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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6

       지존은 본인에게 처참한 패배를 당했다. 지극히 당연한 결말이었다.

       

       경지도 기술도 지존이 바라볼 수 없는 곳에 도달해 있는 본인이다.

       

       이 녀석이 며칠 남짓을 수련하고서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란 게지.

       

       “내 수련도 좀 하고 기술도 배우고 오라 하지 않았느냐.”

       “했다! 했단 말이다!”

       “무슨 헛소리를. 그댄 한참 하수인 녀석이 일주일을 수련하고 왔을 적에 고생했구나라면서 칭찬을 해주더냐. 아님 상대할 가치도 없다며 내쫓더냐.”

       

       지존은 내 지적에 아무런 답도 내놓지 못했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서 이 곳에 방문하던 녀석이다만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던 게로구나. 염치조차 없었으면 내쫓아버렸을 텐데 아쉽군.

       

       그런 생각을 하며 키득거리고 있으려니 입을 우물거리던 지존이 목소리를 냈다.

       

       “어쨌든 패배는 패배이니 대가를 지불해야겠지.”

       “장물을 운반하던 녀석이라 했던가?”

       “그래.”

       

       고개를 끄덕인 지존은 차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느긋이 말을 이었다.

       

       “자네도 익히 아는 사실이겠지만 첫 번째 정마대전은 마의 패배로 돌아갔다.”

       

       단순한 다툼에서 시작되었던 첫 번째 정마대전에서 승리한 쪽은 정파였다.

       

       지금과는 달리 강맹한 세력을 자랑했던 그들은 멀고도 먼 사막을 넘어 천마신교의 본관까지 쳐들어와 불을 질렀더랬다.

       

       “그 때에 정파의 인간들은 신교의 자리에서 주머니를 채웠지.”

       

       저들은 겉으로 사악한 마교의 흔적을 세상에서 지웠다고 이야기했으나 현실은 달랐다.

       

       정파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협보다는 저들의 욕망을 중시하는 이들이었으니까.

       

       그들은 천마신교의 본관에 불을 태우기 전에 그 안을 돌아다니며 여러 값어치 나가는 것을 자신들의 수중에 넣었다.

       

       “그에 대해서는 본인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모를 수가 없지. 첫 번째 정마대전이 끝나고 본인 혼자서 일으킨 두 번째 정마 대전에서 복수를 하듯 정파의 물건을 불태우며 저들에게 절망을 심어주었으니.

       

       그 과정에서 본인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만나보았을 것이며, 또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질렀을 것이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끌어냈을 것인가.

       

       어지간한 정보에 대해서라면 본인도 잘 알고 있다.

       

       “어디까지 알지?”

       “대충 이런 것들이다.”

       

       사막을 지나오면서까지 신교에 쳐들어 온 이유는 어디까지나 신교가 지니고 있는 것이 욕심나서였다거나.

       

       그 곳에서 얻은 환단이나 영물 같은 것은 이미 다 써버린 지 오래라거나.

       

       대부분의 서적은 정파에서 써먹을 수 없다 판단을 내려 불태워 버렸다거나 하는 것들.

       

       본인이 아는 바 내에서 대략적인 설명을 더해 주었더니 지존이 고갤 끄덕였다.

       

       “본인도 그대처럼 알고 있었다. 마교의 무공은 특징적인 구석이 너무도 많으니 그 서적을 지니고 있는 것보단 불태우는 게 판단을 내렸다고. 실제로 본인이 교류하던 정파 측에서는 그리 했으니까. 허나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진 않았더군.”

       “흠?”

       “솔직히 지금 이 이야기를 하는 입장에서도 미친소리 같긴 하다만. 마교의 서적을 보고 거기에 매혹된 녀석들이 있었다.”

       

       아아. 그 놈들 말인가.

       

       지존이 왜 말을 하는 걸 망설였는지 이해했다.

       

       과거의 본인도 그 놈들을 마주했을 때에 정신이 나간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거든.

       

       정파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녀석들이 천마의 아래에 들어오고 싶다며 새로운 신교에 방문하다니.

       

       미친 놈들 아닌가.

