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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

    휴대폰을 받은 루크는 한동안 휴대폰의 마력배열을 참조해 기존에 자신이 알고있던 마법방정식을 수정하는 작업에 시간을 썼다.

    때문에 요즘은 책보다는 노트에 떠오르는 발상과같은 마력배열을 디자인하는것에 재미가 들렸다.

    정말이지, 요 며칠간 루크는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관점.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던 섬세함이 전제된 극한의 정밀함.

    ‘회로에 마나가 지나는 거리가 짧아지니 반응속도역시 압도적이군……. 이론상 마법식의 크기가 줄어들수록 그 성능이 증가한다는건 알고있었지만…….’

    빌린것이 아닌, 자신의 휴대폰이다.

    그렇다는건 마음껏 분해하더라도 전혀 탓할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금 당장이라도 분해해버리고 싶은 마음은 들었다.

    하지만 아직 루크는 실제로 휴대폰을 분해할 생각은 없다.

    제대로된 분해장비 없이 충동적으로 마도구를 분해하는 행위는, 사실상 파괴와 다름이 없다는걸 그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껏 갖게된 휴대폰을 받자마자 부숴버려서야, 그것만큼 아깝고 후회되는 일이 없겠지.

    때문에 루크로서는 휴대폰을 조작하며 생겨나는 마법식의 혼합과 작동방식을 분석하는것이 최선이었다.

    “흐음…….”

    루크는 매일같이 그 작업을 반복했다.

    어딜가나 휴대폰과 노트, 펜과 함께.

    볼때마다 새로운 영감이 떠오르는데, 마법사인 그가 어찌 그 호기심을 억누를 수 있겠는가?

    사실은, 애초부터 그럴 의지조차 없었다.

    그는 자기 위해 누워서까지도 마법배열을 휘갈기고, 주석을 곁들이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예르나도 처음엔 루크가 좋아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던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걱정되기 시작했다.

    ‘저러다가 휴대폰 중독에 빠지는게 아닐까?’

    사실, 이미 예르나가보기에 루크의 행실은 영락없는 휴대폰중독이었다.

    뭐 크게 틀린말도 아니리라. 

    실제로 루크는 휴대폰의 매력에 푸욱 빠졌으니까.

    하루종일 휴대폰 가지고 싱글벙글, 어찌나 좋은지 공책에 자신의 휴대폰의 형태를 그려대고 있지 않은가? 

    휴대폰이 생긴게 아무리 기쁘다지만, 그림까지 그릴정도로 좋았던건가?

    그것도 꽤나 구체적으로 그리는 모양새였다.

    게다가 요 며칠간 일어난 순간부터 잠에드는 순간까지, 한시도 손에서 떼어놓지 않는데 대체 충전은 언제하는걸까?

    그러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예전에 책을 읽을때는 그래도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하루종일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니.

    ‘루가 변했어.’

    지금도 보라.

    밥을 먹을때조차 휴대폰을 놓지 않는것을.

    “루, 밥먹을땐 휴대폰 금지야.”

    “음…….”

    예르나가 불러보았지만, 루크는 그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입을 오물거리고 있다.

    휴대폰에 너무 집중하여 듣지 못한 것이리라.

    “루, 루!”

    예르나가 몇번을 더 불러서야 문득 고개를 이쪽으로 향한다.

    “음, 아. 예르나. 불렀는가?”

    참으로 선량해보이는 표정이다.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는 순수한 모습.

    “휴대폰 이리 줘, 압수야.”

    “무, 뭐라……?”

    예르나는 루크의 그 충격받았다는 듯한 표정에 순간 마음이 약해질뻔했지만, 이것은 루크를 위해서라고 생각하면서 단호한 표정과 어투로 말했다.

    “요즘 너무 휴대폰에 빠져있었잖아.”

    “그, 그건……. 하지만, 그동안 눈에서 멀리 떼어놓고 하지 않았느냐……?”

    지진부진한 변명이란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루크는 딱 그정도의 변명 말고는 할 말이 따로 없기도 했다.

    “그래도 너무 오래 하잖니.”

    확실히, 그런 자각이 없는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볼때마다 새로운것인데다, 아직 그 기능에 대한 분석이 20%조차 해내지 못했거늘, 마법사된 자로써 어찌 식사가 눈에 들어오겠느냔 말이다.

    그러니 루크는 당연히 주고싶지 않았다.

    드디어 갖게된 현대마법공학의 정수.

    그것이 한시라도 손에서 벗어나는것을 원하지 않았다.

    루크가 아니라 어떤 마법사라도 그랬을 것이다.

    자신의 지식의 경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길거리에 나뒹구는 흙이라도 주워먹을 수 있는 자들이 마법사니까.

    하지만 예르나는 은인이고, 후일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하는 존재다.

    하지만 그 자신이 그녀에게 좋지않은 모습을 보였다면, 온전히 자신의 책임.

    그녀에게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는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이성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사로서의, 본능과도 같은 호기심과 탐구욕이 끝내 휴대폰을 내어주는것을 거부한다.

    주어야한다. 하지만 주고싶지 않다.

    그 상반되는 충동은 두손으로 휴대폰을 꼭 잡은채 안절부절하는 루크의 행동으로 드러났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의 도토리를 놓치지 않으려 두 손으로 꼭 쥐고있는 다람쥐의 모습같아서, 예르나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내릴 수밖에 없었다.

    루크는 그저 화난 표정의 예르나가 입꼬리를 파르르 떨어대는걸 보고, 정말로 화난것이라 생각해 고개를 푸욱 숙이며 말했다.

