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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39

    <339 – 고장 난 아이>

     

    겉으로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분위기를 쇄신했지만 싱은 내심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오크노디를 모욕하는 녀석들을 검으로 베려고 했던 내 행동이 정작 오크노디를 곤란하게 만들다니.’

     

    교관은 오크노디의 헛소리에 놀아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 네 얕은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보석금을 낼 수 없다면 학생회에 정식으로 공무방해 및 교직원을 향한 폭력행위 사유로 재판을 올리겠다.”

    “정말요?”

    “정식재판으로 가면 형량이 더 커질 것은 각오해야 할 거다.”

    “가도 괜찮은데.”

    “뭐?”

    “교관님만 자신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저도 학칙대로 재판하기 자신 있는데요?”

     

    오크노디 또한 교관의 헛소리에 놀아나지 않았다.

    하기야 모략에 대해서는 재단만큼 조기교육이 뛰어난 시설도 없을 것이다.

    귀족가의 여식들.

    대놓고 오크노디를 험담하며 손찌검을 유도하던 것들을 도륙 낼 생각뿐이던 자신만이 헛소리에 놀아났다.

    싱은 후회했다.

    오크노디를 알게 된 것을.

    그녀를 알게 된 이후로 자꾸만 보이는 자신의 부족함이.

     

    “공무방해 및 교직원을 향한 폭력행위. 즉석벌금 1만 포인트.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타협은 없다.”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초범인데요?”

    “…벌금 100포인트.”

     

    푼돈이나 다름없는 포인트를 지불하고 순식간에 혐의를 벗은 오크노디.

    싱의 앞에서 그녀를 비웃던 여학생들이 움찔했다.

     

    “이렇게 간단히 풀려나도 되는 건가요?”

    “이건 이상하잖아요, 교관님!”

    “닥쳐라.”

     

    교관은 매우 분노한 얼굴로 여학생들을 노려봤다.

     

    “너희는 날 함정에 빠뜨렸다. 얘기와 상황이 완전히 딴판이었어. 나는 불량학생의 살인미수현장을 목격하기 위해 잠복했던 것이지 습격을 당하기 위해 함정에 빠지러 온 것이 아니다.”

    “다, 달라요! 저흰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요.”

    “오크노디가 여기에 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정말이에요, 교관님.”

    “저희를 못 믿으시는 건가요? 우린… 의지할 사람이 교관님밖에 없었는데! 흑흑.”

     

    당황하니까 눈물부터 흘리고 보는 여학생들.

    교관은 손에 든 수정구슬을 힘주어 파괴했다.

    손 안에서 피어난 불꽃이 수정구슬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말소했다.

     

    “너희와 나는 이제 아무런 관계도 없다. 그러니 확실하게 말해두지. 교관을 능멸한 죄는 그리 값싸게 넘어갈 수 없을 거다.”

     

    변명 따윈 씨알도 먹히지 않을 기세에 여학생들이 울상을 거두었다.

    여학생 삼인방은 표독스러운 얼굴로 싱과 오크노디, 교관을 한 차례씩 노려보고는 자리를 떠났다.

     

    “너희도 성가신 일에 교관을 휘말리게 하지 마라.”

    “교관님이 그런 소리 하실 때예요?”

    “크흠. 흠. 일이 바빠서 이만.”

     

    무게 한번 잡아보려다 망신만 당한 교관도 급히 자리를 떠났다.

    결국 사태를 해결한 것은 싱의 칼이 아니라 오크노디의 혓바닥이었다.

     

    “수치스럽군.”

     

    싱도 알고 있다.

    진검승부라면 그가 오크노디를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검만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존재한다.

    지금이 그랬다.

    적이 준비한 모략에 빠지면 검을 휘두르는 행위 자체가 자멸로 이어지기도 한다.

     

    “싱도 참. 겨우 이 정도 함정에 빠져서 당하려고 하면 어떡해요? 졸업 후에 같이 갈 길도 먼 사람이.”

