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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9

        

       PD의 보고를 들은 부국장과 본부장은 기함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왜 여기서 나와?”

         

       보고에 상상도 못 한 이름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 무슨….”

         

       그냥 파급력이 강할 것으로 예상한 것이, 알고 보니 폭탄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걸 무슨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어린아이가 갑자기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면서 수류탄이나 지뢰를 들고 자신에게 달려오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부국장과 본부장은 침음성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이건 너무….”

         

       “그래. 너무 지나치지….”

         

       그래.

       기대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

         

       정부에서 직접 부탁을 한 사안인데다가, 시청률이 잘 뽑힐 수밖에 없는 주제다.

       거기다가 이 일에 얽혀있는 사람들만 하더라도 평범한 사람이 없었다.

       고위 공무원에, 주술사에….

         

       그러니 특별히 신경을 써서 잘 뽑아서 방송에 내보내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하더라도 대충 뭉개버리고 방송하게 할 각오가 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건 우려의 목소리 수준이 아니다.

         

       누가 봐도 이건 문제가 되는 사안이다.

         

       “이거 우리 손을 떠났다. 우리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커.”

         

       방송국 사장이 자기 목을 건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다 질 수 있을지 의문이 되는 사안이다.

       국가 간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폭탄이라니.

         

       “공무원 양반들에게 연락하자고.”

         

       그렇기에 방송국은 정석대로 이 지뢰를 처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곧 터져버릴 것 같은 폭탄은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것이 미덕이 아니겠는가?

         

         

        * * *

         

         

       폭탄은 움직였다.

         

       군인에게서 PD로.

       PD에게서 방송국으로.

       그리고, 방송국에서 정부로 말이다.

         

       당연하게도 아닌 밤중에 폭탄을 끌어안게 된 정부는 난리가 났다.

         

       “아니 뭐 이딴 일이 다 있습니까?”

         

       “천황? 이 허수아비 얼굴마담 이름이 왜 여기서 튀어나옵니까?”

         

       일본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미리 짐작하고 있었다.

         

       일본이라는 나라는 주술에 집착하는 면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나라 전체가 단체로 정신병이 걸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 나라가 일본의 요괴를 부르고 부릴 수 있는 주술을 다른 나라로 유출한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 때문에 전국적으로 일어난 이번 소동에는 일본이 개입했을 것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게 과거의 일본이든, 지금의 일본이든 말이다.

         

       그렇기에 은근히 ‘증거’가 튀어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술과 ‘세계 속의 일본’이라는 이미지에 집착하는 일본에게 아주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희망대로 증거가 나오기는 했다.

       나오기는 했는데….

         

       “기껏해야 우익단체, 심하면 정보기관에서 공작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만….”

         

       “이건 좀….”

         

       너무 과한 증거였다.

       쓰기가 꺼려질 정도로 말이다.

         

       “이거 공개되면 전쟁 명분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전국이다.

       대한민국의 전국에 있는 산에서 일본 요괴가 튀어나온 사건이다.

         

       “괴물이 튀어나온 산에서 이딴 게 발견됐다? 지금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없으니까 다행이지, 조금이라도 피해 발생했으면 전쟁 명분이 될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이거!”

         

       “아니지요. 지금도 충분히 전쟁 명분이 됩니다. 누가 봐도 테러 행위 아닙니까? 그것도 정부에서 사주한 테러 말입니다.”

         

       다행히 피해가 없기는 했지만 단지 그뿐이다.

       전국에 퍼져있는 폭탄 가방을 터지기 전에 회수했다고 해서 그게 없었던 일이 될 수 있겠는가?

       이번 일 역시 마찬가지다.

         

       능력자와 군대가 나서고 나서야 제압을 할 수 있었다.

       전국에 등장한 요괴가 산이 아니라 민가로 내려와서 사람을 죽이기 시작했다면 상당한 피해를 봐야만 했으리라.

       발전소나 연구소, 제철소 같은 중요 시설에 갔다면 당연하게도 시설에 피해가 갔을 테고 말이다.

         

       ‘소동’이라는 온건한 단어가 아니라, 테러라는 단어를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거기서 천황이니 뭐니 하는 글귀가 적힌 비단이 튀어나왔다?

         

       이건 테러가 아니라 선전포고 없이 행한 선제공격이요, 국가가 국가를 공격한 행위다.

       

       게다가 비단이 좀 낡아서 글자가 드문드문 읽히기는 했지만, 거기 적혀있는 글자만 보더라도 의도는 명확해 보인다.

         

       천황.

       하사.

       만세.

       영광.

       지맥.

       귀환.

         

       딱 봐도 천황이 대한민국의 지맥에 악영향을 주기 위해 주물을 하사했고, 그것을 설치하고 귀환하라는 내용처럼 조합되지 않는가.

         

       명백히 대한민국에 해를 끼치려고 하는 의도가 보였다. 실제로도 요괴가 출몰해서 소동이 일어났으니, 해를 끼친 것도 맞았고.

         

       비단과 주물을 조사해서 어느 시대의 것인지가 확인되게 되면, 외교적 마찰이 일어나고, 일본 측에서 대한민국에 배상하는 것으로 일이 끝마쳐지게 되리라.

         

       그래….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배상을 하는 것으로 끝맺음하는 것이 맞는데….

         

       문제는 일본이라는 나라가 상식적으로 나올 리가 없다는 것에 있다.

         

       주술.

       천황.

