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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9

       빙궁은 이 세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허물어져 버렸다.

       

       일반적인 거대 문파가 무너졌다면 그 자리를 노리고서 수많은 사람들이 따라 붙을 터이나 이 곳은 북해. 사람이 살기에 그리 좋은 장소가 아니다.

       

       본래 빙궁이 서 있던 자리를 다른 문파가 점거한다 한들 압도적인 추위 앞에 얼어 죽을 뿐.

       

       어찌 저찌 이 험악한 환경에 적응한다 치더라도 이 곳에 사람이 모이겠는가?

       

       과거 빙궁이 유지될 수 있었던 까닭은 빙궁이 지닌 역사와 힘이 있었기 때문. 어중이떠중이가 이 곳을 차지한다 하더라도 그를 따라 여기에 올 이는 존재치 않는다.

       

       대개의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았기에 빙궁에 접근하지 않았고, 모른다 하여도 몸으로 체감한 뒤에는 떠나가기 마련이니.

       

       빙궁의 터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폐허가 되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아니했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 곳은 사람들의 관심을 피하기에 무척 적절한 곳이 되었다는 소리고.

       

       지난 시간 동안에 여러 더러운 일을 하는 이들이 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는 모양.

       

       “지금은 마교의 무공을 추종하는 미치광이들이 그 곳에 머무르고 있지요.”

       

       그들이 빙궁을 점거한 지 대충 2년 정도 되는 시간이 흘렀단다.

       

       사파의 범죄자 나부랭이들과 다르게 정파의 중견이라 불릴 수 있는 무력을 지닌 그들은 빙궁 일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그 곳에서 마교의 무공을 연구하고 있다며 남자는 입술을 곱씹었다.

       

       “그를 어찌 알지?”

       “봤으니까요.”

       

       증오와 한탄, 그리고 자신을 향한 무력함이 뒤섞인 그 얼굴을 보면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과거 무공을 배웠던 곳이니만큼 빙궁을 지키고 싶었으나 힘이 모자라 그를 이루지 못한 것일 터.

       

       “좋다. 내 그대의 숙원을 이루어 주겠노라.”

       

       단순히 이 녀석을 위함은 아니었다.

       

       어차피 본인은 북해에 오는 김에 빙궁의 터를 방문할 생각이었으니.

       

       빙궁의 아해에게 오랜만에 인사나 건네고 말 생각이었다만 과거 입은 은혜가 있으니 무덤 위 정도는 정리해 주어야겠지.

       

       목적지까지 안내해 주겠다는 남성의 말을 무시하고서 집에서 나왔다.

       

       어차피 그 곳으로 가는 길은 알고 있으니 짐덩어리를 옆에 하나 끼워 넣을 이유는 없었다.

       

       “정말 빙궁으로 가는 길을 아는 게 맞느냐?”

       

       바루는 나라는 사람이 그리 믿음직스럽지 못한 듯 했다.

       

       합리적인 의문이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길 하나 찾지 못해 무작정 흰 눈 위를 돌아다니던 녀석이 갑자기 길을 안다 그러면 누구라도 저런 반응을 보이겠지.

       

       “그게 아니었다면 이런 객기를 부렸을까.”

       

       방금 전의 방황이 지루하고 고되었던 것은 본인도 마찬가지다.

       

       길을 찾을 자신이 없었더라면 얌전히 남성의 동행을 받아들였을 것이야.

       

       여우로 변한 바루를 어깨 위에 올리고 허공을 밟아 위로 올라갔다.

       

       과거 신교가 무너져내리고 빙궁에서 본인을 보호해 주겠노라 이야기를 했을 적에 빙궁의 아해는 직접 나를 찾아와 빙궁까지 이끌어 주었더랬다.

       

       그 때에 그녀는 온갖 곳에 날이 서 있던 나의 경계를 풀어준답시고 북해에서 빙궁을 찾아내는 법을 알려주었다.

       

       태양을 등지고 저 멀리에 보이는 눈산에서 눈을 오른 쪽으로 돌리다가 앙상한 숲이 보일락말락 하는 지점에 멈추어 발을 앞으로 내딛으라고 하였지.

