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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6

   대해의 바다는 까맣다.

   마치, 먹물을 풀어놓기라도 한 듯.

   너무나 새까맣다.

     

   크라슈는 그런 대해의 바다 앞에 도착해 있었다.

     

   “저희는 여기까지네요.”

     

   크라슈는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에는 갑판 위에 서있는 카란디스가 보였다.

     

   카란디스는 말했던 대로 어디선가 냉큼 배를 구해왔다.

     

   구해온 배의 크기는 상상 이상으로 컸다.

   웬만한 전투선 크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다를 질주하는 속도 또한 보통이 아니다.

     

   일반 배로는 대해까지 도달하는 데 삼 일은 소요하는 것에 반해.

   카란디스가 구해온 배는 하루 만에 도착했다.

     

   ‘누군지는 몰라도 귀족 하나를 구워삶았군.’

     

   카란디스는 몰아붙이는 것을 잘한다.

   여러 이유를 대며 귀족 하나를 몰아붙여 배를 뜯어 온 거겠지.

     

   “그래, 충분해. 고마워.”

     

   크라슈는 여기까지 데려다준 카란디스에게 감사했다.

   감사 인사를 들은 카란디스는 입가에 미소를 그리더니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고는 크라슈에게 주머니에서 꺼낸 물건을 건넸다.

   그건 에메랄드빛 보석이 박힌 자그마한 브로치였다.

     

   “항해를 나갈 때 부인들이 남편에게 무사히 돌아오라고 주는 부적이에요.”

     

   의미를 들은 크라슈가 카란디스를 빤히 보자 그녀가 잔망스럽게 웃었다.

     

   “물론 친구에게도 같은 의미로 주는 부적이랍니다.”

     

   크라슈는 브로치를 받아 재킷 안쪽에 잘 채워 두었다.

     

   “고맙다. 무사히 돌아올게.”

   “그럼 무운을.”

     

   크라슈는 그 말을 마치고는 갑판에서 도약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바다 위에 우뚝 섰다.

     

   수면 위에 서는 건 꽤나 여러 잔재주가 있어야 하는데.

   크라슈는 파도가 치는 바다 위 수면도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멀리서나마 바라보던 카란디스는 그가 보이지 않게 될 때쯤 뒤를 향해 손을 들었다.

     

   뿌우우우우우-

     

   그러자 뱃고동 소리와 함께 배가 돌기 시작했다.

     

   크라슈는 잘 보냈다.

   그라면 대해에서도 무사히 돌아와 주겠지.

     

   그러니 이제 해야 할 건.

     

   ‘아버님과 담판을 벌어야겠죠.’

     

   크라슈에게 전한 브로치는 분명 뱃사람이 무사 귀환하기를 바라는 것도 있으나.

   또 다른 의미도 있었다.

     

   브로치를 건넨 이가 언제까지고 당신을 마음속에 품고 있을 거라는 의미.

   그러니 뱃사람에게 고백할 때 쓰이는 브로치기도 했다.

     

   ‘전 아직 포기 안 했어요. 크라슈 님.’

     

   설령, 그가 자신을 봐주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카란디스는 마지막까지 부딪치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거세게 태웠다.

     

     

   * * *

     

     

   검은색의 새까만 대해의 바다 위.

   크라슈가 그 위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검은색 바다를 보는 순간 꺼림칙함과 함께 격렬한 구토 증세를 보일 테지만.

   정작, 그 위를 지나는 크라슈는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당연한 이야기다.

   크라슈는 용왕족이 됨은 물론 세계 침식의 힘을 몸에 품고 있다.

     

   그렇다 보니 이제 세계 침식 자체가 크라슈에게 피해를 주는 건 무리에 가까웠다.

     

   ‘최흉의 씨앗은 아직인 모양이네.’

     

   거칠게 파도가 치고 있긴 하지만.

   크라슈가 보기에 이 정도면 대해치고 무척이나 잠잠했다.

     

   물론 가까운 시일 내에 최흉의 씨앗이 싹 트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아직은 그 시기가 아니었다.

     

   ‘그래도 조만간이겠지.’

     

   크라슈는 아우라의 내단을 조속히 제대로 흡수할 방법을 연구 해야 함을 느꼈다.

   걸음을 옮기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던 크라슈는 문뜩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굳이 흡수할 필요가 있나?’

     

   크라슈의 생각의 방향이 바뀌었다.

   마곡에서 흡수한 아우라를 구태여 내단으로 만들어야 했을 정도로 과했다.

     

   처음에는 그것을 어떻게든 흡수해 몸 안에서 굴릴 생각을 했지만.

   그 생각이 너무 틀에 박힌 생각이 아닌가 싶었다.

     

   ‘나한테는 우뢰성과 블랙 후드, 사계가 있다.’

