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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0

       그 후의 일은 그저 작업에 불과했다.

       

       잠입을 하여 살수처럼 움직일 때에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일은 들키지 않는 것이다.

       

       이 대전제를 넘어설 수 있다면 그밖에 여러 일들은 그저 부차적인 것이 되기 마련이지.

       

       지금 같은 경우 빙궁에 머무르던 멍청이들은 본인의 흔적조차 따라잡지 못했다.

       

       화경의 무인 둘을 잠재우는 그 순간까지 자그마한 이상을 눈치 챈 자가 하나도 없었으니.

       

       오죽하면 본인의 방송을 보는 이들이 짜고 치는 거 아니냐는 실없는 소리를 내뱉을 지경이었다.

       

       이쯤 되었으면 잠입에 대한 강의는 충분히 해주었다 판단한 나는 점차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크게 한 일은 없었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바늘을 던져댔을 뿐.

       

       허나 이 곳에 머무는 멍청이들을 상대하는 데에는 그것이면 족했다.

       

       저들의 얼굴이 하나 둘 눈더미에 파묻히고 머잖아 대지 위에 서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다.

       

       – ㅇㅇ님이 1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내 돈 가져가!]

       

       – 화령조아님이 50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자그마한 긴장감도 없었다.]

       

       – 무알못님이 2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이렇게 잠입액션을 잘하시는 분이 평소에는 왜 그냥 다 때려 부수고 다니시죠.]

       

       “본인이 정문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막을 수 있는 이가 없는데 무얼 하러 숨어서 다니겠느냐.”

       

       이번 같은 경우에도 이 정신 나간 녀석들과 길게 말을 섞고 싶지 않아 대충 처리를 했을 뿐.

       

       그게 아니었더라면 굳이 이런 수고를 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 이야기를 하며 빙궁 건물 바깥으로 나온 나는 눈으로 가득한 정원을 지나쳐 정문을 열었다.

       

       “끝났느냐?”

       “끝났지.”

       

       이제 더 이상 이 곳에 제 발로 서 있는 자는 존재치 아니한다.

       

       “그래서 찾던 것이 어디에 있는지는 들었고?”

       “이제부터 들을 것이다.”

       

       바루를 데리고서 향한 곳은 맨 처음 내가 화경의 무인을 쓰러트렸던 곳이었다.

       

       책상에 얼굴을 박고서 길고도 긴 수면을 취하는 녀석을 점혈해 일으켰다.

       

       느릿하게 일어난 녀석은 나와 바루를 눈에 담고는 재빠르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녀석이 몸을 일으키기 전에 팔과 다리의 힘줄을 끊어두었으니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가 없을 터.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고갤 들어 우리를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당혹에 물들었던 눈동자가 상황을 파악한 후에 증오로 물든다.

       

       “무림맹에서 보냈나?! 정통을 제 편한 대로 재단하는 빌어먹을 것들 같으니! 진보란 다른 것을 받아들이며 이루어지는 것이거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대도 하늘의 뜻을 받들어.”

       “닥치거라.”

       

       살의로 저를 짓눌러 입을 틀어막았다.

       

       조용하게 처리를 하길 잘했구나. 이 놈들이 하는 헛소리를 듣고 있었다간 이 손에 쓰잘데기 없는 피를 묻힐 게 분명했으니.

       

       “그대에게 허락된 단어는 내가 묻는 것에 대한 대답이다.”

       

       창백해진 얼굴로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눈동자에는 적의가 그대로 묻어나있다.

       

       내가 무얼 묻더라도 대답할 것 같느냐는 듯 반항적인 눈빛.

       

       허나 저것도 오래가지는 못할 터였다.

       

       녀석의 손목에 있는 혈백을 붙잡는다.

       

       그리고서 이 녀석의 몸을 살펴보면 그 안에 아른거리는 신교의 무공이 지닌 특유의 내기가 엿보인다.

       

       여태까지 키워온 내공을 먹이삼아 저를 키우고 있는 것인가.

       

       참으로 정신 나간 작자로구나.

       

       천마신공이 아니라 할 지언정 모든 마공은 본인의 아래에 굴복할 지어니.

       

       이 자가 지닌 내기도 마찬가지였다.

       

       짓누른 손목의 너머로 명을 내린다.

       

       제멋대로 날뛰라고.

       

       먹이를 먹으며 날뛸 순간만을 살피던 녀석은 내 명령에 환호성을 내뱉으며 이 놈의 몸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마공의 폭주를 강제적으로 일으킨 것이다.

       

       극심한 통증 속에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꺽꺽대는 녀석을 가만 구경하던 나는 이내 그를 멈추었다.

       

       “…당신은 도대체?”

       

       간신히 고통 속에서 빠져나온 놈의 얼굴에 당혹과 공포가 서린다.

