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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

       

       

       “젠장, 뭐가 이렇게 많아?!”

       

       “아멜리아! 괜찮아?!”

       

       “나 걱정할 시간에 선배나 제대로 지켜!”

       

       “시, 시우야! 조심해!”

       

       “!”

       

       

       아멜리아가 위험해 보여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소리소문없이 뒤로 다가온 빌런이 검을 휘둘렀다.

       

       순간적인 기습에 아멜리아를 지키려다 다리를 다친 선배가 경고해주었지만, 소리를 듣고 반응하기에는 늦은 상황.

       

       그야말로 완벽한 기습이었다. 내가 아니었다면.

       

       소리를 듣기 전에 이미 알고 있다면 반응할 시간은 충분하다.

       

       

       “어, 어떻게?!”

       

       “그런 건 나한테 안 통하거든.”

       

       

       안타깝지만 내게는 기습 같은 건 통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모른 채 내 등 뒤를 파고든 빌런은 피할 수 없을 거라 여겨 온 힘을 다해 공격했다.

       

       기습에 성공했다면 강렬한 한방이었겠지.

       

       하지만 기습에 실패하는 순간 빈틈투성이가 되어버릴 위험한 한방이었다.

       

       당연하게도 빌런이 휘청거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원심력을 이용해 한 대.

       

       카멜레온 수인을 제압했을 때처럼, 체중을 실은 발차기를 날렸다.

       

       ···하지만 그때보다는 살살.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때의 경험 덕분일까.

       

       초인이 어느 정도의 공격을 받아야 크게 다치지 않고 기절할 수 있는지 깨달은 기분이었다.

       

       

       “끄윽···?!”

       

       

       고통에 눈을 까뒤집은 녀석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생명에 지장은 없을 거다.

       

       내상이 있더라도 몇 개월 정도 치료를 받으면 낫겠지.

       

       거기까지 신경 써 줄 필요는 없었다.

       

       당장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 몇 개월이면 싸게 먹히는 거니까.

       

       

       “후우, 후우···. 몇 명이야?”

       

       “모르겠어. 대충 다섯은 쓰러트린 것 같은데.”

       

       “하, 겨우 다섯? 나는 방금 잡은 녀석까지 일곱이라고.”

       

       “네이, 네이.”

       

       

       저 성격은 이런 상황에서도 꺾일 생각이 없나 보다.

       

       그때는 도대체 얼마나 충격이었던 거야?

       

       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당당한데.

       

       

       “···그나저나, 아르테는 또 어디로 사라진 거지?”

       

       “글쎄. 나도 그게 걱정이야.”

       

       

       당연히 아르테가 걱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르테는 무슨 짓을 벌이면 벌였지, 당할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으니까.

       

       걱정하는 건 다름 아닌 무슨 짓을 벌였는가.

       

       

       “수상해. 사라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런 일이 터진다고?”

       

       “···그래, 동감이야.”

       

       “분명 뭔가 있어.”

       

       

       아르테가 파티를 하던 도중 화장실에 간다고 이야기하고 사라진 지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때마침 그녀가 없는 시기에 빌런들이 습격한다고?

       

       이런 오지에?

       

       너무 상황이 딱 들어맞잖아.

       

       

       “씨, 씨바알···! 이, 이런 새끼들을 어떻게 이기라고···!”

       

       “도, 도망쳐야 해.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의욕을 잃었구나.

       

       떼거리로 몰려와서 덤볐지만, 자신들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절망한 걸까.

       

       슬금슬금 발을 빼려는 모습에 아멜리아가 창을 꼬나쥐며 물었다.

       

       

       “어떻게 할래?”

       

       “놔 줘도 괜찮지 않을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좋아. ···야, 꺼져. 너희들한테는 볼 일 없으니까.”

       

       

       싸우기 시작한 지 시간이 상당히 흘렀다.

       

       아르테를 생각하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우선 협회와 경찰에 신고.

       

       이 녀석들, 위버멘쉬다.

       

       몸에 동물의 신체를 제각각 지니고 있었으니 확실하다.

       

       무언가의 발바닥, 이름 모를 새의 날개, 날카로운 손톱 등.

