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4

       34. 마트에 가자 (1)

       

       

       영웅이 된 지 1개월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나는 시민들의 안위를 책임지며, 영웅이란 신분으로 엄청난 결과를 내놓았다.

       그렇기에, 협회의 평가 또한 나쁘지 않았다.

       

       “역시 차원문 닫기는 이하준 영웅님이 최고네요! 평생 이 일만 하셔도 되겠어요!”

       “…”

       “차원문 단속은 이하준! 이런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네요! 아하하!”

       

       좋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아무튼.

       인력 사무소에서 일할 때보다 나쁘지 않다.

       세간의 평가나, 자금적인 측면에서.

       일단 전과 비교해서 돈을 상당히 많이 벌었다.

       

       “어이, 구봉구 왔어?”

       “됐고, 돈은.”

       “당연히 준비했지.”

       

       나는 자리에서 즉시 구봉구에게 돈을 보냈다.

       구봉구는 입금 내역을 확인하고 깜짝 놀라며 내게 말했다.

       

       “150…? 너 괜찮은 거 맞냐?”

       “예전의 내가 아니야, 구봉구. 내가 금방 갚는다고 했지.”

       “새끼, 영웅이 되더니 돈 좀 번다 이거냐? 그전에는 사람도 아니었는데. 겨우 사람 됐네.”

       

       피식-

       구봉구는 썩은 미소를 지었다.

       무언가 만족스러운 듯한 분위기였다.

       나는 그런 구봉구를 향해 말했다.

       

       “구봉구, 이제 나 굳이 안 찾아와도 돼. 그냥 내가 한 달마다 돈 보낼게.”

       “10년이다. 네가 내 돈을 갚지 않은 기간. 혹시 모르니까, 다음에도 찾아올 거다.”

       

       구봉구가 나를 오래 기다려주긴 했지.

       나는 마음속으로 감사함을 느끼며, 저 멀리 사라지는 구봉구를 쳐다봤다.

       

       “아, 맞다. 구봉구!”

       

       까먹을 뻔했네.

       나는 구봉구를 따라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은 봉투를 건넸다.

       그는 검은 봉투의 내부를 보더니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상추? 방울토마토?”

       “어, 이거 내가 직접 수확한 거야. 가서 먹어.”

       “…너한테 내가 돈이랑 화 말고도 받을 게 있을 줄은 몰랐는데.”

       

       구봉구는 의외라는 듯한 얼굴을 하고는 다시 갈 길을 걸었다.

       아직 갚을 돈은 많지만, 천천히 모으다 보면 해결되겠지.

       나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걸음을 돌려 할매의 집으로 향했다.

       

       똑똑-

       

       “할매, 나야.”

       

       문을 두드리자, 할매가 느린 속도로 걸어 나왔다.

       저번에 봤을 때랑 다르게 허리가 좀 더 펴진 것 같기도 하고.

       나는 그런 할매에게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줬다.

       

       “월세 밀려있던 거. 다 보냈다. 확인했지?”

       “…네가 웬일로 돈을 다 갚고 그러냐? 곧 죽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할매, 옛날의 나는 죽었어. 지금은 새로운 이하준이라고.”

       

       폐급의 삶을 살던 이하준은 죽었다.

       지금은 아빠 이하준만이 있을 뿐.

       할매는 그런 나를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미친놈이 다 됐네, 아주 그냥.”

       “아무튼 월세 밀린 거는 다 갚았다? 미안해서 좀 더 넣었으니까 확인하고.”

       “그래, 알겠다. 근데 구봉구랑 수도, 가스는 어떻게 다 갚았고?”

       “어, 다 갚았어. 전기도 그렇고.”

       “…진짜 새사람이 됐나.”

       “진짜라니까. 채소 더 필요하면 얘기하고. 그럼, 나 간다.”

       

       나는 할매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계단을 내려갔다.

       지하까지 내려가서 현관문에 열쇠를 꽂아 넣어 내 딸들의 모습을 확인했다.

       

       ‘흐음…’

       

       녀석들은 기본적으로 특이하다.

       머리 색깔부터 특이하고, 인간들 사이에서도 귀엽다고 불릴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머리에 있는 뿔이랑 꼬리가 가장 특이하긴 하다만.

