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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

       강형만은 내가 형제기획과 계약하고 나아아에 출연하기 까지 한 달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를 차로 픽업하러 왔었다.

         

       덕분에 처음에는 강형만의 외모와 위압감에 놀랐던 우리 여고 학생들도 점차 그에 익숙해지며 그를 보아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학교 교문 앞을 점령하고 있는 다른 남학생들은 달랐다.

         

       “……엇.”

         

       그들은 강형만이 나타나자마자 동물의 본능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강형만을 그런 녀석들을 보고 귀찮은 눈을 하면서도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

         

       “길들 막지 말고 비켜 좀 주시죠.”

         

       …물론 정중하게 나온다해서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이다.’

         

       나는 그 틈을 타 바로 교문을 향해 달렸다.

         

       순간 남학생들이 얼어붙은 틈을 타서 강형만의 세단에 탈 생각이었다.

         

       “…엇.”

         

       “나온다!”

         

       위기는 있었다.

         

       내가 교문을 향해 달려 나오자 나를 기다리던 남학생들이 강형만의 두려움을 뚫고 내쪽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린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예린아, 천천히 와라.”

         

       “…….”

         

       “…….”

         

       운전석에서 내린 상구 오빠의 등장으로 해결되었다.

         

       강형만은 무서운 아저씨 느낌만 났지만 상구 오빠는 커다란 체구에 대머리인데다 얼굴에 흉터까지 있어서 그런지 짐승 그 자체였다.

         

       그런 상구 오빠가 다정하게 나를 부르니 남학생들이 내게 다가올 염두를 못낸 것이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그래, 얼른 타라.”

         

       나는 그 사이에 남학생들을 뚫고 세단에 쏙 올라탔다.

         

       강형만과 상구 오빠도 남학생들을 한 번씩 흘겨보고는 각각 조수석과 운전석에 앉았다.

         

       그 순간에도 남학생들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창 너머로 그들을 한 번 보다가 앞의 두 사람한테 감사 인사를 했다.

         

       “사장님, 상구 오빠. 감사해요. 마침 곤란하던 참이었는데….”

         

       “그래. 근데 저놈들 다 누구냐?”

         

       “어제 커뮤니티에 제 신상이 올라왔거든요. 아마 그거 보고 왔을 거에요.”

         

       “쯧, 벌써부터 귀찮게 됐구나. 앞으로 다닐 때는 나 아니면 상구를 꼭 데리고 다녀라. 워낙 험한 세상이지 않냐. 혹시 모르지 저 맹한 얼굴들 사이에 미친놈 하나가 있을지.”

         

       “…네.”

         

       시간이 갈수록 나를 알아보는 이들은 더 많아질 것이다. 강형만이나 상구 오빠가 동행해준다면 안심하고 다닐 수 있을 터.

         

       하지만 그리하면 또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걱정이네요.”

         

       “무엇이?”

         

       “…사람들이 저희 회사를 깡패 회사라고 생각하면 어떡하나 해서요.”

         

       강형만이나 상구 오빠와 다니면 앞으로 그런 오해는 더욱 생길 것이다.

         

       이는 분명 회사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질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음….”

         

       내 말에 강형만이 턱을 괴고 창밖을 보다가 말했다.

         

       “예린아.”

         

       “네, 사장님.”

         

       “우리 깡패 회사 맞는데?”

         

       “…아.”

         

       …그러네?

         

       생각해 보니 앞에 이 사람들 다 깡패지…?

         

       “물론 우리도 대부업같은 음지 일은 줄이고 양지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긴 하다. 그래도…, 우리가 깡패가 아닌 건 아니지.”

         

       “…….”

         

       나는 지금 수박이면서 남들이 우리를 수박으로 보면 어떡하지 고민하고 있었다.

         

       “풋.”

         

       그렇게 생각하니 뭔가 고민이 단박에 사라진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강형만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린 나를 보고 실성했다 생각했는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말했다.

         

       “우리도 요즘 대외적인 이미지를 가꾸는데 공을 들이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라. 너한테 피해가지 않게 하마.”

         

       “아니에요, 사장님. 그거 때문에 웃은 게 아니예요.”

         

       “그러면?”