       

       “처음엔 몇 명 되지 않는 세력이었다만 도박 실력은 처참한 주제에 무재 하나는 걸출한 현재의 천마가 정파를 뒤엎으며 그 수가 더 늘어났지. 한 인간의 손에 무림의 세력이 패했다는 것은 그만한 충격을 가져다주었거든.”

       “그래봐야 천마신공에 대한 증오가 더 크니 얼마 지나지 않아 축출되었을 터.”

       

       이전에 무림맹을 방문했을 때를 보라. 본인이 천마신공을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적대하는 자들이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천마라는 존재가 무림맹에 남긴 상처는 한없이 거대하다.

       

       과거 본인이 마주했던 미친놈들도 그 상처를 건드리다 축출된 이들이었다.

       

       녀석들 중 일부가 천마신공의 장점을 받아들여야한다 주장하다 목이 날아갔다는 걸 들었을 때 얼마나 어이가 없었던가.

       

       그들의 주장은 무림에 받아들여질 수 없다.

       

       놈들이 신교까지 온 까닭도 그러했다. 무림에 서 있을 자리에 없기에 거기까지 온 것이었다.

       

       “본래라면 그래야겠지. 근데 그 시점에 외부인이 들어오며 무림에 커다란 혼란을 야기했거든.”

       “외부인과 그것이 무슨 관계가 있지?”

       “정과 사의 경계가 무너져 버렸잖은가.”

       

       본인이 말로만 들었던 혼란과 격동의 시기가 존재했다.

       

       무의 이치를 당연시하던 이들이 세력을 위해 그를 포기하던 때가 있었다.

       

       외부인을 업신여기면서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단 의견에 한 명이라도 더 그를 끌어들이기 위해 발악하던 날이 실존했다.

       

       “사실 지금의 정파는 말이 정파지 사실상 사파에 가깝잖나. 이렇게 될 때까지 얼마나 많은 혼란과 다툼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가.”

       “…그래서?”

       “그런 때에는 종교가 잘 먹혀 들어가지.”

       

       내가 살던 무림에서는 별 뜻을 펼치지 못한 채 축출되어 신교가 존재하던 곳으로 도망쳤던 아해들이지만 이 무림에선 달랐다.

       

       그들은 이 무림에 나름의 세력을 구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도박장에 왔던 전직 정파의 인간은 완전히 도박에 중독된 인간이야. 최근에 돈이 모자라서 자신의 집기를 모두 다 팔아넘기고 있는 와중에 그 쪽 세력에서 연락이 왔다더군. 그가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던 마교의 서적을 구매하고 싶다고. 놈은 당연하게도 그를 넘겨버렸지.”

       

       여기까지 설명을 끝마친 지존은 목이 마른 듯 차를 들이키며 침묵을 만들어 내었다가 말을 이었다.

       

       “자. 민가. 이 놈들이 과연 한 사람에게만 연락을 했을까?”

       “놈들의 본거지를 찾아가면 꽤 많은 서적을 살펴볼 수 있겠군.”

       “이해가 빨라서 좋네.”

       

       처음에는 단순히 그 전직 정파라는 인간이 들고 있는 서적을 주겠다는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이는 생각보다도 더 값어치 있는 사실이었다.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 멍청이들이 나름의 세력을 이룬 채 무림에 머무르고 있다니.

       

       “허나 지존이여. 제일 중요한 이야기가 남은 듯 하다만.”

       “본거지가 어디냐고?”

       “그래.”

       

       이 모든 이야기는 내가 그들의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야만 성립될 수 있다.

       

       그래서 물음을 던졌더니 지존이 다시금 주사위를 꺼냈다.

       

       “그걸 알아내고 싶으면 다시 한 번 내 도전을 받아주시지.”

       “…하아. 네 놈이 무슨 이야기꾼이더냐? 말을 하다 말고 값을 내 놓으라 재촉하다니.”

       “그래서 안 할 건가?”

       “알았다. 알았어.”

       

       내 방금 전에 도전을 하려면 수련을 하고 나서 오라 이야기했거늘. 그 이야기는 잊어버린 것이냐.

       

       한숨이 새어나왔지만 의욕으로 가득한 지존의 눈을 앞에 두고서는 방법이 없었다. 어찌 되었든 지존 이 녀석이 내게 필요한 정보를 지닌 건 사실이니까.

