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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

       황금 사슴.

       

       

       대륙 전체를 장악한 거대한 상업 길드이자. 과거 기드온의 패권을 장악했던 하데스조차 무시할 수 없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들은 팔지 않는 게 없을 정도였다.

       

       

       설령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추방자들의 길드에 어서 오세요> 2권 22p에서 발췌.

       

       

       * * *

       

       

       하데스의 보복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시작되었다. 하루아침에 모든 의뢰가 끊겨버린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기드온의 의뢰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하데스였으니까.

       

       

       그러나 보복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기드온의 상업 길드들이 철의 방패와 거래를 전부 끊거나 계약을 파기한 것이다. 쉽게 말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그들을 탓할 수도 없었다. 하데스가 대놓고 압력을 행사했는데. 그들이 무슨 힘으로 거부하겠는가? 아이작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길드원을 전부 호출했다.

       

       

       길드원들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돈줄이 끊겼고, 돈을 쓸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이제 창설된 지 얼마 안 된 철의 방패가 이 정도 규제를 버틸 수 있을 리 없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소피아의 한숨이 무겁게 내려앉은 침묵을 깨부쉈다. 이게 바로 패권의 힘이다. 기드온에서 군림하는 하데스는 직접 나서지 않아도, 충분히 우리를 말려죽일 힘이 있다.

       

       

       심지어 명분도 저쪽에 있었다. 영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신뢰가 없으면 누가 영웅에게 의뢰하겠는가? 그러나 아이작은 사자 토벌 의뢰에서 신뢰를 잃어버렸다.

       

       

       의뢰인은 분명히 사자를 토벌해달라고 의뢰했다. 그러나 아이작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사자 부족을 도와서 의뢰인을 해쳤다. 물론 거기에는 이유가 있긴 하겠지만.

       

       

       언젠가부터 영웅들은 그런 것을 묻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저 의뢰를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 그것만을 따지는 이곳에서, 과연 누가 타인의 사연 따위를 신경 쓰겠는가?

       

       

       “우리 마스터께서는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려나?”

       

       

       “후회는 없다.”

       

       

       “그럴 줄 알았어.”

       

       

       그럼에도, 변함없이 굳건한 아이작의 태도에 한숨을 내뱉으면서도 소피아는 그 이상 책망하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아이작이니까. 분명히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

       

       

       “재정은 그나마 여유가 있어. 문제는 물자를 구할 수 없다는 거야.”

       

       

       살렌에서 받은 보수 덕분에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가지고 있는 돈으로 뭘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쓸 수 없는 돈은 그저 휴지 조각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당장 식량조차 구할 수 없어 학교 급식조차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다 돈줄인 의뢰도 당장은 끊겨버린 상태. 다시 말해서, 철의 방패는 완전히 고립되었다.

       

       

       “그리고 어쨌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의뢰를 처리해야해. 하지만 그마저도 하데스의 압력으로 전부 끊겼어.”

       

       

       “……다른 상단을 이용하면…….”

       

       

       “그것도 힘들어. 기드온에 들어오는 모든 물자와 상단은 하데스 길드가 관리하고 있으니까.”

       

       

       “…….”

       

       

       “이제 알겠어? 하데스에게 반기를 든다는 것은, 곧 기드온을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소리야.”

       

       

       돈을 벌 수도 없고, 설령 돈이 있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이게 바로 하데스 길드의 힘이었다. 그제야 다른 길드원들은 하데스 길드의 힘을 새삼스럽게 실감하게 되었다.

       

       

       “방법은 있다.”

       

       

       그러나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답을 꺼낸 사람은 바로 아이작이었다. 소피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런 상황에 답이 있다고 하는 건가? 아니면 설마…….

       

       

       “하데스 길드에게 선전포고하겠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설마. 가족을 건드리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없다.”

       

       

       “그럼 또 무슨 짓을 꾸미려고?”

       

       

       “황금 사슴과 거래를 한다.”

       

       

       예상하지 못한 대답에 한스와 소피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이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반응이 왜 이래? 그러나 그들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금 사슴? 그게 뭔가요?”

       

       

       “그건…….”

       

       

       “대륙에 넓게 퍼져있는 상업 길드야. 단순하게 영항력만 놓고 보면 그 하데스와 맞먹는 수준이지.”

       

       

       율리나의 의문에 대답해준 사람은 의외로 디그였다. 그러나 디그의 표정도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다들 반응이 별로구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이작은 말을 이어갔다.

       

       

       “디그의 말대로, 황금 사슴은 하데스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 무시할 수 있지. 그나마 기드온에서 가장 자유로운 것도 바로 황금 사슴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황금 사슴은 몇몇 제약을 제외한다면 기드온에서 가장 자유롭게 활동이 가능한 상업 길드였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마스터, 황금 사슴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자들이다.”

       

       

       “솔직히 나도 별로 끌리지는 않아. 그 쓰레기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한스와 소피아의 반응을 본 아이작은 확신했다. 그들의 과거에 법국과 황금 사슴이 연관되어 있다고. 그러나 그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은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괜찮다.”

       

       

       나를 믿어라.

       

       

       * * *

       

       

       황금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사슴의 머리가 마치 박제처럼 벽에 붙어있었다. 그러나 그런 거대한 황금조차 애교로 보일 정도로 궁궐과도 같은 건물이 그들의 눈앞에 있었다.