       

       ‘그래도, 꼬질꼬질해.’

       

       녀석들은 내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참고로 돈이 없어 어린이용 속옷도 입고 있지 않았다.

       내 하얀 티셔츠도 이제 하얗다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변색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부모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 있을까.

       나는 곧바로 녀석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내 쪽으로 모여라!”

       “와아아, 아버지다!”

       

       와다다다-

       초련이만 내 말을 듣고 내 쪽을 향해 뛰어왔다.

       화련이는 시선을 살짝 주고 다시 TV를 쳐다봤고, 수련이는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이 말 안 듣는 녀석들.’

       

       나는 말을 듣지 않는 녀석들을 향해 소리쳤다.

       

       “아빠 나가려고 했는데. 안 오면 어쩔 수 없고.”

       “어, 아버지! 저희 외출하는 거예요?”

       “응, 초련이만 왔으니까. 초련이만 아빠랑 같이 나갈까?”

       “와아아! 저는 좋아요!”

       

       초련이의 손을 잡고 문을 나서려는 순간.

       내 뒤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화련이와 수련이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도 나갈래!”

       “…나도 데려가.”

       

       진작 올 것이지.

       

       “빨리 몸 축소화해. 오늘 큰 곳 갈 테니까.”

       “큰 곳?”

       “어, 너희 옷 사러 가야지.”

       

       대형 마트.

       나는 녀석들과 그곳에 들릴 생각이었다.

       

       

       ***

       

       

       모자에 화련이.

       주머니에 수련이.

       가방에 초련이.

       나는 녀석들을 골고루 숨긴 채, 지하철을 타고 05구역으로 향했다.

       멀긴 해도 거기라면 물건을 알뜰하게 구매할 수 있다.

       

       ‘영웅은 30% 할인 혜택이 있다고 들었어.’

       

       왕복이 2시간 사이에서 3시간이 걸리긴 해도.

       할인은 못 참지.

       

       -인간 많다! 근데 강해 보이는 인간은 없어! 재미없어!

       -인간들이 너무 많아. 아빠, 우리 언제 내려?

       -와아아, 인간들이 엄청 많아요!

       

       꺄르르- 꺄르르-

       녀석들은 내 머리로 말을 전하며 잔뜩 떠들었다.

       내 머리가 녀석들의 톡방이 된 기분이라 해야 할까.

       시끄럽고 정신이 없어 죽을 뻔했다.

       

       ‘소매치기라도 당할까 봐 걱정했는데. 문제없이 도착했네.’

       

       나는 눈 앞에 펼쳐진 거대한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K마트.”

       -크다! 나 저 건물이 부서지는 거 보고 싶어! 부서지면 좋겠다! 누가 안 부수려나!?

       

       각종 물품을 판매하는 대형 마트이다.

       어릴 때 이후로는 가본 기억이 별로 없지만.

       이곳에서라면 녀석들이 필요한 물품들을 싸게 구매할 수 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수상하지 않은 사람처럼 내부로 발걸음을 옮겼다.

       

       쏴아아-

       

       -으아, 추워! 아빠, 나 추워!”

       

       들어 오자마자 화련이가 춥다며 찡찡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가방에 넣어준다고 했잖아, 화련아.”

       -시, 싫어! 나는 머리 위가 좋단 말이야!

       “에휴, 잠깐 기다리고 있어.”

       

       에어컨이 빵빵해서 춥다고 느낄 만도 하지.

       나는 곧바로 카트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지폐 한장을 꺼내, 카트 손잡이의 구멍에 넣어 밖으로 꺼냈다.

       

       ‘…옛날에는 동전을 넣거나, 아예 돈을 안 넣었는데.’

       

       차원문이 등장하고 나서 훔쳐 가는 사람이 너무 많이 생겨버렸기 때문일까.

       이런 귀찮은 과정이 생기고 말았다.

       나는 카트에 가방을 내려놓고 모자, 주머니에 숨어있던 드래곤 녀석들을 가방에 넣었다.

       

       “자, 이제 덜 춥지?”

       -흥, 사실 별로 안 추웠어!

       “그래그래. 안에서 쉬고 있어.”

       

       나는 그대로 카트를 끌며 마트의 내부를 돌아다녔다.

