.

     

    루크는 아주 능숙하고도 우아한 동작으로 찻잎을 걸러내며 컵 안에 차의 향을 가둔다.

    그 후, 기호에 따라 어떤 연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가지 과일이나 우유등을 곁들여서 각기 다른 맛을 내는 차를 컵 하나하나에 만들어냈다.

     

    “와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이들은 그야말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시지도 않았는데 진하고 향긋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효과를 위해 희석한 것이 아닌, 원본의 향이 그대로 느껴지는 탓이리라.

     

    “자, 다 되었다. 한번 하나씩 시음해 보거라.”

     

    루크의 말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아이들이 저마다 원하는 음료가 담긴 컵을 하나씩 집어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한모금을 넘긴 아이들은 저마다 눈을 크게 뜰 수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너무 황홀한 티타임이었다.

    대부분 차를 즐기는 법은 전혀 모르는데도.

     

    “너무 맛있다, 이거! 주스보다 나은 것 같아!”

    “정말이네, 이 우유가 들어간 차는 케이크랑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아.”

    “이것도 엄청 과자가 당기는 맛이야.”

    “여기 있는 메뉴만 다 넣어도 될 것 같은데!”

     

     

    “하하, 그렇지.”

     

    상품화 계획은 좌절되고 말았다고는 하나, 그 노하우가 어딜 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당연히 맛이 훌륭할 수 밖에.

     

    애초에 간식에 어울리는 맛과 향을 내기 위해 루크가 몇번이나 개량을 했던가?

    언제든 상품화가 진행되어도 전혀 문제가 없도록 아주 철저한 연구를 했다.

    특히, 과자가 어울리는 맛을 내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였다.

    그건 아무래도 차만 파는 것 보다는, 후에 차에 어울리는 과자 레시피까지 팔면 아주 큰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루크의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말 슬프게도, 예상치 못한 복병에 의해 상품을 만드는 것은 물건너가고 말았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니.

    아무래도 백화점의 정규상품이 되는 것은 동네의 작은 가판대에서 제품을 파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감탄성을 내고 있는 사이.

     

    “…….”

     

    차를 맛본 케일라의 표정만큼은 꽤 심각했다.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던 케일라는, 이내 루크를 붙들며 심각하게 말했다.

     

    “너. 우리 카페 들어와서 일해라.”

    “나는 카페에서 일하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었는데.”

     

    루크는 케일라에게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루크는 그저 레시피를 알려주고 적당히 찻잎을 팔아넘기려고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종업원이라니?

     

    하지만 케일라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치만, 여기서 너 정도로 차에 조예가 있는 애들은 아무도 없단 말이야. 다들 제빵밖에 몰라. 아마 네가 차 레시피를 알려줘도 제대로 못 만들 걸.”

     

    케일라의 말에 동아리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가 차를 우리고 따르는 걸 보자마자 알았다.

    저것은, 자신들이 할 수 없는 동작이라는 것을.

     

    따라서, 루크의 손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바다.

     

    “그래서, 우린 네가 필요한 거야.”

    “…….”

     

    듣고보니, 그것은 루크에게도 꽤 타당한 주장이었다.

     

    확실히, 루크의 차는 정말 맛이 좋기는 하지만, 그것을 우려내야 하는 방식은 꽤나 엄격하다.

    원래도 우려내는 시간이 조금 달라지거나, 배합이 틀리면 전혀 다른 맛이 나오는 것이 바로 차의 세계였고, 연금술의 극의에 달한 루크의 차 타는 솜씨는 그야말로 누가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섬세한 단계에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굳이 자신이 직접 일을 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왜냐하면, 굳이 루크의 엄격한 제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충 타더라도 이미 충분히 좋은 찻잎이니까.

     

    “그래도, 나는 카페에서 직접 일하는 것 까지는…….”

     

    그렇게 거절하려던 순간, 케일라가 루크에게 제안했다.

     

    “만약에 이번에 판매량이 괜찮으면, 엄마한테 얘기해서 앞으로도 그 찻잎은 계속 매입해줄게. 그러려면 확실한게 좋지 않겠어?”

     

    그렇다, 케일라 또한 온갖 영향력 있는 가문의 자제들이 다닌다는 티그 아카데미의 학생.

    그녀의 부모역시 어느 분야에서는 알아주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

     

    루크는 잠시 침묵했다.

     

    —–

     

    루크는 케일라와 함께 비품실에 들어갔다.

    종업원 의상이 과연 몸에 맞는지 확인을 하기 위함이다.

     

     

    “내가 역시 귀여울 줄 알았다니까! 딱 맞네!”

    “아니, 이건…….”

     

    루크는 자신의 옷차림을 잠깐 내려다보았다.

    검은색 긴 소매 원피스형 프릴드레스에, 하얀 앞치마.

    그러니까, 평범한 메이드복이다.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아주 부끄러울 정도까지는 아니다.

    딱히 노출이 심한 것도 아니다보니, 거슬리는 점은 기껏해야 신분이 낮은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 밖에는 없다.

    하지만 애초에 신분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던 루크에게 그건 딱히 문제가 되는 부분이 아니다.

    게다가 옷의 착용감 자체도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원래 흑백 조합의 드레스코드를 선호하기도 했고, 평소에도 구두와 하얀 스타킹은 즐겨 입기도 했으니 말이다.

    따라서, 루크에게 이 복장의 거부감은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심하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설마하니 종업원 의상이 메이드복이라니.

    대체 무슨 이유가 있는 걸까?

     

    “어때? 옷 진짜 귀엽지? 사실은 그거 입어보려고 카페 하자고 한 애들도 있거든!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입어보겠니?”

     

    케일라의 주장에 루크는 어처구니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그렇게 입고 싶으면 그냥 집에서 혼자 입어보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지 않나.

    어느정도 사는 가문의 아이들은 가정부를 두는 경우도 많은데, 집에서 입어볼 메이드복 한 벌이 없겠는가?

    하지만, 케일라는 그런 이유야 뻔하지 않냐는 듯이 고개를 젓는다.

     

    “그러면 그 느낌이 전혀 안 살잖아! 그건 그냥 코스프레라고.”

    “……너희들, 생각보다 마음가짐이 본격적이구나……?”

     

    아무래도 이 아이들은 하인의 입장이 되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메이드복에 환상이라도 품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람이 이래서 명문대를 나와야 합니다… 인맥 최고야!

    ps. 몇몇분들이 눈치채신 것 같은데, 작가는 실제로 마스터듀얼에서 드래곤메이드 덱을 굴립니다.
    사랑한다! 내 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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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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