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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7

    테네간 아카데미.

    바로 평소 서드가 다니고 있는 아카데미의 이름이다.

     

    이곳은 루크가 다니고있는 티그 아카데미처럼 명문 아카데미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못 배워먹을 곳이라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가정의 학생들이 다니는 평범한 아카데미.

    그곳이 바로 테네간 아카데미였다.

     

    하지만 학생과 시설수준의 차이 말고도 테네간 아카데미는 티그 아카데미와 확실히 다른 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은 이론적인 마법 위주 교육을 하는 티그 아카데미와는 달리, 실습기술 위주의 교육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탓에, 티그 아카데미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종족도 많이 보이는 편이다.

     

    예를 들면, 저 아이처럼 말이다.

     

    “…….”

     

    그곳에는 조용해 보이는 인상의 조그만 체구의 여자아이가 아장아장 복도를 걷고 있었다.

    아, 오해하지 말길.

    비록 키가 작기는 해도, 절대 저학년은 아니다.

     

    그 소녀의 종족은, 드워프니까.

     

    천장이 낮은 갱도에 적응하기 위해 작은 키를 가지게 되었으며, 누구보다 기술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대장장이 종족.

    도구를 다루는 손재주가 굉장히 뛰어나고, 그를 보조하기 위한 완력 또한 강하며, 유대감 또한 그 어떤 종족보다 강하다는 바로 그 드워프.

     

    하지만, 드워프들이 굳이 좁은 갱도를 다니지 않게 되고 대장장이 일도 잘 하지 않게 된 지금은 그 신체적 장점이 많이 희석되고 단점이 부각되고 말았다.

     

    다른 종족보다 짧은 팔다리는 더 이상 갱도를 지나지 않는 드워프에겐 아무런 신체적 이득이 될 수 없다.

    단련되지 않은 소녀의 근육은 다른 종족과 비교해 약간 더 강한 팔 힘을 낼 뿐, 딱히 특징점이 되지 못했다.

    또한 가까운 물체를 집중해서 보는 것에 특화된 드워프의 눈은 태생적으로 지독한 근시였기에, 그녀는 항상 알이 커다란 안경을 쓰고 다녀야 했다.

     

    그래서인지 소녀의 모습은 굉장히 왜소하고, 자신감 없어 보였다.

     

     

    하지만 딱 그 정도였다면 그녀의 학교생활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으리라.

    아카데미를 다니는 드워프는 그녀 뿐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바로 그녀가 ‘수염이 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수염은 드워프 사이에서는 미의 기준이었으며, 자부심의 상징.

    그러니 당연히 드워프 여성도 수염이 난다.

     

    하지만 이제 15살이 된 그녀가 아직도 수염이 나지 않았다는 것은, 드워프들 사이에서는 꽤나 심각한 문제다.

    15살이면 남성 드워프는 벌써 덥수룩하게 입가를 덮을 때고, 여성 드워프들은 구렛나룻처럼 난 수염을 작게 땋을 수 있을 시기다.

    하지만, 그녀의 입가는 마치 아이처럼 매끈하기만 하다.

     

    그것이, 그 소녀의 무엇보다도 큰 고민거리였다.

    그녀는 수염을 떠올리기만 해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인간으로 따지면 지독한 탈모나 다름없는 끔찍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매일 수염에 좋다는 약을 먹어도 자라지 않는 상황.

    그것만으로도 속상한데, 그 것으로 항상 놀림받고 따돌림 당하기 일쑤.

    그녀는 진심으로 가발을 생각하고 있을 지경이었다.

     

    그 때였다.

     

    “야, 땅꼬마 지나간다!”

    “하하하! 오늘도 변함없이 매끈매끈하네!”

    “키킥. 유미르, 넌 대체 수염 언제 자라냐?”

     

    “…….”

     

    유미르라 불린 소녀는 오늘도 그런 놀림을 받는다.

    이제 이런 건 일상이다.