       

       

       건물은 대략 4층 정도의 높이였는데. 건물 양식만 다를 뿐, 현대의 백화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화려함에 길드원 대부분은 넋을 놓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구에는 턱시도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노인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스는 혀를 찼다. 약아빠진 녀석들, 우리가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군.

       

       

       “철의 방패 마스터 아이작 실버테르님, 맞으십니까?”

       

       

       “그렇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황금 사슴의 게르츠라고 합니다.”

       

       

       “황금 사슴의 주인은 안에 있나?”

       

       

       “네, 그렇습니다.”

       

       

       게르츠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아한 몸놀림으로 등을 돌렸다. 그리고 굳게 닫혀있던 황금의 문을 열어젖혔다. 바깥의 화려함 따위는 가볍게 능가하는 빛이 눈에 들어왔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이 황금이었다. 계단, 벽, 천장, 심지어 한낱 장식마저도. 그리고 그 중심에는 레드 카펫이 깔려있었다. 아이작은 혀를 찼다. 궁궐 저리 가라 수준이군.

       

       

       “제 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이작 실버테르.”

       

       

       황금으로 만들어진 계단에서 내려오는 것은 오만한 발걸음. 찬란한 금색의 머리카락은 그녀의 몸에 걸친 어떤 장식보다도 아름답게 빛났다. 푸른색 눈동자가 움직였다.

       

       

       “넌 누구지?”

       

       

       “소개가 늦었군요, 제 이름은 타이테. 황금 사슴 기드온 지부를 지휘하는 책임자랍니다.”

       

       

       “우리는 거래를 하려고 왔다.”

       

       

       아름다운 외모에 조금이라도 혹할 만도 하건만, 아이작은 가볍게 무시하고 바로 본론을 꺼냈다. 무례한 태도였지만, 타이테는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호감이 갔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는 건가요?”

       

       

       “피차 서로 길게 끌 것은 없겠지.”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드는군요.”

       

       

       기드온에는 영웅이라는 가면을 쓴 능구렁이들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건 특히 거대 길드가 더했다. 당연한 일이다. 정치를 이용해서 하데스에게 이득을 취하는 자들이니.

       

       

       본론조차 철저하게 감추고 감춰서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보려는 능구렁이들만 상대하다가, 이렇게 대놓고 시원하게 나오는 자가 나왔으니. 호감이 갈 수밖에.

       

       

       “그러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물자.”

       

       

       “기드온에서 구할 수 있는 식량이나 장비, 그 외 기타 등등. 맞으실까요?”

       

       

       “그렇다.”

       

       

       “그 정도야 어렵지 않지요.”

       

       

       물론 대놓고 하데스에게 반기를 드는 것이나 마찬가지지만. 하데스 또한 황금 사슴에게 상당한 신세를 지고 있으니. 기껏해야 보여주기식 제제만 당하고 끝날 게 뻔했다.

       

       

       ‘그녀의 계획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렇겠지.’

       

       

       타이테는 눈앞에 남자를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 남자가 그 마녀 베로니카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남자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녀의 목적에 아주 가까운 존재일 것이다.

       

       

       ‘조금, 시험해 볼까?’

       

       

       “비용은 얼마지?”

       

       

       “돈은 필요 없습니다. 저희는 필요한 것을 가져가니까요.”

       

       

       “그렇다면 원하는 게 뭐냐.”

       

       

       “그래, 저기 뒤에 있는 소녀는 어떨까요?”

       

       

       타이테는 미소를 지으며 뒤에 있는 소녀를 가리켰다. 타이테에게 지목당한 분홍색 머리카락의 소녀, 사샤는 자기도 모르게 바로 옆에 있는 디에고의 뒤로 숨어버렸다.

       

       

       이건 그녀의 시험이었다. 만약 거래를 하지 않으면 모두가 말라죽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족을 팔아넘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 이게 바로 현실이다.

       

       

       희생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는 법이지. 그렇다면, 과연 가족을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길드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의외로 대답은 빨랐다. 아이작은 딱 잘라 말했다.

       

       

       “그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거래는 없었던 일로 하죠.”

       

       

       그저 현실을 볼 줄 모르는 멍청이었나. 타이테는 순식간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이상론자는 결국 파멸할 뿐이다. 그렇다면 신경쓸 필요조차 없지.

       

       

       “대신, 다른 것을 줄 수 있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저 아이거든요.”

       

       

       “후회할 텐데.”

       

       

       아직도 자신의 처지를 모르는 걸까.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조차 모르는 우둔함이란. 그러나 그 생각은 아이작이 검에 손을 올리는 순간, 허상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이게, 무슨……?’

       

       

       전신을 짓누르는 기세. 목을 튼튼한 밧줄로 옥죄는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혀오고 있다. 수많은 인간 군상과 거래를 해온 잔뼈가 굵은 타이테조차 견딜 수 없는 기세였다.

       

       

       “……그 다른 것이 무엇이죠?”

       

       

       아이작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너희들의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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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I Became the Guild Master in Exile

Status: Ongoing
I possessed the body of a guild master who ruined the guild. "We are all family." Since I was already possessed, I decided to stick to the concept hard. The guild members' obsession is no joke. Help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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