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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6

    <336 – 오합지졸>

     

    제이다스는 오크노디가 얕은꾀를 부렸다고 생각했다.

     

    ‘학년수석이니 천재적인 지략을 펼쳐서 뭐라도 하나 보여주려고 그랬겠지.’

     

    헤스티아도 마찬가지다.

     

    ‘남은 두 개의 꿀보직 중에서 성기사인 제이다스가 고르면 가장 시너지가 좋을 팔콘기병대를 빼앗을 심산이었겠지.’

     

    하지만 국경수비대를 넘겨준 것은 크나큰 패착이었다.

     

    ‘성기사의 진가는 돌격과 파괴력에 있지 않지. 오히려 농성전이야말로 특기.’

     

    강력한 공격력에 중갑과 자힐에서 비롯된 전선유지력, 부대의 사기를 고취시킬 신성스킬까지 도움이 안 되는 분야가 없다.

    이러한 만능의 특성이야말로 성기사 클래스가 최고의 클래스로 손꼽히며 추앙받는 이유였다.

    그가 작정하고 버티는 한, 요새에 주둔한 국경수비대는 절대로 뚫리지 않는다.

     

    ━━━

    【1턴 개시】

    ━━━

    [전장브리핑]

    본대의 전령이 본대사령관 <그라치오>의 명령을 하달하였다.

    「요새 주변의 부대와 협력하여 적의 진군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적이 강을 도하한 뒤부터는 요새에 틀어박혀 농성만 진행하라.」

    (명령기한 30턴까지)

    당신은 국경수비대를 이끄는 수비대장 <제이다스>.

    국경수비대는 당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

    이번 턴의 커맨드를 선택하거나 입력하십시오.

    [이동][주둔][정찰][전령][관찰][공격][책략][특수]

    당신은 <전령>파견을 선택했다.

    ━━━

     

    제이다스는 필승법을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요새가 함락되지 않을 정도로만 주변의 시야를 점거하고 적의 진군을 늦춘다.

    기책이나 잔재주를 부릴 것도 없이 착실하게 왕도만 걸어가면 가장 안전한 것은 자신.

    그냥 살아만 있어도 본대의 지령을 완수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마지막까지 살아남게 된다.

     

    “[전령]을 보낸다.”

     

    그러니 자신의 이점을 적극 이용한다.

    전령을 보내는 대상은 오크노디의 형벌부대.

     

    “오크노디의 형벌부대에게 적의 부대를 찾아낼 때까지 수색대 역할을 맡긴다!”

     

    작은 점으로 이루어진 전령표식이 지도 위에서 오크노디가 주둔한 자리를 향해 총총 달려갔다.

     

    ‘오크노디뿐만 아니라 다른 부대와도 전령을 통해 소통하며 정보만 모아주지.’

     

    “우우우.”

    “제이다스 비겁해.”

    “제일 뒤에서 꿀이나 빠는 주제에 다른 부대를 부려먹을 생각뿐이라니. 오크노디는 왜 저런 꿀보직을 제이다스가 고르도록 허락한 거야?”

    “그러게 말이야.”

    “정말 어리석은 선택이었어. 오크노디도 군략에 대해서는 그리 박식하지 않은 걸까?”

     

    <전장에서 지휘관으로 살아남기> 강의를 듣는 다른 1학년들도 제이다스의 압도적인 우세를 예상하고 야유를 퍼부었다.

     

    “얍삽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이것이 최선의 책략이니까.”

     

    학생들도 인정했다.

    자신들이 제이다스와 같은 입장이라도 다른 책략을 구사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

    【4턴 개시】

    ━━━

    [전장브리핑]

    정규보병부대와 접선한 전령이 돌아왔다.

    “정규보병보대는 동부계곡을 사수하겠다.”

    농민징병부대와 접선한 전령이 돌아왔다.

    “부대의 숙련도가 부족해서 정찰에 나설 수 없다.”

    팔콘기병대와 접선한 전령이 돌아왔다.

    “우리는 매복작전을 이어나가겠다.”

    벽력성천신교성기사단과 접선한 전령이 돌아왔다.

    “저희는 오직 신의 지시만을 받습니다.”

    형벌부대에게 향한 전령이 돌아오지 않았다.

    무언가 이변이 생긴 것 같다.

    ━━━

     

    그런데 이게 웬걸.

    정찰에 협력하라는 요청에 제대로 협조한 부대가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오크노디에게 향한 전령은 깜깜무소식!

    일이 무언가 잘못 돌아가기 시작했다.

