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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6

       “듣자듣자하니 오만이 지나치시군요.”

         

       위서련의 비무 신청에 발끈한 것은 의외로 혁기린이었다. 혁기린의 눈에는 보기 드물게 시릴 정도의 한기가 서려 있었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잠시 싸움을 피했을 뿐인데 우위라도 점했다 여기셨습니까.”

         

       생각해보면 혁기린이 위서련을 적대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정파와 마교가 앙숙인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 말고도 혁기린이 마교를 싫어할 이유는 또 있다.

         

       앞서도 말했듯 마교는 무법한 자들. 사파는 그나마 겉으로 법을 지키는 시늉이라도 하지 마교도들은 아예 대놓고 무시한다.

         

       아무리 혁기린의 성격이 좋아도 황족 태생에 정파 출신이니 마교 인사라면 이부터 갈고 봐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정 그렇게 싸움…”

         

       혁기린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황급하게 손을 뻗어 혁기린의 말을 제지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어 보였다.

         

       혁기린 입장에서는 내가 왜 이러나 싶겠지.

         

       사실 모로 보나 지금 상황에서는 혁기린이 나서는 것이 최선이다. 나랑 위서련이랑 비무를 붙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나와 위서련 사이에 은원관계가 생겨나기 쉬우니까.

         

       그럴 바에야 일행 중에서 가장 경지가 높고 이미 앙숙이라 할 수 있는 혁기린이 나서는 편이 가장 최선의 선택지지만…

         

       애초에 소천마와는 싸움을 벌이는 것 자체가 하책이었다.

         

       “본인은 그대와 겨루고 싶은 마음이 없소만. 용무가 있다면 들어는 보겠소.”

         

       그러니 싸움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다.

         

       다만 위서련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이미 탐스러운 사냥감을 보는 듯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네게 거부권은 없다 호천안.”

         

       역시 이렇게 나오는가.

         

       “나는 이미 뜻을 정했으니 내 뜻을 꺾고 싶다면 어디 나를 한번 꺾어 보아라.”

         

       이래서 마교놈들은.

         

       나보다 약한 자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의 마교놈들은 일단 어떤 식으로든 엮이면 서열정리를 해야만 하는 귀찮은 녀석들이었다.

         

       문제는 그 서열정리 대상이 무림 최상위 포식자 중 한 명인 소천마라는 점이었다.

         

       위서련의 안하무인격 발언에 자극받았는지 뒤에서 뭉클한 살기가 느껴졌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일행들의 눈에서 불똥이 튀는 것이 진짜 제대로 된 정파 인물들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칼을 뽑고 다구리를 놨을 정도의 기세였다.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소.”

         

       “선배!”

         

       “낭인님!”

         

       “은공!”

         

       “제자야,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닌 듯 싶구나.”

         

       “그렇습니다. 비무를 받아줘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거절하고 도망치면 그만이라는 투의 일행들. 정철에 이어 마교까지 엮이는 일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사실 소천마라는 직함에 걸맞지 않게 위서련의 무공경지는 압도적이지는 않다.

         

       현재 소천마의 무공경지는 초절정이다.

         

       대충 나와 비슷한 수준이지 않을까.

         

       그런 소천마의 무공경지를 간파한 일행들은 이 정도라면 충분히 비천마차를 타고 따돌릴 수 있다고 여길 것이다.

         

       다만 그렇게 되면 이 저 소천마는 망설임없이 마교의 무사들을 동원해 우리를 추격할 것이다.

         

       천마는 한다면 한다.

         

       천마신공을 계승한 소천마 역시 천마랑 다를 바 없는 자였으니 만약 이 자리에서 우리를 놓치더라도 계속해서 꼬리가 따라붙겠지.

         

       그럴 바에야 깔끔하게 이 자리에서 결판을 내리는 것이 맞았다.

         

       스르릉.

         

       이 자리에서 소천마 위서련을 쓰러뜨린다.

         

       *** ***

         

       ‘천마신공을 깨우친 뒤에 별다른 적수가 없었지.’

         

       위서련은 소천마가 된 이후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 적이 없었다.

         

       제 역량과 상대방의 위험성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천마신공의 계승자를 꺾음으로서 얻을 명예에 눈이 멀어버린 불나방들.

         

       혹은 소천마라는 후광, 혹은 힘에 압도되어 겁에 질려 발버둥치는 사냥감들.

         

       제대로 된 적수조차 만날 일이 없었다.

         

       천마 위지천은 그런 불만을 품은 위서련에게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천마신공을 익히게 된다는 것은 그런 의미라고.

