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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7

       눈이라는 것이 처음 볼 때에는 누구나 기뻐하고 웃음을 짓는다만 그것도 잠시다.

       

       눈 위에서 뒹굴고 눈덩이를 던지고 눈사람 같은 것을 만들고.

       

       이러한 놀이를 즐길 때에는 눈이 가진 추위와 불쾌함을 잊어버릴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놀이가 끝난 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흙의 자리를 대신하는 눈은 재앙 그 자체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푹하는 소리와 함께 깊이 박히는 것도.

       

       사람이 선사한 압력 탓에 눈이 물의 모양새로 돌아가 옷가지에 파고드는 것도.

       

       가끔 가다가 박힌 발이 빠지지 않아 앞으로 고꾸라지는 것도.

       

       한 때 즐거움이었던 것이 증오의 대상이 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지.

       

       지금 중심을 잃고 눈에 자기 형상을 남기게 된 바루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바둥거리며 일어나 자신의 얼굴 도장을 보게 된 바루는 짜증이 난 듯 그를 손으로 후려쳤다.

       

       “이 지역은 어찌하여 가도 가도 눈밖에 없는 것인가!”

       “원래 그런 곳이다.”

       

       이 정도면 그리 험악한 수준은 아니다. 어찌되었건 시야는 확보되지 않나.

       

       한창 날씨가 험악할 때에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더미 탓에 바로 앞에 있는 것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때도 존재했으니. 그에 비하면 이 정도야 별 거 아니지.

       

       본인의 태연한 대꾸에도 분을 삭히지 못한 듯 씩씩거리던 바루는 이내 여우의 형상을 취하고는 내 어깨 위에 올라탔다.

       

       “이젠 눈 위를 걷는 데에 질린 것이야?”

       “그래. 질렸다. 무언가 변화라도 있어야 즐기든 말든 할 것 아닌가. 걸어도 걸어도 하얀 색밖에 없는데 질리지 않을 수가 있나.”

       

       이럴 바에야 흙내와 나무의 기분 좋은 향이 퍼지는 산이 훨씬 더 낫다며 투덜거리던 바루는 여느 때처럼 내 목에 휘감겨 눈을 감아버렸다.

       

       그녀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본인이 보기에도 이 근방은 다소 심각한 수준으로 공허했으니.

       

       과거 내가 이 곳에 머무를 적에 북해는 분명 험한 곳이긴 했다만 그렇다고 사는 이가 아예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이 곳에는 빙궁이 존재했으니까.

       

       사파의 거두 중 하나였던 그들이 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한 북해의 사회가 무너질 일은 없었다.

       

       허나 지금은 아니다. 수많은 혼란 속에서도 빙궁이라는 이름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이다만 그들의 노력은 보답 받지 못했다.

       

       빙궁은 역사의 자취 속으로 사라져 버렸고, 빙궁을 기점으로 모여들었던 사람들은 모두 다 흩어져 버렸지.

       

       그 결과가 이 꼴이다.

       

       빙궁이 사라짐에 따라 이 곳에 사는 이들을 지켜 줄 보호벽이 사라졌고.

       

       그에 따라 마을이 사라졌으며.

       

       마을이 없으니 이 곳으로 다니는 상행이 사라졌고.

       

       눈을 치우며 도로를 정비해야 할 이유가 없으니 도로마저도 자취를 감췄다.

       

       작금의 북해는 눈으로 가득한 허허벌판이라 불러 마땅했다.

       

       본인도 아무것도 없는 곳을 무작정 걷는 게 취향이 아닌지라 기감을 넓힌 체 움직이고 있다만 있는 것이라고는 짐승의 기척 뿐이구나.

       

       – 무알못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여기에 뭐 있는 거 맞아?]

       

       “일단 그런 정보를 들었다만.”

       

       – 내가 알기로 북해 쪽에 진짜 아무것도 없을 텐데.

       – 그래도 잘 찾아보면 마을 몇 개 있긴 함.

       – 그 마을 거의 다 망했을 걸.

       – ㄱㅊ. 암 것도 없어도 대. 화령님 얼굴만 있으면.

       – 미친 얼빠 쉨 ㄷㄷ

       

       그래도 무어가 있긴 한 모양이니 다행이구나.

       

       혹시 지존이 물어 온 정보가 거짓이었다면 빙궁의 터를 살핀 후 녀석의 도박장에 쳐들어갈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눈의 위를 걸으며 과거의 생각을 떠올린다.

