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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9

       *** ***

         

       “…갔군요.”

         

       당도연의 허망하다는 중얼거림을 들으며 여일예는 흑묘와 호천안 그리고 위서련이 타고 가는 마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멀어지는 마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여일예의 주먹은 꽉 쥐어져 있었다.

         

       당소열은 여일에의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보며 위로차 입을 열었다.

         

       “그나마 흑묘라도 따라붙은 것이 다행이 아니냐. 아무래도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 낫겠지.”

         

       “….예.”

         

       [너를?]

         

       [나쁘지 않은 제안 아닌가요? 당신이 정녕 적수를 찾는다면 저 역시 가능성이 있을 테니.]

         

       흑묘는 구음기를 끌어 올리며 자신의 경을 보였고 그 경을 본 소천마 위서련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흑묘의 동행을 허락했다.

         

       [흐음. 좋다. 허나 그대까지 마교의 손님 대우를 받을 수는 없을 것이야. 그래도 따라오겠느냐?]

         

       [물론이에요.]

         

       [재미있군.]

         

       여일예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동행하겠노라 말했지만 위서련은 여일예의 동행은 거부했다.

         

       [정파의 제자가 어찌 마교에 출입할 수 있을까.]

         

       “참으로 분하군요.”

         

       여일예는 자신의 검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무(武)에는 나름대로 자신이 있다 생각했으나 그저 허황된 생각일 뿐이었군요.”

         

       “여일예 소저…”

         

       여일예는 호천안의 말을 떠올렸다.

         

       각자의 위치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는 자들을 너무 오래 붙잡아 두었다고 했던가.

         

       호천안의 말은 여일예의 마음 속 깊숙한 곳에 닿았다.

         

       ‘은공에게 깨달음을 받은 이후, 무공에 대해서 너무나 소홀했구나.’

         

       여일예는 복수를 할 때에도, 복수를 마치고 호천안의 일행이 되어 비천마차를 타고 여행하면서도 수련을 게을리 한 적은 없다 자부했지만 정녕 최선을 다 해서 무에 매진했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여일예는 점창파의 제자였다.

         

       점창파의 제자가 가장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당연히 문파의 가르침을 받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일예는 복수를 위해 점창파의 산문을 떠난 이래 한번도 점창파에 들리지 않았다.

         

       ‘점창파의 제자가…점창을 떠나 어찌 무를 갈고 닦았다고 할 수 있을까.’

         

       혁기린에게 틈틈이 가르침을 받기는 했으나 혁기린 역시 본인의 무공을 갈고 닦아야 할 처지였으니 온전한 점창의 가르침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욕심.

         

       부모님의 원수를 갚고 싶다.

         

       좀 더 호천안의 곁에 있고 싶다.

         

       그런 마음에 귀환을 차일피일 미루었다.

         

       “점창파의 제자라는 작자가 점창파를 등지고 그저 제 욕심만을 부렸으니 이런 무력한 모습 역시 당연한 것이겠지요.”

         

       “….그래.”

         

       당소열이 담배 연기를 푸욱 내뿜었다.

         

       “그저 뒤따라 걸으며 구경만 하면 된다 생각했거늘 너무 안일했던 모양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일행에게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만들어 줄 수 있었음에도 당소열은 게으름을 부렸다.

         

       어디까지나 암기를 보충하고 비천마차를 수리하는 선에서 만족하고 뒤에서 지켜보고만 있었을 뿐.

         

       그 게으름의 대가가 지금의 현실이었다.

         

       천하에서 가장 재미있는 볼거리를 소천마가 날름 채가 버린 상황. 그야말로 닭 쫓던 개가 된 기분이었다.

         

       “꼴이 말이 아니로군.”

         

       “강해지지요.”

         

       혁기린이 침울한 안색의 일행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 역시 분하고 슬프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힘으로는 이 사태를 타개할 수 없습니다.”

         

       “예. 호 낭인님과 흑묘 소저를 믿고…성장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도연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저것 좀 만들어 봐야겠군.”

         

       “설령 천마라도 쫓아올 수 없는 기마술을 목표로 정진해야겠군요.”

         

       “본가의 무고에 들려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일행은 각자의 목표를 말했다. 목표는 제각각이었지만 그 목표를 세운 마음가짐은 하나였다.

         

       다시 만날 호천안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

         

       각자의 결의를 품은 일행들을 태운 비천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여행길은 숨이 막힐 듯한 침묵의 연속이었다.

