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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0

       

        

        

        

        

        

        

        

        

       -그럼 다음 소식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 다국적 해상 연합훈련인 림팩을 3개월 앞둔 오늘, 대한민국 해군 특수전전단이 미국에서 방문한 TIER 1 특수부대와 대규모 해상 훈련을 시행하고….

        

        

        

       “무슨 소리인지 이해 가시나요?”

        

       “이제 슬슬 들리네.”

        

        

        

        로렌티나가 떠나간 지 며칠, 때마침 TV에서부터 틀어지는 뉴스에서 꽤나 익숙한 이야기가 들린다. 로건이 한국어 공부를 위해 틀어놓은 것이었는데 타이밍이 꽤나 좋았다.

        

        오늘의 집 안은 꽤나 적적했다. 이유는 별 거 아니었고, 하모니와 다이스가 며칠 전 슬슬 본업을 위해 집으로 복귀했기 때문이었다. 다이스야 프로게이머로서의 일이 있기도 하거니와 작년과 달리 성과급 조건이 우수한 후배 양성으로 선회했기 때문에 시간을 내준 게 고마울 따름.

        

        하모니는 본업이 스트리머였기에 그 부분에선 조금 자유로웠지만, 얘도 본업은 다크 존이 아니라 종합게임 스트리머였다. 그렇다고 내 집에서 방송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니긴 했지만…나랑 같이 운동하는 게 너무 힘들다며 런해버렸다. 그건 어쩔 수 없지.

        

        

        아무튼 그리하여 오늘부터, 그리고 앞으로는 상당히 오랫동안 로건만을 식객으로 맞이할 예정이었다. 적어도 로렌티나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아니고, 그 양반은 최소 4개월 이상 한국에서 체류할 터였으니 로건은 적당히 놀다가 귀국하거나 할 예정이라나.

        

        그래도 딱히 문제는 없었던 것이, 선임이라고는 해도 과거 센트럴 파크 HQ가 인력과 장비, 부지 부족으로 허덕일 때 몇 개월 정도 같은 방을 쓴 적이 있었다 – 당시 로렌티나는 레이피어를 룸메이트로 두었고 – . 그래서 어색할 일도 없었고.

        

        

        

       “이럴 줄 알았으면 옛날에 한국어를 배워둘 걸 그랬나.”

        

       “그땐 제가 영어를 배우는 게 훨씬 빨랐으니까요.”

        

       “그 말이 맞긴 하지, 망할.”

        

        

        

        한국어는 꽤나 배우기 어려운 언어가 맞았다. 적어도 델타 출신이라 언어 습득 속도가 남들보다 훨씬 빠른 로건마저도 2주간 꽤나 끙끙대는 걸 보아하니 실로 그랬다.

        

        그래도 나와 하루종일 프리 토킹 및 문법 공부를 하니 이 사람의 한국어 실력은 쑥쑥 자라난다. 고작 2주 정도만에 일반 뉴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얼추 알아듣는다는 점부터 그러했다. 더군다나 나 역시 영어가 가능했으니 어려운 부분은 내가 설명해주면 그만이었고. 혹은 번역기를 쓰든가.

        

        그리하여 이제는 한국어로 나오는 뉴스를 보면서도 대략적인 대화가 가능했다.

        

        물론 영어로.

        

        

        

       “연합훈련이라. 딱히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궁금하긴 하네.”

        

       “델타도 자위대 특수작전군이랑 간간히 교류하지 않나요?”

        

       “그건 어린애 소꿉장난이지. 애초에 알파 스쿼드론급 애들은 해외에 나가지도 못해. 목적성을 띠고 나가는 거라면…요컨대 작전 때문에 가는 거라면 모를까.”

        

       “생각해보니 그건 그렇긴 하네요.”

        

        

        

        알파 스쿼드론.

        

        DEVGRU의 골드 스쿼드론처럼 더 유닛 – 정식 명칭은 물론 1st SAG이다 – 에서도 최정예 중의 최정예만 모아놓은 곳. 내 방송에도 몇 번 얼굴을 비춘 오웬스 선임관이 바로 알파 스쿼드론 소속 타격팀 ‘붉은 오른손’의 작전팀장이다.

        

        아무튼 과거에 흘려들었던 것 같은 기억들이 조금씩 돌아온다. 이 사람들은 한 명이라도 변절하거나 정보를 흘릴 시 미국이 입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니, 그냥 외국과 교류하는 것 자체를 막아놓는다고 했나. 그런 것치곤 같이 인커젼 미션도 하긴 했지만.

        

        어차피 게임이니 오히려 속이기 편해서 봐주는 것일지도 모르긴 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긴다는 말도 있었으니.