    다행히 오늘은 놀리기만 하는 건가.

    놀리는 말만 한다면 딱히 상관없었다.

    말은 그냥 듣고 흘리면 그만이니까.

    문제는 짓궂은 장난이지.

     

    그렇게 안도하며 교실의 문을 열려던 순간이었다.

    자신의 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키득, 키득.”

    “웃지마. 들키잖아.”

    “뭐 어때. 그건 그렇고, 어제 ‘운명의 쳇바퀴’봤냐?”

    “아니.”

    “진짜? 어제 개쩔었는데, 그걸 안 봤어. 어제 다나한이 튠이랑…….”

    “야! 스포일러 하지마라!”

    ‘날 보고 웃은 게 아닌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 아이들의 무리를 본 소녀는, 의심을 거두었다.

    이것도 아마 피해망상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녀는 다시 교실의 문을 향해 손을 뻗고, 조심스럽게 열었다.

    문 여는 소리가 커서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도록.

     

    -스으윽…….

     

    하지만 그 때였다.

     

    -탁.

     

    무언가에 걸렸는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

    뭐지, 싶어서 위를 올려다보니, 험상궂은 남자가 교실 문을 붙잡은 채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그에 그녀는 마치 고양이 앞에 놓인 쥐처럼 얼어붙어버리고 말았다.

     

    ‘맙소사, 그 무서운 전학생이잖아!’

     

    그녀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게, 그 전학생은 선생들조차 건드리지 않는, 진짜 무서운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서드.

     

    아카데미의 무력 일인자, ‘진짜’ 불량아.

    그에게는 무려 전학 첫날에 날아온 공을 낚아채 한 손의 악력만으로 쥐어 터트려버리고, 동급생에게 무서운 얼굴로 협박을 한 전적이 있었다.

    듣기로는 패싸움을 밥먹듯이 해서 항상 얼굴에 반창고를 붙이고 다니며, 뿐만 아니라 쉬는시간마다 어디서 몰래 담배도 태운다고 들었다.

     

    같은 반이기는 하지만 자신과는 절대 엮이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빌고 또 빌었는데, 결국 이런 날이 오고야 만 것이다.

    어떤 일을 겪게 될 지 벌써부터 너무나 두려워진다.

     

    “어, 그, 어…….”

    “뭐지, 할 말이 있나.”

    “그, 그게…….”

    “없으면 나와, 답답하군.”

    “으, 응!”

     

    그녀가 허겁지겁 자리를 비켜내자, 어쩐지 뒷편의 아이들이 나누던 대화가 돌연 멈추고 표정이 싸늘해진다.

    어째서일까?

    하지만 그 이유를 떠올릴 겨를도 없이, 서드는 곧장 문을 열어젖힌다.

     

    -드르륵!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툭.

     

    문틀에 걸쳐 있었는지 서드의 머리 위로 낙하하기 시작하는 칠판지우개.

    분필가루를 잔뜩 먹인 것인지 지우개는 온통 새하얗다.

    누가 보더라도 문을 여는 사람을 놀리기 위한 인위적인 함정.

     

    하지만, 서드의 ‘위협감지’능력은 그런 사소한 장난에도 반응하고 만다.

     

    “…….”

     

    떨어진 칠판지우개를 즉시 낚아채는 서드.

    그 모습은 마치 미리 예견이라도 한 듯 보인다.

    전학 첫날에 있었던 그 일처럼.

     

    “…….”

    “…….”

    “…….”

     

    마치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지는 교실.

    반의 모두가, 서드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

     

    그리고 서드 또한, 칠판 지우개를 든 채로 가만히 서있다.

    대체 칠판 지우개가 왜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칠판지우개?

    진심인가?

    이런 유치한 장난을 한 녀석의 얼굴을 보고 물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누군가 자신을 엿먹이려고 함정을 판 거라면, 칠판지우개가 도대체 뭐지?

    최소한 벽돌은 가져다 올려놔야 하는 게 아닌가.

