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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0

       네 사람은 정원 구석구석을 살펴봤지만, 그들이 찾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몇몇 사람을 붙잡고 질문해 봐도 두 사람을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추종향이 잘못된 거 아냐?”

       “그럴 리 없어요. 정보부의 다람쥐는 추종향에 대해서는 거의 기계에 가까울 정도로 조건 반사 훈련을 받아요.”

       “아니면 설마 이미 직원들에게 끌려갔다거나?”

       “하지만 다람쥐는 여기가 가장 냄새가 진하게 나는 곳이라 판단했어요. 전하가 끌려갔다면 그곳으로 안내했겠죠.”

         

       나타샤는 그렇게 말하며 자연스럽게 눈앞에 보이는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것은 불안을 가라앉히려는 사람의 본능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인식의 왜곡을 넘어선 무의식적인 욕구의 발현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주군을 찾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주군을 향해 손을 뻗게 한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이성은 지금 자신이 쓰다듬고 있는 개가 바로 그녀의 주군이라는 것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착하지. 그래.”

         

       나타샤는 그의 등을 쓰다듬어 주는 것은 물론 엉덩이를 툭툭 쳐주기도 했다. 개는 그녀의 손길이 즐거운지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했다.

         

       “헥헥.”

         

       이름표가 부착된 사람끼리는 인식의 왜곡이 통하지 않았다. 아나이스는 니카가 그의 수행원에게 필사적으로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볼 수 있었다.

         

       그녀가 알기로 니카는 고위 귀족 가문의 영애였다. 그녀의 몸에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기품을 보면 틀림없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알몸으로 본인의 수행원에게 혀를 내밀고 아양을 떨고 있다니.

         

       ‘나도 아까 저렇게 보였을까?’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미처 다 토해내지 못했던 민망한 감정들이 한꺼번에 확 밀려왔다.

         

       그렇게 네 사람의 추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그때, 집사 바텔이 사람들 속에서 누군가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당신은!”

         

       그가 가리킨 곳에는 신선처럼 허연 턱수염을 가슴팍까지 늘어뜨린 큰 풍채의 노인이 있었다. 바텔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는 며칠 전 아나이스를 바둑선생으로 고용했던 슈타니 공작이었다.

         

       “나를 아시오?”

       “당신이 우리 아가씨, 아니, 내 조카손녀를 고용했소.”

       “흠, 그러고 보니 아냐 양이 그러길 친척 노인을 한 분 모시고 산다고 들었는데……그게 당신인가 보군?”

         

       슈타니 공작은 바텔이 자신에게 삿대질하는데도 불구하고 내색하지 않고 허허 웃으며 대꾸했다. 많은 사람이 공작의 이 속세를 초탈한 것 같은 도인과 같은 겉모습에 속곤 했다. 그러나 바텔은 그가 얼마나 변태스럽고 음험한 노인네인지 주인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아냐는 어디 간 거요? 당신이 분명 같이 있었을 텐데!”

       “글쎄올시다. 우리는 그냥 하루에 바둑을 3시간 두기로 한 것뿐인지라…….”

         

       슈타니 공작은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딴청을 피웠다. 하지만 바텔 뒤에 검을 차고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드미트리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재빨리 사실을 털어놓았다.

         

       “내 바둑선생과 그 대국자 2명은 전하의 부름을 받고 온천으로 갔소.”

       “전하? 설마 황태자 니콜라이 말이오?”

         

       바텔이 전하라는 단어에 놀라는 반면, 드미트리는 그 앞의 단어에 주목했다.

         

       “그 대국자 2명의 생김새는 어땠습니까?”

       “금발의 20대 남자와 회색 머리의 10대 소녀였소.”

       “온천이라면……?”

       “천상 욕탕이겠군.”

         

       칼슨은 오늘 저녁 황태자 일행이 천상 욕탕의 일부를 세냈다는 정보를 기억해내고 그들에게 들려주었다.

         

       나타샤는 입술을 잘근 씹었다. 그분이 그곳으로 갔다면 왜 다람쥐가 자신을 그곳으로 안내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갔다. 추종향은 아마 그곳의 온천수에 씻겨 나갔을 것이다. 어째서 이 정원에 잔향이 가장 깊게 남아있는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코카의 그 난잡한 놀이판에 전하가……. 아니, 잠깐! 암살자들도 분명 그 방향으로…….’

         

       나타샤와 드미트리의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암살자들이 니카의 얼굴을 모른다는 전제로 움직였다. 그래서 무사할 거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품을 수 있었다. 그런데 본인이 그 암살 현장에 있어 버린다면?

