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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8

       “흐음. 그러니까 마을로 돌아가던 길에 변을 겪은 게로구나.”

       “네! 그렇습니다. 신령님.”

       

       도대체 나와 바루의 사이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물어볼 때에는 겁에 질려 제대로 된 말도 못하던 여성은 바루가 앞에 나서자 바짝 엎드려 공손함을 보였다.

       

       억울한 일이었다. 내가 저 녀석에게 무슨 일을 했다 그러는 것인가. 늑대를 내쫓아 목숨을 살려주고서 온건하게 경고한 것밖에 없거늘.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킹치만 바루는 귀엽고 화령은 그렇지 않은 걸.]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구나. 납득하고 말았다.”

       

       명답이구나. 바루의 귀여움을 앞에 두면 누구라도 경계를 풀 수밖에 없겠지.

       

       저 살랑거리는 꼬리와 쫑긋거리는 귀가 앞에 있는데 어찌 미간을 찌푸리고 있을까.

       

       사람의 마음을 지닌 자라면 바루 앞에선 무력할 수밖에 없다. 본인이 그를 간과하고 있었군.

       

       시청자의 혜안에 납득해 버리고만 내가 고갤 끄덕이는 동안에도 바루는 여성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의 이야기는 대충 이러했다.

       

       여성은 북해에 존재하는 자그마한 마을의 주민이다.

       

       외지에 나갈 일이 있어 잠시 마을을 떠났던 그녀지만 돌아오는 길에 늑대무리를 만나 쫓기게 되었다는 모양.

       

       “결국 이 녀석도 우리와 같은 조난자라는 것인가.”

       “아뇨! 아닙니다! 저 누연! 마을로 가는 길은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흐음? 이 눈밭에서 길을 찾아낼 수 있다고?”

       

       그런게 진실로 가능하다는 말인가?

       

       버려지고 싶지 않기에 무작정 거짓을 내뱉는 것 아닌가?

       

       워낙 허술한 모습을 보인 여성이었기에 의심이 가 물었지만 여성은 이번에 한해 물러서지 않았다.

       

       “정말입니다! 이 정도를 못하면 북해에서 살 수 없으니까요!”

       

       이 생활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지닌 듯한 말에 한 번 여성을 믿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어차피 이 녀석을 믿지 않는다 한들 내게 남는 것은 눈으로 가득한 허허벌판이다.

       

       이러나저러나 발을 걸어야한다면 자그마한 가능성이라도 있는 쪽에 걸어보는 게 낫겠지.

       

       다행스럽게도 여성은 마냥 허언을 내뱉은 게 아니었다.

       

       나나 바루가 보기에는 여기고 저기고 똑같은 벌판일 뿐이지만 여성에겐 달랐다.

       

       그녀는 나무의 모양새나 눈이 쌓인 곳, 저 멀리에 보이는 숲이나 산의 모양새로도 길을 파악해냈다.

       

       현지인의 눈썰미에 감탄을 하고 있으려니 어느샌가 저 멀리에 자그마한 마을이 보였다.

       

       “저기에요!”

       

       자신이 안전하다 생각한 곳에 돌아온 것이 기쁜 듯 팔짝거리는 여성의 모습을 보며 그 마을로 기감을 넓혔다.

       

       사람이 얼마 살지 않는 곳이구나.

       

       저 곳에서 무언가 정보를 찾아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기대를 가지고서 마을에 발을 들인 나였지만 그 곳은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고요한 장소였다.

       

       집 대부분은 비어 있는 곳이고. 먼 길을 갔다 돌아온 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이가 없으며.

       

       발자국이 만들어지는 것보다 눈이 쌓이는 것이 더 빨라 언젠가 눈에 묻혀 사라질 것만 같은 마을.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망해서 사람 다 떠나간 곳 같은데.]

       

       시청자의 후원이 옳았다.

       

       최소한의 정비조차 되지 않는 이 곳은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

       

       죽어 사라질 때를 기다리는 자들의 마을이었다.

       

       “정말 이 곳이 그대가 사는 곳이 맞느냐?”

       

       아무리 보더라도 이 곳은 저물어버린 장소다.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는 이야기다.