     

   이 세 가지를 이용하면 크라슈는 아우라를 굳이 자기 몸에 담지 않더라도 끌어내 사용할 수 있다.

     

   ‘마곡에서와 같은 방식으로.’

     

   마곡, 세계의 틈에 가득 차 있던 아우라를 크라슈는 무한하게 사용했다.

   크라슈의 특성이 그를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 크라슈가 입가를 눌렀다.

     

   ‘아우라의 내단을 녹여 저장할 방법만 있다면.’

     

   크라슈가 고개를 들었다.

   진짜 창제무신을 완성 시키는 것도 문제가 아니다.

     

   ‘분명 이와 관련된 스킬이 하나 있다.’

     

   크라슈는 그 스킬을 지닌 이를 떠올렸다.

     

   ‘스킬 세이블.’

     

   그 스킬을 지닌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크라슈가 만난 이였다.

     

   세피라의 공주님.

   그녀의 이름은.

     

   ‘세이랑 세피라.’

     

   그녀가 바로 스킬 세이블을 지닌 이다.

     

   “이런 식으로 다시 만나러 갈 줄은 몰랐는데.”

     

   크라슈는 헛웃음을 지으며 아래를 보았다.

     

   새까만 바다 아래.

   무언가 맹렬한 속도로 올라오고 있다.

     

   크라슈가 어느새 주먹을 들었다.

     

   콰앙!

     

   그 순간 대해의 바다뱀 형태의 해양 침식종이 하늘 위로 치솟아 올랐다.

   입을 쩌억 벌린 이는 아까 전 크라슈가 탔던 배보다도 거대했다.

     

   해양 차원종의 특징은 평균 크기가 일반 악재종보다 수십 배 크다는 점에 있다.

     

   녀석들은 바다라는 넓은 지대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이다.

     

   이러니 일반 배는 대해를 지날 수가 없다.

   지나는 순간 해양 침식종에게 한입에 잡아 먹힐 테니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배의 이야기고.

     

   화륵!

     

   크라슈는 튀어 오른 백염의 불꽃과 함께 해양 침식종의 뺨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콰앙!

     

   “그이엑!?”

     

   순식간에 머리가 꺾인 해양 침식종이 그대로 바다 수면 위에 머리를 부딪쳤다.

     

   단 일격에 정리된 해양 침식종은 그대로 가라앉았다.

     

   “큰 놈은 질리도록 상대해 봤어.”

     

   이미 거인의 숲까지 겪어온 크라슈에게 이 정도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못했다.

     

   [ 얼마 전까지는 4성급 침식종에게도 죽을 뻔한 녀석이 허세는. ]

     

   그 순간 크림슨가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녀석은 언제적 이야기를 하는 건지.

   그건 13살 때의 일이니 벌써 4년이나 된 일이다.

     

   [ 그보다 온다. ]

     

   크라슈도 마침 느끼고 있었다.

   크라슈가 고개를 돌렸다.

     

   대해에 들어서고 하늘은 먹구름을 거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 대해의 위.

   새까만 배 하나가 검은 바다 위를 질주하며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유령선.”

     

   대해에 들어선 이들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존재 중 하나.

   유령선에게는 물리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

     

   유령선은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유령선의 앞에 달린 해골 머리가 입을 쩌억 열었다.

   그 순간 바다가 거칠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아!

     

   하늘 위 비가 거세게 쏟아졌다.

     

   콰광!

     

   갑작스러운 번개가 내려치기 시작하고,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저 멀리, 크라슈는 이쪽을 향해 오고 있는 거대하기 짝이 없는 용오름을 보았다.

   용오름은 모든 물을 하늘로 빨아들이며 바다 위를 미친 듯이 휘저었다.

     

   대해에서 용오름을 일으키는 것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앞서 말했던 대로 해룡의 알.

   그리고 둘은 지금 눈앞에 있는 유령선이다.

     

   “쯧.”

     

   크라슈도 유령선은 어찌할 수 없다.

   어차피 지워봤자 또다시 어디선가 나타날 테니까.

     

   그러니 크라슈는 망설임 없이 바다 안으로 뛰어들었다.

     

   대해에 오는 만큼 크라슈도 물속 대비는 해놨다.

   크라슈는 들어온 즉시 챙겨온 마도구를 발동시켰다.

     

   물속에서도 문제없이 숨을 쉬게 해주는 마도구였다.

     

   크라슈는 용오름이 닿지 않는 곳까지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그러자 바닷속에서 여러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기척들은 전부 해양 침식종들이다.

     

   ‘바글바글하구만.’

     

   크라슈가 우뢰성을 들었다.

   그러자 대해 안쪽에서도 크라슈의 우뢰성은 거칠게 백염을 태웠다.

     

   “가는 길 먼데.”

     

   심심하지는 않겠다.

     

     

   * * *

     

     

   대해의 깊숙한 바다 안.

