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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0

       삼자동맹이라는 말에 양쪽 모두 발끈하여 손바닥으로 마루를 내리쳤다.

         

       “지금 그게 무슨 말인가!”

       “삼자동맹이라니, 지금 그게 가당키나 한 것 같은가?!”

         

       참으로 웃긴 작자들이다.

         

       혈교도를 몰아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협력이 중요함을 알면서 동맹이라는 말에 이토록 발끈하다니.

         

       백우진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아내며 짐짓 여유 있는 태도로 입술을 뗐다.

         

       “그거 아십니까? 수휘문과 남궁이 싸우는 동안 안휘성 주민들의 마음이 양쪽 모두를 미워하기 시작했다는 것 말입니다.”

       “크흠…! 그것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일세.”

       “남궁이 곧 안휘고, 안휘가 곧 남궁! 혼란스러운 마음도 전쟁이 끝나면 안정될 터.”

         

       그는 진심으로 궁금했다.

         

       저들이 저렇게 자신감 있게 내뱉을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백우진은 차게 웃으며 맹점을 찔렀다.

         

       “전쟁이 끝나기는 한답니까?”

       “…….”

       “…….”

         

       꿀 먹은 벙어리라도 된 것처럼 입을 굳게 다무는 두 사람.

         

       처음으로 그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보단 정곡을 찔려 입을 꾹 다무는 모습이 낫지 않은가.

         

       그는 생긋 웃으며 다시금 말을 꺼냈다.

         

       “전쟁이 지금보다 길어지면 두 분은 모든 걸 잃게 되실 겁니다.”

         

       심기를 거슬리게 만드는 말투가 두 사람을 자극했다.

         

       “어디서 그따위 망발을…!”

       “감히 누가 본가의 것을 빼앗을 수 있단 말인가!”

         

       흉흉한 기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가 말을 이었다.

         

       “제가 그렇게 만들 것입니다.”

       “뭐라…!”

       “이놈이 정녕…!”

         

       백우진이 체내에 갈무리하고 있던 기운의 일부를 외부로 폭사시켰다.

         

       전신 모공에서 뿜어져 나온 기세가 무관 안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이에 구영균과 남궁학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아, 아니, 무슨 기운이….”

       “새, 새파랗게 젊은 놈이 어찌 이런…?”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백우진의 기세가 훨씬 더 무겁고 깊은 탓이었다.

         

       ‘화, 화경이다.’

       ‘저 어린놈이 벌써 화경에 발을 들이다니…!’

         

       그들의 가슴에 아로새겨진 경각심이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했다.

         

       무력이나 나이를 앞세워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수휘문과 남궁세가도 처음 안휘에 터를 잡았을 때는 작은 문파와 가문에 불과했지요.”

         

       태어날 때부터 다 자란 아이가 없듯, 문파나 가문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은 오대세가라 불리며 정파 무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지만, 그들 또한 영세했던 시절은 분명 존재했다.

         

       “우리 무관도 지금은 초라하기 짝이 없으나, 또 모르지요.”

         

       백우진이 히죽 웃으며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본 뒤, 말을 이었다.

         

       “두 분이 다투는 틈을 타서 본 무관이 남궁세가와 수휘문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거대해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두 분?

         

       사뭇 가벼운 태도로 던진 물음이건만, 그들은 도무지 그것을 가벼이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실제로 그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었다.

         

       무관에서 무술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은 차고 넘쳤으며, 그들의 비호 아래서 장사를 이어가고자 하는 이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그뿐인가?

         

       안휘성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부자들과 백우진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횟수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

         

       물론 지금까지는 자신들에게 오는 이득에 비해 조족지혈에 불과하다지만, 그의 말대로 세상 일은 모르는 법.

         

       이대로 야금야금 자신들의 이득을 빼앗아 간 무관에 이름이 생기고, 무관 대신 문파로 바꾸어 대대적으로 제자를 모집하여 세력을 확대한다면….

         

       “으음…!”

       “커허험!”

         

       최악의 결말을 머릿속으로 그린 그들의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반대로 한층 더 여유로워진 백우진이 느긋한 태도로 그들에게 다시 제안했다.

         

       “저 같으면 전쟁을 빨리 끝내 본 무관이 성장할 시간을 주지 않겠습니다만….”

         

       어쩌시렵니까.

         

       요사스러운 혀가 입을 날름거리는 순간, 그들은 침음성을 삼켜야만 했다.

         

         

       * * *

         

         

       약간의 잡음 끝에 마침내 동맹이 체결되었다.

         

       대화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백우진이라는 중재자가 나타난 덕분인지, 그들은 제 욕심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상 그럴 수 없었다고 보는 게 옳을 터다.

         

       제 고집만 앞세워 반목을 이어가다간 정말 백우진에게 잡아 먹힐지도 모를 일이기에.

         

       목에 가시 하나가 박힌 듯, 불편해진 두 세력은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났다.

         

       수휘문은 무리한 요구를 철회하고 인근 지역의 권리를 남궁세가에서 인정해주는 것으로.

         

       남궁세가는 그 권리를 인정해주는 대신, 무분별한 세력 확장을 금하는 것으로.

         

       수휘문은 전쟁 이후 생존을 위한 조건을 내걸었고, 남궁세가는 안휘 내에서 강력한 적수가 생기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

         

       그리고 백우진에게도 조건이 하나 걸렸다.

         

       전쟁이 끝나면 안휘성을 떠날 것.

