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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

       유리아가 떠나고 일주일이 지났다.

         

         

       지금 제국은 하멜에서 발견된 미확인 던전 때문에, 모험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멜에 던전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모험가들은 일확천금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하멜로 오기 시작했다.

         

         

       탐험의 채비를 갖추기 위해, 번화가로 가는 모험가들은 저택의 담벼락 사이로 지나갔고, 우리는 멍하니 모험가들을 봤다.

         

         

       -분명 미확인 던전이라고 했지? 야무진 아티팩트 하나만 걸려라. 제발.

       -지랄. 그런다고 나오겠냐? 나처럼 성당에서 기도를 했어야지.

       -어휴 병신. 도박이나 끊어라.

         

         

       희망을 품고 떠나는 모험가의 뒷모습을 보는 나는 작게 읊조렸다.

         

         

       “풉.”

         

         

       ***

         

         

       조용한 2층 아가씨의 방.

       

       

       아가씨는 침대 위에 올려놓은 낡은 보따리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리카르도가 말한 4차원 주머니야?”

         

       “네.”

         

         

       듬성듬성 꿰맨 자국이 있는 낡은 보따리.

         

         

       아가씨가 콕 하고 손가락을 찌르자, ‘짤랑’거리는 소리가 청명하게 들려왔다.

         

         

       “오…!”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원을 이뤄주는 주머니!”

         

       “그렇습니다. 이것은 무슨 소원이든 이루어주는 4차원 주머니.”

         

         

       눈이 동그랗게 커진 아가씨는 낡은 보따리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신성한 성물을 모시듯. 함부로 만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아가씨는 내게 구원의 눈길을 보내는데,

         

         

       “이걸로 세계 정복할 수 있어?”

       “…하고 싶습니까?”

       “웅.”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대답에 나는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아가씨는 다시 내게 물었다.

         

         

       “가능해?”

       “…그건 좀.”

       “뭐야. 그럼.”

         

         

       흥미가 식은 아가씨가 ‘에잇’ 하고 보따리를 치자, 우르륵 소리와 함께 보따리에서 영롱한 빛깔을 자랑하는 금화가 쏟아져 내렸다.

       

       

       아가씨는 금화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게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보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물.”

       

       

       보따리 안의 보물들은 일주일 전, 2박 3일 동안 먼지가 가득한 던전을 탐사하면서 얻은 보물이다.

       

       

       모험가들이 노리는 일확천금의 보물들이 지금 이 낡은 보따리 안에 들어있었다.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아가씨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소원…. 이룰 수 있겠어.”

       “이걸로 어림도 없습니다.”

       “…부족해?”

       “네.”

       “그래도 좋아.”

         

         

       아가씨는 미소를 지으며 금화를 가슴에 넣기 시작했다. 은행 강도가 가방에 돈을 쓸어 담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아가씨의 손짓에 나는 말했다.

         

         

       “뭐 하십니까?”

       “저축.”

       “거기다 가요?”

         

         

       아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한 버릇이 생겨버린 아가씨의 모습에 오늘도 눈 호강을 해서 기분이 좋은 나였다.

         

         

       ‘오히려…. 좋을지도.’

         

         

       나는 침대 위에 던전에서 가져온 물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오…!”

       

       

       침대 위에 반짝이는 물건들이 하나둘씩 나열되자 아가씨의 눈은 동그래지면서 손뼉을 쳤다.

       

       

       “보이십니까?”

       

       

       황금으로 만든 팔찌, 황금으로 된 물컵 등등.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보물들의 향연에 현기증을 느끼는 아가씨는 이마에 손을 얹고 비틀거렸다.

       

       

       “아흑…. 눈이 멀어버릴 것 같아.”

       

       

       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저희의 재력이 이 정도입니다.”

       “우리 이제 거지 아니야?”

       “네.”

       “진짜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아가씨.

         

         

       오늘만큼은 누구보다 내가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시는데, 이런 대접은 오랜만이라서 얼굴이 붉어졌다.

