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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

        

         

         

         

         

       콜라에 열광하던 유렌인들에게 사이다의 등장은 또 다른 신선함을 가져다주었다.

         

       “맛이 깔끔하군!”

         

       “오, 이거 산뜻한데?”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청량감을 주는 사이다는 호불호가 없었고.

         

       “와, 안에 불순물이 하나도 없어.”

         

       “어떻게 이렇게 깨끗할 수가 있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색상은 놀라움을 선사했다.

         

       그도 그럴 게 이전까지 유렌인들이 마셔오던 약수터의 탄산은 침전물이 흔했고, 쇠 비린내와 짠맛이 났기에 찾는 사람만 찾아 마시는 음료였다.

         

       그러나 사이다에서는 침전물은커녕 쇠비린내와 짠맛도 나지 않았기에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가 있었다.

         

       “크~ 끝내주게 시원하군!”

         

       “하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네!”

         

       탄산의 톡톡 튀는 청량감과 투명한 색상은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을 가져다주었다.

         

       “입가심하기 좋군.”

         

       “정말, 식후 음료로 딱인 거 같아요.”

         

       레몬 라임으로 상큼함까지 더한 사이다는 유렌인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으며.

         

       “이 사이다에서는 ‘유렌인의 혼’이 느껴지는군.”

         

       “정말! 탐식의 현자님은 우리 유렌 사람이 분명해요!”

         

       유리가 유렌 출신이라는 근거 없는 낭설이 마치 당연한 사실처럼 퍼지기도 했다.

         

       물론 유렌인들도 유리가 제국인이며 유렌과는 아무런 연이 없다는 사실쯤은 알고 있었다.

         

       이는 일종의 ‘밈’이었다.

         

       “사이다를 만드신 탐식의 현자님이 유렌인이 아니라면 누가 유렌인이지?”

         

       “하하! 그럼 난 무국적자군!”

         

       사이다에 취해버린 일부 유렌인들 사이에서 유리가 ‘명예 유렌인’으로 취급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이다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는 필연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흐음, 입가심하기는 좋은데 딱 그 정도인 것 같군.”

         

       “‘검정 물’을 말하는 거라면 정확하네. 솔직히 색깔도 불순한 게 끈적이기까지 하지 않나.”

         

       “나는 사이다를 말했네.”

         

       “허허, 색을 헷갈리다니, 많이 피곤한가 보군. 가서 눈 좀 붙이고 오게.”

         

       “헷갈리지 않았네. ‘설탕수’와 콜라를 어떻게 헷갈리겠는가. 자면서도 구분할 수 있다네.”

         

       “…뭐? 설탕수? 지금 말 다했는가?”

         

       “솔직히 사이다는 ‘고급 설탕수’가 아닌가.”

       

       “이 작자가! 콜라야말로 설탕수겠지!”

         

       “어디 설탕수를 콜라와 비교한단 말인가!”

         

       콜라와 사이다에 취해있던 이들이 서로의 음료를 ‘고급 설탕수’와 ‘검정 물’로 낮추어 부르며 논쟁이 불거져 버린 것이다.

         

       물론 이는 취향 차이에 불과했기에 금방 사그라들 작은 불씨에 불과했으나.

         

       “콜라를 사시면 사이다를 서비스로 드립니다!”

         

       “사이다를 사시는 분들에게는 내일까지 콜라를 반값에 판매하겠습니다!”

         

       돈 냄새를 맡은 상인들이 꺼져가던 불씨에 기름을 들이부었다.

         

       “사이다를 마시려면 검정 물을 살 수밖에 없단 말인가?”

         

       “설탕수를 콜라에 묶어 팔다니, 이 무슨 끔찍한 짓을!”

         

       논쟁을 부추기는 상인들의 상술은 자연스럽게 두 음료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고.

         

       “유렌답게 민주적으로 정하지!”

         

       “어느 게 더 많이 팔리는지 승부다!”

         

       주점에서는 사이다와 콜라의 매출을 두고 내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두 음료를 객관적인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했다.

         

       “……솔직히 둘 다 설탕수 아닌가?”

         

       “내가 금탑에 성분을 의뢰해보니 향취만 다를 뿐, 성분이 90% 동일하더군.”

