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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0

        나는 내 앞에 부복한 ‘가축’들을 바라보며 자예에게 물었다.

       

        “네가 보기엔 어떠하더냐? 쓸 만해 보이더냐?”

       

        내 질문에, 자예는 망설임 없이 저들을 평가했다.

       

        “일말의 재고도 없습니다. 도축해 고기로 써먹는 것 이외엔 쓸모가 없습니다.”

       

        “…….”

       

        평가가 박하군.

        그것 때문에 자예에게 물어본 것이었지만, 역시나 평가가 너무 박하다.

        그리고 자예의 평가가 저렇게 박한 이유는, 어디까지나 평가의 기준이 나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눈이 높아졌다고나 할까…….

       

        “그나마 이 녀석은 잡일이라도 쓸 만하겠군요.”

       

        자예가 가장 앞에 서 있는 짐승을 가리킨다.

        온몸에 식물 줄기가 자라나 온몸을 갑옷처럼 뒤덮고 있는, 인간들이 ‘고릴라’라고 부르는 짐승의 형태를 가진 녀석이었다.

       

        여기 있는 짐승들은 전부 무정란의 힘을 버텨 내지 못 했다.

        그렇기에 본래의 육신을 버리고, 무정란의 힘을 버텨 낼 수 있는 ‘식물형’의 육체를 새롭게 만들어냈다.

       

        반면에 이 녀석은 무정란의 힘을 버텨 냈다.

        육신의 절반 이상을 식물 조직에 침범당했으나, 엄연히 ‘동물’의 육신으로 헤니시아의 힘을 이겨 낸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로, 이 녀석은 다른 가축들에 비해 더 강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크우웅!!

       

        어느새 가축들의 우두머리가 된 녀석이 나에게 고개를 숙인다.

        녀석의 몸을 갑옷처럼 뒤덮은 식물 조직에서 파릇파릇한 잎사귀들이 팔랑거렸다.

       

        “어쨌든, 이것으로 준비는 끝났구나.”

       

        “네.”

       

        내 말에 자예가 고개를 끄덕였다.

       

        헤니시아의 무정란을 이용해 짐승들을 끌어모으고, 그들에게 무정란을 먹여 힘을 준 것.

        그것은 모두 이번 3일간의 ‘유흥’을 위해서였으니…….

       

        “자! 캠핑을 시작하자꾸나!”

       

        “네!”

       

        = 명령! 수행!

       

        드디어 나는 본격적인 ‘캠핑’에 들어갔다.

       

       

        *            *            *

       

       

        드래곤에겐 ‘캠핑’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우리 드래곤만이 아니라 어지간한 생물에겐 ‘캠핑’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일정한 거주지를 짓는 생물체는, 굳이 잘 존재하는 자기 둥지와 영역을 두고 다른 곳에서 밤을 샐 이유가 없고.

        거주지 없이 떠돌아다니는 생물체들은 애초에 둥지를 짓지 않으니 ‘캠핑’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 역시 캠핑을 한 적은 별로 없었다.

       

        ‘애초에…… 그것들을 캠핑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나도 잘 모르는 것들이니,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

        전생에 인간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인간보다도 인간에 대해 모르니까.

       

        어쨌든, 내가 ‘캠핑’을 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즉흥적으로 떠올린 것에 가깝다.

        인터넷에서 ‘캠핑 브이로그 동영상’이라는 것을 본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고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처럼 행동해 보는 것이 제일 좋은 법이지.’

       

        하지만 내가 ‘캠핑’을 해 본 적이 없는 게 문제였다.

        아까 말했듯, 드래곤인 나는 ‘캠핑’이라는 것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내가 ‘캠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우주 공간에서도 맨몸으로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이 나인데, 그런 내가 과연 캠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이유들로 인해, 나는 ‘캠핑’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기회가 생겼고, 나는 한번 캠핑을 해 보기로 한 것이다.

       

        “우선, 캠핑장 건설은 끝난 것 같구나.”

       

        나는 내 권속들이 만든 캠핑장(?)을 바라보았다.

        인간들의 캠핑장에선, 보통 ‘텐트(천막)’이라는 물품을 임시 둥지로 사용하지만 내 권속들은 내 캠핑장에 얼음과 나무, 돌 따위를 사용해 번듯한 건물을 지어놓았다.

