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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

       프란체와 카자르가 얼굴을 구겼다.

         

       “아니, 그 프란체 코퍼레이션에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거니?”

       “맞아요. 좀 멋있는 이름이면 모를까, 어디 싸구려 상단 같잖아요.”

         

       지금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코퍼레이션을 무시하는 거냐고. 아니, 근데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크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요. 여기서 프리다라는 상단 자체를 흡수한다는 게 중요하죠.”

         

       프란체가 의문을 표했다.

         

       “어떻게 흡수하려고? 이미 프리다는 제국 최대의 브랜드라고 불려도 무방해. 그런 곳을 흡수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정론이다. 이제 막 생긴 신생 상단에서 프리다라는 이름 자체를 흡수하는 건 불가능하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원래의 프리다라는 가정이다.

         

       “프리다는 내부에서 무너질 겁니다. 의류를 취급할 수 없게 됐으니까요.”

       “내부에서 무너진다고? 설마 노동자들 빼돌렸다고 그 프리다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는 피식 웃었다. 안드레아는 절대 대체 불가능한 인력이다.

         

       “그때 봤던 장인을 기억하시죠?”

       “그래. 걔는 왜?”

       “그 친구가 프리다 의복 제작의 핵심이에요. 걔가 없으면 원래 취급하던 수준의 의복 제작 자체가 불가능해져요.”

         

       모든 의류의 디자인과 마감을 맡는 안드레아가 없는 건 오케스트라에 지휘자가 없다는 것과 같다. 처음엔 어떻게 노동자들을 새로 데려와 유지가 되겠지만, 금방 무너질 거다.

         

       “그 장인만 뺏어오면 모든 게 해결된다?”

       “맞아요.”

       “프리다는 의류만 취급하지 않아. 세공, 보석, 장신구. 이 세 개는 어찌할 건데?”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다 계획이 있으니까.”

         

       프란체 코퍼레이션의 힘이 강해지면 프리다의 보석점과 장신구점 또한 우리 쪽으로 넘어오게 되어있다. 훨씬 좋은 대우를 해주니까.

         

       하는 일은 같은데 훨씬 좋은 대우를 해주면 그곳에 가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나.

         

       나는 손뼉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자세한 계획은 의류 사업이 진행되고 말씀드릴게요. 지금은 당장 앞에 있는 문제부터 해결합시다.”

         

       프란체와 카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공녀님과 저는 셀다스를 찾아가죠. 카자르. 너는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네.”

         

       나와 프란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셀다스를 만나러 가죠.”

         

         

       * * *

         

         

       나와 프란체는 셀다스를 찾으러 술집에 도착했다. 곧장 접수원에게 안내받아 셀다스를 만나러 들어올 수 있었다.

         

       “저번에 부탁했던 일 때문에 왔나?”

       “정확해.”

         

       셀다스는 책상에 다리를 꼰 채 책상에 올렸다. 손님을 앞에 뒀는데 저런 태도라니, 싸가지 없는 건 여전하군.

         

       “그때 말했던 건 다 준비됐어. 공작령에 싼값으로 매입할 수 있는 건물은 다 알아봤고, 유동 인구가 많으면서 사업을 시작하기에 적합한 장소도 마련했지.”

         

       싸가지 없는 것과 별개로 유능하긴 하네. 셀다스는 다리를 내리며 책상에 팔을 걸었다.

         

       “그래서, 이제 대금을 치러 줬으면 좋겠는데. 이쪽에서 많은 금액과 인력이 들어서 말이야.”

       “그건 말하지 않아도 그럴 거야. 얼마나 내면 되지?”

       “암흑 길드를 이용한 대금 3억. 건물을 매입하는 데 사용한 금액 8억. 총 11억이야.”

         

       오우, 생각보다 액수가 큰데. 프란체가 이걸 감당할 수 있으려나? 공작가에서 배정된 금액을 제외하면 공작의 지원은 받았다곤 못 들었는데.

         

       프란체는 고개를 꺾으며 셀다스를 굽어봤다.

         

       “앞으로 사업 파트너가 될 텐데 인력을 이용한 대금은 깎아주지?”

         

       셀다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봐, 세상 물정 모르는 공녀님. 3억도 엄청나게 깎아준 거야. 제국 최대의 암흑 길드를 이 정도 가격에 사용할 수 있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긴, 셀다스의 암흑 길드는 대귀족들이 이용하니까. 황태자도 이용할 정도니 말 다 했다. 나는 프란체에게 속삭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앞으로 우리는 사업을 점점 키워갈 거야. 그럼 여기를 이용하는 일도 많아지겠지.”