       

       “물으마. 신교의 서적은 어디에 보관하고 있지?”

       “신교에서 오신 분이셨습니까? 미리 말씀을 해주셨…”

       “답하라.”

       

       방금 전의 일로 본인이 신교의 사람이라 확신한 듯 남자는 어색한 웃음과 함께 내 물음에 답했다.

       

       “지하에 서고가 있기에 그 곳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신교의 분께서 보시기엔 허접한 것들 뿐이겠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녀석들만 모아둔 것입니다. 부디 보시고 그 중에 가치있는 것을 가져가시지요. 그리고 저희에게 가르침을…”

       

       지하에 서고가 있기에 그 곳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인가.

       

       허어. 이런 줄 알았다면 물을 필요도 없었을 터이거늘. 괜히 이 녀석을 깨워 기분만 나빠졌구나.

       

       들을 것을 모두 들었다 판단한 나는 재차 마공의 내기에 날뛰라는 명을 내리고서 등을 돌렸다.

       

       오랜만에 살펴보는 빙궁이지만 이 안의 길을 걷다 보면 여러 군데에서 기시감이 들었다.

       

       과거 한 장소에 하루를 묵으면 오래 머물렀다 하던 시절에 한 달을 넘게 있었던 곳이라 그런 것일까.

       

       흐릿한 기억을 따라 아래로 또 다시 아래로 향하다 보니 자물쇠가 굳건히 물고 있는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 차갑디 차가운 백색이었던 것이 퇴색되어 회색으로 물들었구나.

       

       슬며시 쥐는 것으로 자물쇠를 부순 나는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밟았다.

       

       그러다 보니 머잖아 빙궁의 서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 빙궁의 아해가 몰래 들여 주었을 적에는 빙궁이라는 가문의 역사가 그대로 담겨 있었던 곳이다만 지금은 그렇지 않구나.

       

       빙궁의 서적은 이미 누군가가 다 가져간 지 오래고 이 곳에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멍청이들이 가져다 놓은 신교의 흔적 뿐.

       

       “이제부터는 좀 지루한 일을 해야 할 것 같구나.”

       

       이 서적들을 뒤지며 본인이 바라던 것이 있는지를 찾아봐야 하는지라.

       

       신교의 천마였던 입장에서 이런 말을 하면 어떨까 싶다만 본인은 신교의 서적을 거의 읽지 않았다.

       

       신교가 다시금 세워졌을 무렵 과거의 기억 대부분이 불타 없어진 지 오래라는 것도 이유고.

       

       설령 남아있는 게 있을지라도 당시의 본인은 신교에 환멸을 느끼던 중이었던지라 자그마한 관심도 보탠 적 없단 것도 이유다.

       

       상황이 이러하니 당연하게도 본인은 신교의 서적에 관해 아는 바가 없다시피하다.

       

       그러니 바라는 것을 찾아내기 위해선 하나하나를 뒤져보아야 하겠지.

       

       “그렇다면 일을 끝마치면 깨우도록 하거라.”

       

       그리 이야기를 했더니 바루가 냉큼 여우의 형상을 취하더니 서고 안에 있는 탁자 위에 똬리를 틀었다.

       

       언제 어디가 되었든 간에 바란다면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게냐. 놀라운 능력이로구나. 나도 모르게 감탄을 해버렸어.

       

       고로롱거리는 바루의 모습을 보던 나는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라 시스템창을 열고 그 안에서 카메라 기능을 찾았다.

       

       배우기는 오래 전에 배운 기능이다만 이를 직접 써보는 것은 처음이구나.

       

       그를 열고서 카메라를 불러냈더니 허공에 카메라 하나가 떠올랐다.

       

       “자. 내 이를 가지고 바루를 잡아줄 터이니 그대들은 그를 구경하고 있거라.”

       

       – 그냥 화면 잡아주는 건데 왤케 불안하지?

       – 설마 화면 조절도 못하겠음? 호들갑 ㄴ.

       – 킹치만 이 사람 전적이. 읍읍.

       – 팩트 ㄴ. 정당하게 선날로 승부하세요.

       

       내가 새로운 기능을 건드리기 무섭게 방송을 보는 이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참 잔 말이 많은 녀석들이구나.

       

       본인이 이 세계에 오고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적에나 이를 가지고서 여러 실수를 했지 최근 들어 무슨 잘못을 일으키더냐?

       

       보거라. 내 이 기능을 얼마나 잘 다루는지를!

       

       – 갸아아악.

       – 멀미가.

       – 으에엑.

       – 우리가 잘못했어.

       – 고문 멈춰!

       

       – ㅇㅇ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화령님. 카메라 잡고 마구잡이로 흔드시면 안 됩니다.]

       

       “아. 그렇더냐? 기다려 보거라. 감을 잡고 있으니. 대충 이런 느낌인가?”