       

       본인이 있던 무림에서도 빙궁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멸망했다.

       

       가장 큰 이유는 구음지체의 핏줄을 잃어버린 것이었지.

       

       그 태생부터가 핏줄의 영향을 깊게 받을 수밖에 없는 빙궁의 무공이다.

       

       그를 전승해야 할 이가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죽은 순간부터 빙궁의 붕괴는 예정되어 있었지.

       

       남은 녀석들이 몇 년이나 버틴 것도 용한 일이었다.

       

       “아해들아.”

       

       빙궁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자니 이 세상의 빙궁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본인이 알던 것과 다른 구석이 많은 세상이지 않은가. 혹시 빙궁의 자취도 본인의 기억과 다르지 않을까.

       

       “빙궁이 어찌 망했는지 아느냐?”

       

       – 그걸 어케 암?

       – 화룡무인 시작 시점에서 빙궁 이미 망해 있었어.

       – 모르고 관심도 없어.

       – 화룡무인 초창기에 빙궁의 하얀 미소녀 어딨냐는 아조씨를 꽤 있었는데.

        – 어케 암? 틀딱인가?

       – 들어는 봤음.

       

       이 세상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빙궁은 망해 있던 것인가.

       

       그렇다면 내가 아는 것과 결말은 크게 다르지 않겠군.

       

       쓰잘데기 없는 것을 물었어.

       

       품 안에서 곰방대를 꺼내어 불을 붙였다.

       

       하늘에서 끊이지 않고 눈이 내려오지만 곰방대에 붙여진 삼매진화는 꺼질 줄을 모른다.

       

       입 밖으로 내어진 회색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려다 눈에 짓밟혀 흩어진다.

       

       그러면서도 계속하여 앞으로 걷던 중 기감에 새로운 기척이 붙잡혔다.

       

       여느 때와 같은 짐승의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사람의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녀석의 기척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여러 명 있으면 더 좋은 거 아님?]

       

       “그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 짐승의 기척이거든.”

       

       멀리서 느끼기에 짐승에 둘러싸인 녀석은 스스로를 지킬 수단을 지니고 있지 않다.

       

       저 짐승 무리가 관찰을 끝마치고 인간을 습격하기 시작한다면 꼼짝 없이 저들의 먹잇감이 되겠지.

       

       사람 하나가 죽건 말건 본인은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만 이번에는 다르다.

       

       저 놈을 놓쳐버리면 또 한참 동안이나 눈 위를 걸어 다녀야 할 터.

       

       본인에게도 지루함이라는 감정이 있다.

       

       땡중도 아니고 이 이상의 고행은 사양하고 싶은 게 사실이니. 저 녀석을 구하기 위해 내달려야겠구나.

       

       땅을 접어가며 내달리던 나는 품 안에서 여우 가면을 꺼내어 얼굴에 걸쳤다.

       

       얼굴을 감춘 사유는 단순하다.

       

       본인이 천마신공의 사용자라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으니까.

       

       지존의 이야기대로 이 북해 어딘가에 그 정신나간 놈들이 머무르고 있다면 그들이 이 대지에서 좋은 일을 하진 않았을 터.

       

       천마신공을 추종하는 정신병자들은 대개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을 배척하곤 하니까.

       

       그렇다면 북해의 이들에게 천마신공의 인식이 좋을 리 없으니 본인은 그를 감출 셈이었다.

       

       그리하여 몇 초 새에 기척이 느껴진 곳에 도착한 나는 흰색 털의 늑대 무리에게 둘러싸인 여성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자기 팔뚝만한 크기의 검을 든 채 그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여성은 아무리 보아도 무를 배운 사람이 아니었다.

       

       가만 내버려 두면 머잖아 뒤편의 늑대에게 습격당해 목을 물리고 죽겠군.

       

       일단은 저 늑대들부터 내쫓을까.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살기를 내뿜는다.

       

       짐승의 감각은 예민하다. 어지간한 무인보다도 날카로울 정도로.

       

       그렇기에 녀석들은 곧바로 살기를 느끼곤 고갤 돌려 침입자를 마주했다.

       

       처음에는 날 보고 그대로 굳어버린 늑대 무리였다만 그 중 하나가 달아나기 시작하자 다른 녀석들도 재빨리 그 뒤를 따랐다.

