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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7

        

       방송에서 중요한 것은 시청률이다.

       요새 인터넷 방송국과 동영상 사이트, OTT가 대두됨에 따라 다른 지표가 생겨나기는 했지만, 그 기조에는 아직도 시청률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었다. 예부터 지금까지 방송국은 TV를 매개로 방송하고 있었고, 그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시청률이라는 지표가 가장 확실했으니까 말이다.

         

       ‘이건 기대해봐도 된다.’

         

       ‘추적, 탐사, 보도’는 나름 이름이 알려져 있었고, 시청률도 나름 괜찮게 뽑는 프로그램이었다. 게다가 오랜 시간 장수하고 있기도 했으며, 방송국에서의 대우도 그리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라는 한계는 존재했다.

         

       평작만 되어도 10~20%대는 기대할 수 있는 드라마라거나, 기본적인 시청률은 물론이고 파급력까지 대단한 예능 프로그램과는 달리 명확한 한계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다른 프로그램과는 체급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수 있으리라.

         

       실제로 그게 맞는 말이기도 했다.

       대박이 터지면 40%대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는 드라마라거나, 아예 외국까지 수출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 비교하기에는 한참 아래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치트키나 다름없는 요소에, 예능감까지 있는 데다가, 영상까지 끝내주게 뽑히고 있다.

         

       어떻게 일이 이렇게 잘 풀리는지도 의문이 들 정도로, 정말 너무나도 잘 풀리고 있지 않은가.

         

       ‘흐흐흐.’

         

       PD는 마음속에 기대감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다른 탐사보도 프로그램과 비교되는 것이 아니라, 예능국이나 드라마국의 에이스와도 비교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터트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이다.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네요.”

         

       PD는 기대감 가득한 눈빛으로 진성을 바라보았다.

       진성은 지금 여러 사람을 곁에 둔 채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의 옆에 있는 사람은 방송에 많이 잡히기 위한 최적의 위치를 잡은 차이네, 그리고 방송인지 뭔지 그런 거는 모르겠고 그냥 진성에 대해 흥미가 솟아서 그를 관찰하고 있는 심마니들이었다.

         

       “이야 거 신통방통하네. 아까 그 통에다가 피를 맥이는걸로 거 그런 게 보이남?”

         

       “내 주술사 보는 건 처음이네. 다른 노마야 양놈 주술사 몇 번 봤다 카드만 그노마들 도깨비마냥 생겨 처먹어서 말 걸기가 참 뭣하다 카든디.”

         

       “아이고 촌놈도 이런 촌놈이 읎네. 서양 사람보고 도깨비가 뭐고, 도깨비가. 어디 조선시대에서 살다가 왔는지 원. 마 그러니까 김 씨는 주술사한테 복채 내고 점 한 번 못 받아본겨. 으이 그 무어나 그 사람들이 무슨 꾼마냥 카드를 착착 늘어놓고 점을 보는디 그게 어찌나 신통방통했는지, 한 번 받아보는 거 후회는 않는다니께.”

       

       심마니들은 구수한 말투로 진성에게 말을 걸었고, 그러다가도 자기들끼리 타박하면서 신나게 대화하고 있었다.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는지라 그들의 말투는 여러 지역의 사투리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자네도 그 뭐시기 타론지 뭔지 볼 수 있는감? 거 내가 아들 노마가 한 놈 있는디 이놈시키가 허구헌 널 이상한 자식들이랑 매일 놀아나서 걱정이 아주 커. 거 한국대니 뭐니 하는 명문대는 바라지도 않으니, 이노마가 어디 취직이라도 했으면 좋겄는디.”

         

       “아이고 이 씨. 그 뭐시냐 그 거시기, 그 있잖아. 그 모시깽이 그 직업운인지 뭔지 하는 거. 항상 점 보러 가면 그거 있드만 당연히 봐줄 수 있겠지. 그걸 못 보것어?”