        

        

        좌우지간 대화는 계속된다.

        

        

        

       “작전구역으로 5만 톤급 유조선을 고른 걸 보니 이번에는 아주 작정하고 나온 것 같은데.”

        

       “보통 저만한 배에 VBSS 작전을 시행하는 경우가 별로 없긴 하니까…그러네요. UDT 분들에게도 엄청나게 좋은 경험이 되겠어요.”

        

       “흠.”

        

        

        

        그러더니 갑작스럽게 이어지는 질문.

        

        

        

       “아무래도 너 때문인 것 같다.”

        

       “갑자기요?”

        

       “그 시계.”

        

        

        

        로건의 손가락이 내 왼손 손목을 가리킨다.

        

        아 하고 이해의 탄성을 터뜨리는 사이 그녀가 말을 덧붙인다.

        

        

        

       “네가 미국에 전해준 게 한두 가지도 아니고, 싱크탱크의 존재까지도 감안하면…일단 하퍼 전 국방장관이랑 그 너구리 상원의원의 입김도 들어갔을 거고, 이것저것 제반 상황을 따져보면, 이게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겠지.”

        

       “어쩌다보니 미국이 생각하는 한국의 중요성이 좀 높아졌나보군요.”

        

       “그럴지도 모르지. 원래 정치인들이란 빚을 지워놓으면 목에 목줄이라도 걸린 것마냥 켁켁대는 사람들이니…오히려 저쪽 입장에서는 아직도 네게 줄 거스름돈이 한참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걸.”

        

       “아이구.”

        

        

        

        과연 그러려나.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럴 바엔 차라리 온갖 혜택을 주면서 나를 제2의 고향이기도 한 미국에 매어두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 싶긴 했지만, 뭐어. 그건 어디까지나 내 의사니까.

        

        한편, 그것과는 별개로. 로건은 이제는 지루하다는 듯 TV를 꺼버린 뒤 덧붙였다.

        

        

        

       “됐어. 알아서 하겠지. 로렌티나 그 놈이 훈련을 말아먹을 일은 없을 거고…DEVGRU만 파는 놈들이 한국에 상어 마스크가 떴다고 벌써부터 난리부리는 게 눈에 선하네.”

        

       “그거 대한민국에서도 똑같아요.”

        

       “하, 그 꼴통이 뭐가 그리 좋다고….”

        

        

        

        어처구니없단 듯 헛웃음을 터뜨린 그녀가 덧붙였다.

        

        

        

       “그래서. 오늘 스케줄은?”

        

       “무슨 일 있으신가요?”

        

       “틀어박혀서 한국어 공부만 하니 지루한데. 나가서 농구라도 한 판 하고 저녁이나 먹고 들어올 생각이 있다고 순순히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으엑.”

        

       “선임 말에 대꾸하면 안 되지.”

        

        

        

        그렇게 신나게 헤드락에 걸렸다.

        

        어쩔 수 없긴 했다. 로건이야 원래도 활동적인 양반이고, 딱히 일이 없으면 농구할 사람 없냐며 아무나 붙잡고 다니던 양반이었으니까. 이 사람이 해먹은 농구 골대만 20개가 넘는다. 물론 나는 9개 정도 해먹었다. 덩크슛을 참기는 좀 어렵더라.

        

        좌우지간, MBTI의 앞글자가 분명히 E로 시작할 로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은 다양했지만…기껏 한국까지 왔으니, 그래도 서울을 좀 돌아다녀보는 게 낫지 않을까. 때마침 시간도 오후 4시 즈음, 외부를 돌아다니다 저녁을 먹기엔 꽤나 적당한 타이밍이었다.

        

        재빨리 관련 공지를 작성한 뒤 덧붙였다.

        

        

        

       “그럼 오늘 저녁은 나가서 먹죠.”

        

       “이 근방?”

        

       “아뇨.”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홀로그램.

        

        큼지막한 남산 타워의 전경이 우리를 반겼다.

        

        

        

       “서울 투어 한 번 어때요?”

        

        

        

        물론 거절은 없었다.

        

        

        

        

        

        

        

        

        

        

        

        

        

        

        

        

        

        

        

        

        

        

       “270m라, 생각보다 와일드한 걸 기대하고 왔는데 말 그대로 몸풀기 수준이구만.”

        

       “오리걸음이나 뜀뛰기, 아니면 부상자 운반 느낌으로 올라가면 꽤나 하드 트레이닝이 되지 않을지?”

        

       “잘 말했네. 네가 날 업고 등산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나?”

        

       “으악….”