         

       하나만 있어도 눈을 까뒤집고 미치광이처럼 달려들 사안이다.

         

       그런데 그 두 개가 겹쳐있기까지 하다.

         

       ‘천황이 하사한 주물’이라?

         

       눈을 까뒤집으면서 좋아서 날뛸 것이다.

         

       “테러고 뭐고…. 일본 놈들이 이거 보면 뭐라고 할지 벌써 골치가 아픕니다….”

         

       “뭐라고 하긴요. 날조다, 선동이다 소리치겠지요.”

         

       “거기에 더해, 한국이 일본의 문화재를 훔쳐 갔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면서 도리어 한국을 도둑 취급할 것 같습니다만….”

         

       “하하, 문화재요? 그걸로 끝나면 다행이겠지요. 국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천황 이름이 들어갔으니 궁내청에서도 나서겠지요?”

         

       “궁내청이요? 거기가 뭐 문제라고 그럽니까. 말만 청(庁)이지, 힘이라곤 쥐뿔도 없는 곳인데.”

         

       “그래도 그놈들이 입은 잘 털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요….”

         

       고위 공무원들은 이번 일이 알려지게 되었을 때의 파장을 이야기했다.

         

       “이거 파묻힌 시기가 최근이면 진짜 전쟁 명분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러면 그놈들이 꼬리를 말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북쪽 지역 때문에 함부로 군사 움직이지 못하는 거 모르는 놈들도 아닌데요. 게다가 전쟁의 ‘전’자만 꺼내져도 전쟁 리스크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싹 다 빠져나갈 거고, 국가 신용 등급도 낮아지겠지요. 그러면 경제가 난리가 나겠지요? 허허허. 블루 하우스에 계신 분이 참 좋아하겠습니다.”

         

       “게다가 미국도 있어요. 우리가 전쟁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나서서 우리 머리통을 후려치면서 당장 멈추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전쟁해서 얻는 이득이 없어요, 이득이. 뭐 19세기 20세기도 아니고, 다른 나라 침략해서 돈 뜯어내서 살림하던 시절은 다 지나가지 않았습니까? 이긴다고 칩시다, 그러면 일본 놈들이 계속 우리랑 교류 이어갈 거 같아요? 저 좀생이들이?”

         

       “크흠.”

         

       “일본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우리한테 좋을 게 없어요. 우리가 자원이 많아요, 인구가 많아요? 일본에 수출하는 게 얼마고 수입해 오는 게 얼만데, 그게 싹 사라져버리는 겁니다. 경제에 타격이 간다고요.”

         

       “이런 빌어먹을, 진짜.”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리스크가 계속해서 튀어나온다.

         

       공분하며 응징을 주장할 국민, 전쟁을 입에 담자마자 일어날 수많은 문제, 한국이 실제로 전쟁을 시작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 기고만장해서 떠들어댈 일본, 일본이 온갖 로비와 정치질을 통해서 세계 곳곳에 왜곡된 정보를 퍼뜨릴 가능성까지….

         

       방송으로 튀어나와서 좋을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정부에 화살이 날아온다고?

       다음 선거에 문제가 간다고?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그래, 그것도 중요한 문제기는 했다.

       그런데…아무리 생각해도 그 화살을 일본에 돌리겠다고 방송했다가는, 득보다 실이 더 커 보였다.

         

       그렇기에 그들은 결정을 내렸다.

         

       “…뒤로 접촉합시다.”

         

       그냥 정부는 먹던 욕을 계속해서 먹는 것으로 하고, 비밀리에 일본 정부와 거래하기로 말이다.

         

       주술과 이미지에 환장하는 나라이니만큼, 비밀리에 주물과 비단을 넘겨준다고 하면 꽤 많은 돈과 이권을 뜯어낼 수 있으리라.

       물론 일본이라는 나라가 자신의 흠결이 밖에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경향이 있어서 엄청 거대하게는 뜯지는 못하겠지만, 그거야 뭐 다른 핑계를 대면 그만이 아니겠는가?

       양국의 우호를 위해 일본이 한국에 투자한다거나…. 뭐 그런 명분 말이다.

         

       최선도, 차선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안전한 선택 말이다.

         

         

         

        * * *

         

         

       정부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 오, 이런. 이거 내가 아주 놀라운 소식을 들고 왔다네. 바람이 좋아 하늘을 보고 있자니 1 알렌(Alen)쯤 되어 보이는 까마귀를 보았지. 아주 영리하지만, 돈을 밝히는 녀석이었는데, 내가 그 녀석에게 잘 만들어진 맥주를 흔들며 유혹해도 거들떠보지도 않더군. 』

         

       다만.

       그 선택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었고.

         

       『 그래서 나는 그 까마귀의 입에 자그마치 8 스킬링을 물려주고야 말았다네. 』

         

       『 하, 무려 8 스킬링이네! 은화를 물려줬단 말이야! 』

         

       『 그 까마귀는 말이야. 은화를 받아먹고 나서야 날개를 우스꽝스럽게 펄럭거리며 다가와 나와 수다를 떨 준비를 하더군. 그래서 나는 그 까마귀에게 은화를 대가로 어디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냐고 물었는데 말이야. 글쎄 그 까마귀가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

         

       『 자아, 나의 술친구, 순대! 이 이야기를 잘 들어보게. 정말 대단할 테니까 말이야! 』

         

       사람이 아닌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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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
Status: Ongoing Author:
The shaman realized he had gained life once more. This time, he would live a life solely for transcendence, through shamanism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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