    제이다스는 설마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크노디와 헤스티아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건 이해할 수 있어. 이 두 사람은 나와 누가 더 오래 살아남는지로 경쟁하는 사이니까.’

     

    하지만 그밖에 다른 부대들이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아주 불길한 징조였다.

     

    ‘이거 설마… 현실에서도 그렇듯이 귀족들이 개판난장판을 벌이는 전장인가?’

     

    ━━━

    이번 턴의 커맨드를 선택하거나 입력하십시오.

    [이동][주둔][정찰][전령][관찰][공격][책략][특수]

    당신은 <관찰>을 선택했다.

    ━━━

    [관찰결과]

    관찰대상은 각 부대의 지휘관이다.

    알고 있는 지식으로 판정되어 정보가 즉시제공 된다.

    농민징병부대 지휘관 : 기사 시소(트리튼 남작소속)

    정규보병부대 지휘관 : 트리튼 남작(베어볼드 백작소속)

    팔콘기병대 : 광전사 헤스티아(용병부대)

    오토스형벌부대 : 기사 오토스, 간수장 오크노디(트리튼 남작소속)

    국경수비대 : 제이다스 성기사(그라치오 총사령관 소속)

    벽력성천신교성기사단 : 기사단장 브류나크(벽력성천신교 소속)

    ━━━

     

    마냥 같은 진영의 아군이라고 생각했지만 부대마다 소속이 다르다.

    청군 그라치오 총사령관의 사람인 제이다스 본인 외에는 모두 다른 소속을 지니고 있다.

     

    베어볼드 백작의 지휘를 받는 트리튼 남작의 정규보병부대를 비롯한 정규군.

    트리튼 남작이 파견한 기사들이 이끄는 농민징병부대나 형벌부대를 비롯한 징집군.

    벽력성천신교성기사단이나 팔콘기병대처럼 독자적인 소속을 지닌 독립군.

     

    제이다스는 기억 속 가장 형편없는 졸전을 치루던 전장을 떠올렸다.

    네 개의 남작령이 하나의 거대한 백작령의 수탈을 견디다 못해 들고 일어난 영지전.

    대세는 연합군에 있다 여기고 전장에 참전했던 제이다스였지만 그는 이 전쟁에서 명백히 열세에 불과했던 백작령의 전력에게 죽음의 위기를 겪었다.

     

    ‘모든 남작령들이 전후의 독식을 꿈꾸며 제대로 된 협력을 하지 않았지.’

     

    병참을 맡은 부대는 군량을 보내지 않았다.

    전선에서 싸우던 가장 강한 남작령은 먹을 곡식이 없어 패퇴했다.

    다른 두 남작령은 병참을 맡은 남작령과 한통속이었다가 뒤늦게 군량을 제때 보내지 않은 책임을 빌미로 적군의 진격로를 열어주었다.

    군량고를 지키던 남작령은 적 주력의 침공을 받아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남은 두 개의 남작령은 그 틈을 노리고 아군까지 함께 불사를 화공을 역으로 전개했다.

    그 난장판 속에 제이다스도 휘말렸다.

     

    -아군의 불화살을 피해라! 식수대를 끼고 물로 갑옷과 주변 땅을 지켜라!

    -적이 아군의 포위에 휩쓸렸다. 앞으로 조금만 더 버티면… 아니, 저 새끼들 뭐해? 어디가! 적이 여기에 있잖아!

     

    그런데 포위를 맡던 한 축에서 병사들이 이탈했다.

    난전을 틈타 혼자 백작령의 섬을 점령하러 떠난 얼간이가 있던 것이다.

    혼자 백작령의 대군을 상대로 싸우던 남작령은 그대로 패퇴했고, 백작령의 섬을 점거한 남작령도 머지않아 뒤따라 패배했다.

    제이다스는 이 끔찍한 자중지란의 전장에서 간신히 목숨만 건진 뒤, 지금 수준으로는 험난한 전장에서 살아남지 못하겠음을 깨달았고.

    기프트 아카데미를 찾아간 끝에 바로 지금의 시험을 마주하게 되었다.

     

    “비겁하군요, 레어그릴스 교수. 저희를 이런 치욕스러운 전장에 서도록 만들다니!”

     

    관찰을 통한 정보수집과 전령을 통한 정보교류로 제이다스는 지시가 통하지 않는 세부이유도 깨달았다.

    역시나 그 원인은 이권에 걸려있었다.

    이 전쟁에서 이긴다고 한들 국경지대의 공은 모두 그라치오 총사령관의 몫이 된다.