         

       

       아가씨는 엄지를 들어 올렸다.

       상쾌한 미소와 함께 나를 향해 특급칭찬을 날려주는 아가씨.

       

       

       “자랑스러워!”

       

       

       뒤통수를 긁적이고 얼굴을 붉혔다.

       

       

       “저도 압니다.”

       

       

       아가씨의 칭찬에 흥얼거리며 남은 물건을 꺼냈다.

       

       

       ────────────────

         

       마력의 비약[A]

       ◈마력 능력치가 ‘+30’ 이하의 대상자가 섭취할 시 ‘+10’만큼의 마력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

       

       

       이건 말릭에게 줄 선물.

       

       

       슬슬 오러를 각성할 때가 된 말릭을 생각하며 던전에서 가져온 보물이다.

       

         

       오러는 연비가 안 좋기로 소문난 능력이니까.

         

       

       검사에게 마력이란. 신체 강화마법처럼 비교적 마력이 적게 드는 보조 마법을 사용하기 위한 존재였지만. 오러를 깨우친 이후부터는 마법사와 견줄 정도로 마력의 총량을 늘리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지금 말릭에게 마력이란 능력치는 높으면 좋은 게 아니라, 반드시 늘려야 되는 필수 능력치.

         

         

       마력의 총량이 조금이라도 늘어난다면 한 번의 검기를 더 날릴 수 있고 그것으로 인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기에, 말릭도 마력을 늘려주는 이 영약을 찾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영약이 담긴 우편이 말릭에게 무사히 도착한다면 아마, 저택에 찾아오지 않을까싶다.

         

         

       그만큼 비싼 영약이며.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물건이니까.

       

       

       만약, 말릭이 우리 집에 찾아오면, 숲의 친구 식사권을 몇 장 달라고 해야겠지.

       

         

       나는 영약을 한쪽으로 치워두고 보따리에 삐쭉하게 튀어나온 검을 잡아 뺐다.

       

         

       새하얀 검집이 칼날을 감싸고 있는 검.

         

         

       ────────────────

       초심자의 검[A+]

       ◈오러를 깨우친 지 얼마 안 된, 초심자를 위한 검. 특수한 ‘재질’로 제작되어 오러 사용 시 마력의 소비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

       

       [효율의 대가]

       오러 소비 마력 10% 감소.

         

       [초심자의 가호]

       마력이 바닥난 상태에서 1회 오러가 담긴 검기를 사용할 수 있다. (1일 1회)

       ────────────────

       

         

       이 검은 한나에게 줄 선물이다.

         

         

       지난번에 헤어질 때, 마음속으로 선물하겠다고 다짐한 검으로 소설 중반까지 미하일이 사용하던 검이다.

         

         

       나는 검을 들어봤다.

         

         

       내가 사용하기에는 너무 가볍고 칼날의 길이가 아쉬운 검.

         

         

       품격있는 디자인과 두 개의 부가 능력이 있는 검을 선물하는 것이 아깝긴 하지만, 내가 쓰기에는 손에 감기지 않았고, 무엇보다 나보다는 여자인 한나가 쓰는 것에 적합한 검이었다.

         

       

       미하일은 워낙에 잘난 놈이라, 이런 것 없이도 알아서 성장할 테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고.

         

         

       장비에 연연하지 않는 놈이기도 했고,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니까 이 정도 핸디캡은 가지고 시작해도 됐다.

       

       

       히스타니아 남매에게 줄 선물들을 한쪽으로 빼놓은 나는, 심상치 않은 시선을 느꼈다.

         

         

       -지그시..

         

         

       관심 없는 척하면서 보따리에서 자신의 선물을 기다리는 아가씨의 노골적인 시선.

         

       

       “…”

         

       

       기대의 찬 눈.

       

         

       장난스럽게 아가씨의 시선을 피하자, 깊은 한숨을 뱉는 아가씨의 서러움이 들려왔다.