         

       나와 소천마 그리고 흑묘가 같은 마차에 타고 있었으니 어떤 말이 오갈 수 있을까.

         

       위서련은 침묵이 매우 익숙해 보였다.

         

       하루종일 말 한마디 하지 않더라도 조금의 어색함조차 느끼지 못하는 유형의 인간임이 확실했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옆자리의 흑묘를 바라보았다.

         

       동행을 자처한 흑묘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런 흑묘의 동행을 허락한 위서련은 뭘 노리고 흑묘의 동행을 허락한 것일까.

         

       위서련의 노림수를 모르겠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흑묘의 동행은 호재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흑묘 본인에게도 말이다.

         

       “슬슬 도착하겠군.”

         

       위서련이 문득 입을 열었다.

         

       -소천마의 행차시다!

         

       -길을 비켜라!

         

       바깥에서 잠시 소란이 이는가 싶더니 이내 좌우에 엎드려 절하고 있는 통행객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천세! 천세! 천천세!”

         

       “천세! 천세! 천천세!”

         

       ….마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트여진 길과 마차 쪽을 향해 절을 하며 천세를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

         

       커다란 성문을 지나 위서련의 처소로 보이는 곳에 마차가 멈출 때까지 천세 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어느 도심처럼 수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대로. 트여진 길 양쪽으로 엎드려 있는 이들은 대체 몇 명일까.

         

       수백 명은 가뿐하게 넘어갈 것이고 기본이 수천 명은 되겠지. 어쩌면 만 명이 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많은 이들의 추앙을 받으면서도 위서련은 표정 하나 변함이 없었다.

         

       그저 천세 소리가 잦아들고 마차가 멈춘 뒤 조용히 한 마디를 했을 뿐이었다.

         

       “천마신교의 본단, 흑룡성에 온 것을 환영한다.”

         

       옆에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아 옆을 보니 흑묘의 얼굴이 창백했다. 소천마의 권세를 체감하고 위축이라도 된 것일까.

         

       진정하라는 의미에서 가볍게 등을 톡톡 두들겨 주었다.

         

       “흐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위서련인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이 무척 신경쓰였지만 뭐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마차에서 내리자 으리으리한 저택과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인들은 물론이고 무사들까지 도열해 있었는데 한눈에 살피기에도 백 사람이 넘었다.

         

       “손님을 대접하도록.”

         

       손님이라는 단어에 완전히 정돈된 모습을 보여두던 하인들과 무사들 사이에 무형의 파문이 퍼졌다. 자세가 흐트러지지는 않았지만 단번에 나에게 이목이 쏠리는 것이 느껴졌달까.

         

       “내 손님은 호천안이나 저 여자에게도 적절한 예우를 갖추어 주도록.”

         

       -존명!

         

       무인들은 물론이요 하인들까지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쉬도록, 아직 흑룡기의 여파도 완전히 떨쳐내지 못했을 테니까. 하루는 여독을 풀 시간을 주도록 하지.”

         

       “배려 고맙소.”

         

       나와 흑묘는 각기 방을 배정받고 한 방에 모인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아아…”

         

       긴장이 풀렸는지 흑묘가 탁상에 널브러졌다. 나 역시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몸을 이완시켰다.

         

       소천마 위서련과 함께 마차를 탄다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천마신공을 익힌, 검디 검은 머리와 붉은 눈을 한 불길한 존재와 한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인 압박이 장난이 아니었으니까.

         

       나나 흑묘나 말없이 정신적인 휴식을 즐겼다.

         

       소천마에 대한 감상이나 험담을 늘어놓을 법한 분위기였지만 이곳은 위서련이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장소.

         

       이 방의 대들보 위에 무인들이 올라가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함부로 위서련의 험담 따위를 했다가는 무슨 경을 칠지 모를 일이다.

         

       나야 소천마의 손님이니까 무사할지 모르겠지만 그냥 천마신교 방문자에 불과한 흑묘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흑묘 역시 그런 점을 고려하고 있는지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는 모습.

         

       적당히 휴식을 취한 나는 슬슬 내공을 끌어 올렸다.

         

       스스스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흑묘가 깜짝 놀라서 상체를 일으켰지만 나는 그런 흑묘를 손짓으로 안심시킨 뒤에 계속해서 내공을 끌어 올렸다.

         

       혹시나 지금 내 행동으로 인해 소란이 일까 잠시 눈치를 살폈지만 딱히 바깥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불명 어르신께 피나게 이마를 얻어맞고 습득한 기막이 우리 둘을 감쌌다.