       

       저항은 없었다.

       

       – 동물비애호가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캬. 오늘도 화령 성능 확실하네.]

       

       – ㅋㅋㅋㅋ

       – 아니 진짜 이 사람 동물들한테 왤케 미움 받음?

       – 누구보다 동물을 좋아하지만 그 누구보다 미움 받는다는 잔혹한 진실.

       – 바루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냐.

       – 다 같이 한 번 해볼까요? 바루야. 고마워!

       – 바루야! 고마워!

       – 바머니. 어찌 그리 사셨나요.

       – 바루 그래도 신령인데 짐승 취급은 너무 한 거 아냐?

       

       도망치는 짐승들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날 놀리기 바빴다.

       

       지난 번 쓰레드에서 여러 동물들에게 거부당한 후 기가 죽은 모습을 보인 탓이리라.

       

       허나 이번에는 상처가 그리 크지 않았다.

       

       내가 마음을 먹고 저들을 내쫓은 것이니까. 알겠느냐.

       

       이번에 늑대들이 도망친 것은 본인이 살기를 내뿜었기 때문이다.

       

       결코 저들이 본인을 두려워하여 도망친 게 아니란 말이다!

       

       그리 소리를 쳐보았지만 내 말을 믿어주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여간 본인의 감정을 건드리기 위해 왜곡을 일삼는 녀석들이라니까.

       

       저들에게 구차하게 설명을 해봐야 의미가 없을 듯 싶어 고갤 돌려 여성을 살폈다.

       

       다리에 힘이 빠져 주저앉아 있긴 하다만 겉으로 보이는 외상은 없는 듯 하고. 몸 안의 내기도 멀쩡하니 따로 처치를 할 필요는 없겠구나.

       

       그리 판단을 내리고서 녀석에게로 다가가니 여성이 다급히 검을 치켜들어 내 쪽을 겨누었다.

       

       “오… 오지 마!”

       “그댈 해할 생각은 없다만.”

       “오지 말라니까?! 찌른다?! 진짜 찌를 거야?!”

       

       여성은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날 위협했지만 그는 내게 자그마한 두려움도 주지 못했다.

       

       부들거리는 손과 당장에라도 울어버릴 듯한 목소리가 함께 하는데 저를 어찌 무서워할까. 엔리를 저 앞에 두어도 코웃음을 칠 것이야.

       

       “해보거라.”

       

       녀석의 필사적인 비명을 무시하며 앞으로 향했다.

       

       그러자 녀석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둥. 자기는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다는 둥. 무어라 무어라 지껄여댔지만 난 거기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에 여성이 치켜 든 검날을 손가락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그를 비틀어 반토막을 냈다.

       

       “…엑?”

       “어이쿠. 이런. 그대가 믿던 검날이 박살나고 말았구나. 이제 어찌할 것이냐?”

       

       여성은 박살나버린 자신의 검날을 멍하니 구경하다가 그를 옆으로 내던지더니 내 앞에 이마를 박았다.

       

       “죄송합니다! 제가 고수님을 몰라뵈었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서투른 검술과 비교하는 것조차 실례스러울 정도로 깔끔한 인사에서는 일종의 품격마저도 느낄 수 있었다.

       

       쓰잘데기 없이 검을 휘두를 시간에 사과를 했더라면 일이 훨씬 더 깔끔해졌겠구나.

       

       “앞서 말하지 않았느냐. 내 그대를 해칠 생각이 없대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해야. 내 말을 좀 듣.”

       “죄송합니다아아아아!”

       

       너무나도 자기 중심적인 아해의 모습에 머리가 아파왔다.

       

       내 사람을 구했다 생각했거늘 아니었구나. 이 녀석은 사람보다는 짐승에 가까우니.

       

       – 화령조아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가면 쓰고 있는데 표정이 보이는 것 같아.]

       

       – ㅋㅋㅋㅋ

       – 질린다. 진짜 ㅋㅋㅋ.

       – 너무 마이페이스잖아.

       – 그냥 버리고 가죠?

       

       버리고 가자는 의견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그럴까라는 대답을 할 뻔 했다.

       

       사람의 형상을 한 짐승을 데리고 갈 바에야 그냥 사람을 데리고 가는 게 낫지 않나 싶었던지라.

       

       답답했던 바루가 중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본인은 분명 그 의견을 수용했을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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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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