    “면목없구나……. 하, 하지만……! 그대의 뜻대로 뭐든 할테니, 부디 압수만은 면해주게…….”

    “……좋아, 루. 밥 다 먹고 이야기하자. 일단, 식사중엔 휴대폰 내려놔.”

    “……알겠네, 그러도록 하지.”

    ———-

    루크는 예르나가 써준 ‘규칙’이리고 적힌 종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휴대폰사용을 하루 3시간으로 제한한다니, 갑자기 너무 가혹하지않은가…….”

    3시간도 분명 많은 시간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동안 24시간을 충분히 연구에 쓰고도 그런 진척상황인것이다.

    그것을 갑자기 3시간으로 제한하면 너무나 부족하지않겠는가.

    지금의 루크는 새로운 지식에대한 열망이 이전보다 강한 상태였다.

    이전에도 결코 약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때의 루크에겐 10개의 서클이 심장에 자리잡고 있었지 않은가.

    말년에 10서클에 달한 루크가 그러한 열망을 잃게된 이유도 더이상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았기에 욕구를 발산하지 못했던것에 가까웠다는 말이다.

    루크는 곰곰히 생각해보아도, 역시 일반적으로 3시간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어쩔 수 없겠군, 3시간 안에 일단 마력식의 이해를 미루고 마법식의 복사에만 전념해야겠어.’

    주석과 분석은 후에 복사본을 가지고 하면 되리라.

    루크는 일전에 집에 왔던 루아 에라스트가 두고갔던 스케치북을 펼쳐 휴대폰을 꼼꼼하고 정교하게 베껴그렸다.

    너무 세심하여 손으로 복제할 수 없는 부분은 주변에 빈 공간에 아무렇게나 그렸다.

    뭐, 실제 작동하는 원리를 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대략적인 형태를 그려놓는다면 배열로 미루어보며 추측할 수는 있을것이다.

    이 단순한 마력배열의 복제행위만으로도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몇가지 발견하였기에, 꽤나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이정도면 빈틈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소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는 시간에도 연구를 이어나갈 수는 있겠지.’

    약속한 3시간이 지나자, 휴대폰의 화면은 잠겼다.

    무슨 마법을 쓴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잠금상태는 예르나가 풀어내지 않으면 더이상 휴대폰을 조작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있었다.

    이미 마법식의 겉부분은 대부분 분석한 상태였기에, 이 상태가 된 휴대폰은 루크에게 이전과같은 가치를 지닐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엔 그 잠금을 해제해보기위해 노력해보긴 했지만, 그 마력배열은 꽤나 정교하게 보여서 당장은 해체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시간을 들여 휴대폰에대한 조사가 충분히 진행되면 그 잠금도 풀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날이 온다면 더이상 휴대폰엔 흥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마침내, 예르나가 숲 순찰을 마치고 돌아왔다.

    “루, 말썽 안부리고 잘 있었지? 휴대폰은 3시간만 했고?”

    “그럼, 그대가 잠금마법을 설정해두지 않았더냐.”

    “그래, 그랬지.”

    예르나는 루크가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집어들어 확인해보았다. 확실히 잠금이 걸린 상태. 

    ‘아무리그래도, 3시간을 너무 빨리 써버리는 것 아니야?’

    그래도 휴대폰을 안쓰니까 저렇게 앉아서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지 않은가.

    역시 시간제한은 옳은 방법이었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소파에 앉은 루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대체 뭘 그리고 있…….”

    예르나가 시선을 내려 본 것은 루크가 스케치북에 그려둔 휴대폰의 도해.

    정면, 측면, 후면, 그리고 다각도에서 본 휴대폰의 시진과 작동화면. 그 주변에 마구 흩날리듯 그려진 마법식은 얼핏 마도기기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그, 그건 뭐니?”

    “아.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을때 보려고 그려둔 거라네. 신경쓸 필요 없다네.”

    “…….”

    일전에 노트에 대충 낙서하듯이 그렸던 휴대폰의 그림과는 비교할 수 없이 정교하고, 자세하고, 세밀했다.

    이걸 휴대폰이 없을때 보려고 그려놨다니?

    어쩌면, 루크는 이미 중독상태일지도…….

    “루, 휴대폰 정말 압수하지 않아도 되는거지?”

    “끄, 끔찍한소리 말게! 대체 왜 그러는가? 그대와의 약조는 다 지켰거늘!”

    루크는 기겁하면서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예르나의 손을 붙잡으면서 말했다.

    “그래, 알았어, 알았어.”

    반응이 너무 격한게 불안하긴 하지만…….

    “그치만, 루크가 두번째 약속은 지키지 않는걸.”

    “……예, 예르나 그것은……. 부디 봐주면 안되겠는가.”

    “안돼.”

    소르비는 되고, 자신은 안될 이유가 없지않은가.

    예르나가 단호한 표정을 짓자, 루크는 ‘언니’라는 말을 내뱉고 고개를 숙인채 부들부들거렸다.

    그 모습에 장난기가 생긴 예르나는 루크와 눈동자를 맞추며 말했다.

    “루, 그렇게 언니가 좋니?”

    “무, 물론 좋다마다……!”

    거의 억지로 지어낸 루크의 미소를 본 예르나는 디아나가 민트초코를 먹었을때의 반응이 떠오르는것이 우스워서 미소지었다.

    ‘보호자면 엄마라고 불러야 하는게 맞지만…….’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엄마는 너무하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그러고보니 아이키우는 어머니들은 요새 잠금어플 많이들 쓰신다고 하네여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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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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