        

        

        

        집으로부터 남쪽으로 대략 6km 가량 떨어진 남산, 그 유명한 서울타워가 있는 곳.

        

        오후 4시 10분 즈음에 출발한 나와 로건은 대략 5시 반 즈음에 큰 문제 없이 남산 산책로 초입에 발을 디뎠다. 조금씩 지는 해와 봄을 맞아 조금씩 움트는 싹들, 그리고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산책하는 사람들까지.

        

        주변을 휙휙 둘러보던 그녀가 인근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일부러 걸어가자고 한 거지?”

        

       “…아, 그건 진짜 아니에요. 저도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다고요.”

        

       “한 나라의 수도에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다는 게 네 유언이냐?”

        

        

        

        그 말대로.

        

        지금도 나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로건…그리고 나는 이 지점까지 오는 동안 상당히 많은 애로사항을 겪어야만 했다. 구체적으로는 독립문을 시작으로 서울의 중심에 막 들어섰을 때부터 슬슬 낌새가 이상해지기 시작하더니, 서대문역 즈음부터는…어으.

        

        게다가 마스크랑 모자 같은 걸 쓰면 팬들만 알아볼 수 있는 현실의 인플루언서들과 나와 로건이 같은 경우일 리가 없었다. 나는 무지막지하게 긴 꼬리 때문에, 그리고 로건은 염색으로는 도저히 안 나올 것 같은 백색 머리카락과 곰 귀 때문에 들켰다.

        

        곰 귀까지 덮는 모자를 쓰는 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소리였고.

        

        그리하여 어떻게 되었냐 하니,

        

        

        

       “와, 유진이다!”

        

       “아, 안녕하세요!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실 수 있으실까요?”

        

        

        

        대략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그것도 꽤 많이.

        

        급하게 근처 문구점에 들어가 펜을 두 개 사서 로건에게 하나 건넸다. 그리하여 20초마다 한두 번씩 사인지 혹은 메모지에 사인을 하며 남산으로 향했고, 5시가 훌쩍 넘은 시점에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아마 사진도 같이 찍어줬다면 6시가 넘어서야 남산에 도착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등반은 실로 편했다. 주변에 사람이 없으니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나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산이 그닥 높지조차 않아서 순식간에 주파해버렸다는 부분 정도.

        

        

        

       “참고로 편하게 올라올 수 있도록 버스도 다녀요.”

        

       “내려올 때도 걸어서 내려와야겠구만.”

        

       “하하.”

        

        

        

        이래서야 저녁은 편하게 먹을 수 있으려나.

        

        아무튼 그렇게 계속해서 올라가다보니 아스팔트가 깔린 길이 나타났다. 성곽을 끼고 조금 더 걸어올라가자 사람으로 북적거리는 정상, 그리고 서울 전경을 볼 수 있는 발코니 비스무리한 공간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슬슬 저녁 시간이었기에 절경 아닌 절경이 펼쳐졌다. 어슴푸레한 보랏빛과 아직 완전히 저물지 않은 석양, 그리고 하늘이 아닌 땅에서 반짝거리는 서울의 불빛이 합쳐진 덕에 도심임에도 불구하고 상쾌하고 아름다운 전경이 눈을 가득히 감쌌다.

        

        좌측으로 저물어가는 태양을 보며 로건이 한 마디 던졌다.

        

        

        

       “볼 만하네.”

        

       “참 로건 선임다운 평가네요.”

        

        

        

        그제야 들어오는 주변의 모습.

        

        캐리커처를 그려주는 사람들, 조명이 켜진 덕에 반짝거리는 팔각정,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사람도 있었고, 그냥 단순히 놀러온 사람들로도 북적북적했다. 전망대 입구 인근에서 서성이며 돌아다니고 있자니 로건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유진, 여기 무슨 자물쇠가 이렇게….”

        

       “아, 맹세의 열쇠 철망이네요. 연인들이 주로 채운다더라고요. 일정 시간이 되면 수거한다고는 들은 것 같은데.”

        

       “인상적이군.”

        

        

        

        실로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이었다.

        

        한편 그런 내 말을 즉각 뒷받침하려는 듯, 그 근방에서 머물던 와중 갑작스럽게 뒤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일인가 하여 고개를 돌려보니 한 쌍의 커플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며 혹시 자물쇠에 사인을 해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네임펜을 꺼내들어 각자의 서명을 자물쇠에 슥슥.

        

        

        

       “근데 어째 자물쇠가 두 개네요. 원래 한 쌍당 하나씩 사는 거 아닌가?”

        

       “아, 하나는 저기 걸어두려고 샀는데, 두 분 보자마자 사인용으로 하나 더 샀습니다.”

        

       “아하.”