       

       “네. 원래 이래요. 다 늙으신 분들밖에 없는 곳이라.”

       

       자기가 제일 젊은 사람이다보니 이런저런 잡일을 맡는다며 여성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런 수준이 아니다마는.

       

       여성이 우리를 안내한 곳은 마을에서 그나마 멀쩡한 형체를 지닌 집이었다.

       

       얼마 전 주변의 눈을 치운 듯 다른 곳과 달리 입구가 눈에 보이는 그 곳은 나름대로 사람이 사는 흔적이 나는 곳이었다.

       

       “할아버지!”

       

       여성이 문을 열면서 목소리를 높이자 한 가운데의 불 주변에서 온기를 즐기던 남성이 고개를 들었다.

       

       “누연아. 왔느냐?”

       

       그는 심술맞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들었다가 나와 바루의 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외지인의 모습을 경계하는 것일까.

       

       나는 그렇다 치고 바루를 향해서도 저리 날선 얼굴을 보이는 걸 보면 외지인에 대해 안 좋은 경험이 있는가 보구나.

       

       잘됐어. 이 녀석에게 무언가를 캐물으면 정답이 나오겠지.

       

       흐음. 그나저나 이 녀석의 얼굴이 어딘가 익숙한데.

       

       어디에서 보았더라?

       

       이토록 희미할 정도라면 꽤 먼 시절의 기억일 가능성이 높다만.

       

       내가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며 손가락을 매만지고 있으려니 남성이 재차 목소리를 냈다.

       

       “저 쪽은.”

       “저를 구해주신 분들이에요!”

       

       허나 그의 적의는 짧았다.

       

       여성을 구해주었다는 은혜와 신령이라는 이름이 주는 권위 앞에서는 그도 마냥 날선 태도를 취할 수 없었으니까.

       

       “실례했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바깥은 추우니 말입니다.”

       

       그렇다 하여 경계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남성은 고개를 숙이며 자기 몸 안의 내기를 운용했다. 우리가 무슨 일을 저지른다면 그에 대처할 수 있도록.

       

       그 흐름을 보던 나는 남성의 출신이 어디인지를 알아냈다.

       

       저는 빙궁의 무인이었다. 그것도 꽤나 높은 수준의 무인. 절정은 가볍게 넘어섰고 화경 초입즈음에서 멈춘 녀석인가.

       

       주변의 환경이 험악한데다가 사회가 무너져 내린 지 오래인 이 곳이 유지되는 까닭이 있구나.

       

       이만한 강함을 지녔다면 그 어떤 곳에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겠지.

       

       안으로 들어온 나는 가만 집을 관찰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민가에 불과하다만 지하에 공간이 있구나.

       

       저기에 중요한 무언가가 보관되어 있겠지. 이 남자가 쓰는 무공을 생각해본다면 빙궁과 관련된 무언가일까.

       

       “두 분. 무슨 용무로 이 아무것도 없는 곳에 오셨습니까?”

       “찾을 것이 있어서 말이다.”

       “찾을 것이라면?”

       “이 북해에 정파의 인간들이 돌아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정파라는 단어를 언급함에 따라 남성의 기운에 날이 섰다.

       

       얼음조각으로 피부를 찌르는 듯한 섬찟한 감각.

       

       오랜만이군. 처음 빙궁에 발을 들였을 적에는 얼어붙는 느낌이었다만 지금은 시원해서 좋구나.

       

       “그들을 찾고 있다. 아는 바가 있는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노친네가 무얼 알겠습니까.”

       “아직 백 년도 살지 못한 녀석이 무슨 앓는 소리더냐. 내 옆에 있는 이 신령 할머니께서는 수백 년을 살고도 이토록 정정하시거늘.”

       “민가야? 할머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옆에서 날 노려보는 바루를 애써 무시했다.

       

       무거운 분위기를 풀기 위한 농담이었다만 오히려 분위기에 날 하나를 더해버렸군.

       

       “그대는 어떤가.”

       

       남성에게 물어봐야 답이 나오지 않을 듯 싶어 어디선가 차를 들고 온 여성에게 이야기를 돌렸다.

