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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7

       요동치는 역겨운 피 냄새.

         

       한 사람의 몸에서 이토록 짙은 피 냄새가 나는 족속은 단 하나뿐이다.

         

       ‘혈교도.’

         

       인간의 피를 탐하여 제 경지를 높이는 놈들.

         

       파스슷!

         

       볏짚으로 엮어 만든 지붕을 지르밟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이쪽으로 쇄도한다.

         

       백우진은 곧장 설수연을 품에 안으며 차분하게 주선보의 묘리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쐐애액!

         

       얼굴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날카로운 손톱의 길이와 강도가 기형적이다.

         

       더없이 느긋하면서도, 부드러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요격하기 좋은 자리를 점한다.

         

       완벽에 가까운 기습을 실패하고 낭패 어린 표정을 짓고 있는 살수가 황급히 몸을 뒤틀어 보지만, 백우진의 손은 그보다 빨랐다.

         

       “가만히 있어.”

         

       곱게 편 검지가 살수의 혈도를 강하게 짓누르자, 놈의 몸이 우뚝 멈춰 섰다.

         

       “커헉…!”

         

       창졸간에 신체의 자유를 빼앗긴 녀석이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 이쪽을 바라본다.

         

       동시에 부릅떠지는 두 눈.

         

       “너, 너는…!”

       “오, 날 아나 봐?”

       “백우진…!”

       “하긴…, 날 모르면 섭하지.”

         

       지난 석 달간 바쁘게 전장을 오간 덕분에 백우진은 혈교도라면 모를 수 없는 인물이 되어버렸다.

         

       유리하다 싶은 전장에 그가 나타나기만 하면 전황을 아예 뒤바꿔버리니 그럴 수밖에.

         

       심지어 혈교 내에는 그의 목에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걸려 있단다.

         

       백우진의 목을 베어오는 이에게 높은 지위는 물론이고, 혈교의 비전 혈술까지 가르쳐 준다고 했던가.

         

       혈교도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군침이 줄줄 흐르는 먹잇감이 아닐 수가 없었다.

         

       “여기서 사람 좀 잡아갔다며. 너 혼자 한 짓이야?”

       “…말할 수 없다.”

         

       제법 강단 있는 말투.

         

       그러나 백우진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혈교도 놈이 강단 있어 봤자 강단 있는 혈교도밖에 더 되겠나.

         

       “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네놈은 내게서 얻는 게 없을 것이다.”

       “에이, 칼이라니. 그렇게 무서운 걸 어떻게 사람 목에다 쑤셔 넣냐? 야만인도 아니고.”

         

       그 말은 진심이었다.

         

       백우진은 단언컨대 놈의 목에다 칼을 쑤셔 넣을 생각이 없었다.

         

       목을 단숨에 잘라버리면 고통조차 느낄 새 없이 죽어버릴 텐데, 그런 아까운 짓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히죽 웃는 얼굴로 다가간 그가 놈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널 그렇게 쉽게 죽이진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그의 말에 살수의 낯빛이 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느낀 것이다.

         

       눈앞의 상대가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미친놈이라는 것을.

         

       “그럼 잠깐 자고 있어라.”

         

       백우진의 검지가 놈의 수혈을 짚었다.

         

       천천히 반전되어 가는 세상.

         

       그것이 잠들기 전 살수가 본 마지막 광경이었다.

         

         

       * * *

         

         

       석 달간 그들에게는 아주 많은 일이 있었다.

         

       하루가 멀다고 숱한 전쟁을 치르며 노련해졌고, 기상천외한 수를 사용하는 혈교도를 상대하는 데에도 더없이 능숙해졌다.

         

       그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혈교의 본거지를 찾아내는 것.

         

       이를 위해서는 여정의 중간중간에 마주치는 혈교도를 심문할 필요가 있었다.

         

       심문은 백우진과 당선영의 몫이었다.

         

       그녀들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백우진은 혼자 진행하려 했으나, 한사코 자신도 함께하겠다며 끼어드는 바람에 당선영도 혈교도를 심문하는 자리에 꼭 같이 있게 되었다.