     

    서드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주동자가 누구지?”

     

    “…….”

    “…….”

    “…….”

     

    아이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침묵했다.

    지금 입을 열었다간 불똥이 자신에게 튀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연, 밀고자는 없다 이건가.

    이 교실은 나름대로 유대감이 있는 그룹이었다.

     

    “좋아, 침묵인가.”

     

    서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은 싫지 않다.

    뒷골목에서 자라온 서드는 그런 유대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짜증이 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서드는 손에 쥐고 있던 칠판 지우개를 칠판을 향해 가볍게 던졌다.

    그러자 칠판 지우개는 자연스럽게 본래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았지만, 팡! 소리를 내며 분필가루가 마치 연막처럼 퍼진다.

     

    “앞으로 이런 시덥잖은 장난 치는 거 내게 보이면. 내가 주동자를 찾아낼거다.”

     

    그리고, 서드는 이미 어느정도 감을 잡고 있기도 했다.

     

    스윽.

    “윽……!”

     

    뒤를 돌아본 서드는 한 아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눈에 띄게 동요하는 반응을 보이는 아이가 있었다.

     

    아마 저 녀석이 주동자겠지.

     

    “…….”

     

    하지만, 굳이 다가가서 말을 걸고 싶지는 않았다.

    귀찮기도 했거니와, 저런 녀석과의 대화는 별 영양가도 없을 테니까.

     

    게다가 지금은 무엇보다, 서클을 다스리는 것이 우선이었다.

    서드는 자리에 앉아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그게 스승님에게 보답하는 방식이니.

     

    그렇게 서드는 의자에 기대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다.

     

     

    교실이 아주 조용해서, 명상이 참 잘 되었다.

     

    ——-

     

     

    “어때, 맛있지?”

     

    똑같이 생긴 케이크.

    그것은 제과제빵부 아이들이 만든 디저트 메뉴였다.

    적당히 맛은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루크는 의아한 표정이다.

     

    -우물우물…….

     

    음미하듯 케이크를 우물거리던 루크가 중얼거렸다.

     

    “이상한데.”

    “뭐가?”

    “아무리 먹어봐도 맛은 똑같은 것 같구나……. 혹시 주문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그럴리가, 정말로 우리가 만든 맛있어지는 주문이라니까. 손님들한테 해 주는 거라고.”

     

    루크가 따져도, 케일라는 여전히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루크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주문이라는 건 케이크에 시럽을 하트모양으로 두른 후 작은 지팡이로 하트를 만들면서 ‘맛있어져라, 모에모에 큥’따위의 말을 내뱉는 것이었다.

     

    혹시나 해서 따라해 보기는 했다만, 그 동작과 음성에는 어떠한 마법적인 의미도 담겨져 있지 않다.

    그것도 ‘맛있어져라, 모에모에 큥’이라니. 그건 아무리봐도 제대로 된 주문이 아니잖은가.

     

    “흐음. 아냐, 분명히 뭔가 잘못됐어.”

    “그래? 그럼 한번 더 해보지 않을래? 네가 잘못 한 것일 수도 있잖아.”

    “내가 잘못해?”

     

    루크는 곰곰히 생각했다.

    내가 잘못한 게 있다?

    글쎄, 잘못된 거라면 케일라의 주문과 동작이겠지.

    자신의 모방은 절대로 틀리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루크는 그렇다고 어린 소녀(비록 케일라는 자신보다 훨씬 큰, 17살 짜리 여자아이기는 하지만)의 면전에 대놓고 ‘네가 틀렸다, 그러니까 이런 쓸데 없는 짓은 영영 관둬라’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옛날이라면 타인의 기분 따위 생각 안하고 말했겠지만, 지금의 루크는 너무 감수성이 풍부해진 상태다.

    다른 부원들과 오랫동안 상의해서 만든 거라고 하는데, 어찌 거기에다대고 ‘그건 틀렸으니까 관두라’고 할 수 있겠나.

