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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

       영상은 화령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시점부터 시작됐다.

       

       하나 둘 튀어나오는 잡졸들을 단번에 처리하는 그녀는 흔히 말하는 무쌍게임 속 캐릭터와 닮아 있었다.

       

       “저게 저런 식으로 되는 게임이었나?”

       “보통은 못하지.”

       

       복수는 잘 나온 무협게임이란 점에서도 유명하긴했지만 그보단 끔찍할 정도의 난이도로 더 잘 알려진 게임이었다.

       

       당장 후기만 가봐도 잡졸들한테 가로막혀 환불했다는 사람이 심심찮게 나오는 게 현실이다.

       

       아무리 사용자의 캐릭터가 잡몹들보다 강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교적 강할 뿐이다. 압도적이지는 않다.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물량을 앞에 두면 무력할 수밖에.

       

       전략적으로 싸우지 못하면 체력도 내기도 바닥이 나서 다구리를 당해 죽는 게 일상이다.

       

       첫트에 보스 방 앞까지만 가도 재능이 있으시네요. 라는 말을 듣는 게 복수라는 게임일 텐데.

       

       “잘하네.”

       

       한 손으로 총알을 잡아채는 화령의 모습을 본 유룡은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나름 화룡무인이라는 게임에서 16위까지 찍어봤을 정도로 무협에 진심인 인간이다.

       

       지금 화령이 숨쉬듯 벌이는 일들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모를 수 없었다.

       

       채 20분이 지나기 전에 모든 잡몹들을 처리한 화령은 바로 보스방에 진입했다.

       

       수십 번도 더 보았을 컷신이 지나간 후 화령과 보스가 격돌했다.

       

       아니. 격돌이라는 표현은 틀린 단어였다. 그보단 압살이란 단어가 그 장면에 걸맞았다.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두 번째 보스도. 세 번째 맵과 보스도. 네 번째 맵에서 나오는 특수요원들과 강시도.

       

       화령은 흔한 잡몹을 처리하듯 너무 간단히 제압해버렸다.

       

       특히 마지막에 연구소의 보스를 상대하는 모습은 유룡의 경악을 불러 일으켰다.

       

       화령과 연구소 보스가 싸우는 모습은 투쟁보다는 한 편의 무용처럼 보였다.

       

       두 여성이 정해진 합을 맞추며 하나의 예술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유룡은 그 장면을 만들어 낸 게 화령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미친 듯이 공세를 펼치는 연구소 보스의 공격을 모두 받아내며 무를 만들어 낸 것이다.

       

       따라할 엄두도 안 나네. 얼마나 경지의 차이가 커야 저게 되는 거냐.

       

       거기에 극의 마무리까지도 완벽했다.

       

       화령은 연구소 보스를 죽이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의 목에다 주입한 독을 몸 바깥으로 빼냄으로서 살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 발경으로 독을 빼낸 거야?”

       “응. 맞아. 아빠는 저거 이해 돼?”

       

       아니. 조금도 이해를 못 하겠다.

       

       저 사람이 펼치는 무공이랑 내가 펼치는 무공이랑 같은 게 맞나?

       

       외신을 잡는 영상을 봤을 때도 그랬지만 정말 욕심 나는 사람이네.

       

       유룡이 군침을 흘렸다.

       

       

       “하린아. 이 분 화룡무인 하실 생각은 없으시다니?”

       

       저런 실력자가 자기 문파에 들어와 준다면 다음 항쟁에서 분명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텐데.

       

       “글쎄. 화룡무인이라는 게임이 있는 줄도 모르실 걸?”

       “그러니 이야기를 한 번 해보란 거야. 응?”

       

       유룡은 하린의 양 어깨를 붙잡으며 간절히 부탁했다.

       

       안 그래도 최근 상대 문파가 득세하는 바람에 세력권이 줄어든 유룡이다.

       

       지금 그의 최대 관심사는 요리도. 장사도 아닌 어떻게 하면 이 세력권을 복구할 수 있을까였다.

       

       같은 화룡무인 플레이어인 하린은 유룡의 심정은 이해했지만 차마 확언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하린은 화령에게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은 입장이다. 무언가를 도와 달라 부탁하기에는 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지나가듯 화룡무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볼 수는 있겠지만 관심을 가져줄지 말지는 어디까지나 화령에게 달려 있었다.

       

       “근데 아빠. 우리 정파인데 천마 컨셉 잡으신 분을 들여도 되는 거야?”

       “뭐든 이기면 장땡인거야.”

       

       언제는 그렇게 의와 협을 따지더니. 급해지니까 물불을 가리지 않네.