        음…… 어차피 같은 ‘둥지’니까, 딱히 상관없겠지?

       

        “캠핑장 관리 인원도 저 정도라면 충분하겠고…….”

       

        인간들은 ‘캠핑장’이라는 공간을 정해 두고, 그곳에서만 캠핑을 즐겼다.

        아마도 캠핑을 하는 인원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인간은 무리 생활하는 동물이니, 자기 보금자리가 아닌 곳에서 ‘캠핑’을 할 때에도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 특정 지역에 모이는 것이겠지.

       

        ‘그런 것이라면, 애초에 캠핑하지 않으면 될 것 같지만…….’

       

        뭐, 인간들도 나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니, 그 반대의 상황도 충분히 일어나는 것이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내가 불러 모은 저 가축들은 이제부터 내가 만든 ‘캠핑장’을 관리하는 이들이 될 것이다.

        캠핑장의 안전을 확인하고, 건물을 손보고, 때때로 식량을 사냥하고,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 말이다.

       

        = 기사님. 그런데 저 짐승들요, 어딜 봐서 ‘가축’입니까?

       

        = 몰랐냐? 우리 주인님은 ‘길들여진 짐승’은 전부 ‘가축’이라고 부르셔.

       

        = ……그거 아닌 것 같은데요?

       

        = 그런데 틀린 소리는 아니잖아?

       

        = ……그런가?

       

        뒤에서 내 권속들이 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별문제가 있는 소리는 아니라서 무시했다.

        길들인 동물을 ‘가축’이라고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부른단 말인가?

       

        “둥지와 관리 인원을 구했으니…… 다음은 식수원인가?”

       

        이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헤니시아가 남긴 무정란 하나에 구멍을 뚫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내 영역에서 자라나던 ‘식물’의 씨앗을 구멍 속에 집어넣었고, 곧바로 그 알을 땅속에 묻도록 시켰다.

       

        드드드드드드드드-!!

       

        콰아아아앙!!

       

        헤니시아의 힘을 듬뿍 먹은 씨앗이 순식간에 자라났다.

        파릇파릇한 생명력을 뽐내는 나무를 바라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역시 헤니시아의 알이다.”

       

        뭐, 단순히 식물을 빠르게 자라도록 만드는 것이라면, 나 역시 가능하다.

        다만 나의 경우에는 ‘용금’과 그 용금 속에 녹아 있는 ‘멸천’의 힘으로 대상을 ‘변질’시키는 것에 가깝다.

        ‘막대한 에너지를 주입해 급속 성장’시킨다기보다는, ‘빠르게 성장하도록 변질’시키는 것에 더 가깝다는 소리다.

       

        내 힘이 후자라면, 헤니시아의 힘은 전자에 가깝다.

        게다가 헤니시아의 힘은 단순히 식물이 빠르게 자라도록 만들지만도 않았다.

       

        스스스스스…….

       

        = 오! 이거, 물 나무 아닙니까?

       

        = 우리가 알던 워터 트리가 아닌데?

       

        = 이 고덴테, 이 토양과 기후에 알맞게 진화했는데요?

       

        = ……야. 명칭 통일은 좀 해라.

       

        내 권속들의 대화대로, 헤니시아의 힘은 씨앗을 급속도로 자라도록 만들었을 뿐만이 아니었다.

        이 ‘시베리아’라는 지역에 알맞도록 품종개량까지 해준 것이다.

        나는 절대로 못 하는 일이다.

       

        나는 여러 가지에서 각각 ‘냉수’, ‘온수’를 흘려보내는 거대한 나무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것으로 ‘수원 문제’도 해결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캠프장을 완성했다고 해도…….”

       

        그렇게 중얼거리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둥지도, 관리 인원도, 수원 문제도 해결되었다.

        장소도 괜찮고, 식량이야 원래 캠프장을 찾는 이들이 알아서 들고 오는 것이다.

       

        하나하나 따져 보면 나는 인간들이 말하는 ‘캠프장의 조건’을 최소한이나마 만족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뭔가가 부족한 느낌이구나.”

       

        뭘까? 도대체 뭐가 부족한 것일까?

        알 수 없는 이유에, 나는 턱을 문지르며 고민에 잠겼다.

       

        “주인님? 식사를 준비하도록 할까요?”

       

        “음? 아아…… 그러고 보니 슬슬 식사 시간인가?”

