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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

       최근 이곳 저곳에서 받고 있는 오해와 달리, 내가 도적밖에 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진지하게 프로를 준비했었는데, 유사시 포지션 변경을 대비하지 않았을리가.

        

       그러나 당시에 나를 챌린저까지 데려다 준,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캐릭터는 도적 뿐이었다.

        

       정면싸움을 벌이는 캐릭터로는 도저히 마스터 최상위권 유저들을 상대로 손을 쓸 수가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집요하게 뒤로 파고들어, 상대를 흐트러트리는 플레이가 워낙 승률이 높았던 점이 컸다.

        

       본대에 합류하러 가는 길에 3번 정도 잘리면서 욕먹고 나면 어지간한 멘탈로는 못 버틴다.

        

       바로, 이렇게.

        

       [도적대가리뚝딱 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따먹 님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아따먹(도적) → 도적대가리뚝딱(궁수)]

        

       [(전체)도적대가리뚝딱(궁수): @$&* !( @$*()]

       [(전체)도적대가리뚝딱(궁수): 씨]

       [(전체)도적대가리뚝딱(궁수): 발]

       [(전체)도적대가리뚝딱(궁수): 새12끼야]

       [(전체)발렌타인(광전사): 끝나고 쟤 리폿 좀]

        

       회피기동도 없는 무력한 궁수의 목을 한 번 더 따 주고, 잡으러 오는 상대들을 위해 멋진 저글링 공연을 다시금 선보인 뒤, 지하로 점멸.

        

       은신한 채 접근해서, 눈 앞에서 저글링을 시전한 뒤 단검을 찔러 넣고, 지하로 점멸.

       

       점멸로 나타나서 목을 따고, 은신해서 빠지는 척 하며 다시 경로에 매복.

       

       이처럼 승리를 향한 초석을 쌓아가는 단순 작업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게임은 스무스하게 우리에게 넘어오기 시작했다.

        

       한 번 죽어버린 장궁 궁수는, 어떻게 해서든 다시 어딘가의 첨탑에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더 이상 제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그리고 합류 경로를 자꾸 들락날락 거리는 도적이 있는 한, 이 시점에 궁수가 자리를 잡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지하 통로를 무시하고 바닥에서 솟아나는데 어떻게 막을 거야.

        

       성기사나 광전사가 지키려고 해봤자, 은신으로 접근해서 목 따고 점멸로 튀는데.

        

       도적의 이런 플레이를 막아낼 수 있는 건, 법사의 탐지나 사제의 위험감지, 혹은 맞서 따라붙을 도적 뿐이다.

        

       공교롭게도, 상대에게는 그 중 무엇도 없으니-

        

       [밴드 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크(마법사) → 밴드(궁수)]

        

       =블루팀이 레드팀 거점을 점령하였습니다!=

        

       이 게임은 이제 실질적으로 6명 대 4명의 게임이다.

        

       [아크 님이 처치되었습니다!]

       [발렌타인(광전사) → 아크(마법사)]

        

       상대도 어떻게든 우리 진영에 파고들어 변수를 창출하고자 발악했지만, 법사 한 번 죽인다고 뒤집힐 게임이 아니다.

        

       [(전체)아크으읏죽여라(성기사): 크읏…죽여라!]

       [아크(마법사): 너는 진짜 트위트 아이디 걸리기만 해봐]

       [아크(마법사): 아이피 밴으로 안 끝난다]

        

       [발렌타인 님이 처치되었습니다!]

       [아크으읏죽여라(성기사) → 발렌타인(광전사)]

        

       [(전체)아크으읏죽여라(성기사): 크읏…죽어라!]

        

       그렇게 어지러이 오가는 킬로그의 끝에, 이미 승패가 정해졌음을 깨달은 상대가 게임을 포기하며 백기를 들었다.

        

       =승리!=

        

       1 승.

        

       더 손쉽게 가져갈 수도 있었던 1승이었지만, 이런 게임이야말로 나오나의 매력 아닐까.

        

       질 뻔했던 순간에 도적이 캐리하는 게임.

        

       이게 나오나지.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나오나 갤러리에 접속해보자, 역시나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번 게임을 중계하며 갑론을박을 주고받고 있었다.

        

       [작성자: ㅇㅇ]

       [제목: 와 도적 개쩌네]

       [왜 우리 팀 도적은 안 저럼?]

       –     느그 팀 도적은 실딱이니까

        

       [작성자: ㅇㅇ]

       [제목: 저거 도적 어케 막음?]

       [대처법이 안 떠오르는데 ㅋㅋㅋ

        

       걍 점멸단검 드셨네요 ㅈㅈ칠게요 해야 댐?]