       

       하린의 차가운 시선이 아팠던 듯 유룡은 딴소리를 하며 물러나다 도망치듯 방에서 빠져나갔다.

       

       홀로 방에 남게 된 하린은 영상을 멈추고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나도 화령님이 화룡무인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생각은 하지. 그 분이 옆에 있으면 천군만마가 따로 없는 걸.

       

       화령님이 항쟁에 참가하신다면 어떨까. 아마 무쌍을 펼치시겠지?

       

       그 모습을 상상하던 하린은 한 번 쯤 화룡무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해가 져 가는 중이었다.

       

       내가 어제 잠들었던 것이 오후 정각이 되기 직전이었으니 대충 대여섯시간 정도 잔 셈인가.

       

       저 멀리서 진동하는 스마트 폰을 허공섭물로 가지고 와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화령님. 데케이입니다. 오늘 십선하기로 한 거 기억하시죠? 지금 삽십분 밖에 안 남았는데 접속을 안 하셔서 확인차 연락드렸습니다.“

       

       벌써 그런 시간인가.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새 여섯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허어. 내가 이리 깊게 자는 일이 그리 흔치 않은데.

       

       “지금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네. 방은 만들어 뒀으니까 들어오시기만 하면 돼요.”

       

       전화를 끊고 바로 아피스에 접속했다.

       

       데케이는 나를 보자마자 환히 웃으며 저번에 올렸던 영상이 대박이 났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지금 내가 너무 유명해져서 나와 관련된 영상을 올리기만 하면 사람이 몰린다며.

       

       “지금 화령님에 대한 영상 다 올리면 조회수만 수백만이 나올 것 같아요!”

       “그렇더냐? 잘 된 일이구나.”

       “이게 잘된 건 다 화령님 덕택이에요. 그래서 보답을 해 드리고 싶어요.”

       

       현금이든 뭐든 원하는 거라면 뭐든 말만 해달라며 가슴을 치는 데케이를 보니 탄식이 새나왔다.

       

       저번에도 이러더니. 배운 바가 없었느냐.

       

       뭐든이라는 단어가 아예 입에 붙은 모양이구나. 이러다 한 번 호되게 당해야 정신을 차리지.

       

       그건 그거고 준다는 것을 거절 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나는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의식주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못해 마음 속을 행복으로 채울 지경인데 이 어디에 부족함이 있겠는가.

       

       “당장 떠오르는 게 없어 그런다만. 나중으로 미뤄도 되겠느냐?”

       “물론이죠!”

       

       그럼 곰곰이 생각을 해보마.

       

       허나 데케이. 알아두어야 할 것은 내가 이런 부분에서 사양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것이다.

       

       후일 골수를 빼 먹히는 순간에도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마.

       

       “슬슬 방송 시작할 건데 옆에다 채팅창 띄워 드릴까요?”

       “부탁하지.”

       

       지난 번 불특정 다수의 아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느낀 것이지만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과의 대화는 꽤 즐거웠다.

       

       그들은 익명을 앞세워 다소 무례하고 바보 같은 이야기들을 잔뜩 던져댔다.

       

       대개 내 앞에선 이들이 예의를 차리건. 공포에 벌벌 떨건. 아니면 분노해 소리를 쳤었는지라. 친근함에서 다가온 무례는 처음이었다.

       

       그러니 이번에 재차 이야길 나누는 걸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조금 이르지만 슬슬 시작해볼까요?”

       “그러자꾸나.”

       

       *

       

       데케이와 화령이 십선을 한다는 소식은 화령이 외신을 쓰러트린 날에 공지되었다.

       

       외신을 홀로 쓰러트린 화령의 모습에 열광하던 사람들은 또 다시 화령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으나 대전의 내용 자체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화령 vs 데케이 십선 몇 대 몇 예상함?]

       

       역시 정배는 10 대 0 인가?

       

       – 지난 번에 일겜에서 만났을 때도 쳐 발렸는데 오늘이라고 다르겠음?

       – 사람이 신을 어케 이김.

       – 화령 상대로 해보려면 현직 1군 프로라도 데려 와야지.

        – 근데 어중간한 1군도 가볍게 이길 거 같지 않음?

        – 천마님이 지는 게 상상이 안 되긴 해

       

       격의 차이가 너무 컸다.

       

       한 쪽은 얼마 전 외신을 홀로 잡아 낸 괴물 중의 괴물이었고, 다른 한 쪽은 몇 년 전까지 프로생활을 했다지만 이제는 퇴물이 되어 프로리그는커녕 챌린저에서도 헤매는 유저다.

       

       한 판은 무슨. 데케이가 화령에게 몇 번이나 데미지를 입힐 수 있을지를 가지고 토론이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그 여론은 데케이 방송에서 이뤄진 포인트 도박의 배당에서 증명이 되었다.