       

       

       “쯧쯧, 똑같은 걸 가지고 싸우는 거였군.”

          

       “눈감고 마시면 맛이 구분이 가질 않네. 다들 속는 셈치고 한 번 해보게.”

         

       제로콜라를 마시는 이들은 콜라와 사이다 둘 모두를 동일한 ‘설탕수’로 분류했다.

         

       물론 거기서도 이해받지 못하는 존재는 있었다.

         

       “제로콜라에 설탕을 타면 살은 찌지 않으면서 맛은 콜라와 같아지는군! 난 이걸로 특허를 내볼 생각이네. 어떤가? 이거 미친 거 아닌가?”

         

       “진짜 미친 게 맞는 거 같네.”

         

       “제정신이 아니군.”

         

       제로콜라에 설탕은 금기였다.

         

       *

         

       음료의 선호도란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었기에 어느 것이 더 맛이 좋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논쟁이었다.

         

       하지만 그 무의미한 논쟁은 여러 놀라운 발견을 이루어냈다.

         

       “…어? 사이다를 부었더니 얼룩이 지워졌어!”

         

       “역시! 사이다는 얼룩제거제였군!”

         

       사이다와 콜라를 서비스로 받아간 이들이 이를 마시지 않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서 다양한 쓰임새가 발견된 것이다.

         

       “고블린의 피부가 탄산에 약할 줄이야……!”

         

       “화병에 물 대신 사이다를 주면 꽃이 시들지 않고 오래가네. 식물형 몬스터는 소금과 사이다를 함께 부어주면 죽어버리더군.”

         

       “…자네, 그런 건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건가?”

         

       그중에는 정말 어떻게 알아냈는지 의문인 효능들도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만든 이가 ‘유리 그레이엇’이라는 사실이었다.

         

       “……탐식의 현자님은 이런 것까지 고려하시고 탄산음료를 만드신 거였나?”

         

       “허억!”

         

       물론 유리로서는 전혀 알지 못하던 효능들이었으나 유렌인들로서는 이 또한 유리가 의도한 바로 받아들였다.

         

       금탑에서도 탄산음료의 ‘기능성’에 대해 처음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탐식의 현자님이 금탑에 머물고 계시다 하네!”

         

       “정말인가!? 탐식의 현자님이 금탑에 계시다고?”

         

       ‘탐식의 현자’를 보기 위해 유렌의 시민들이 일제히 금탑으로 몰려 들었다.

         

       “현자님은 어디에 계신가!”

         

       “현자님이 금탑에 계시다 들었네!”

         

       하지만 유렌인들이 그토록 찾는 유리는 금탑의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사이다가 출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리는 제국으로 돌아가 버렸기에.

         

       *

         

       “…유리야, 여기가 어디니?”

         

       “우리 마탑 아닐까요?”

         

       “여기가!?”

         

       장장 두 달 여만에 백색마탑으로 복귀한 나와 라냐의 눈은 휘둥그레져 있었다.

         

       익숙했던 으스스한 외관은 어디로 가고 새로 지어진 듯한 새하얀 마탑이 우리를 반긴 것이다.

         

       ‘괜히 드워프 드워프 하는 게 아니었네.’

         

       백색마탑은 그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낡은 건물이었기에 제대로 된 리모델링을 위해서는 인간이 아닌 드워프를 고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 건물을 역변시켜놓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수리를 맡긴 라냐와 나조차 놀라야 했다.

         

       그리고 그 놀람은 로비의 안으로 들어서자 더욱 커졌다.

         

       “유, 유, 유리야. 저게 뭐야?”

         

       “……초상화같은데요?”

         

       나는 멍하니 로비의 전면 벽에 걸린 초상화를 올려다보았다.

         

       황금색 테두리로 장식된 고풍스러운 액자 속에는 자애롭게 웃는 라냐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 아래로는 최고급 오크나무로 이루어진 카운터가 자리했다.

         

       무엇보다.

         

       “마동고까지 들여놨네요?”

         

       사이다 콜라가 잔뜩 들어간 대형 마동고의 존재가 가장 눈에 띄었다.

         

       마동고의 옆으로 라냐가 좋아하는 프링글스가 종류별로 진열된 진열장도 보였다.

         

       “탑주님! 돌아오셨습니까!”