       

       아까 나를 기습한 녀석도 발에 이상한 육구 같은 게 붙어있었다.

       

       어쩐지 발소리가 안 들리더라.

       

       라이라랑 비슷한 증상이었다.

       

       그녀처럼 동물들이 연상될법한 무언가가 존재하니까.

       

       ···도대체 뭐지?

       

       그걸 알기 위해서도 협회가 최대한 빨리 도착해야 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맨 처음에 쓰러트린 녀석들을 구속하고, 구급차를 불러 선배의 치료도 해야 했다.

       

       싸울 의지를 잃은 녀석들을 붙잡을 시간은 없었다.

       

       걱정되는 건 저 녀석들이 민간인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거지만, 신고할 때 이야기해두면 충분하겠지.

       

       그렇게 판단하고 저 녀석들을 놓아주기로 했다.

       

       그들이 이상행동을 보이기 전까지는.

       

       

       “끄, 끄윽?!”

       

       “유시우. ···뭔가 이상한데.”

       

       “응. 나도 느꼈어.”

       

       

       기묘한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도망치려고 혈안이 되어있던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잡을 생각이 없어 보이자 화색이 돌았고, 곧장 도망치려고 했지.

       

       ···하지만 지금, 녀석들의 얼굴은 뭔가가 이상했다.

       

       

       “뭔가 이상해.”

       

       

       그 말이 끝난 직후, 아멜리아가 순식간에 가속했다.

       

       내가 직감을 기반으로 한 근접전을 선호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멜리아도 자신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고 있었다.

       

       

       “흐읍!”

       

       

       -빠드득.

       

       

       사람에게 나서는 안 될 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졌다.

       

       도망치려던 세 명 중 두 명은 가슴을 깊게 베인 상태로 쓰러지고, 한 명은 창대에 맞아 목이 시원스레 돌아가는데 고작 한 호흡.

       

       가속이라는, 신체 강화 중에서도 속도에 치중된 능력을 갖춘 아멜리아였기에 가능한 기예였다.

       

       하지만 찝찝함을 감출 수 없었다.

       

       방금 전 공격은 저들이라면 막을 수 있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로 저런 공격을 그냥 맞아줄 이유가 없었다.

       

       

       “끝난 건···아닌 것 같지?”

       

       “응. 그 소름 끼치는 장면을 봤으면 알잖아.”

       

       

       하지만 그 장면을 보고 감탄할 수도 없었고, 아멜리아도 평소처럼 자랑하지 않았다.

       

       이대로 두면 저 빌런들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보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먼저 엄습했다.

       

       

       “···아무래도, 뭔가가 있어.”

       

       

       마지막의 그 모습.

       

       아멜리아에게 공격받기 직전의 그 모습이 떠올랐다.

       

       눈물을 흘리며 공포에 젖은 얼굴. 하지만 그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분명히 직전까지 도망가려고 했는데도.

       

       

       “강제로 끌려가는 듯한 모습이었어.”

       

       “그렇지? 유시우, 너도 그렇게 생각했지? 으, 소름 끼쳐.”

       

       

       분명 미리 제압하지 않았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격했을 게 분명하다.

       

       시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진짜 재수 옴 붙었군. 고작 세 명한테 부하들이 이렇게 죽어 나가?”

       

       

       문득 들리는 중후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처량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모두 신체의 일부분이 동물로 변해있었다. 위버멘쉬겠지.

       

       하지만 그들의 처량한 모습과는 다른 냄새에 시우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피 냄새.”

       

       “뭐?”

       

       

       아멜리아가 되물었지만, 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피 냄새다.

       

       카멜레온 빌런을 베었을 때의 그 냄새.

       

       시우는 문득 그들에게서 피 냄새가 짙게 흘러나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안하다. 우리도 학생들을 건드리는 건 리스크가 커서 하기 싫지만, 명령이라서 말이야.”

       

       “···누구의 명령이지?”

       

       “사, 살려 줘! 우리는 지금···커, 컥···! 모, 목이···!”

       

       

       무언가를 황급히 외치던 한 남성의 목이 순식간에 꺾여 절명했다.