       

       본인이 여전히 그 때의 경험을 기억하고 있는 까닭은 의심하면서도 그녀의 말을 따라 앞으로 발을 내딛었더니 정말로 빙궁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기억을 따라 눈을 해치며 앞으로 걸었더니 저 멀리 허물어가는 빙궁의 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 기억상실자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왜 길을 잘 찾는 건데?!]

       

       보란 듯 어깨를 피고 있으려니 후원이 날아들었다.

       

       무어냐. 본인이 길을 잘 찾으면 좋은 것 아니더냐? 그대들의 지루함을 덜 수 있는 것이지 않나.

       

       – 화령을 안 믿어?!

       – 너도 안 믿었잖아!

       – 키야야야. 역시 장작의 여신님. 포인트도 잘 태우네.

       – 왜 내기를 연 거야. 내기만 안 열었어도.

       – 편집자는 영상으로 사과해라!

       

       아아. 그 새 내기를 건 것이야? 보아하니 본인이 길을 찾지 못할 거라는 데에 7할이 넘는 녀석들이 돈을 내던졌구나.

       

       아무리 일전에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하더라도 본인을 믿지 못하다니. 불경한 자들이로다.

       

       빙궁의 터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멀쩡했다.

       

       이미 허물어져 눈에 묻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여겼거늘 그 형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빙궁을 점거하고 있는 이들이 관리를 한 덕분이겠지. 설마 저 정신병자들이 도움이 되는 것도 있을 줄이야. 세상 일은 한치 앞을 알 수가 없는 게로군.

       

       그리 생각을 하며 빙궁의 터 안 쪽으로 기감을 넓혔다.

       

       안에 머무르는 이들은 스무 명이 약간 넘는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구나.

       

       거기에 더해 하나하나의 질도 나쁘지 않다.

       

       최소가 일류고 화경 초입에 머무는 이도 두 명이나 있을 지경이라니.

       

       아마 저 중 하나는 내가 과거 보았던 그 녀석일 테고 다른 하나는 정파에서 목소리를 높이다 죽었다는 멍청이일 것이다.

       

       어느 쪽이건 상대할 가치가 있지는 않다.

       

       “바루야. 잠시 여기서 대기하고 있거라.”

       “왜지?”

       “은밀하게 움직일 생각이라서 말이다.”

       

       본인은 굳이 저 정신병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싶지도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도 않다.

       

       그러니 저들 스스로조차도 이해하지 못하는 잠을 안겨주는 것으로 일을 처리할 것이다.

       

       “…은밀? 그대가?”

       

       내가 은밀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자 바루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본인이 은밀하게 움직이겠다는 데 무어가 문제지?

       

       – 은밀기동이라.

       – 목격자를 다 죽이면 암살이라는 거랑 비슷한 건가?

       – 저 안에 사람이 없으면 자동으로 은밀해지는 거구나.

       – 그거라면 킹정이지.

       

       시청자들의 반응도 바루와 비슷했다.

       

       어느 하나 본인이 은밀이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믿는 자가 없었다.

       

       어째서지? 본인의 경지가 경지인데 기척을 죽이고 돌아다니는 것을 못 할 리가 없지 않은가.

       

       여태까지야 정면에서 쳐들어가는 것이 편하기에 그리 움직였을 뿐. 필요하다면 본인은 어느 것이라도 할 수 있다.

       

       “좋다. 그대들이 의심을 하니 증명을 해보이도록 하마.”

       

       모든 일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빙궁의 그 누구도 본인이 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 파트라시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오. 성공하면 만원!]

       

       – 화령조아님이 3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나도!]

       

       – 암?살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10만원. 안전투자합니다]

       

       …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시청자들 사이에서 본인에게 돈을 주겠다는 이들이 하나 둘 튀어 나왔다.

       

       거 부끄러움이 많은 녀석들이구나.

       

       정 돈을 주고 싶다면 그냥 내어주면 될 것을. 굳이 절대 못할 것이라는 핑계를 대며 저런 식으로 말을 꺼내다니.

       

       정신병자를 상대해야 하는지라 살짝 기분이 떨어져 있었다만 이래서야 사무적으로만 일을 처리해선 안 되겠구나. 받을 것이 있으니 말이야.