       “사업을 키워간다고? 아직 첫 사업을 성공한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헛감자를 먹고 있군.”

         

       헛감자를 먹는다는 게 뭐야? 김칫국 마시고 있다는 거랑 비슷한 건가?

         

       “이번 사업은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다니까? 프리다는 무너질 거고, 우리가 그 자리를 차지할 거야.”

         

       셀다스가 피식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웃기는군. 이 정도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공녀일 줄은 몰랐는데.”

         

       저런 셀다스의 반응이 이해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에덴 데카르트가 와서 저런 소리를 하는 거면 모를까, 배운 것 하나 없고 성과 하나 없는 공녀가 와서 이러면 누가 믿을까. 나는 다시 프란체에게 읊조렸다.

         

       “이번에 투자한다고 생각해. 성공하면 성과금까지 쳐주지.”

       “…성과금?”

       “우리가 얻는 이득의 1할을 줄 거야.”

       “고작 그 정도로 투자를 하라고?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데?”

         

       협상이 쉽지 않군. 어떻게든 안드레아가 만든 결과물을 먼저 들고 왔어야 했나. 프란체가 말했다.

         

       “좋아. 그럼 새로운 계약을 쓰지.”

       “계약?”

       “그래. 만약 우리가 실패하면 원래 지불해야 했던 금액의 두 배를 주지.”

         

       어, 그런 협상은 하라고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단독적인 행동을 하면 곤란해진다고. 가면 사이로 보이는 셀다스의 눈빛이 살벌했다.

         

       “…지금 그걸 믿으라는 건가? 아무리 데카르트 공녀라도 그렇지, 22억이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그러나 프란체는 물러나는 일이 없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거야. 원한다면 나중에 결과물을 보여줄 수도 있는데?”

         

       셀다스가 눈을 얕게 뜬 게 가면 사이로 보였다. 고민에 잠긴 듯했다.

         

       “좋아. 내 정체도 밝혔으니 이번만큼은 믿어주지. 11억일 거를 9억으로 깎아주겠다. 대신 실패하면 그 약속은 지켜야 할 거야. 제국 최대의 암흑 길드를 적으로 돌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

         

       프란체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걸로 협상 확정이네. 그리고, 부탁하고 싶은 게 또 있는데.”

       “부탁? 이번엔 또 뭔데?”

       “입이 무거운 마부와 100명 정도가 이동할 수 있는 마차를 구해줘. 기한은 내일까지.”

       “…그럼 또 우리 인력을 사용하겠다는 건데.”

       “이것도 투자라고 생각해.”

         

       하아, 셀다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18억이 눈앞에 있는데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지. 마차를 어디로 보내면 되지?”

         

       프란체는 종이에 펜으로 뭔가 적기 시작했다. 우리가 갔던 프리다 의류 공장으로 향하는 경계선의 입구였다.

         

       “여기로. 시간은 내일 새벽. 그리고 이쪽 주소에도 마차 하나를 보내줘.”

       “…설마 여기를 가려고 하는 건가?”

       “이거로 우리가 뭘 하려는 지는 알고 있겠지?”

       “터무니없는 짓을 하는군.”

         

       셀다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마차는 준비해주지. 부디 18억을 우리한테 꽁으로 줄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

       “그럴 일은 없으니 걱정 마. 우리가 시작한 사업을 보면 계속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질 거야.”

         

       다시 피식 웃는 셀다스. 프란체는 그에 아무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꺾으며 셀다스를 굽어봤다.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드는 듯 셀다스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아. 계약 성립이다.”

         

       프란체는 백지 수표에 9억이라는 숫자를 적어준 뒤 테이블에 올려두곤, 자리에서 일어나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방을 나갔다. 나도 그녀를 따라갔다.

         

       그렇게 술집을 나오고, 프란체가 말했다.

         

       “어땠니? 나 잘했니?”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의기양양한 얼굴을 짓는 프란체. 여기서는 칭찬해줘야겠지. 다소 무리가 있었지만, 결과는 좋았으니…….

         

       “예. 잘하셨습니다. 돌발 행동을 하셔서 조금 놀랐습니다만, 가끔은 그렇게 당돌하게 나오는 것도 필요하죠.”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프란체. 가끔 이런 모습을 보면 애완 다람쥐 같아서 좀 귀엽단 말이지.