       –     222같은 씹날빌 조합을 안 하면 됨

       –     ㄴ 근본 하드푸시 조합인데;

       –     ㄴ 첫 한타 지면 바로 서렌치는 씹날빌 조합인데요

       –     애초에 법사나 사제 하나만 있었어도 저 지경으론 안 털림

       –     ㄴ 사제 있어봐야 같이 끊기기나 했을 거 같은데

       –     ㄴ ㄴㄴ 위험감지 키고 도적 접근할 때마다 성기사한테 붙으면 그만임

        

       [작성자: 크르르]

       [제목: 크르르 못 참겟다]

       [도적하러 간다]

       –     나도 간다

       –     도적 지하 갈게요

        

       [작성자: ㅇㅇ]

       [제목: 도댓도 아따먹 방송 보는 중이네ㅋㅋㅋㅋㅋㅋㅋ]

       [(‘현재 이 방송을 시청중인 사람 목록’ 캡쳐화면)

       아 선생님 컨셉이고 뭐고 가슴은 못 참는다고 ㅋㅋㅋㅋㅋㅋ]

       –     근데 저건 못 참긴 함 ㅋㅋㅋㅋㅋ

       –     ??지금 켜봤는데 하나도 안 보이는데 뭔 소리야

       –     ㄴ 진짜 가끔 고개 숙일 때만 보임

       –     ㄴ ??? 그냥 여캠을 봐

       –     ㄴㄴ 보다보니까 이게 오히려 좋음…….

       –     ㄴㄴ ㄹㅇ 뭔가 성취감 있고 그럼

       –     ㄴㄴ 제발 죽어

       

       [작성자: ㅇㅇ]

       [제목: 와 도적 미쳤네 진짜]

       [뭐지 왜 좋지

        

       진짜 왜 좋지]

       –     정신 차려

       –     응 픽률 1프로~

        

       음음.

        

       만족스러운 글들도 꽤 보이네.

       

       그런데 댓글이 좀…….

        

       * * * *

        

       “이걸 이겨? 미쳤어, 진짜.”

        

       『하차시 카드를 태그해주세요~ 하차시 카드를 태그해주세요~ 하차시 카드를 태그해주세요~ 하차시 카드를 태그해주세요~ 하차시 카드를 태그해주세요~ 하차시 카드를 태그해주세요~ 』

       『승차감 안락하네요 승차감 안락하네요 승차감 안락하네요 승차감 안락하네요 승차감 안락하네요 승차감 안락하네요』

       『방관형 법사ㄷㄷㄷ 방관형 법사ㄷㄷㄷ 방관형 법사ㄷㄷㄷ 방관형 법사ㄷㄷㄷ 방관형 법사ㄷㄷㄷ 방관형 법사ㄷㄷㄷ 방관형 법사ㄷㄷㄷ』

        

       채팅창은 버스에 탑승한 승객으로 전락한 아크를 미친 듯한 화력으로 놀려먹고 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네! 탑승한 거 맞아요~ 아, 편안하고 좋았다.”

        

       아따먹 아이디의 MMR이 제법 높았는지, 이번 한 번의 승리로 무려 12점이 한 번에 들어온 상황.

       

       이 정도 보상이라면, 실제로 버스에 탑승한 게임을 두고 백날 버스라고 비난해봐야 아무런 데미지도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듀오 1승 미션비 입금합니다】

        

       -ㅇㅇ 님이 10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 이건 진짜 안전자산인 줄 알았는데】

        

       -ㅇㅇ 님이 10,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점멸단검은 주작 아닌가 ㄹㅇ】

        

       듀오로 승리하기 미션도 여럿 성공하며, 수금까지 달달하게 되고 있었으니까.

       

       ‘2승 더 하고, 강퇴반사권?인지 뭔지 수여한다는 내용으로 짧게 티키타카 하면? 마스터 티어도 안정되고, 오늘 지튜브 분량 확보도 끝나!’

       

       알찬 방송의 느낌이 왔다.

        

       자신이 죽을 때마다 ‘크읏…죽여라!’ 거리는 그 놈조차, 지금이라면 잠시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이예나가 듀오로서도 정상적으로, 최선을 다해 플레이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자체도 큰 수확이었다.

        

       그놈의 마이크 때문에 멘트를 주고받을 수 없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었지만.

        

       ‘방송 계속 할 거면, 마이크는 조만간 사겠지?’

        

       “다음판은 제가 캐리하면 되죠~ 기사와 승객은 한 끗 차이입니다 여러분!”

        

       계속해서 버스 운운하는 채팅창을 가볍게 묵살한 아크는,

        

       “아따먹님 수고하셨어요! 바로 다음 게임 갈까요?”

        

       활짝 웃으며 그녀의 듀오에게 말을 건네 보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아따먹님?”