       

       – 그만두어어.

       – 편집자! 엔리! 누구 없어요?!

       – 누가 이 사람 좀 말려봐!

       – …우엑. 화장실 갔다와야겠다.

       

       – 양심리스님이 1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솔직히 말해봐요. 이거 킹부러죠?]

       

       “들켰느냐?”

       

       녀석 어디서 배운 것인지는 몰라도 눈치가 빠르구나.

       

       그대의 말이 옳다. 일부러 그랬다.

       

       내 이를 엔리와 함께 다루어 보았거늘 실수를 저지르겠느냐.

       

       다만 무엄하게도 본인을 의심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일부러 장난을 쳤을 뿐.

       

       선선히 계획범죄를 시인했지만 방송을 보는 이들은 그를 믿지 않았다. 못하는 거면서 일부러 그랬다는 핑계를 댄다며.

       

       어찌 이리 본인을 향한 신뢰가 낮은 것인지. 네 놈들 속 내 이미지는 도대체 어떤 것이냐.

       

       “보거라. 잘 다루지 않으냐.”

       

       보란 듯 제대로 기기를 다루어보였더니 이번에는 방송의 민심이 흉흉해졌다.

       

       참으로 까탈스러운 녀석들이야.

       

       전혀 진심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미안하다 이야기한 나는 바루가 고로롱대는 걸 화면에 잡아 놓고서 여러 서적을 뒤적거렸다.

       

       어디 보자. 이것은 천마신공의 기초에 관한 내용이구나.

       

       넘겨버리자꾸나.

       

       이건 여러 마공에 대한 내용이고.

       

       마공의 심법을 다루는 내용.

       

       그리고 이건.

       

       서적 중 대부분은 신교의 무공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 곳에 머무는 이들은 신교의 무공을 받아들여 스스로의 성장을 추구하던 이들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본인이 찾던 건 이런 서적이 아니었다.

       

       안에 적힌 내용 자체는 제대로 되어 있으니 나중에 백화령에게라도 가져다 줄까.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이 곳까지 찾아오면서 들인 수고가 수고일 지언데 그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인가.

       

       불길한 예감에 점차 미간의 주름이 늘어가던 중 아무런 제목도 적혀 있지 않은 낡은 서책 하나를 발견했다.

       

       이런 경우는 둘 중 하나지. 무언가가 기이한 것이 숨겨져 있던가. 그저 쓰레기일 뿐이던가.

       

       기왕이면 전자이기를 바라며 서책을 펼쳤다.

       

       [마공이라는 것이 최초로 정립된 것은 머나먼 날의 이야기이다.]

       

       운이 좋군.

       

       이것은 분명 본인이 바라는 종류의 서책이었다.

       

       제대로 된 녀석인지 아니면 멍청이들이 사들인 쓰레기인지는 확인을 해보아야 할 터이나 당장은 그럴 듯 해 보이는 구나.

       

       그 서책에 담긴 것은 천마신공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이야기였다.

       

       마공이 정립되고, 박해받았으며, 그 와중에도 자기만의 자리를 잡아,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과정.

       

       이는 일종의 역사서에 가까웠는데 서책을 쓴 저자에게선 마공을 향한 긍정적인 시선이 잔뜩 묻어나 있었다.

       

       [오늘 날에 이르러 본좌는 본좌가 아는 것을 집대성하여 하나의 무공을 만들고자 하니. 자격이 있는 자는 이 서책 속에서 그 무공을 볼 수 있으리라.]

       

       그를 읽고서 다음 장을 펼치려던 순간 그 이상 종이가 올라가지 않았다.

       

       기이한 일이었다.

       

       힘의 문제가 아니었다.

       

       과거 게임 속 예외로 규정되어 아무리 거센 힘을 주어도 흔들리지 않던 물체를 보는 듯한 느낌.

       

       쯧. 막아두었는가.

       

       혀를 차며 그 장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자는 줄 알았던 바루가 슬며시 한 쪽 눈을 떴다.

       

       “민가야. 두 눈으로 보지 말고 다른 것으로 보거라.”

       

       바루가 하는 말의 의미는 어렵잖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기의 흐름을 보라는 이야기인가?

       

       이 서책의 흐름이라고 해봐야 별 것이 없을 터인데.

       

       시야를 가리기에 내려두었던 기를 보는 눈을 다시금 떴더니 서책의 장과 장 사이를 붙잡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저는 과거 본인이 본인의 내기를 통해 억지로 도술을 펼치려 했을 때 마주했던 무언가였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Ilham Senjaya님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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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The Heavenly Demon is Broadcasting

천마님 방송하신다
Status: Completed Author:
He couldn't pass his habits to others upon his return. The Heavenly Demon remained a martial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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