       

       도박의 내용이 오늘 십선을 하는 동안 데케이가 한 판이라도 이긴다. 못 이긴다. 였음에도 불구하고 포인트를 건 이들의 비율은 95 대 5였다.

       

       그나마도 이게 현금이 걸린 게 아니라 인생 한 방을 외치며 역배에 건 이들이 있어 망정이지.

       

       이게 현실이었다면 도박의 비율이 어찌되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분명했다.

       

       “여러분! 저 그래도 전프로에요. 전프로! 지금 아피스 하는 사람 중에 나보다 잘하는 사람 얼마 없다고!”

       

       – 아 ㅋㅋ. 그래서 외신 솔플 해봤냐고.

       – 팩트) 데케이는 화령이 외신을 못 잡는다고 했다.

       – 아알못 데재앙 out

       – 데하다! 추케이!

       

       데케이는 자신이 진심을 내면 그래도 한 판 정도는 이길 수 있다 주장했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랫동안 데케이 방송을 봐 온 충신들마저 승리 미션을 거는 게 아니라 HP의 반을 깎는 미션을 걸고 있었다.

       

       데케이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데케이 본인조차 스스로가 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화령이라는 괴물을 이기겠다는 발언은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허황된 소리였으니까.

       

       “아. 잊고 있었다만 아직 그대들에게 고하지 않은 사실이 하나 있네.”

       “뭔가요?”

       “오늘 본인은 천마를 고르지 않을 예정이라네.”

       

       – ㅇ?

       – 천마가 천마를 안 한다고?

       – 천마님 농담도 잘하시네. 천하하하하하.

       

       화령이 천마를 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온 채팅창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혼란스러운 건 데케이도 마찬가지였다.

       

       저 분이 천마를 안 하면 뭘 하신다는 걸까.

       

       천마와 하나되었다 봐도 무방한 컨셉러가 화령이었다. 그런 그녀가 천마를 하지 않겠다니.

       

       “그럼 뭘 하실 건데요?”

       

       그래도 기 캐릭터 중 하나를 하시겠지. 무협 플레이를 선호하시는 분이니까.

       

       권왕이나 신창 쪽일까. 아니면 마인 계열 캐릭터를 고르시려나.

       

       어느 쪽이건 약할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기 캐릭터의 근간은 무공이고, 그 무공을 극한까지 다루는 화령이 약할 리가 없었다.

       

       “편사를 할 생각이라네.”

       

       – 지금 편사라고 한 거 맞음?

       – 나 이런 거 못 들었어! 이거 사기야! 빨리 배팅 초기화해줘.

       – 엌ㅋㅋㅋㅋ. 정배들 뒤통수 얼얼하쥬?

       – 그래도 천마님인데 편사해도 쌜 듯?

       – 에이. 어케 편사를 하는 데 쌤.

       – 역배는 승리한다! 역배는 승리한다! 역배는 승리한다!

       

       “농담이시죠?”

       “본인이 농을 할 사람으로 보이는가?”

       

       그건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편사라니. 저를 너무 무시하시는 거 아닌가요?

       

       그런 불평이 데케이의 목 끝까지 차올랐다.

       

       아무리 좋게 말해도 편사는 병신이다.

       

       우선 난이도가 높다.

       

       안 그래도 채찍이라는 무기는 직관성을 말아먹는 고난이도의 무기인데 거기에 더해 기 캐릭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지니 일반 유저들은 손을 댈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 난이도를 극복해서 성능이 나오냐면 그렇지 않다.

       

       파이스 스코비아가 전 캐릭터 프로리그 승급을 도전할 때 유일하게 포기했던 게 편사고, 세계 최고의 편사 유저란 소리를 듣는 사람조차 챌린저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게 편사의 현실이다.

       

       어려운 데 성능도 나쁜. 외모를 빼면 남는 거 하나 없는 병신 캐릭. 그게 편사란 말이다.

       

       아무리 화령이라 한들 편사를 플레이 한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나중에 말 바꾸기 없기에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실력의 격차가 있으니까 캐릭터가 나쁘다 해서 유리해지진 않을 거야.

       

       화령님과 나 사이의 격차는 그만큼이나 크니까.

       

       그렇지만 한 판. 딱 한 판 정도는 어떻게든 비빌 수 있지 않을까?

       

       편사라는 쓰레기 캐릭이 상대라면 한 번 정도는.

       

       필사적으로 전략을 생각하는 데케이를 보며 화령은 웃었지만 그와 반대로 채팅창은 한없이 빠르게 불타오르는 중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추천 덕에 힘을 얻습니다.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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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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