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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0

        

         폭력, 아니다. 아예 집단이 휘두르는 것까지 포함하려면 우아하게 무력Force이라 부르는 편이 좋겠다.

         

         평균적인 생활 수준은 차마 좋은 말만 해주기 어렵지만.

         과학 기술력도 최상이야, 공권력도 꽤 막강해. 솔직히 남은 정부 부처의 전신이 한국이고 구성원도 대부분 한국인이었다면… 총칼이 이렇게까지 일상적으로 난무할 여지는 적지 않았을까.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비슷하다는 말에도 동의하고, 딱히 인종차별적으로 굴려는 것도 아니긴 한데!

         

         자유와 방종의 경계선이 애매모호한 게 이들 문화의 매력이나, 온갖 부작용까지 그대로 잔뜩 계승한 덕분에 퀵 서비스와 흥신소 선에서 머물 틈새 시장이 해결사 비즈니스와 본격적인 용병업으로 발전한 거 아니야.

         

         다들 조금만 더 협조적으로 굴며 소외계층 정서지원에도 신경을 썼더라면, 낭비되는 돈과 총알과 인력 등의 공공재도 극적으로 줄이고 고작 한 시간 내외의 역사적으로 검증된 선동 연설로 신흥 해커 세력이 태동하는 일도 없었을 텐데~ 아쉽네요. 예.

         

         하여간 예전에 휘말린 불법 카지노 단속 때처럼 일차적으로 전투 경찰이 먼저 출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기업의 심기를 제대로 거스르면 먼저 튀어나오는 건… 군대 쪽에 가깝다.

         

         가령 전속으로 계약한 용병 팀이라든가,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스페셜 포스라든가. 제대로 된 체계를 무력 집단.

         

         파라다이스의 경우엔 징수 부대 모집 요강이 언제나 열려 있고, 에나마는 추적자 양성 시스템으로 자체적인 순환을 굴리고 있고.

         

         …전자는 군기에 대해 아는 게 있긴 해도, 후자 쪽은 군인과 닮은 건 딱 상명하복 하나밖에 없는 건 같긴 하다만.

         

         뭐, 어쨌든! 원래 하고자 한 얘기가 뭐였냐면. 그다지 현실에 간섭할 흥미도, 제한된 활동 범위를 가진 것처럼 굴던 엘리시움 코퍼레이션도 규모의 경제를 실천할 수 있는 메가 코프답게 내부 특수 부대를 굴리고 있다는 거다.

         

         게임에서 제일 밝혀진 바가 적고, 속내를 영영 밝히지 않을 것처럼 굴다가 다른 메가 코프들의 결정에 두리뭉술하게 동의하며 넘어간 애들이라 좀 불안하지만… 지금 같은 경우에 내밀 게 뻔한 패의 정체만 알면 됐지.

         

         센티넬 팀, 혹은 센티넬 강습전단. 분명 그 치들이 얌전히 초인종을 누르던 화려하게 문짝을 박살내면서 도어 브리칭을 하던 나타나리라.

         

         음습하게 네트워크 상에서 오가는 데이터 교환과 정보 흐름을 뻔히 지켜보고 있다가, 입맛에 더럽게 안 맞는 일이 터졌을 때만 슬쩍 기어 나오는 놈들답게, 감시병이라는 굉장히 수동적인 명칭을 가지고 있는데… 과연 희대의 불온분자 체포에도 그렇게 양식미가 있을지를 도통 확신하기 힘드네.

         

         다짜고짜 쏴 죽이려 들면 좀 곤란하거든? 그나마 제일 융통성 있는 게 엘리시움이니까, 대화라 쓰고 구라라 읽는 정보 교란으로 넘길 생각하고 저지른 일이란 말이다.

         

         단지 본래 계획은 내가 이렇게까지 집단 광기 실현에 성공할 줄은 미처 몰랐던 만큼, 좀 엉성한 공갈로 이루어진 게 대부분이었는데. 흠.

         

         – 흥미롭군요. 그것도 아샤님의 편중된 지식을 기반으로 한 미래 예측입니까? 저는 영락없이 여태 회피하시던 전면전을 비로소 염두에 두고 선뜻 먼저 방아쇠를 당기신 줄로 알았습니다만. –

         

         “어허! 그런 거 아니야 인마! 남이 들으면 소시오패스라 생각하겠네. 거의 모든 상황을 러브 앤 피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해왔다고 난?”

         

         그저 엘리시움은 소수 인원의 결정으로 돌아가는 반체제 집단이 나타났다면, 수고롭게 박살내서 빌미를 제공하기보다 대가리를 매수하거나 포섭하는데 주력할 정도로 이성적이다 못해 묘한 합리화 스타일을 가진 기업이라는 걸 누구보다 똑똑히 알뿐이다.

         

         문제는 이제 ‘엘리시움 서브 퀘스트’는 또 몰라도, ‘엘리시움 루트’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던 만큼. 상당히 띄엄띄엄 알고 있는 사실을 제외한 빈 공간을 마저 채워 이 대기업께서 부릴 신경질적 대응의 윤곽을 그려보려고 하였으나….