        

        

        

        그러더니 이어지는 말.

        

        

        

       “그, 얼마 전에 하신 신체능력측정 재밌게 봤어요. 그래서…어, 굉장히 실례되는 질문일 것 같긴 한데. 혹시 맨손으로도 자물쇠를 여실 수 있으신지…?”

        

       “크게 어려울 것 없죠.”

        

       “세상에.”

        

        

        

        물론 당시에는 신발에 티타늄 철판을 박아놓았던 터라 자물쇠를 발로 밀어차 부수는 경우가 많긴 했지만, 가끔씩 U-락과 같은 자전거 자물쇠 이상으로 거대한 것들이 가끔씩 존재할 때면 양손으로 비틀어 부순 적도 많았다.

        

        하물며 엄지손가락만하거나 그것보다 조금 더 큰 자물쇠라면야, 글쎄다….

        

        

        

       “자물쇠 중앙은 불가능해도, 고리 부분 정도라면 아마 딱밤으로도 부술 수 있지 않을까….”

        

       “어우….”

        

       “자신 있어, 막내?”

        

       “안 해보면 모르는 거죠.”

        

        

        

        그리하여 갑작스럽게 시작된 내기.

        

        손가락으로 자물쇠의 고리를 부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 토론이 십수 초 정도 이어졌고, 그 결과 우리는 원만하게 해당 커플 분에게 사인까지 받은 자물쇠를 인계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 나와 로건을 알아본 사람들까지 모임에 따라, 어느샌가 우리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지 몰라 서로 뭔 일이냐며 물어보기도 잠시, 다들 어처구니없단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내기를 지켜보기 바빴다.

        

        혹시나 손가락이 나가면 안 되었으니, 아무도 모르게 이카루스 기어를 조작해 나와 로건에게 반작용을 상쇄할 정도로만 약하게 실드를 씌웠다. 손톱이 부서지는 건 좀 곤란했으니까.

        

        때마침 짧게 방송도 켰겠다, 가위바위보를 통해 순서를 결정했다.

        

        그리고 로건이 이겼다.

        

        

        

       “제가 부수겠네요.”

        

       “막내가 나설 기회는 없을 걸.”

        

        

        

       -얘넨 남산가서 뭐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즈기요 그 자물쇠는 부수는게 아니라 채우라고 있는 건데??????????

       -환장하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사람이 딱밤으로 자물쇠를 부숨ㅋㅋㅋㅋㅋㅋ어…?

       -미친련들아 제발 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건은 자신이 이걸 완전히 작살내버릴 거라고 생각하는 듯,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가운뎃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자물쇠는 내가 들었다. 한 손으로는 고리 위를 잡았고, 다른 손으로는 자물쇠 아래를 붙잡아 최대한 밀려나지 않게끔 한 것이었다.

        

        그리고 몇 초나 지났을까,

        

        

        

       ───카아앙!

        

        

        

        딱밤에서는 나면 안 되는 경악스러운 소리가 터져나왔다.

        

        한순간 팔이 뒤로 밀릴 정도의 압박 이후 조심스럽게 자물쇠를 들어보니-

        

        

        

       “…에?”

        

       “좀 약했나, 아깝네.”

        

        

        

        자물쇠 본체가 조금 비틀렸고, 고리는 말 그대로 찢어지기 일보 직전까지 간 상태.

        

        물론 다음은 내 차례였고, 그 다음으로 이어진 딱밤은 고리를 뜯어버린 것도 모자라 뒤에서 백팩으로 파편이 튀는 걸 방지하고 있던 한 분의 가방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살살 때릴 걸 그랬어.”

        

       “아깝네요. 조금 더 얇은 거였으면 한 방에 박살났을 것 같긴 한데.”

        

        

        

       -팩트)저게 남산에서 파는 것 중 가장 두꺼운 편에 속한다

       -무슨 손가락으로 자물쇠를 부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돌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겜에서 사람을 딱밤으로 죽이더니 이젠 자물쇠를 까버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치고 팔짝 뛰겠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손상된 가방은 그 자리에서 수선 혹은 재구입 비용을 지불해주-겠다고 했으나, 가방에 파편이 박힌 분은 그걸 사진까지 찍는 것도 모자라서 파편을 가져가도 되냐며 역으로 질문까지 했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닐까요?”

        

       “그렇겠지.”

        

        

        

        조금 방법이 이상하긴 했지만, 모두가 만족해하니 큰 문제는 없는 걸로 하자.

        

        남산에서의 저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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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I Have Returned, but I Cannot Lay down My Gun

귀환했지만, 총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Score 4.1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Just the fact that I came back couldn’t be the end of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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