       

       그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꺾인 목숨에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한숨을 내쉰 남성이 입을 열었다.

       

       

       “그러게 허튼짓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은 더럽게 안 들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전신이 회색 털로 뒤덮이고, 큼직한 귀와 짧은 꼬리가 돋아난 남성.

       

       마지막으로 붉은 눈동자와 툭 튀어나온 앞니가 무슨 동물인지 알려주었다.

       

       

       “너, 쥐야? 생긴 게 딱 그렇게 생겼는데.”

       

       “그래. 내가 위버멘쉬의 간부, 십이지의 자. 마르모다.”

       

       “···저 사람은, 네가 죽인 거냐?”

       

       “그랬으면 좋겠군.”

       

       

       자신을 위버멘쉬의 간부라고 밝힌 남성이 짙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게 내가 얌전히 따르라고 했는데. 너희들은 허튼짓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지금도 보고 있을 게 분명하니까.”

       

       “네, 넵!”

       

       

       보고 있다니?

       

       그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그는 더 말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좋아, 아카데미의 애송이들. 우리 애들이 저렇게나 붙었는데 한 명만 다친 걸 보아하니 실력은 있어 보이는군.”

       

       “실력이 있어 보인다니, 저 녀석들은 이 창을 건드리지도 못했다고.”

       

       “그래? 미안하지만 이제 조금 힘들어질 거다. 원망은 하지 말라고. 다 살기 위해 하는 거니까. ···가자, 애들아.”

       

       

       그의 신호와 함께, 빌런들이 일제히 덤벼들기 시작했다.

       

       쉬지도 못한 채로 다시 싸워야 할 처지에 놓인 나와 아멜리아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

       

       그걸 알고 있기에, 아멜리아는 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 연전은 조금 비겁한 거 아냐?!”

       

       “창을 건드리지도 못했다니 비겁해져야지. 그리고, 빌런에게 비겁하다는 말은 칭찬이다.”

       

       “으아아아악, 짜증 나!”

       

       

       이 상황까지 와서도 성질을 못 죽이다니.

       

       아멜리아, 귀한 집 아가씨 같던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에게 양갓집 규수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왈가닥 아가씨면 몰라도.

       

       

       “하지만 연전은 오히려 좋아···! 쉴 시간을 주지 않은 게 너희들의 패착이 될 거니까!”

       

       “그거 재밌네. 이유는 뭐지?”

       

       “나는 아빠한테도 맞은 적이 없으니까! 이유가 뭔지 알아?”

       

       “아, 아멜리아!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싸우는 중이라고!”

       

       

       순간 눈앞의 빌런을 상대하는 와중에 손의 힘이 풀릴 뻔했다.

       

       다행히도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였는지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저, 저 녀석. 싸우는 와중에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리 아빠도 능력을 계속해서 발동한 나를 따라잡지 못했거든···! 혼날 것 같으면 미리 도망쳤어!”

       

       “···좋아, 더 이상 이야기를 들을 필요는 없겠군. 마지막 유언은 그걸로 끝이냐?”

       

       “A급 4위, 라이오넬 린드버그도 따라잡지 못한 아멜리아 린드버그 님의 속도를 맛볼 준비는 끝났겠지!”

       

       “잠깐, 뭐?”

       

       

       그녀의 말에 모두가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A급 4위···? 라이오넬 린드버그?

       

       유명한 영웅이다.

       

       사람들이 그 명성을 칭송하기를, 빛의 라이오넬. 그의 딸이라니.

       

       그녀가 평소에 가문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알 방법이 없었다.

       

       아니,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

       

       방금 그녀가 뭐라고 말했지?

       

       ···그 라이오넬이 속도로 따라잡지 못했다고?

       

       

       “간다!”

       

       

       아멜리아가 섬광처럼 쇄도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부릉부릉

    Ilham Senjaya님,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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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Just Because I Have Narrow Eyes Doesn’t Make Me a Villain!

실눈이라고 흑막은 아니에요!
Score 3.9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Why are you treating only me like this!

I’m not suspicious, believe me.

I’m a harmless person.

“A villain? Not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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