       

       최대한 빠르게 박살을 낸 후 정보를 얻자꾸나.

       

       *

       

       “민가야! 보이느냐?! 세상이 하얀 색으로 물들어 있구나!”

       

       눈에 뒤덮여 하얀 색으로 물들어 있는 대지. 초록색의 잎사귀를 대신해 눈으로 장식을 한 나무. 회색빛으로 물든 하늘에서 무성히 떨어지는 동그라며 부드러운 빗방울.

       

       겨울의 풍광을 그대로 간직한 북부의 대지 위에 선 바루는 잔뜩 신이 나 있었다.

       

       평소에는 신령의 위엄을 지켜야 한다느니 뭐니 하며 멋있는 체를 하기 위해 노력하던 바루다만 오늘은 달랐다.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는 것조차 잊어버린 채 눈 위를 뛰어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나이에 걸맞는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

       

       – 바루 귀여워어어어

       – 이래서 애 키우는 거구나.

       – 흐뭇한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 화령은 지금 당장 바루 개인 채널을 파도록 하라!

       

       저를 귀엽게 여기는 것이 본인 하나 뿐은 아닌 듯 방송의 채팅창에는 바루에 관한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이래서야 방송의 주인이 누구인지 모르겠구나.

       

       – HWH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걸로 바루 까까 사주세요]

       

       “그대들이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바루는 다소 과할 정도로 잘 먹고 있다.”

       

       본인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식사를 하는 녀석이다. 녀석의 삶 대부분은 먹는 것으로 채워져 있으니 그대들은 걱정한 필요가 없다.

       

       참 신기한 부분은 그리 먹으면서도 바루의 몸에 변화가 없단 사실이다. 평소 움직임도 적은 녀석이 어찌 살이 찌지 않는 것인지.

       

       신령이라 그런 것일까?

       

       보통의 애완동물이었다면 지금쯤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을 터이거늘.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안 추움? 준비 안 하고 북해 쪽 들어가면 추위 때문에 자동으로 체력이 까지던데.]

       

       “그에 관해서는 괜찮다. 본인이나 바루나 추위니 더위니 하는 것 때문에 문제가 생길 사람은 아니니까.”

       

       바루야 자신의 도술을 이용하여 자기 주변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나 같은 경우에는 내기를 돌리는 것으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정도 추위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

       

       따지고 보면 말이다. 이만한 경지에 올랐는데 주변의 날씨나 환경에 좌지우지 되는 것도 웃긴 이야기이지 않은가.

       

       시청자들과 잡담을 나누면서 바루가 노는 것을 구경하고 있으려니 누군가가 질문을 던져왔다.

       

       – 무알못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그런데 북해 쪽에는 왜 왔어요? 거기 아무것도 없는데.]

       

       – 아무것도 없어 보이긴 하는데.

       – 볼 게 눈 밖에 없는 게 나 사는 데랑 비슷하네.

       – ㄹㅇ루 북해에 암 것도 없음? 빙궁 같은 거 있지 않나?

       – 이 세계관 빙궁은 오래 전에 망해버려서.

       – 터는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뿐임.

       

       빙궁이 망해버렸다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려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를 타인의 입으로 들으니 기분이 미묘하군.

       

       나름대로 추억이 남아있는 곳이라 그런가.

       

       애써 망함이라는 진실이기에 잔혹한 단어에서 시선을 떼어낸 나는 시청자들에 오늘 할 이야기를 전했다.

       

       “이 동네에서 찾아야 할 것이 있어서 말이다.”

       

       지존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 정신 나간 것들은 북해에 머무르고 있다는 모양이다.

       

       환경이 험악한데다, 사는 이가 적고, 빙궁이 무너진 이후부터는 방문객도 많지 않은 이 곳은 구린 것을 속에 숨긴 이들이 머무르기에 적당한 곳이니까.

       

       간단하게 말하자면 작금의 북해는 여러 범죄의 온상지라는 이야기다.

       

       빙궁의 아해가 저승에서 본다면 기겁을 하고 있겠군.

       

       “당분간은 이 눈밭을 돌아다닐 생각이다.”

       

       그 미치광이들이 머무는 곳을 찾기 위하여.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색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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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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