    “면목이 없다.”

    “으휴. 고개 들어요. 여동생 앞에서 그런 시무룩한 모습을 보일 거예요?”

     

    가짜기는 하지만.

    사족처럼 붙인 말은 오크노디의 등 뒤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 유령여동생 린의 모습을 보자마자 귓전에서 밀려났다.

    알고 저러는 것인지, 우연이 겹친 것인지.

    여동생의 흉내를 내는 유령은 퍽 재주가 좋았다.

    진짜 여동생이라도 저런 모습으로 그를 쳐다보았을 테니까.

     

    “앞으로는 가볍게 칼을 휘두르면 안 된다고요. 아시겠죠?”

    “가볍지는 않았다.”

     

    그가 칼을 휘두르는 이유는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

    그 사실을 잊은 적은 없다.

    결코 가벼운 다짐이 아니었다.

     

    “정말로요?”

     

    미심쩍어하는 오크노디.

    그녀의 명예를 위해 뽑으려던 칼도.

     

    “널 위해 뽑은 검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항상 뭐든지 안다는 얼굴로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하던 시선에 당황이 일어났다.

    오크노디답지 않은 동요하는 눈동자.

    말문을 잃고 어찌 겨누어야할지 알지 못해 허공을 배회하는 손.

    그 모든 분위기가 등 뒤의 가짜여동생과 겹쳐 보이는 까닭은 기분 탓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스윽.

     

    오크노디의 머리를 향해 뻗어나가던 손.

    자연스레 두피에 닿으려던 손에 뒤늦게 오크노디가 흠칫했다.

     

    찰싹.

     

    자기도 모르게 팔을 휘둘러 손을 쳐낸 오크노디.

    제 행동에 더 놀란 표정도 잠시.

    빠르게 동요를 지워낸 얼굴이 꿀밤 마려운 히죽거림으로 이어졌다.

     

    “절 걱정하다니, 백년은 일러요. 저 오크노디라고요? 이 정도 소동으로는 끄덕도 안 한다고요.”

     

    분위기를 타버렸나.

    싱도 피식 웃었다.

     

    “그럼 앞으로는 나도 수풀에 칼질을 하지.”

    “넹??”

    “검객이라면 적이 숨어있을 법한 수풀에 칼을 휘두르는 취미쯤은 가질 법하지 않나?”

    “돈 많이 드는 취미겠네요!”

    “보석금을 낼 정도로는 준비해두지.”

     

    남들이야 그런 싱을 보고 더욱 미친놈 소리를 하겠지만 가만히 있다가 이용만 당할 바에야 건드릴 엄두도 못 내는 편이 낫다.

    자신이 걸림돌이 되지 않아야 오크노디도 더욱 부담 없이 돌아다니지 않겠는가.

    여동생의 걸림돌이 되는 오빠가 될 수는 없다.

    …그게 어느 쪽 여동생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 *

     

     

    오크노디가 고장 났다.

    몇 시간이고 오크노디를 보고 내린 즈앙의 확신어린 결론이었다.

     

    “오크노디. 저주받은 늪을 지나가는 데 필요한 저주인형은 하나면 충분해.”

     

    어딘지 모르게 멍한 얼굴로 하나만 만들면 되는 저주인형을 열세 개째 뚝딱 만들어서 하나조차 끙끙거리며 만들고 있던 티토소가를 울리질 않나.

     

    “오크노디. 핑크베리 교수님이 너만 보고 있어.”

    “이미 늦었어! 너, 변장술을 펼치는 도중에 불심검문을 벗어나는 세 가지 요령을 대답해.”

    “변장술의 기초와 이해, 불심검문 요령, 흉기은닉, 소지품검사거부, 강제조사시폭행…”

    “뭐야. 제대로 듣고 있었잖아?”

    “…변장술의 세부카테고리는 화장을 하는 역용술, 체격을 압축하는 축골공, 체격을 확장하는 확골공, 목소리를 바꾸는 변성술.”