       녀석들은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을 때마다, 가방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며 주변을 구경했다.

       

       -조명들이 많아서 그런가. 바닥이 엄청 반짝거려.

       -수련 언니, 저기 봐! 인간들이 돌로 변했어!

       -…죄를 지은 인간들인가? 인간들은 생각보다 잔인하네.

       

       마네킹을 보고 저런 생각을 하다니.

       역시 드래곤인가.

       나는 피식 웃으며 마트를 계속해서 이끌었다.

       그러던 도중, 원하던 물품이 있는 속옷 매장으로 들어갔다.

       

       “…뭔가 혼자 들어가기 좀 그런 분위기인데.”

       

       크흠.

       나는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온 곳에 속옷들이 걸려져 있었다.

       드래곤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감상평을 내렸다.

       

       -인간이 입는 속옷이다! 근데, 인간들은 속옷을 보여주는 걸 수치스럽게 여긴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 집의 주인은 변태일 수도 있겠어.

       -그, 그럼 나는 안 볼래!

       

       슉-

       초련이는 가방의 깊은 곳으로 도망쳤다.

       나는 어린이용 속옷이 어디에 있는지를 둘러봤다.

       그런 내 모습이 의심스러워 보였던 걸까.

       

       “…손님?”

       “예?”

       “…혹시 찾으시는 게 있으신가요?”

       

       여직원이 나를 의심하는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 이상한 사람 아닌데.

       조금 억울했지만.

       나는 오해를 풀기 위해 물었다.

       

       “아, 저 어린이용 속옷 찾고 있었습니다.”

       “아… 어린이용 속옷이요…?”

       

       왠지 시선이 더 안 좋아진 것 같은데.

       나는 한 마디를 더 붙였다.

       

       “…제 딸이 쓸 거라서요.”

       “아, 그러시군요!”

       

       그제서야 오해가 풀렸다.

       내 겉모습도 그렇고, 혼자 왔으니까 오해를 한 모양이다.

       

       “자녀분의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나이는… 유치원생이랑 초등학생 사이? 대충 키는 이정도고 몸은 말랐어요.”

       “그럼, 이쪽 제품이면 괜찮을 거예요. 흰색에 심플해서 좋아요.”

       

       솔직히 봐도 뭐가 뭔지 모른다.

       그냥 직원이 추천해주는 대로 사면 되겠지.

       하지만, 드래곤 녀석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나는 빨간색으로 사줘!

       -나는 파랑이 좋겠어.

       -저는 초록색으로 부탁해요!

       

       “…”

       

       어려서 그런지 색깔 놀이를 좋아하네.

       나는 하는 수 없이 직원에게 말했다.

       

       “저, 그냥 저기 걸려있는 캐릭터 팬티로 살 게요.”

       

       빨간색, 파랑색, 초록색.

       녀석들의 색깔에 맞춰 속옷 세트 구매를 완료했다.

       

       ‘아, 집 돌아가고 싶다.’

       

       차라리 애들을 놀아주는 게 더 편할 것 같다.

       쇼핑을 하고 있으니 기운이 다 빠진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내가 엄마 노릇까지 해야 되는데.’

       

       다시 가볼까.

       나는 필요한 물품들을 향해 카트를 끌었다.

       아직 살 것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아빠, 더 빠르게 달려! 달리란 말이야! 느리잖아! 저 카트보다 빠르게 가야지! 뭐하는 거야!

       -저거 궁금해. 아빠, 저기로 가자.

       -이곳은 공기와 향기는 있지만, 자연이랑 거리가 멀어요. 나무… 나무를 심어야 해요…!!”

       

       “시끄러워, 얘들아.”

       

       아빠 죽겠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사실이 갑자기 두려워졌다.

       애들이 좋아하는 거 투성이인데.

       큰일났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느린 다르팽이입니다! 화이팅!
    추천 눌러주면 다르팽이 기분 좋아짐!
    다음화 보기


           


I Picked up a Dragon Egg

I Picked up a Dragon Egg

드래곤의 알을 주웠다
Score 7.6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4 Native Language: Korean
I picked up an Egg from the Dragon’s Nest. “Shakk!!!!” “Should I just sell?” I should have picked some other treasure.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