    실질적으로 전선병력의 70% 이상을 채우고 있는 베어볼드 백작과 그를 따르는 트리튼 남작은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

    용병으로 고용된 이들이나 교단의 이름을 걸고 나선 벽력성천신교는 총사령관과 베어볼드 백작파벌의 싸움에 사이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교단의 소중한 어린 양들이 지휘권이 명확하게 통일되지 않은 시점에서 섣불리 나서서 희생양이 되는 꼴을 겪을 수는 없소.

     

    적이 아니라 아군끼리도 개판이 났으니 당연히 제대로 된 전쟁이 될 리가 없다.

    제이다스가 아무리 애를 써도 그는 고립되었고, 적이 나타나면서 우려는 이내 현실이 되었다.

     

    ━━━

    【11턴 개시】

    ━━━

    [전투브리핑]

    적이 동부협곡, 중앙평원 두 방면으로 동시에 진격을 개시했다.

    서부늪지대 방면을 맡은 형벌부대와 마을자경단은 여전히 무소식이다.

    그라치오 총사령관의 지시를 따라 요새를 지키려면 한 방면이라도 진격을 늦추어야 한다.

    하지만 아군의 불안정한 지휘체계를 고려하면 자리를 비운 틈에 전선이 뚫려 요새까지 적이 단숨에 진격할 가능성이 있다.

    ━━━

     

    “큭. 차라리 이딴 정보는 몰랐다면 나설 수라도 있었을 텐데.”

     

    사선을 헤맸던 경험이 제이다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적과 당당히 싸워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자신의 군략이 부족해서 패배했다면 지휘관으로서의 역량부족도 기꺼이 받아들일 자신도 있다.

    부족함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아카데미.

    부족한 자신을 깨닫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니까.

     

    ‘그래도 이건 아니야.’

     

    제이다스가 마지막으로 겪었던 네 남작의 연합군.

    모두가 각자 다른 꿈을 꾸는 무리들에 휘말리는 참변은 두 번 다시 사양이다.

     

    ━━━

    [주둔]

    당신은 요새를 지키기로 결정했다.

    국경수비대가 당신의 결정에 의구심을 품었다.

    그들에게 각 부대의 갈등에 대한 진실을 전할 것인지 침묵과 복종을 강요할지 결정하라.

    ━━━

     

    제이다스는 합리적인 선택이 좋다.

    병사들이라도 자신들이 왜 요새에 머물러야 하는지 알아야 할 의무가 있다.

     

    ━━━

    [사기하락]

    병사들은 진실을 알게 되었다.

    비협조적인 아군부대에 대한 실망감, 요새를 떠날 수 없는 처지에 대한 비관으로 국경수비대의 사기가 현저히 하락하였다.

    지휘관인 당신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는 유지되고 있지만 부대의 사기가 떨어지면 전투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

     

    “젠장. 그럼 뭐 어쩌자는 거야!”

     

    각 방면의 수비군은 결국 순차적으로 뚫렸다.

    전술지도에서 헤스티아의 기병대나 오크노디의 형벌부대의 표식은 완전히 증발했다.

    결국 요새가 함락되고 국경수비대가 전멸할 때까지 제이다스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요새가 점령당할 정도면 다른 곳은 모두 패배했겠지.

     

    “제가 마지막이죠?”

    “아니. 네가 첫 탈락이다.”

     

    정상적인 교전을 벌였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이다스는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비겁한 녀석들. 살아남기 위해서 이길 수 있었던 전쟁도 지게 만들다니!”

    “탈락자는 남은 참가자들의 현황을 참관하도록.”

     

    아군 총사령관 역할을 맡은 조교 그라치오의 지시가 아니더라도 제이다스는 궁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요새가 함락되도록 끝내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저놈들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아.”

     

    헤스티아의 기병대는 출병조차 하지 않고 후방으로 후퇴하였다.

    나만 살면 된다고 존버메타를 돌입한 것이다.

    심지어 오크노디는 한술 더 떴다.

    그녀의 화면을 보는 순간, 제이다스는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표식이… 적군 색깔이잖아.”

     

    부대를 이끌던 공동지휘관인 기사 오토스는 어디 가고 단독지휘관이 된 오크노디가 수가 세 배는 더 불어난 형벌부대를 이끌고 진격했다.

    적군들과 함께 아군잔존부대의 퇴로를 향해서.

    이 아이, 황당하게도 배신을 해버렸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생존만 하면 되는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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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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