        

       다시 불러 보아도, 대답은 없었다.

        

       게임 클라이언트를 확인해보니, ‘준비’도 클릭하지 않은 상태.

       

       뒤늦게 비송출화면으로 디스코스를 킨 아크는, 이예나가 남겨둔 메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아크님]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저 죄송하지만 방송 관리 때문에 10분 정도만 자리 비울게요]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 먼저 한 판 돌리셔도 돼요]

         

       “방금 판 캐리하시느라 진이 빠지셨나봐요. 이건 인정해 줘야죠~”

        

       『ㄹㅇㅋㅋㅋㅋㅋㅋ』

       『아 5명을 업고 뛰었는데 좀 쉬어야지 ㅋㅋㅋㅋㅋ』

       『방금 판 썰 푸는거 듣고 싶다』

       『아따먹도 방송함? 아이디 뭐임?』

        

       “아까 안 그래도 게임 사이사이에 시간 좀 필요하실 수 있다고 했거든요. 방송 세팅 문제이려나?”

        

       베테랑 스트리머로서, 이제 막 방송을 시작한 이예나에게 여러 이슈가 있을 수밖에 없으리라는 건 충분히 이해가는 바였다. 더군다나 방송 첫날이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트위트에서 따뜻한아메리카노먹고싶다를 검색해보자, 무려 1,230명이 그녀의 방송을 보고 있었다.

        

       “잠깐 방송 들어가 볼까요?”

        

       스트리머로서, 듀오 중 갑자기 공백이 발생한 상황도 메워야 했지만- 그보다는 그 이예나가 방송을 할 때는 어떤 모습일지가 상당히 궁금했다.

        

       ‘자기가 얼마나 잘했는지 어필하고 있으려나?’

        

       아크로서는 그 목소리와 그 성격으로 ‘천 원 후원 감사합니다!!’ 같은 리액션을 하는 것도 상상이 잘 안 됐지만, 보고 싶었고.

        

       부계정으로 도네를 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싱글싱글 웃으며 들어간 방송에서 본 첫 화면은,

        

       “어? 갤러리?”

        

       모니터 한 켠에는 채팅창을, 한 켠에는 나오나 갤러리를 띄워둔 모습이었다.

        

       《여기 1245012번 글, 1245064번 글, 1245103번 글. 이 세 글이 내용이 좋네요.》

        

       『빨리 개추 3번씩 누르고 오라고 이 새12끼들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정신 나갈 것 같아』

       『자꾸 비추 누르는 씨1발새2끼 누구냐』

        

       《저는 이런 글들이 베스트 게시글에 있으면 좋겠어요.》

        

       『제발 게임을 시작해주세요』

       『왜 이러는 거야 정말』

       『아니 거기 관리자가 베스트 컷을 방금 올렸다고 댓글도 써야 된다고』

       

       그토록 채팅창을 봐 달라고 부르짖던 누군가의 바람에 응답한 거였을까.

        

       이예나는 드디어 채팅창도 읽으며, 소통 비슷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아. 댓글도 달려야 베스트 게시글에 간다고 하네요.》

       

       『큐 돌리고 있으면 올려둘게요 제발 큐 돌리고 있으면 올려둘게요 제발 큐 돌리고 있으면 올려둘게요 제발 큐 돌리고 있으면 올려둘게요 제발 큐 돌리고 있으면 올려둘게요 제발 큐 돌리고 있으면 올려둘게요 제발』

       『제발 선생님』

        

       《좋은 글에 어울리는 좋은 댓글이 달렸으면.》

        

       그리고 리드미컬하게 키보드 위에서 까딱까딱 움직이고 있는 손가락은, 일정 주기로 F5버튼을 누르며 갤러리를 새로고침하고 있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아니 아크님도 기다리시잖아요 선생님 제발】

        

       《아크님께는 제가 따로 양해를 구했습니다.》

        

       -ㅇㅇ 님이 1,000원을 후원하였습니다!-

       【지금 이해 못하시는 거 같은데, 베게 보낼 때까지 집에 못 돌아간다고 이 새끼들아】

        

       흔들흔들.

        

       마지막 도네이션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는지, 카메라가 위아래로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이게…아니, 이게 지금 뭐 하시는…”

        

       말문이 막힌 아크의 눈에, 방송화면 상단의 방제에 적힌 글씨가 들어왔다.

        

       도적부흥운동-

        

       

       도적을 위대하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콩주님, 4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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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It’s Not That Kind of Malicious Broadcast

그런 악질 방송 안ㅣ에요
Score 3.7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 am a healthy skill-based broadcaster.

I don’t hate priests.

It’s not that kind of broadcast.

What?

Clarify the controversy that’s been posted on the community?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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