         

       진성은 같이 촬영하면서 산을 타는 와중에 경계심이 옅어져 버린 심마니들에게 웃으면서 대꾸해주었다.

       점을 봐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에게는 복채로 지불할 가격에 대한 설명과 아들의 사진과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각을 알려달라고 했고, 주술에 대해 궁금해하는 다른 심마니에게는 적당하게 사람들이 흥미를 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부적 같은 것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아직 수련이 부족하여 남에게 부적을 쥐여주는 것은 저어된다면서 완곡하게 거절의 의사를 말했다.

         

       이러한 진성의 대응 덕분인지 촬영은 점점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긴장감이 감돌던 초반과는 다르게 말이다.

         

       ‘이야, 분위기도 괜찮고.’

         

       그렇다면 앞에서 고생하고 있는 군인들이 소외되지 않는가 싶겠지만…그렇진 않았다.

         

       방송 짬을 먹을 대로 먹었던 PD가 방송에 협조한다는 이유로 와서 개고생할 군인들이 불만을 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군인들이 좋아하는 여자 연예인을 섭외한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차이네는 방송계에서 아득바득 붙어있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듯 자신의 의무를 충실히 해냈다. 고생하고 있는 군인들에게 수시로 다가가서 응원의 말을 하거나, 임무를 교대하고 쉬고 있는 군인들에게 다가가 인터뷰하면서 불만이 생길 틈을 만들지 않았다.

         

       ‘지각할 때는 열받았는데, 뭐. 잘해주고 있군.’

         

       PD는 그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모두 잘 풀리고 있어.’

         

       모든 것이 잘 풀리고 있다.

       순조롭게, 너무나도 순조롭게 말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순조롭게 풀리기만 한다면 아무런 문제 없이 엄청난 시청률을 선물로 받게 될 것이고, 지금까지 했던 개고생에 대한 대가를 몇 배로 돌려받게 될 것이다. 화려하게 깔린 꽃길처럼 승승장구하게 되겠지.

       그렇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고, 이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영상을 잘 뽑아낸 것에 대해 존경과 감탄의 시선을 받고.

       그렇게 그는 일개 PD를 넘어서 더 높은 곳으로, 더 대단한 명성을 손에 얻고 성공을 하게 되는 것이다.

         

       PD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치 직감처럼 그리 여겼고,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여겼다.

         

       그리고 이러한 PD의 예감은 틀리지는 않았다.

       예술 쪽 종사자들은 일반적인 사람보다 예민한 육감을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PD의 직감은 틀린 것은 아니었다.

         

       틀린 것은 말이다.

         

       “이곳입니다.”

         

       “여기, 요? 여기 별것도 없는데요…?”

         

       “사람 흔적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는디? 아니. 사람 흔적이 뭐여. 짐승도 돌아다닌 흔적이 없구만. 이런 곳에 뭐가 있다는겨?”

         

       “제 주물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곳에 그 흔적이 존재한다고 말입니다. 이곳에 전국에 출몰한 괴물과 관련된 실마리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그리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고, 뭐 있을 만한 곳이 나무랑 땅 아래뿐인디…. 군인 양반들. 뭐 나오는 게 있남?”

         

       “스캔했는데 딱히 잡히는 건 없습니다.”

         

       “자기장도 없고, 에너지도 딱히 검출되는 건 없고…. 일단 지상에는 특이사항 없습니다.”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얘들아, 땅 파자!”

         

       “…알겠습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는 말이 정답이라는 말과는 분명히 다르며, 이로워 보이는 결과를 안겨준다고 해서 그 과정마저 순탄할 것이라 여기는 것은 분명한 착각이라는 것을 말이다.

         

       퍼억-!

       퍼억-!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갈 것이라는 PD의 생각대로 진성이 안내한 위치에 도달한 사람들은 손쉽게 이상한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군인들은 장비를 이용해 지상을 스캔한 뒤 이상한 것이 없는 것을 확인, 이상한 것이 있을 만한 곳이 있다면 오직 스캔의 영향력이 닿지 않을 정도로 땅속 깊숙한 곳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삐익-!