     

    “흠.”

     

    그래도 발상은 괜찮았다.

     

    ‘음식을 맛있게 하는 주문이라, 잠깐 생각해볼까.’

     

    그렇게 루크는 즉석에서 ‘실제로 맛있어지는 주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시럽으로 보조마법진을 그리면서 미각적 인식교란 언령인 ‘페이스타’를 쓰는 것은 어떨까. 마법진은 최대한 간소화해서 비뚤어진 역 11면체를 쓰고, 가로변 두줄을 그은 뒤에…….’

     

    케일라는 갑자기 무언가를 깊이 고민하는 듯 보이는 루크의 모습이 참 웃겼다.

     

    ‘루크는 사람을 정말 잘 믿네.’

     

    사실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게 당연하다.

    그야, 그건 장난삼아 넣어 둔 서비스였으니까.

    그러니까 당연히, 지팡이를 이용해 하트를 만드는 것도 사실은 그냥 멋내기 용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루크는 정말 그것이 맛있어진다는 것이 사실이라도 되는 것처럼 주문에 꽤 진지했다.

    그러니까 재미있을 수 밖에.

     

    ‘10살이라고 했나? 크큭, 진짜 애기같다니까.’

     

    몸은 10살 치고는 꽤 성장한 모양이지만, 역시 10살은 10살이었던 걸까?

    별거 아닌 데에서 진지한 모습이 귀여워서 마구 쓰다듬고 싶다.

     

    라고, 생각하던 때였다.

    루크가 꽤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면, 주문을 조금 다르게 하는 건 어떨까.”

    “주문을 다르게 하다니? 왜?”

     

    루크는 의아한 표정의 케일라에게 씨익 웃어보이며 말했다.

     

    “보면 알거다.”

    “응?”

     

    그 후, 루크는 생각했던 마법진을 시럽으로 케이크 위에 그려내며 조금 달라진 주문을 외웠다.

     

    “맛있어져라, 페이스타 콜 아헬름.

     

    너무나 진지하고 당당한 루크의 모습은 마치 대형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취하는 행동과 닮았다.

    그토록 진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다름아닌 맛있어지는 주문이라는 부분이 꽤나 귀여운 부분이기는 했는데, 당연히 케이크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

    적어도, 겉보기로는.

     

    “응? 방금 뭘 한거야?”

    “진짜로 맛있어지는 주문.”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접시 위, 케일라는 여전히 별 기대가 없는 듯 보인다.

     

    케일라의 의문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녀는 마법의 작동을 눈으로 볼 수 없으니까.

     

    하지만 제대로 효과가 들어간 것을 눈으로 확인한 루크는 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 든다.

     

    “됐다, 한번 시식해보자꾸나.”

    “으, 응.”

     

    케일라는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루크의 너무나 당당한 모습에 진짜 맛있어지는 주문이라고 믿어버리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렇게 케이크를 입안에 넣은 순간, 케일라는 눈을 휘둥그레 뜰 수 밖에 없었다.

     

    “우왁, 뭐야! 엄청 달잖아, 이거!”

     

    퉷, 퉷.

     

    케일라는 곧장 입에 넣었던 케이크를 부실 바닥에 뱉어낼 수 밖에 없었다.

     

    케이크가 너무 달아졌기 때문이다.

    혓바닥이 뒤틀릴 정도로.

     

    “어우, 달아. 여기에 대체 뭘 한거야? 혹시 맛있어지는 주문이라면서 몰래 설탕이라도 뿌린 거니? 갑자기 왜 이렇게 달아졌지?”

    “…….”

     

    결론적으로, 맛있어지는 주문은 실패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랜만에 서드의 아카데미 생활의 일각이 드러났네요.
    서드의 아카데미는 아무래도 전문계같은 느낌이지요.
    서드와 엮이는 드워프 소녀는 과연…?

    맛있어지는 주문(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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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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