    “그건 다음 주부터 가르칠 내용이었는데…”

    “공략아이템은 기숙사에 있는 카멜라의 화장품, 신체변용이 가능한 마나연단법, 선배들의 변장요령, 음유시인의 경험담.”

    “…하. 이제 알겠네. 학년수석에게 이런 뻔한 내용은 집중해서 들을 가치도 없다, 지루하다 이거지? 좋아. 어차피 듣는 것도 너희 둘이고 본때를 보여주지. 다음 강의는 진도를 엄청나게 앞당길 줄 알아!”

     

    갑자기 멍한 얼굴로 묻지도 않은 질문까지 대답하면서 강의진도를 앞당기지를 않나.

     

    “오크노디. 거긴 기숙사로 들어가는 창문이 아니라 다람쥐가 사는 옹이구멍이야.”

     

    정신이 딴데 팔려서 엉뚱한 곳에 들어가서 잠들려고 하지를 않나.

    누가 봐도 수상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즈앙의 눈이 가늘어졌다.

    오크노디 얘가 설마…

     

    “솔직히 말해.”

    “응?”

    “너 나 몰래 맛있는 암살이라도 저지르고 왔지?”

     

    암살이라도 한탕 뛰고 왔나!?

     

    “증상이 딱 똑같잖아.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때의 스릴, 죽어 마땅한 녀석이 보여주는 소리 없는 절규, 손끝으로 전해지는 생명이 꺼지는 감각. 그 맛을 잊지 못해서 정신이 딴 곳에 팔린 거 아니야?”

    “아니야!”

    “그럼 배불러 죽겠다고 응애응애 울어대는 식물친구한테는 왜 자꾸 밥을 주는 거야?”

     

    응애 만드라고라가 배터져 죽을게요, 하는 얼굴로 양손 가득 사료를 들고 괴로워하는 모습에 오크노디가 화들짝 놀라 사료를 건져주었다.

    주는대로 사료를 다 받아먹다가 정말로 배가 터져서 죽는 금붕어와 달리, 만드라고라는 지능이 높아서 다행이었다.

     

    “실은 고민이 하나 있어.”

    “그 고민이 앞으로 엄청나게 어려워질 변장술 강의보다 가치가 있기만 바랄게.”

     

    즈앙의 뼈가 실린 핀잔에도 오크노디는 다시금 몽롱해진 눈으로 꿈속을 헤매듯이 말했다.

     

    “평소에는 손 많이 가는 어린이처럼 보였던 아이가 갑자기 널 위해 뽑은 검은 가볍지 않다고 말했어.”

     

    그 말에 어찌나 놀랐는지 즈앙의 소매에서 암기가 바닥으로 쏟아졌다.

    응애 만드라고라가 겁에 질려 응애 소리도 못 내는 사이, 즈앙은 더욱 가까이 다가서서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약하고 어리고 심지도 약한 애가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면 막 다치고 고장 날까 봐 조심스러워지잖아. 무슨 말인지 알지?”

     

    즈앙은 가만히 고민해보았다.

    세상에서 제일 강한 어린이처럼 보이는 애가 자기를 막 약하고 귀여운 존재에 빗대다니 이게 대체 무슨 경우일까.

    혹시 오크노디가 이사장의 저택에 다녀온 후로 마음이 약해졌음을 이렇게 표현하는 건가?

     

    “그래서 오크노디는 어떡하고 싶은데?”

    “음…”

     

    오크노디의 이어지는 말에 즈앙은 애가 재단에서 맘고생을 해도 정말 크게 고생했음을 깨달았다.

     

    “고인물한테 호감도는 연애가 아니라 화살받이로 써먹는 용도였을 텐데. 알고 있는데도 자꾸 찍먹이 하고 싶어져.”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즈앙의 시점에서는 그저 인간의 마음에 눈을 뜬 다크프린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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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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