       삐이익-!

         

       “어? 좀 파니까 신호가 옵니다.”

         

       “에너지 종류는?”

         

       “SN-04-M03, SN-04-T07. 금(金) 속성과 목(木) 속성 기(氣)입니다!”

       

       군인들의 추측은 맞았다. 사람 한 명의 키를 훌쩍 넘을 정도의 깊이가 되자 기계가 무언가를 감지한 듯 소리를 낸 것이다.

         

       기계에 찍힌 것은 기(氣).

       그것도 자연적으로는 생성되기 힘든 수준의, 응집되고 응축된 형태의 기(氣)였다.

         

       “야, 여기 자연환경 특별한 거 없지?”

         

       “예. 생명력 좀 풍부하고 목(木)의 기운이 풍부한 것 빼고는, 딱히 특이한 점은 없습니다.”

         

       물론 아예 불가능한 경우는 아니었다.

       과할 정도로 넘치는 기운이 자연스럽게 한 점으로 모여 정(精)을 만드는 일은 가끔 있었으니까 말이다. 대표적으로는 추운 지역에서 발견되는 빙정(氷精)이나 화산지대에서 발견되는 화정(火精)이 있었다.

       그리고 이 외에도 넘치는 기를 흡수한 영약이라거나, 영물 같은 경우도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 하나가 있어야만 했다.

       그것은 바로, 환경 자체에 기(氣)가 넘쳐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금 풍부한 정도가 아니라,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명백히 과하고 이상할 정도로 넘쳐흘러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는 그 전제조건이 성립되지 않았다.

         

       목 속성이 풍부한 것?

       그 정도야 울창한 숲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원시림에 가면 이것보다도 대단한 목기(木氣)를 느낄 수도 있었다.

         

       게다가 금 속성도 문제였다.

       광산에서나 느껴져야 하는 녀석이 왜 여기서 느껴진단 말인가.

       그것도 응축된 형태로 말이다.

         

       이건 무조건이었다.

       무조건, 사람 손이 닿은 것이었다.

         

       군인들은 실마리를 잡았다는 생각에 의욕적으로 삽질을 이어갔다.

       아니, 아예 간부까지 나서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퍼억!

       퍼억!

         

       점점 단단해지는 데다가 돌무더기가 계속 나오는 땅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는 것 같아 보이자, 간부가 직접 나서서 삽질하기 시작한 것이다.

       병사 한 명에게 삽을 다짜고짜 뺏은 간부는 삽에다가 기를 불어넣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기를 불어넣어서 그런지 삽은 푸딩에 꽂히는 것처럼 부드럽게 땅속에 꽂혔다.

         

       퍼억!

       퍼억!

         

       간부는 돌이고 뭉쳐진 흙이고 전부 자르고 뭉개면서 구덩이를 점점 깊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터엉-!

         

       기를 불어넣은 삽이 무언가에 부딪치면서 금속음을 내었다.

         

       “드디어 나왔다!”

         

       10m 이상 파고들고서야 뭔가가 나온 것이다.

         

       간부는 삽을 그대로 뒤로 던져버리곤 손전등을 꺼내 삽과 부딪친 것을 확인해보았다.

         

       그것은 금속 장식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나무 상자였는데, 자물쇠가 망가져 있었다.

       찌그러진 모양새로 보아 아까 삽과 부딪친 것이 이 자물쇠인 듯 보였다.

         

       자물쇠가 부서져서일까?

       상자의 틈이 살짝 벌려져 있었는데, 그 사이에 비단으로 보이는 천 조각이 보였다.

       천 조각에는 먹으로 쓴 글자가 새겨져 있었는데, 틈새가 조금밖에 열리지 않아서 그런지 대략적으로밖에 볼 수 없었다.

         

       그 글자는.

         

       “천(天)…황(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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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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