         

       “어서 가야 해요! 이미 그곳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겁니다!”

         

       나타샤의 외침에 응답하듯 때마침 멀리서 총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바텔이 튕기듯 앞으로 나섰다. 칼슨 역시 그 옆에 나란히 붙어 섰다.

         

       “자네는 이 이상 해주지 않아도 되는데.”

         

       늙은 집사의 말에 늙은 때밀이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거긴 내 일터야. 난 샤워도 안 하고 탕에 들어가려는 놈들을 혼쭐내러 가는 것뿐이야.”

         

       드미트리는 두 사람이 힘을 보태주는 것을 환영했다. 이곳으로 오는 동안 암살자 몇과 부딪친 덕분에 그는 두 노인이 보통 실력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목숨을 걸 각오를 다진 네 사람은 정원을 나섰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정작 그들이 찾는 두 사람은 바로 코앞에 있었다는 것을.

         

       아나이스는 손톱이 부러지질 정도로 흙바닥을 거칠게 긁었다. 니카 역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이를 악물었다.

         

       그들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4명이 전장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상대는 그 수를 알 수 없는 암살자들과 그들의 조종을 받는 수천 명의 직원이었다. 그들은 분명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두 사람은 그들을 말리고 싶었다. 자신은 여기 있다고, 제발 가지 말라고 그들을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억지로 그들을 붙잡으려 한다면 인식 장애는 바로 깨져버릴 것이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방금까지 앞에서 소변을 보던 개들이 누구였는지,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모두 떠올리고 말 것이다.

         

       이 도구는 감각을 속이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인식을 속이는 것이었다. 한 번 왜곡이 깨져버리는 순간, 이전의 기억도 모두 연쇄적으로 덧칠이 벗겨질 확률이 높았다.

         

       2마리의 개는 네 사람의 뒤를 쫓아가려는 듯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그들이 몇 걸음 떼기도 전에 네 사람은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다급함에서 그들이 얼마나 두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지 전해졌다.

         

       아나이스와 니카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자괴감을 느꼈다. 앞선 행동들은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포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고, 자존심만 버린다면 얼마든지 그들을 막아설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한순간의 머뭇거림 때문에 그들은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떠나 버렸다. 높은 확률로 죽음을 동반하는 전장을 향하여.

         

       그나마 니카는 정치의 중심에 있었던 경험 덕에 이런 선택에 익숙했다. 명분과 실리를 위해 충직한 사람의 희생을 방치하는 것 말이다.

         

       그러나 아나이스는 아니었다. 그녀는 회장직을 맡은 지 3년밖에 되지 않았고, 그나마 더러운 일도 늘 지금까지 부회장이었던 피에르가 맡아왔었다.

         

       “괜찮을 겁니다. 어차피 암살자 놈들이 노리는 건 아까 우리가 본 그 황태자예요. 저분들은 그저 우리를 수색하러 가는 것일 뿐이고요. 다들 무사히 돌아올 겁니다. 우리는 아까 나서지 않았던 게 맞아요.”

         

       니카가 그녀를 위로했지만, 그녀의 귀에는 그의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판단이 옳고 그름은 상관없었다. 그녀는 그런 판단을 무의식적으로 해버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 충직한 집사를…….

       목숨 걸고 나를 따라온 사람인데……유일하게 나를 믿은 사람인데…….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했으면서…….

       전부 말뿐이었던 걸까?

       사실은 그냥 고용인일 뿐이라고 여긴 걸까.

       정작 중요한 순간에 나도 다른 비겁자들처럼…….

       나는……나는…….

         

       그녀는 자신을 지탱해주었던 무언가가 무너져 가는 소리를 들었다.

         

         

       ***

         

         

       이름이라는 것도 시대마다 지방마다 유행을 탄다. 25년 전, 플로랜드 남부에서 남자아이에게 가장 많이 붙여진 이름은 바로 ‘마리오’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부두교에 마리오라는 이름을 가진 플로랜드 출신의 25살의 마도사가 3명이나 있는 것은 상당히 신기한 일이었다.

         

       마리오 던넬론

       마리오 몬투라.

       마리오 알버클.

         

       세 사람의 마리오는 이름, 나이, 고향뿐만 아니라 출신과 배경도 비슷했다. 셋 다 플로랜드 지역 유지의 차남이었으며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시골 생활에 따분함을 느꼈고 여흥 겸해서 마도에 손을 대게 되었다.

         

       그들은 그저 여자를 희롱하고, 하인들을 골려주고, 도박을 더 재밌게 하기 위해 마도사가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계약한 세 마신은 그들의 취향을 높게 평가해주었다. 그들은 몇 번 제사를 치르지 않았는데도 마도사로서 두각을 드러냈고 부두교에 들어올 수 있었다.