         

       실로 그러했다.

         

       위서련의 앞에 놓여진 상대들은 다 그런 지루한 상대들 뿐이었다.

         

       이것이 천마의 숙명인가.

         

       그렇게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던 어느 날. 위서련은 미소 지으며 주먹을 쥐었다 펴는 위지천을 볼 수 있었다.

         

       얼마만에 보는 생동감 있는 표정이었는지 위서련의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가 않을 지경이었다.

         

       위지천에게 생동감을 불어 넣을 만한 일이 있었다면 나 역시 그런 자극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 호천안의 뒤를 쫒았고 결국에는 이렇게 마주할 수 있었다.

         

       과연 호천안은 자극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위서련은 거침없이 경력을 풀어헤쳤다. 순식간에 사위를 물들이는 위서련의 기운에 호천안 뒤에 있던 일행에 동요가 퍼졌다.

         

       흑룡기(黑龍氣).

         

       그저 위서련의 몸 안에만 갇혀 있던 불길함이 사위를 장악했다.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물어 뜯고 찢어발기고 싶어 꿈틀거리는 검고 붉은 경이 날개처럼 돋아난 위서련은 사람을 초월한 위압감을 뿜어냈기 때문이었다.

         

       일순 개방된 흑룡기에 압도당한 일행을 보면서 위서련은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흑룡기를 개방한 위서련을 목도한 이들은 여지없이 저런 반응을 보였으니까.

         

       중요한 것은 바로 호천안의 반응이었다.

         

       호천안의 눈을 목도한 위서련은 자신도 모르게 천마를 탓했다.

         

       ‘아버님도 참 무심하시지.’

         

       위서련은 눈 앞에 있는 호천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참암검의 검집을 벗어던지고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는 호천안의 기세는 정말로 오싹했다.

         

       이 얼마나 오래간만에 느껴보는 위협인가.

         

       당장이라도 사람을 물어 뜯어 죽이고 싶어하는 난폭하고 거대한 흑룡기의 기운을 목도하고도 호천안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야말로 거대한 흑룡이 눈 앞에 드리워진듯한 압박감과 위협을 느낄 텐데도 그저 호천안의 눈은 철저하게 빈틈만을 살피고 있었다.

         

       그 냉철한 눈빛에서 느껴지는 번뜩임에서 위서련은 호천안의 마음가짐을 읽어냈다.

         

       제 아무리 눈앞에 있는 것이 거대한 용이라도 용이라면 반드시 있을 역린을 찌르겠노라는 냉철함.

         

       네가 용임을 인정하고 내가 열세임을 인정하더라도 결코 패배하지 않겠다는 의지.

         

       그런 호천안의 눈빛이 위서련의 등골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이런 재미있는 사조와 사손을 발견하시고도 혼자 즐기시다니요.’

         

       빠직.

         

       호천안의 검끝에서 번갯불이 튀었다. 그 순간 위서련도 잠시 즐거움을 내려놓고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호천안의 기세가 본격적으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호천안이 일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전신에 내공을 가득 채우는 순간 위서련은 생각했다.

         

       ‘통찰의 결과인가. 아니면 우연인가.’

         

       경의 영역다툼은 고수들에게 있어 중요한 요소였다. 경의 영역을 점유하면 점유할수록 그저 경의 영역을 점유하는 것만으로도 우위에 선다.

         

       대부분 흑룡기를 접한 이들은 경의 영역을 확산하는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흑룡기의 기운은 누가 봐도 심상치 않으니 내공을 살라 먹히더라도 몸을 보호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호천안은 최소한의 방비만을 한 채 경의 영역을 좁혔다.

         

       일격필살의 무공을 익힌 듯 싶었지만 그런 무공을 익힌 이 치고도 극단적인 선택이었다.

         

       흑룡기가 자신을 물어뜯을지라도 단 한번의 공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뿌려진 경을 회수하기에는 늦겠군.’

         

       난폭한 흑룡기이니만큼 공세에서는 누구보다 재빠르지만 수세에서는 그만큼 말을 듣지 않는 기운이었다. 천마신공을 익혔되 아직은 미숙한 부분이 남아 있는 위서련.

         

       그렇기에 위서련은 억지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하는 대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검붉은 흑룡기가 위서련과 호천안 사이에 자욱해졌다.

         

       위서련의 의도는 간단했다.

         

       ‘일격필살을 노린다면 어디 한번 흑룡기의 경을 뚫고 들어와 보거라.’