         

         

       ‘따로 안 챙겨왔으면 큰일 날 뻔했네.’

         

         

       이럴 줄 알고 아가씨를 생각해, 따로 빼둔 선물이 있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낡은 보따리에서 목걸이 하나를 꺼냈다.

         

         

       좋아할지 모르겠네.

         

         

       “이거는 아가씨 선물입니다.”

         

       

       금색 테두리와 붉은색 보석이 세공된 목걸이.

       

         

       아가씨는 목걸이를 보자 눈을 크게 뜨고 기뻐했다.

       

         

       “비..비..비싸보여.”

       “비싼 겁니다.”

       “오오오오….”

       

       

       목걸이를 햇살에 비추며 영롱한 자태를 관찰하는 아가씨.

         

       

       좌로 돌려보고 거꾸로도 들어보고.

       앙. 깨물기까지 하는 아가씨에게 나는 말했다.

         

       

       “더럽습니다.”

       “금은 안 더러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십니까.”

       “리카르도, 옛날에 어머니가 그랬어. 반짝이는 것은 항상 옳다고.”

       

         

       확실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반짝이는 것은 항상 옳으니까. 금화도 그렇고 금도 그렇고 초콜릿이 묻은 아가씨의 가..

         

       

       아무튼.

         

         

       아가씨의 말이 옳긴 하지만, 먼지가 가득한 던전에서 가져온 목걸이를 ‘앙’하고 깨무는 짓은 청결하지 못한 일이다.

         

         

       던전에서 몬스터들이 가지고 놀았을 수도 있고, 본래 주인이 더럽게 사용했을 수도 있는 건데.

         

       

       재빨리 아가씨의 손에서 목걸이를 뺏어서, 하얀 손수건으로 먼지를 닦아냈다.

       

         

       “아무튼, 더러운 겁니다.”

       “아니야.”

       “자, 보세요.”

         

         

       나는 손수건에 새까맣게 묻은 때를 아가씨에게 보여줬다.

         

         

       “웩.”

         

         

       아가씨는 미간을 찌푸렸다.

         

       

       퉤퉤, 입안을 물로 헹구신 아가씨는 시선을 목걸이에 고정한 채로 말했다.

         

       

       “이거 팔면 얼마 나와?”

       “목걸이를 말입니까?”

         

         

       받자마자, 가격을 물어보는 기특한 아가씨. 누가 귀족 아니랄까봐 속물적인 것을 좋아하는 아가씨였다.

         

         

       나는 아가씨의 질문에 곰곰이 생각했다. 이 기회에 생색을 내고 싶어서, 조금의 사실과 거짓을 섞어서 말했다.

         

         

       ‘던전에서 나온 아티팩트니까 아마도….’

       

         

       “10만 골드 하지 않겠습니까?”

       

       “히익…! 그 정도나 해?”

       “그럴걸요?”

         

         

       가격을 들은 아가씨는 목걸이를 사랑스럽게 봤다.

         

       

       “나, 이거 좋아.”

       “좋아하셔서 다행입니다.”

         

         

       아가씨는 고민했다.

         

         

       “이렇게 비싼 거, 나 줘도 되는 거야?”

       “평소에는 더 비싼 것도 차고 다녔으면서.”

       “그래도…. 이건 비싸잖아. 소고기 10년 치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한번 거지가 된 이후, 제대로 된 경제 관념이 잡힌 아가씨. 대견스러웠지만, 이미 던전에서 목걸이를 봤을 때부터 주인은 아가씨로 정해뒀다.

         

         

       “괜찮습니다. 어울리면 됐죠.”

       “진짜? 어울려?”

       “네. 여신인 줄 알았습니다.”

       “히히..”

         

         

       행복하게 웃는 아가씨였다.

       

       

       녹을 다 닦아 낸 나는 아가씨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줬다.