       

       기왕에 은밀기동을 하는 것이니 강의라도 해주도록 할까.

       

       “이런 일을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침입을 하는 것이다. 이 침입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일을 절반 이상 성공시켰다 봐도 무방하지.”

       

       이를 위해서는 건물의 구조라던가. 감시망이 어디에 처져 있는지. 안의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함정이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지. 이런 걸 알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작업이 철저하면 철저할수록 잠행의 성공률이 높아지지.

       

       허나이런 이런 부분은 지루한데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녀석이니 내 기량으로 넘겨버리자꾸나.

       

       빙궁의 옆 벽을 밟고서 위로 올라가 난간 위에 섰다. 그리고서 위에서 뛰어 내려 소리없이 착지했다.

       

       “목표는 우선 강한 놈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낫다. 놈들에게 준비할 시간을 줄 필요 없다는 것도 이유다만. 무언가 변고가 일어났을 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아랫놈보다는 윗놈이거든.”

       

       높은 경지를 지닌 무인일수록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으니 사소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그러니 조용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다면 윗 놈부터 처리하는 게 좋다.

       

       이 빙궁에서 그나마 위협적인 놈들의 위치는 이미 파악하고 있으니 그 쪽부터 움직이자꾸나.

       

       “침입을 한 후에 움직일 때엔 주변에 민감해야 한다. 한 걸음 잘못 내딛는 순간 일이 뒤틀려버리거든.”

       

       주변에서 느껴지는 기척. 시선. 그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이며 본래 안에 거주하는 이들보다 한 박자가 빨라야 한다. 그래야지만 저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지.

       

       그리 설명을 하며 빙궁의 안을 걸었다.

       

       애초부터 빙궁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는 본인이다.

       

       저들의 움직임을 보며 경로를 계산할 수 있으니 다급할 일도 갑작스러울 일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본인은 그 누구도 마주치지 않은 채 화경의 무인이 도사리는 방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딴 게 은밀기동? 그냥 활보하는 거잖아!]

       

       “무얼 기대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잖은가.”

       

       그리고 말이다. 본인이 별 것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지금 본인의 움직임엔 수많은 묘리가 뒤섞여 있다.

       

       보라. 그 증거로 문 바로 앞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화경의 무인이 본인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지 않나.

       

       살수로써 훈련을 받은 녀석이 나를 본다면 눈을 끔뻑이며 가르침을 달라고 빌 것이야.

       

       “자아. 이제 손을 움직여야하는 순간이다. 살수로써 잠행을 할 때 중요한 건 첫 수에 끝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다른 무인들이 그대를 죽이기 위해 달려올 테니까.”

       

       상대를 죽이고 자신도 죽을 생각이라면 상관이 없다만 무사히 빠져나갈 생각이라면 첫 수에 모든 걸 끝내야 한다.

       

       만일 거기에 실패한다면 바로 도주를 택해야 하지.

       

       지금 저 안에 느긋이 앉아있는 녀석을 끝장낼 방법이야 수도 없이 많으나 기왕 살수의 가르침을 주는 것이니 살수다운 무기를 쓰자꾸나.

       

       품 안에서 바늘 몇 개를 꺼내어 그 위에 기를 덧씌웠다. 그리고는 바늘을 문을 향해 내던졌다.

       

       기운이 덧씌워진 바늘은 종이를 꿰뚫듯 문을 꿰뚫고서 날아가 의자에 앉아 여유를 즐기던 무인의 혈도를 꿰뚫었다.

       

       먼 거리에서 행해지는 점혈.

       

       이것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깊고도 깊은 잠.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던 무엇이건 간에 결국 녀석도 무인이다.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기습을 당한다면 무력한 것은 똑같다.

       

       “저 자는 스스로가 무얼 당했는지조차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선생님! 진도가 너무 빠릅니다!] 

       

       “그런가? 미안하다만 이해해다오. 그렇게 여유가 있진 않아서 말이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바루를 오래 기다리게 하고 싶진 않으니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할 터.

       

       저 안에서 들려온 자그마한 털썩 소리를 뒤로 한 채 다른 화경의 무인이 있는 곳을 향해 발을 움직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마님에게만 안전한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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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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