         

       처음 심문에 들어섰을 때, 백우진은 잊고 있던 사실을 하나 떠올렸다.

         

       ‘아, 당가였지.’

         

       그녀가 당가의 사람이라는 것.

         

       용독술을 주로 사용하는 당가의 인물들은 신체 구조에 빠삭하고, 독을 이용한 심문에 굉장히 진심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여러 방면으로 심문하던 끝에 그녀는 알게 되었다.

         

       정신이 반쯤 나가버린 혈교도 놈들에게 가장 잘 먹히는 심문 수단을.

         

       “야, 너 이게 뭔 줄 아냐?”

         

       의자 위에 꽁꽁 묶인 채 깨어난 살수의 시선이 백우진이 들고 있는 자기병으로 향했다.

         

       그는 손수 제 손바닥 위에 병 안의 내용물을 꺼내어 놈에게 보여주었다.

         

       손바닥 위로 조르륵 흘러나온 액체는 거무튀튀한 색을 띠고 있었다.

         

       딱 봐도 사람이 먹으면 안 될 것만 같은 느낌.

         

       온몸에서 거부감이 이는 한편, 살수의 코만큼은 유독 그것에 점점 가까이 다가갔다.

         

       “킁킁….”

         

       거무튀튀한 물로부터 올라오는 비릿한 냄새.

         

       어딘가 익숙한 듯하면서 낯선 느낌을 동시에 주는 저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의 얼굴 위로 호기심이 떠오르자, 백우진이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궁금할 거야, 응.”

         

       백우진의 손이 그의 턱을 붙잡고 강제로 입을 벌린다.

         

       “궁금하면 직접 알아내야지?”

       “읍, 으븝브…!”

         

       싫다고 발악하는 놈의 주둥이에다 대고 자기병을 점차 뒤집어 들어 올린다.

         

       매끈한 선을 타고 흘러나온 검은 물방울이 놈의 입안으로 똑똑 떨어져 내린다.

         

       혀를 타고 목구멍으로 물방울이 넘어가는 순간.

         

       “……?”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도리어 검은 물방울에서 느껴지는 맛이 더없이 익숙하다.

         

       놈이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백우진을 노려보며 물었다.

         

       “대체 내게 무얼 먹인 거냐.”

       “뭐긴.”

         

       백우진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핏물이지.”

         

       거무튀튀한 물의 정체는 피를 섞은 물이었다.

         

       아, 물론 평범한 피는 아니다.

         

       그랬다면 거무튀튀한 색 대신 선명한 붉은색을 띠었을 테지.

         

       “썩은 피가 들어간 핏물.”

         

       물에 섞여 들어간 피는 일반적인 피가 아닌, 당가의 비전을 이용해 썩게 만든 피였다.

         

       이는 당선영의 순수한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

         

       혈교도는 피를 흡수하여 제 경지를 높이는 특이한 무공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어떤 피든 마시기만 하면 그들은 강해지는 걸까?

         

       궁금해진 당선영은 그때부터 여러 피를 혈교도에게 먹여 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놈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신선한 피뿐이라는 것을.

         

       또한 썩은 피를 마시게 되면 놈들이 힘을 얻기는커녕 더없이 괴로워한단 것도.

         

       “크흑…!?”

         

       아무렇지 않았던 놈의 몸에서 변화가 시작되었다.

         

       썩은 피도 피라고, 그의 체내에 자리 잡은 혈술이 제멋대로 그것을 흡수하려 하다가 사고를 빚게 된 것이다.

         

       그의 온몸으로 파란 핏줄이 불거졌다.

         

       당장에라도 터질 것처럼 부풀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기괴하기 짝이 없다.

         

       이를 백우진은 느긋한 태도로 지켜보았다.

         

       이 정도로 놈은 죽지 않는다.

         

       어느 정도를 먹여야 생명에 지장이 생기는지, 실험을 통해 파악해두었기 때문.

         

       “크하악…, 쿨럭! 커허어억…!”

         

       일다경의 시간이 흐른 뒤.

         

       불거진 핏줄들이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하면서 고통이 차츰 줄어들었다.

         

       백우진은 거친 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놈의 턱을 붙잡아 끌어당겼다.