         

       소식을 받고 로비에 나온 마법사들이 우리를 반겼다.

         

       시온과 아리아 등 익숙한 얼굴들을 보자 비로소 여기가 우리 마탑이라는 것이 실감이 갔다.

         

       “으, 으윽! 심장이……!”

         

       버틸 수 없는 기쁨에 라냐가 심장을 부여쥔 채 녹아내렸다.

         

       *

         

       “바뀐 마탑은 어떻던가.”

         

       “기대 이상이어서 놀랐습니다.”

         

       나는 마주한 드워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훌륭하게 리모델링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색마탑의 리모델링을 감독한 붉은모루 부족의 장인, 도리안 포스터였다.

       

       “마탑주님이 도무지 응대할 상황이 아니라서 제가 대신 나온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닐세. 기뻐하시던 것 같으니 나도 기분이 좋더군.”

         

       “그런데, 마동고 설치나 지하 공방의 수리는 부탁드린 적이 없는데 되어 있더군요.”

         

       “사소한 서비스이니 신경 쓸 것 없네.”

         

       붉은 수염을 풍성하게 기른 도리안 포스터가 히죽 웃어 보였다.

         

       그러나 나는 마주 웃어 보일 수가 없었다.

         

       사소한 서비스라기에는 이건 너무 과했으니까.

         

       ‘초상화가 압권이었지.’

         

       라냐의 초상화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예술작품 그 자체였다.

         

       풍기는 분위기가 대마법사 저리가라였으니까.

         

       마탑에 마탑주님의 초상화가 있기는 했으나, 크기도 작고 포즈도 달랐기에 대체 어떻게 그린 건지 의아했는데.

         

       “이백 년 전에 잠깐 칼룬테 왕국의 궁정 화가를 지낸 적이 있네. 그곳 국왕의 초상화도 내가 그려줬지.”

         

       “…아, 그러셨군요.”

         

       역시 장생종이라 그런지 드워프란 족속은 여러모로 다재다능했다.

         

       드워프치고 장인이 아닌 이는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 도리안은 그중에서도 솜씨가 좋은 축에 속해 보였다.

         

       “너무 신경 쓸 것 없네. 우리도 받은 게 있으니.”

         

       “…예?”

         

       “백색마탑 덕에 요즘 우리 부족의 이미지가 인간들 사이에 아주 좋아졌다네.”

         

       “저희 마탑덕분에 말입니까?”

         

       생각지도 못한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도리안이 프링글스 통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빛을 받아 드러나는 워터마크.

         

       프링글스의 심볼인 수염이 풍성한 아저씨의 얼굴이었다.

         

       “프링글스에 우리 부족을 그려놨더군.”

         

       도리안이 기분이 좋다는 듯 대소를 터트렸다.

         

       “덕분에 의뢰량도 늘어났으니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크하핫!”

         

       ‘…어, 그거 드워프 아닌데.’

         

       대단한 오해가 생긴 듯했으나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차마 정정해주기가 어려웠다.

         

       “기쁘시다니 다행이군요.”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밖에.

       그나저나.

         

       “리모델링 보수는 어떤 식으로 드리면 되겠습니까?”

         

       드워프는 현금도 받지만 광물로 그 대가를 받기도 한다.

         

       마석을 원한다면 이를 주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듣자하니 자네가 식품을 잘 만든다고 하더군.”

         

       “네, 맞습니다.”

         

       “내가 제국에 와서 가장 맛있게 먹은 게 치킨이었네. 술안주로 기가 막히더군. 혹시 맥주도 만들 줄 아는가?”

         

       맥주라….

         

       “예, 잘 만듭니다.”

       

       내 머릿속에 수십 종류의 맥주가 스치고 지나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실 시원하게 ‘대항해’ 바다 사나이들의 음식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만.. 마탑을 수리해주신 드워프님들의 맥주를 먼저 만들어드리는 게 맞아 보여.. 아쉽지만 바닷가 여행은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오늘도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I Became a Food Developer in 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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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ngoing Author:
"Yuri, Pringles! We're out of Pringles!" "Alright! I'll trade you 8 boxes of ramen! No, make that 10 boxes!" "Cola is surely the devil's creation!" Cider, cola, snacks, ramen. Since they don't exist, I'll make them my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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