         

       

       새하얀 목에 화려한 목걸이가 걸리니, 확실히 어울렸다. 워낙에 예쁘기도 했고 본판이 좋으시니까 당연한 말이긴 했지만, 너무나 잘 어울리는 아가씨의 모습에 나는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가져오길 잘했어.’

         

       

       ────────────────

       약속의 목걸이[A+]

       ◈과거, 전쟁에 징병 되는 남성이 사랑하는 아내와 이별할 때 선물한 목걸이.

         

       [다시 만나자]

       목걸이의 줄이 끊어지면 계약자와 위치를 바꾼다. (1회)

       ────────────────

         

       

       소설에 나온 적이 없는 아티팩트지만, 괜찮은 능력이 있어서 가져온 목걸이.

         

         

       아가씨가 좋아하니까 나 역시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잠깐 한눈을 판 사이.

         

       

       -뒤적..뒤적.

         

         

       아가씨는 어느새 보따리 안을 뒤지고 있었다.

         

         

       내가 준 선물로는 부족한 걸까.

         

         

       먼지가 가득한 보따리에 얼굴을 파묻고 뒤지는데, 괘씸한 마음에 나는 보따리의 입구를 막았다.

         

       

       “으으으으아…!”

         

         

       “리카르도…! 보따리가 나 잡아먹는다!

         

       

       버둥거리는 아가씨.

         

         

       “이이익.”

         

       

       아가씨의 입에서 험악한 욕설이 나오기 전에 막았던 보따리의 입구를 열었다.

         

       

       먼지를 뒤집어쓴 아가씨는 매서운 눈으로 나를 째려봤다.

         

       

       “으….”

         

       

       머리카락에 덕지덕지 먼지가 묻어있는 아가씨. 나는 창문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보따리 괴물이 아가씨가 맛있었나 봅니다.”

       “거짓말. 리카르도가 했잖아.”

       “티 났습니까?”

       “어.”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아가씨는 내게 힘차게 팔을 뻗었다. 보따리에서 가져온 금화를 던지려는 모양.

         

       

       “그런 허접한 공격은 제게…”

         

         

       고개를 돌려 피하려고 했지만.

         

       

       아가씨는 금화를 던지는 게 아닌 내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는 보따리에서 꺼낸 금팔찌를 내미는 아가씨.

         

       

       아가씨는 해맑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이거는 리카르도 거야.”

       “제 거 말입니까?”

       “응.”

         

       

       아가씨는 밝게 웃었다. 머리카락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순박한 미소를 보여주는데, 왠지 모를 뭉클함을 느꼈다.

         

         

       아가씨는 내 오른쪽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친히 차주겠다고 팔찌를 채우려고 하는 순간.

         

       

       아가씨는 멈칫하고 몸을 굳히셨다.

         

         

       “리카르도.”

       “네?”

         

       

       아가씨는 내 오른쪽 소매를 보며 말했다.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원망 가득한 눈으로 나를 보는데, 이유를 알지 못하는 나였다.

         

       

       “손에 붕대를 감았네?”

       “아…”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아가씨에게 말했다.

         

       

       “아가씨께서 문신을 싫어하셔서.”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아가씨.

         

       

       “이제는 좋아해.”

       “제가 부끄럽습니다.”

         

       

       아가씨는 나를 말했다.

         

       

       “나빠.”

         

       

       오늘도 미움을 받는 나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

    호에에엑…. 감기가 왔습니다.
    가을 감기.. 굉장히 무섭네요.

    몸상태 이상으로… 후원 감사 멘트는 내일 쓰도록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닷..

    연재&건강을 걱정해주신 독자님들 너무 감사합니다.

    수정요정 뭉클합니다! 감사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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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The Villainess Whom I Had Served for 13 Years Has Fallen

13년간 모신 악녀가 쓰러졌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It’s a story about a man who got transported into a novel and possessed a slum boy. He met a noble girl and served her as a butler for 13 Years. Now the girl has already fallen from her noble life and lives in an abandoned mansion with paralyzed legs. Why did she become like that? Of course because she is the villainess in the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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