         

       위서련은 경을 뿌리며 호천안을 바라보았다.

         

       과연 너는 어떤 선택을 할까.

         

       호천안의 선택은 간단했다.

         

       꽈-아-앙!!

         

       일뢰를 폭발시키며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호천안이 일뢰의 힘을 빌려 뻗어낸 일문직뢰보는 그야말로 번개를 형상화시킨 듯한 속도였지만 호천안의 행동은 흑룡의 아가리로 들어가는 것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감히 자신에게 정면으로 달려드는 호천안에게 격분한 흑룡기가 그대로 호천안의 전신을 물어뜯었다.

         

       온몸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흑룡기. 그리고 그에 대응하며 그 흑룡기를 뚫고 들어가는 호천안.

         

       ‘대단하군.’

         

       흑룡기의 경은 말 그대로 호천안의 전신을 물어뜯었다.

         

       분명 호천안의 행동은 흑룡기의 입 안으로 자신을 먹이로 던져 넣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 먹이는 흑룡기가 삼켜버리기에는 너무 강건했다.

         

       분명 호천안의 몸에는 흑룡기의 이빨이 박혀들었다.

         

       그러나 호천안의 내공 운영은 조금 흔들릴 뿐 그 길을 잃지 않았다.

         

       어지간한 무인들이라도 침투한 흑룡기로 인해 이미 내공의 제어권을 놓쳤어야 할 상황이었지만 호천안은 훌륭하게 자신의 일뢰를 제어해내고 있었다.

         

       수많은 불순물들로 인해 내공 운용을 하며 오만 장애물이란 장애물을 다 경험했던 호천안!

         

       늘 불순물이라는 폭탄을 안고 내공을 사용해왔던 호천안은 어떤 상황에서도 내공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능력만큼은 철저하게 단련되어 있었다.

         

       완전히 불순물에게서 해방된 호천안.

         

       자신의 몸에 이빨을 박아넣은 흑룡기를 피해 내공을 운용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지만.

         

       잡혈로 인해 수많은 억까를 돌파해 온 호천안에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훌륭하다.’

         

       기어이 자신의 앞에 도착해 낙뢰를 뿌리는 호천안의 모습을 보면서 위서련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소천마가 된 이래 이렇게 흑룡기를 떨쳐내고 자신의 목전에 강기를 드리운 이가 있었던가.

         

       없었다.

         

       위서련은 이 순간 호천안을 한 명의 무인으로서 인정했다.

         

       그렇기에 주먹을 말아쥐고 기수식을 취했다.

         

       흑룡기는 분명 천하에서 가장 강력한 기운 중 하나였다.

         

       그러나 기의 성질은 무공으로 단련되는 성과 중 하나에 불과할 뿐. 그 사람이 펼치는 진짜 무공(武功)이라 할 수는 없었으니.

         

       위서련은 자신이 인정한 적수를 위해 진짜 무공을 뻗어냈다.

         

       천하에서 제일(第一)을 다툴 수 있는 신공절학을 펼쳤다.

         

       천마신권(天摩神拳). 제일초(第一招).

         

       파천(破天).

         

       흑룡기로 이루어진 권강과 일뢰의 모든 것을 담은 낙뢰가 충돌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초절정과 초절정의 충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여파가 주변을 휩쓸었다. 폭음이 순식간에 대지를 깎아내리고 돌을 쪼갰으며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켰다.

         

       호천안은 충돌하는 순간 승패를 직감했다.

         

       승산은 있다고 생각했다. 흑룡기의 이빨에 물어뜯겨도 여태 잡혈의 억까를 이겨내온 자신이라면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다고 여겼고 어찌어찌 일뢰의 기운을 보존하여 일격을 뿌리는데 성공했다.

         

       위서련이 펼치는 파천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으나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해보고자 했다. 아무리 소천마라 할지라도 막대한 경을 뿌렸으니 정면 힘싸움에서는 수세에 밀릴 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일권과 일검이 마주하는 순간.

         

       흩어져 있던 흑룡기가 단 한순간에 몰려들었다.

         

       그 순간 호천안은 깨달았다.

         

       흑룡기가 수세로 전환하기 힘든 것은 그 공격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뿌려진 경이 다시 공격으로 전환되는 것을 수비적인 기의 운용이라 볼 수 있을까.

         

       ‘이거 개사기 아니야.’

         

       순식간에 회수된 경이 일권에 더해지는 순간.

         

       참암검이 두 동강 나며 호천안의 의식이 끊어졌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천마신공(사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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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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