         

       말인즉, 그의 잔재가 이 땅에 오래 남지 않도록 하고 싶다는 말이었다.

         

       백우진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어차피 이곳에서 오래 머무를 시간 따위는 없었으니, 사실상 조건이라고 보기에도 어려웠다.

         

       “이제야 좀 제대로 돌아가네.”

         

       동맹을 맺은 뒤, 백우진은 가장 먼저 병력의 배치부터 바꿔버렸다.

         

       서로 반목하는 동안 극도로 허술해져 있던 지역에도 무인들을 배치하여 틈을 메웠다.

         

       그로 인해 혈교도들은 틈을 찾아 파고들 수 없게 되었고, 내부는 더욱 안정되었다.

         

       전쟁으로 인해 안휘를 찾는 손님은 줄었으나, 그들은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마음 편하고 활기차게 밭을 일구고, 장사를 이어 나갔다.

         

       “첫 단추는 잘 끼웠고….”

         

       정확히는 완전히 어긋난 채로 끼워져 있던 단추들을 모조리 떼어서 다시 끼웠다.

         

       안휘를 책임지는 두 세력에 백우진이라는 윤활유가 첨가되어 매끈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

         

       이제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전쟁을 끝낼 때가 됐어.”

         

       몰려든 혈교도들을 전부 무찌르고 전쟁을 끝내는 것.

         

       그리하면 비로소 안휘성도 평화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

         

         

       * * *

         

         

       수백 마리의 전서구가 날아가고, 또 다른 수백 마리의 전서구가 날개를 접고 들어선다.

         

       중원 각지에서 날아드는 전쟁 상황과 첩보들.

         

       사내는 그중에서 붉은 통을 매달고 있는 전서구의 다리에서 서찰을 꺼내어 곧장 교주전으로 올렸다.

         

       급보로 날아든 서찰을 확인한 혈교주가 인상을 굳히자, 한 사내가 물었다.

         

       “교주님, 표정이 어두우십니다. 혹 안 좋은 내용이라도 읽으셨는지요.”

         

       그의 공손한 태도에 혈교주가 손에 쥐고 있던 서찰을 허공섭물로 띄워 그에게 건네주었다.

         

       “직접 읽어보아라.”

         

       서찰을 건네받은 사내가 빠르게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애초에 비둘기의 다리에 매달아야 하는 만큼 많은 내용이 적혀 있지는 않았다.

         

       적혀 있는 것은 단 세 단어뿐.

         

       [백우진, 안휘, 동맹]

         

       그곳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저 세 개의 단어만으로도 그들이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백우진, 그놈이 이번에는 안휘에 들어섰나 봅니다.”

         

       서찰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두 가지다.

         

       백우진이 안휘에 들어섰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이런…, 이간계로 간신히 찢어놓은 안휘의 세력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다니.”

         

       사내가 눈살을 찌푸리자, 혈교주는 이제 이런 일 따위는 익숙한 듯 차게 웃으며 뇌까렸다.

         

       “또 백우진 그놈의 작품일 테지.”

       “…으음.”

         

       사내가 침음성을 흘리자, 혈교주가 그를 향해 말을 꺼냈다.

         

       “일(一).”

       “하명하십시오.”

       “나는 백우진을 죽여야겠다.”

         

       전쟁 전부터 지금까지.

         

       백우진은 혈교에 너무나도 막심한 피해를 입혔다.

         

       하나하나 나열하면 골백번 죽인다 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 정도.

         

       지금까지는 전쟁의 양상을 신경 쓰느라 좀처럼 틈을 내지 못하였으나, 어느 정도 상황이 고착화된 지금, 다시 그의 목을 노리기로 결심했다.

         

       ‘죽여야겠다.’라는 말은 곧 자신에게 그를 죽일 방법을 강구하라는 말과 마찬가지.

         

       이에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마침 놈과 싸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는데, 그들을 보내는 건 어떠신지요.”

       “그들이 누구냐.”

       “육혈귀입니다.”

         

       혈교에서 공들여 키운 여덟 명의 혈귀 중 여섯째.

         

       무력은 다른 형제들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나, 그 누구보다 성가신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이.

         

       혈교주는 의아했다.

         

       오직 제 거처에 틀어박혀 제 하고 싶은 일에만 몰두하던 녀석에게 없던 호승심이라도 생겼단 말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사형의 복수라도 하고 싶다더냐.”

         

       혈교주가 언급한 사형이란 정무학관에서 죽음을 맞이한 삼혈귀 ‘석견’을 말함일 터.

         

       이를 들은 사내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녀석에게 사형제의 정 따위는 없다는 건 교주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허면 이유가 무엇이더냐.”

       “그것이…, 이번에 쓸 만한 것을 얻어 이를 시험해 보고자 한다고 하였습니다.”

       “쓸 만한 것이라….”

         

       그도 궁금해졌다.

         

       웬만해선 거처 밖으로 나오지도 않던 녀석이 대체 무엇을 얻었기에 그러는지.

         

       이에 혈교주가 사내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내렸다.

         

       “육혈귀에게 본 교주의 명을 전하라. 안휘성을 함락시키고, 백우진의 목을 가지고 돌아오라고.”

         

       그날 저녁.

         

       혈교의 본거지에서 거적때기를 뒤집어쓴 한 사내가 길을 나섰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두 편 내로 안휘성 에피소드 마무리 짓고, 짤막한 씬 하나 넣어보도록 하겠읍니다.

    그 주인공은,,, 비밀입니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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