         

       “그럼 이제 공작저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카자르를 만나지 않아도 괜찮은 거니?”

       “저 혼자 만나고 오겠습니다. 자리를 너무 많이 비우면 안 되니까요.”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진 프란체. 왜, 뭐 때문에 그러는데?

         

       “그 여자랑 단둘이 있겠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사업 계획도 다 짜둔 마당에 주인을 배신하겠습니까?”

       “…그런 뜻이 아니긴 한데. 일단 공작저로 돌아가자.”

         

       그렇게 우리가 타고 온 마차에 다시 탑승하고, 공작저로 돌아갔다. 저택 안으로 들어서도 시종들 그 누구도 프란체에게 인사를 하지 않았다. 눈치를 보며 피했을 뿐.

         

       ‘이런 취급도 얼마 남지 않았어.’

         

       이번 사업을 성공시키면 보는 눈도 달라질 거고, 그 누구도 다시는 프란체를 무시할 수 없게 될 거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려고 사업을 시작한 거니까.

         

       “오셨습니까!”

         

       유일하게 프란체에게 인사를 건넨 시종은 헬레나였다.

         

       “그래.”

       “원하시는 게 있으시다면 종을 울려주시길!”

         

       프란체는 고개를 끄덕이곤 방으로 들어갔다. 나도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창문을 열었다.

         

       “바로 다녀올 거니?”

       “예.”

       “그래. 기다리고 있을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창틀을 뛰어넘어 철창을 넘었다. 그리고 카자르의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고 문을 두드리니 1분도 지나지 않아서 카자르가 나왔다.

         

       “벌써 오셨어요?”

       “그래.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지.”

         

       의자에 앉으며 곧장 입을 열었다.

         

       “일정이 잡혔어. 예정대로 시간은 내일 새벽. 위치는 공장으로 향하는 경계선에서 만나기로.”

       “어, 거기까진 어떻게 가려고요?”

       “이 집 앞으로 마차가 올 거야.”

       “굳이 여기로요?”

       “그럼 이동해야 하는 다른 외딴곳이나 공작저 앞으로 오라고 할 수도 없잖아.”

       “그건 그렇네요.”

         

       얘는 볼 때마다 어째 허당인 거 같냐. 게임 속의 그 이성적이고 냉철했던 카자르 유플레인은 어디로 갔냐고…….

         

       “아무튼. 일은 이렇게 진행될 거고, 오늘은 자지 말고 깨어있어. 이쪽으로 공녀님이랑 같이 올 거니까.”

         

       카자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준비도 해둘게요.”

       “준비할 게 많나?”

       “으음. 별거 없긴 한데, 혹시 모르니까요.”

       “그래. 그럼 이만 가보지.”

         

       필요한 대화를 끝마친 나는 공작저로 돌아와, 창틀을 넘어 창문으로 뛰어 들어왔다. 프란체는 테이블에 앉아 수학을 복습하고 있었다.

         

       “왔구나.”

       “예.”

       “그래서, 이제 내가 해야 할 건 뭐니?”

       “연설을 준비해주셔야겠습니다.”

       “연설?”

         

       프란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연설?”

       “그들에게 공녀님을 각인시키기 위한 연설입니다.”

         

       노동자들이 프란체를 그 악착같은 일터에서 자신들을 구출해준 구원자라고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충성도가 올라가고 우리를 신뢰할 테니까.

         

       “프란체 코퍼레이션의 회장은 공녀님이시니 연설은 공녀님이 생각해두세요.”

       “내가 생각하라고?”

       “앞으로 거대한 상단을 운영하실 거고, 사업을 하게 될 겁니다. 이런 거에 익숙해지셔야 해요.”

         

       프란체가 고개를 꺾으며 테이블을 두드렸다.

         

       “흐음. 그런 건 해본 적이 없는데…….”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무대는 저와 카자르가 다 만들어드릴 테니까.”

         

       본래 모든 건 연출과 무대가 중요한 법이지.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들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다. 프란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노력은 해볼게.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정 안 되면 제가 되게 만들 거니까요.”

         

       내일 새벽.

       

       오직 프란체만을 위한 기업, 프란체 코퍼레이션의 첫 역사가 시작될 것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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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I Raised the Villainess and Fled

악역 영애를 키우고 도망쳤다
Score 8.6
Status: Ongoing Author:
I made a villainess destined for death into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e empire and then f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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