       

       “정파의 무인들에 대해 아는 바가 있나?”

       

       남성과 다르게 여성은 자신의 표정을 숨기는 데에 서툴다.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 눈동자를 굴리는 것이 아는 바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다는군.”

       “하아.”

       

       그를 눈짓하며 남성에게 눈치를 주었더니 그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짚었다.

       

       “그들을 왜 찾으십니까?”

       “녀석들이 내가 찾는 물건을 들고 있을 것 같아서.”

       “당신도 마교의 무공을 추종합니까?”

       

       추종이라. 맹신하며 따른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인가.

       

       “아니. 그와는 거리가 멀지.”

       

       이는 분명한 진실이었다.

       

       본인은 천마신공을 사용하며 그것의 극의를 추구하지만 그를 추종하지는 않는다.

       

       무인이 추종해야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걷고 있는 무의 길일 뿐.

       

       그 길을 걷기 위한 무공을 맹신하는 순간 거기에 사로 잡혀 멈춰버리고 만다.

       

       특히 천마신공이란 무공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 정신 나간 짐승 같은 무공은 주인을 잡아먹기 위해 꾸준히 틈을 노리고 있으니까. 사로잡히는 순간 그대로 잡아 먹혀 죽게 될 테지.

       

       그렇게 스러진 이들을 수도 없이 보았기에 본인은 무공을 추종하지 않는다. 내가 믿는 것은 내가 쌓아온 의념 뿐.

       

       고개를 저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은 쉬이 입을 열지 않는다.

       

       정체 모를 인간인 본인이 믿음직스럽지 못한 것이겠지.

       

       자아. 이럴 때야 말로 바루의 힘을 사용할 때다.

       

       이 귀엽고 순수하며 건방진 얼굴을 앞에 두고서 누가 경계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본인이 진정 마교를 추종했다면 신령께서 내 옆에 있겠는가.”

       “…그건 그렇지요.”

       

       신령이라는 존재가 지닌 권위가 생각보다도 유용하구나.

       

       정작 바루는 자신의 얼굴이 이런데 활용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지만 어쩌겠는가. 쓸 수 있는 것은 써야지.

       

       “대충 보아하니 그 정파 무리가 그대의 골칫거리인 듯 하군. 맞나?”

       “예에. 그렇습니다.”

       “본인이 그를 정리해 주겠다. 그러니 놈들이 머무르는 위치를 알려다오.”

       “당신께서 말입니까?”

       

       이번의 되물음은 의심도 경계도 아니었다.

       

       네까짓게라는 단어로 요악될 수 있는 무시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본인의 이름도 모르고 경지도 모르는 남성이 보기에 나라는 인물은 그저 절정 수준에 도달한 평범한 무인 나부랭이니까.

       

       자신조차 처리하지 못하는 골칫거리를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겠지.

       

       이를 증빙하는 방법은 무척이나 간단했다. 내가 지닌 것의 일부를 드러내 보이면 그만이니까.

       

       가면 너머로 살기를 보낸다.

       

       엔리나 설아, 하린이를 일으켜 세울 때에 쓰는 살기가 아니라 본인의 의와 념이 그대로 담겨 있는 살기를.

       

       그에 따라 남자의 얼굴이 창백하게 물든다.

       

       추위 속에서 흘러내린 식은땀이 나무로 된 바닥에 떨어지고. 공포 속에 남자의 어깨가 떨리고. 이윽고 그가 숨마저 쉬기 어려워졌을 무렵이 되어서 그 살기를 거두었다.

       

       “이 정도면 되었겠지?”

       “…제가 고수를 몰라 뵈었습니다.”

       “되었다. 그럴 수도 있는 게지.”

       

       본인의 의와 념을 마주한 남성은 순순히 자신이 하수임을 인정했다.

       

       여성이 호들갑을 떨며 가지고 온 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아낸 남성은 차를 한 모금 들이키고는 목소리를 냈다.

       

       “당신께서 찾고 있는 이들은 옛 빙궁에 터를 잡고 있습니다.”

       

       …허어. 그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로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마님이 경지를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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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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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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