       

        시간을 확인해 보니, 어느새 저녁이 다 되어갔다.

        분명히 이 세계의 인간들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3끼를 먹었지?

       

        내 권속들은 인간보다 잠을 적게 자기에 보통 하루에 4끼를 먹는다.

        그래도 밥을 먹는 간격은 비슷비슷했기에, 인간들이 저녁 식사할 시간에 내 권속들도 식사할 시간이 된 것이다.

       

        “식사 하거라. 경계는…… 저 가축들에게 맡기면 되겠지.”

       

        “네. 그렇게 지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내 명령에 일하던 권속들이 일제히 식사하기 위해 움직였다.

        나를 따라온 요리사들이 커다란 모닥불 앞에서 요리용 철판과 식탁을 준비하고, 그 위로 천막이 쳐졌다.

        권속들은 각자 임시 식당으로 향해, 요리사들에게 주문한 요리를 먹기 시작…….

       

        “아!”

       

        그 순간 나는 무엇이 부족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내가 만들어낸 캠핑장에 부족한 것은…….

       

        “캠프파이어와 취사장이 없었구나!”

       

        인간들의 캠핑장에는 특이하게도 ‘불을 피울 자리’와 ‘요리할 수 있는 자리’가 따로 구분되어 있었다.

        내 시선에서는 쓸데없이 불편한 것으로 보였으나, 어쨌든 인간들이 그렇게 만든 것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내가 이 캠핑장에서 허전함을 느낀 이유도 그 ‘취사장’과 ‘캠프파이어’의 부재 때문일 것이다.

        특히나 중요한 것은 바로 ‘캠프파이어’다!

       

        “이름에 ‘캠프’가 들어가는데…… 중요하지 않을 리가 없지.”

       

        내가 관찰한 모든 ‘캠핑장 영상’에서 ‘캠프파이어’가 안 나오는 영상이 거의 없었다.

        캠프파이어가 나오지 않는 영상도 ‘그냥 영상에만 안 나왔을 뿐’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 외엔 우천과 같은 특수한 상황 때문에 안 나온 경우였다.

        즉, 취사장은 몰라도 캠프파이어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캠프파이어라면 좋은 것이 있지.”

       

        나는 즉시 공간을 찢었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서, 나의 본체가 머리를 쑥 내민다.

       

        = 주, 주인님?!

       

        = 쿨럭쿨럭!

       

        “신님! 경배!”

       

        “푸우우웁?!”

       

        깨개갱?!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내 본체에 권속들과 가축들이 놀라기는 했으나, 나와 본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본체에게 말했다.

       

        “부탁하마.”

       

        = 그러지.

       

        나는 헤니시아의 무정란에 씨앗을 떨어뜨리고, 그것을 땅 심었다.

        그리고 그곳을 지정했다.

        그러자 캠프파이어가 위치할 장소를 향해, 내 본체가 불을 내뿜었다.

       

        화르르르륵!!

       

        내 ‘용의 힘’이 일부 담겨 있는 ‘불의 숨결’이 쏘아졌고, 그 순간 땅이 갈라지며 나무 한 그루가 자라났다.

        그리고 그 나무에 내 본체의 ‘브레스’가 닿았고…….

       

        퍼어어어어엉!!

       

        화르르르르륵!!

       

        나무가 순식간에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 그럼 난 이만.

       

        “그래.”

       

        나는 돌아가는 본체의 머리를 배웅한 후, 흐뭇하게 내 캠핑장의 ‘캠프파이어’를 바라보았다.

        보통이라면 내 본체의 ‘초약체 브레스’를 맞은 순간, 저 나무는 순식간에 재가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저 나무는 무려 헤니시아의 힘으로 자라난 나무다.

        게다가 저 나무는 애초부터 ‘불을 먹는 나무’라는 이명으로 불렸던 나무다.

        실제로 마그마에 뿌리를 내리는 나무고 말이다.

       

        내 브레스와 그 브레스를 흡수하는 나무의 능력.

        그리고 내 브레스에 순식간에 타오르는 부분과, 그 부분을 순식간에 재생시키는 나무의 재생력.

        이 모든 것들이 합쳐지면…….

       

        “오랫동안 타오르는 캠프파이어의 완성이구나.”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캠프장이 완성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중간에 일이 생겨서, 많이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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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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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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