   그곳은 때아닌 침입자의 등장으로 난리가 났다.

     

   해양 침식종들은 침입자를 향한 거센 살의를 보이며 닥치는 대로 공격을 해왔지만.

   침입자는 그런 해양 침식종만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이가 아니다.

     

   화르르륵!

     

   바닷속에서 백염의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그때마다 해양 침식종들의 사체가 끝없이 늘어갔다.

     

   하지만 크라슈도 이 상황이 썩 달갑지 않았다.

   왜냐하면 해양 침식종이 몰려와도 너무 많이 몰려오는 탓이다.

     

   ‘이건 과한데.’

     

   아무리 크라슈라도 이 정도로 계속 싸우면 체력이 모자라다.

     

   대해의 주인인 해룡과도 마주칠지 모르는 마당.

   이만큼 계속 체력이 깎여 나간다면 뒤가 문제였다.

     

   [ 새까만 바닷속에서 불을 켜고 있으니, 당연히 몰려오는 거 아니더냐? ]

     

   그 순간 크림슨가든이 지목을 해왔다.

   물속에서 크라슈가 눈을 깜빡였다.

     

   그것도 그렇긴 하네.

   크라슈라도 새까만 방에서 불 켜놓으면 그쪽으로 갈 듯싶었다.

     

   침식종을 상대하는 데 백염만한 게 없는지라 이 간단한 사실을 망각했다.

     

   크라슈는 백염을 흑염으로 바꿨다.

     

   그러고는 다시금 몰려오는 해양 침식종을 죽여 나갔다.

   그러자 점차 해양 침식종이 몰려오는 수가 줄어들었다.

     

   흑염은 세계 침식의 힘이다.

   그러니 세계 침식의 힘으로 만들어진 대해의 바닷속에서 해양 침식종도 크라슈를 구분하지 못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안 가 크라슈는 조용히 대해 속을 내려갈 수 있었다.

     

   처음부터 이럴 걸 그랬다며 크라슈가 쓴웃음을 삼켰다.

     

   ‘요즘 허구한 날 전투만 해대니 내 머리도 전투광이 되어버렸나.’

     

   오는 놈들 다 해치우면서 내려가겠다고 생각했을 줄이야.

   크라슈는 자기 머리도 메리처럼 되는 게 아닐까 싶어 두려워졌다.

     

   ‘정신이 확 드네.’

     

   메리와 비교하고 나니까 정신이 확 깬다.

   아무리 한동안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하더라도 그 꼴이 나면 안 되지.

     

   크라슈는 표본이 되어준 메리에게 속으로 감사하며 대해를 내려가는 속도를 올렸다.

     

   그러던 때 크라슈가 기척 하나를 느꼈다.

   세계 침식과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기척.

     

   크라슈는 그게 누군지 곧장 알아차렸다.

     

   [ 저기, 너랑 똑같은 놈 하나 더 있군. ]

     

   그리고 그는 크라슈와 똑같이 해양 침식종을 모조리 도륙 내고 있었다.

     

   크라슈와 같은 천하십강 후보.

   글라이드 락테아.

     

   그의 얼굴은 무척이나 살벌할 정도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크라슈는 그의 얼굴이 왜 그리된지 눈치챘다.

     

   모든 원한을 세계 침식과 관련된 것에만 집중시킨 그다.

   그러니 지금 대해 속을 질주하는 그는 그야말로 원한의 덩어리였다.

     

   그의 주위에 그림자가 칼날처럼 휘날렸다.

   그때마다 침식종들은 채 다가가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압도적이었다.

     

   ‘당연하겠지.’

     

   글라이드는 크라슈가 손꼽는 강자다.

     

   그가 천하십강에 오르지 못한 것은 어디까지나 자리가 없었기 때문일 뿐.

   이미 진작 그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썩을, 지금은 안 마주치는 게 좋은데.’

     

   하지만 이쪽이 인식했다는 건.

   저쪽 또한 인식했다는 것.

     

   크라슈와 글라이드의 눈이 딱 마주쳤다.

     

   글라이드는 크라슈를 보더니 곧 서서히 얼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반응이었다.

     

   “……크라슈 님, 뭔 꼴입니까. 그게?”

     

   크라슈는 글라이드의 반응이 왜 저리되었는지 알고 있다.

     

   크라슈의 몸에 깃든 세계 침식의 힘.

   모든 세계 침식의 힘을 증오하는 그에게 크라슈 또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이였다.

     

   세계 침식 레이시스트의 눈에 크라슈도 차별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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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I Became A Thief Who Steals Overpowered Skills

Became a Munchkin skill thief meonchikin seukil dodug-i doeeossda 먼치킨 스킬 도둑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used to think that my stealing skill only worked on what was worthless to a person.

But just before I died, I realized that I could also steal the skills.

So I stole the regres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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