         

       부두교 사람들은 그들 셋을 통틀어 마리오 삼 형제라고 불렀다.

         

       마도사로서 그들의 기량은 중간 정도였지만, 부두교 내에서는 사도 바로 아랫급으로 취급되는 제법 높은 위치에 있었다. 셋 다 플로랜드의 유력 가문 출신이라는 것이 크게 작용했다.

         

       마리오 삼 형제라는 이름은 부두교 안에서 그들 세 사람을 반쯤 빈정대는 의미로 붙인 것이었다. 마도의 길은 보통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빠지기 마련인데 부잣집 도련님들이 설치는 게 아니꼽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 셋은 그 별명을 마음에 들어 했다. 그들 세 사람은 성격도, 취향도, 사고방식도 비슷했다. 정말 서로를 형제나 다름없다고 느낄 정도로 죽이 잘 맞았다.

         

       그들에게서 세 마신의 권능을 조합한 흑마법이 탄생한 것은 그런 사정이 크게 작용했다. 그들이 호텔 직원들의 명령 계통을 장악한 마법인 ‘하이브 마인드’도 그들의 합작품 중 하나였다.

         

       그들은 호텔의 경영자를 붙잡고 그의 몸과 그의 도장, 그리고 5천 장의 계약서가 담긴 상자를 매개로 해서 그 마법을 발동시켰다. 그들의 목적은 바로 아나이스 베르그송이 원더스타인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그녀를 납치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들의 목적이 가려지도록 황태자 암살을 크게 부풀리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마법을 펼친 지 1시간이 넘었는데도 목표물은 손에 들어오지 않았다. 게다가 피하고자 했던 ‘교주’가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그들을 향해 오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하이브 마인드는 분명 누구에게도 공개한 적 없는 마법인데…….”

       “마치 모든 걸 다 안다는 듯이 이곳으로 오고 있어!”

       “교주를 너무 얕봤군.”

         

       현재 원더스타인은 중앙통제실을 향해 일직선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를 저지하기 위해 수백 명의 직원도 보냈고 암살자들의 힘도 빌렸지만 모두 그의 손에 제압당하고 말았다.

         

       “어떡하지? 도망칠까?”

       “빈손으로 갔다간 부교주한테 혼날 거야.”

       “그래. 아직 시간은 있어. 광신도들이 지키고 있잖아.”

         

       광신도는 몸에 데볼루트 주사를 주입해 전투용으로 몸을 개조한 부두교의 병사였다. 그들의 신체 능력은 보통 사람의 몇 배는 되었으며, 각자 특기로 삼은 기술도 하나 혹은 두 개씩 달고 있었다. 데볼루트 저항성을 가진 그들이라면 충분히 교주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목표물은 분명 이곳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하이브 마인드에 걸렸어야 하는데…….”

       “설마 교주 쪽에서 먼저…….”

         

       그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중앙통제실의 한쪽 벽이 무너져 내렸다. 마리오 삼 형제는 꽥 하는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엎어졌다.

         

       그들이 둘러앉아 있던 책상 위로 사람만 한 크기의 거대한 팔이 한 짝 떨어져 내렸다. 핑크빛 근육들이 꿈틀대는 이것은 분명 특성으로 ‘무적의 오른팔’을 달았다고 자랑하던 한 광신도의 것이었다.

         

       “야, 이거 반가운 얼굴들이시네요?”

         

       피어오르는 먼지구름 속에서 검은 정장을 입고 검은 망토를 두른 금발의 미남자가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한쪽 팔이 통째로 뜯겨나간 기절한 광신도 한 명이 입에 거품을 문 채 들려 있었다.

         

       “마리오 삼 형제.”

         

       TT3의 첫 번째 챕터인 플로랜드에서 스테이지 보스로 나오는 세 사람을 보며 원더스타인은 서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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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I Became the Leader of the Monster Circus Troupe

괴물서커스단의 단장이 되었다
Score 4.4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The protagonist, a famous YouTuber known for playing the game trilogy “Tril Trilo Trilogy,” finds himself possessing the final boss of the game world. Before the release of the new instalment in the series, he receives an offer from the game’s developer to play a prequel, “Part 0,” which explores events that occurred before the first instalment. Since he is a fan of “Tril Trilo Trilogy,” he eagerly accepts the offer. However, through some twist of fate, he wake ups in the world of “Tril Trilo” in the dreadful body of the final boss of the trilogy, a character named Frank Wonder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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