         

       “할 말이 있으시면 전음으로 해도 괜찮지 않았을까요?”

         

       “마교에는 전음을 도청할 수 있는 무공도 있어. 필요할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전음을 쓰는 건 최소화하자.”

         

       “…그런 무공도 있다니 참 마교답다고 해야 할지.”

         

       뭐 아무나 익힐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전음을 훔쳐 듣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암음도청공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우선 상황부터 짚어 보자. 일단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너는 몰라도 나는 위서련이 풀어줄 때까지는 아마 이 마교에 있어야 해.”

         

       “그렇겠죠. 각오하고 있어요.”

         

       나는 잠시 눈을 빛내는 흑묘를 바라보았다. 무슨 고문이라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은 결의 어린 눈빛이었는데 내가 원하는 것은 조금 다른 방향의 결의였다.

         

       “흑묘야, 혹시 마교의 무공을 익혀 볼 생각은 없냐?”

         

       “….뭐요?”

         

       “마교의 무공 중에서 음(陰)적인 성향의 무공은 너에게 잘 맞는 것들이 많을 거야.”

         

       흑묘는 ‘이 자식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같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지만 나는 꿋꿋하게 말을 이었다.

         

       “불명 어르신이 살짝 흑영기공을 손봐 주시긴 했지만, 흑영기공을 주력 무공으로 사용하기에는 급이 너무 떨어져. 좀 더 높은 수준의 무리를 바탕으로 짜여진 무공을 익힐 때가 됐잖냐.”

         

       “그래서 마공을 익히라고요?”

         

       “아니, 잠깐만 내 말을 들어봐.”

         

       마교라고 꼭 마공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흑묘는 마공(魔功)이라도 성향만 잘 고르면 부작용 없이 익힐 수 있다.

         

       태음지체를 타고난 흑묘.

         

       보통 사람이라면 조금만 파고들어도 전신이 얼어붙을 구음기.

         

       흑묘는 그런 구음기조차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길들였다.

         

       보통 구음기와 같이 아주 강력한 공능을 지닌 기운을 이용하거나 만들어내는 무공들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기라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니까.

         

       기의 성질이 뚜렷하면 뚜렷할수록 그런 성향이라는 것이 생긴다.

         

       빙공을 익힌 이가 냉정하고, 열양공을 익힌 이가 금방 화를 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였다.

         

       그러나 흑묘는 천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뚜렷한 성질을 지닌 구음기를 온전히 몸에 품고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머리카락 색의 변화?

         

       애초에 기를 온전히 다루지도 못할 정도로 흡수했으면 주화입마가 걸려야 정상이다.

         

       머리카락 색이 변하는 정도면 아주 사소한 부작용이지.

         

       마교의 수많은 무공을 부작용 없이 익힐 수 있다.

         

       이게 내가 흑묘의 마교 동행을 저지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였다.

         

       사실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만 따지면 내 쪽보다는 흑묘 쪽이 훨씬 크지.

         

       마교는 흑묘가 폭풍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

         

       그런 내 열띤 설득이 먹혔는지 흑묘의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확실히 경지를 올리기 위해서는 상위 무공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냥 생각만 하고 있으면 돼. 정말 쓸만한 무공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알 수 없는 문제니까.”

         

       “…알겠어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기막을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찾아와 기막을 해제했다.

         

       “그럼, 선배 내일 봐요. 운기조식도 확실히 하고요.”

         

       “그래.”

         

       확실히 내일부터 소천마 위서련이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상황이다. 다짜고짜 비무를 통해 성장한다면서 하루종일 비무를 하자고 강짜를 놓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겠지.

         

       식사를 든든히 하고 운기도 꼼꼼하게 한 뒤 수면 역시 충분히 취하며 다음 날을 맞이했다.

         

       완벽하게 몸 상태를 조절한 내 앞에 펼쳐진 일정은.

         

       “천마께서 두 분을 호출하셨습니다.”

         

       …천마와의 면담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교에 왔으면 천마를 만나야죠.

    *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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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I Became an Outcast the Martial Arts Masters are Obsessed With

무협게임 속 고수들이 집착하는 낭인이 되었다
Score 4.0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became Ho Cheon-an, a second-rate warrior in the martial arts game [Murim Cheonha].

To survive, I had no choice but to give enlightenment.

Martial arts masters began to obsess over me.

In Murim Cheonha, where fame means difficulty, getting attention meant death.

Please, just go away.

Please, let me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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