         

       조금 전까지 짓고 있던 표독스러운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표정이 볼 만하다.

         

       “자, 이제 말할 기분이 들어?”

       “…….”

         

       절대 말하지 않겠다는 듯 굳건하던 놈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마음속에 망설임이 생긴 거다.

         

       지금 같은 고통을 두 번 다시 느끼기 싫다는 마음과 교를 배신할 수 없다는 마음이 서로 부딪혀 싸우고 있을 터.

         

       이때 백우진이 할 방법은 하나뿐.

         

       한 번 더 고통을 느끼게 하여 전자의 마음이 더 커지게 하는 수밖에.

         

       “자, 그럼 두 번째 들어갑니다.”

       “자, 잠까…, 끄륽…!”

         

       흔히들 말한다.

         

       고통은 겪을수록 무뎌진다고.

         

       맞는 말이다.

         

       어느 정도는.

         

       그러나 당선영이 만들어낸 이 썩은 핏물은 단순히 고통으로 치부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혈교도 기준에서는 심문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분골착근의 수법을 연달아 서너 번은 당하는 것만 같은 고통이라던가.

         

       “어우.”

         

       백우진은 잊지 못한다.

         

       그때 그녀가 짓고 있던 야릇한 미소를.

         

       더없이 위험하고 매혹적인 그 미소에 빠져 그날 밤을 얼마나 뜨겁게 지새웠는지.

         

       그의 회상이 끝나갈 즈음.

         

       “아, 이제 세 번째 할 차례지?”

         

       고통이 잦아든 녀석에게 병을 들이밀자, 놈이 발악하듯 소리쳤다.

         

       “마, 말하겠다! 말할 테니 제발 그것만은…!”

         

       불과 반 시진 전만 해도 어떤 정보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하던 녀석은 자신의 금제가 발작을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참으로 많은 정보를 건네주었다.

         

         

       * * *

         

         

       다음 날 아침.

         

       수휘문과 남궁세가의 치열한 이권 다툼이 계속되는 안휘성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어닥쳤다.

         

       바람의 시작은 안휘성 내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야행복을 입은 이들이 처참한 몰골로 묶여 있는 모습으로부터였다.

         

       그 수는 총 다섯.

         

       놈들이 바로 안휘성을 불안하게 만든 실종 사건의 범인들이었다.

         

       백우진은 이들 앞에 서서 늠름한 자태로 입을 열었다.

         

       “실종 사건의 범인을 잡았으니, 더 이상 불안에 떨지들 않으셔도 됩니다.”

       “오오…!”

       “이놈들이 범인이었단 말이야?”

       “이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

         

       비몽사몽한 놈들을 향해 원독 어린 저주의 말들이 쏟아졌다.

         

       한바탕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그들의 얼굴에 차츰 분노가 사라져갈 즈음.

         

       무리 속에 있던 누군가가 외쳤다.

         

       “백우진! 우리를 도와준 이가 누군가 했더니, 백우진 대협이시다!”

         

       누군가 외쳤는지도 모를 한마디에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배, 백우진이라면 그…?”

       “최근 중원 전역에서 활약한다는 신진 고수 아니야?”

       “아이고, 맞네! 저 잘생긴 얼굴이 백우진 공자님 말고 또 어디 있겠어!”

         

       분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은 자신들을 구해준 백우진의 존재였다.

         

       “백우진! 백우진!”

       “고맙습니다요, 대협!”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부디 안휘성을 구해주십시오!”

         

       고맙다는 말 뒤로 안휘성을 구해달라는 말이 이어진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

         

       그러나 이는 백우진이 원하던 반응이었다.

         

       “안휘성이 최근 불미스러운 일로 고통받고 있다 들었소!”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백우진이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 올리며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나 백우진, 옥룡승견대와 함께 안휘성에 몰려든 먹구름을 몰아내겠소!”

       “와아아아아-!”

       “백우진 대협 만세!”

       “욕룡승견대 만세!”

         

       남궁세가와 수휘문의 주도권 싸움으로 얼룩진 안휘성.

         

       그곳에 새로운 세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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