         

       “그냥…, 새삼 사장님이랑 상구 오빠가 깡패였다는 걸 잊었다는 게 웃겨서요.”

         

       잊을 만도 했다.

         

       내 앞의 두 사람은…, 내가 지금까지 봤던 이들 중 가장 친절한데다 내 인생을 구제해준 사람들이기도 하니까.

         

       “형제기획이 깡패 회사면 뭐 어때요.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건 저는 상관없어요. 저한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회사니까.”

         

       “…그래.”

         

       강형만은 내 대답을 듣고 창문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평소와 같은 무심한 표정을 한 채였지만…, 나는 그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려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런 그의 미소에 나도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근데 사장님. 오늘은 뭐 하러 오신 거예요?”

         

       “오늘이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첫날이지 않니. 같이 모니터링이라도 하지 않을까 해서 데리러 왔단다.”

         

       “아….”

         

       그래, 오늘은 바로 대망의 나아아 첫 방송 날이었다.

         

       그것을 생각하니 다시 입에 침이 마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심판을 앞둔 사형수의 느낌이랄까. 나는 어제부터 잠을 잘 이루지 못했었다.

         

       강형만은 그런 내 얼굴을 보고 물었다.

         

       “원래는 집에서 볼 생각이었지?”

         

       “…네. 그러려고 했죠.”

         

       “집에서 봤으면 또 너희 부모가 극성 부릴 게 뻔하지 않니. 그냥 우리 회사에서 같이 보자꾸나. 네가 반가워할 만한 사람들도 불렀으니.”

         

       “제가 반가워할 만한 사람들이요?”

         

       내가 고개를 갸웃하니 강형만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우선 저녁부터 먹으러 가자꾸나. 괜찮은 곳으로 예약해놨으니.”

         

       강형만이 그리 말하고 나를 데려간 곳은 강남의 작은 일식집이었다.

         

       가게에 손님이라곤 나와 강형만 그리고 상구 오빠밖에 없었는데 주방장이 앞에서 스시를 만들어 바로 우리에게 건넸다.

         

       이런 것을 보통…, 오마카세라고 불렀지.

         

       이야기로만 듣고 너튜브로만 보다가 직접 와본 건 처음이었다.

         

       맛은 당연히 말해 뭐해였고 양도 너무 많아서 하예린의 몸으로는 다 먹지 못한 채 남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황홀했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형제기획 건물로 향했다.

         

       이제는 제법 내부 인테리어가 잡힌 건물. 우리는 그중에서 커다란 모니터를 설치했다는 2층의 모니터링 실로 향했다.

         

       나는 모니터링 실의 문을 열며 마지막으로 강형만에게 물었다.

         

       “그래서 제가 반가워할 만한 사람들이 누구에요?”

         

       “안에서 기다리고 있단다. 어서 들어가 보렴.”

         

       ‘누구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여니 안에서 나를 반긴 것은….

         

       “예린아.”

         

       “예린아-!! 보고 싶었어-!!”

         

       “…수현 쌤. 그리고 지우 쌤.”

         

       내 첫 트레이너들이었던 강수현과 이지우였다.

         

         

         

         

         

       **

         

         

         

         

         

       그동안 강수현과 이지우와 연락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톡이나 전화로만 연락했을 뿐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었다.

         

       첫사랑, 첫취업 등등….

         

       뭐든지 처음은 늘 각별한 법.

         

       “쌤들….”

         

       나는 내 첫 트레이너들인 두 사람을 보자마자 반가움을 숨길 수 없었다.

         

       이는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는지 본래 나만큼이나 차가운 표정이 디폴트였던 강수현이 나를 보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예린아, 오랜만이야.”

         

       그리고 평소 감정적인 이지우는….

         

       “예린아-!! 크허헝…! 이게 도대체 얼마 만이야…! 그동안 잘 지냈어? 별일 없었지? 살은 또 왜 이렇게 빠졌어!”

         

       그대로 내게 달려와 나를 안으며 온몸을 부볐다.

         

       극과 극의 반응이었지만 나는 두 사람 모두 나와 다시 만난 것에 기뻐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잘 지냈어요. 쌤들은요?”

         

       나는 내 품에 안긴 작은 체구의 이지우를 쓰다듬으며 강수현에게 물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앉아서 이야기하지.”

         

       우리는 강형만의 말에 따라 모니터링 실 안에 준비된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되었다.

         

       “…예? 지우 쌤 뭐라고요…?”

         

       “헤헤, 나 형제기획이랑 전속 계약 맺기로 했어.”

         

       그건 바로 이지우가 형제기획의 전속 트레이너가 된다는 소식이었다.

         

       “…아니,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회사 분위기가 무섭다고 한 달 계약만 끝나면 도망간다고 하셨으면서….”

         

       “처음에는 그랬는데…, 이제는 분위기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다른 직원분들도 생긴 거에 비해 착하다는 것도 알았고 무엇보다….”

         

       이지우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속삭였다.

         

       “…이걸 많이 주신다고 해서, 헤헤.”

         

       …역시 돈 때문이었나.

         

       그렇게 형제기획에서 도망가고 싶어하던 이지우를 잡을 정도면 얼마의 돈을 부른 걸까.

         

       이에 나는 혹시 하는 마음으로 강수현 쪽으로 고개를 돌린 후 물었다.

         

       “혹시 그러면 수현 쌤도 형제기획에…?”

         

       하지만….

         

       “아니…, 나한테도 전속 계약 제의를 하시긴 했는데. …거절했어. 나는 이 업계를 떠나려고.”

         

       “아….”

         

       아무래도 강수현은 계약에 응하지 않은 듯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강수현은 이번 임시 계약을 마지막으로 연예계 바닥을 뜬다고 진작 얘기했었으니까.

         

       “그러면…, 수현 쌤은 앞으로 뭐 하시게요?”

         

       “친구가 최근에 카페를 개업해서 거기서 일 도우면서 살게.”

         

       그녀에게 직접 배웠던 나이기에 알 수 있다.

         

       강수현은 누군가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해주는데 어마어마한 능력이 있었다.

         

       3대 기획사인 JJ에서 수 년째 일하며 그 능력을 입증 받기도 했고….

         

       그런데 그녀는 왜 갑자기 이쪽 업계를 떠나려 하는 것일까?

         

       ‘혹시 JJ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무슨 사연인지 묻고 싶지만 왠지 실례일 것 같아 물을 수 없었다.

         

       “…….”

         

       “…….”

         

       이에 대화의 흐름이 잠깐 끊겼다.

         

       이런 어색한 기색을 느꼈는지 이지우가 곧바로 오디오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내게 물었다.

         

       “예린아, 너는? 너는 그동안 어땠어? 나아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고? 궁금해, 죽겠어!”

         

       “음…, 그건….”

         

       나는 이지우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시계 쪽을 바라보았다.

         

       지금 시간은 9시 54분.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1화가 방영되기 6분 전이었다.

         

       “이제 곧 TV에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

         

       내 말에 긴장했는지 모니터링 실 안의 모든 이들이 입을 닫았다.

         

       그렇게 침묵으로 시간이 몇 분 더 흐르고.

         

       9시 59분이 되었을 때 강수현과 이지우가 입을 열었다.

         

       “…예린아, 등급 평가 무대도 잘했고 A 등급도 받았다며. 그러면 괜찮을 거야.”

         

       “그래! 쌤들도 너튜브 봤어! 제작진들이 분량도 많이 챙겨 줬던데? 아마 방송에서도 그럴 거야.”

         

       “…글쎄요.”

         

       강수현과 이지우는 긍정적으로 말했지만 사실 나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세트장에서 아무리 잘해도…, 결과적으로 질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던가.

         

       ‘혜정 양 등급 말이에요. B로 하기로 했어요.’

         

       ‘신PD님이 A 등급 면면을 보더니 이혜정 걔는 빠지는 게 낫겠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렸어.’

         

       ‘억울해…, 너무 억울해, 예린아…. 흐윽….’

         

       애석하게도 방송에서 참가자들의 승패를 판결하는 건 제작진들의 몫이었다.

         

       띵.

         

       [22 : 00]

         

       “…이제 시작한다.”

         

       이혜정에게는 악마나 다름없었던 제작진들이 과연 내게는 어떤 판결을 내렸을지…, 이제 확인해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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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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