         

         제로야, 왜 너도 고향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이니…?

         

         – 고급 인공지능이라 하더라도, 결국 판매 목적을 가지고 상업용으로 디자인된 모델에게 그들은 회사 정보를 필요 이상 주입하는 걸 자제한 것 같습니다. 외려 네트워크에 떠도는 낭설과 소문을 바탕으로 요격을 준비하는 게 낫겠군요. –

         

         “거 애당초, 요격까지 안 가는 게 최선이래도?”

         

         – ……알겠습니다. 선제적 정당방위 및 안전 확보 프로토콜 비활성화. 추가 명령을 내려 주실 때까지 자기방어를 최우선으로 삼겠습니다. –

         

         선제와 정당방위, 앞뒤가 안 맞는 두 단어가 나란히 한데 묶여 있는 건 언제 들어도 적응이 안 된다 참.

         

         그래도 제로식 괴이한 작명 센스나 과잉 염려를 다독이는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닌지라 익숙하기는 해.

         

         이제 여기서… 전혀 익숙하지 않은 건, 찾아올 손님을 기다리는 터라 아직도 함께 말 잘 듣는 모범생처럼 손을 번쩍 든 채로 눈을 반짝이며 날 쳐다보고 있는 두 사람이지.

         

         “”…….””

         

         “뭐, 왜. 뭐! 왜 선생님한테 발언권을 요청하는 학생처럼 그렇게 얌전하게 있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시원하게 해 봐!”

         

         “그치만~ 예쁜이가 무대 타임이 끝난 가수보다 더 예민하게 굴잖아~ 사람이 기껏 칭찬하려고 입만 열어도 안 듣겠다며 고개를 막 도리질 치고.”

         

         “그건 개 쩌는 명연설이었다면서 네가 자꾸 놀리려고 하니까 그렇지! 실컷 같이 즐겨놓고 왜 나한테만 그러냐고! 정말 나만 수치스러워?!”

         

         “언니, 그걸 듣고 강하게 부정할 수는 있어도. 감히 순수하게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자리에 없을 것 같아요. 좀 너덜너덜하긴 해도 순식간에 배 한 척을 완성하는 걸로도 모자라 선장으로 취임까지 해놓고 왜 그렇게 부끄러워해요?”

         

         표절이니까! 존나 표절이니까!

         초능력은 하다못해 내 아이디어와 노력이 들어가기라도 했지, 그건 정리한 제로의 공을 빼면 웬 짝불알 콧수염 총통이 만들어낸 정보 오염이 한가득 담긴… 우웩!

         

         아무래도 지금 사람들은 가장 최근에 일어난 세계 3차 대전을 복습하기도 바빠 1, 2차 대전에 관해서는 많이 소홀한 모양이다. 곧장 눈치챈 인간이 하나도 없는 걸 보면.

         

         반면 제로는 내가 20세기에 태어나 21세기 초반까지 경험하다가 왔다는 얘기를 들은 이래 학습 영역을 엄청 방대하게 잡아서 그런지 저런 마공서를 잘도 빅 데이터에 포함시켰고.

         

         사람보다 과거로부터 더 열심히 배우는 인공지능이라니.

         

         어라? 그렇게 생각하니까 공부 부족으로 몰라서 선동 당한 저들 잘못은 커지고 내 책임이 조금 줄어드는 기분이었다.

         

         심연을 들여다보려 하면 심연도 널 들여다본다 한들, 관련된 책 정도는 혼자 잘 찾아서 읽었어야지. 이래서 요즘 젊은 것들은… 에잉!

         

         “…철 지난 장난은 이쯤하고. 근데,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초롱초롱하게 쳐다봤다고?”

         

         “뭐긴 뭐야. 당연히 엘리시움 얘기나 계속해달라는 거지! 그 신비주의자 시키들 썰을 별 비밀도 아니라는 것처럼 떠들 수 있는 건 정말 너밖에 없을 거야! 당장 거기서 일하는 애들조차 업무 분장이 하도 치밀해서 종종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 하더만.”

         

         “아니, 나도 아는 것만 알지. 모르는 건 쥐뿔도 모르는데.”

         

         대충 특수 부대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주워듣고도 귀가 솔깃한 주제라면서 저렇게 좋아하다니. 심지어 로잘린까지 부정하지 않고 시선으로 날 재촉해왔다.

         

         둘 다 외형 그대로의 나이라 철이 없어서 호기심이 앞섰나? 아니면 내가 그런 일이 터져도 믿을 구석이 있는 것처럼 뻐팅기고 있으니까, 어련히 계획이 있을 거라 짐작하는 거던가.

         

         뭐, 어느 쪽이던 상관없나? 실제로 마냥 기다리기 심심하긴 하니까. 잠깐쯤은 딴 길로 새도 괜찮겠지.

         

         “자, 엘리시움이 문명 전자화나 인류 전뇌화에 열을 올리는 건. 여타 회사들의 R&D나 점유율 확대, 수익 증진처럼 프로젝트 목표가 아니라 거기 도달하기 위한 단순한 수단. 이건 다들 알고 있나?”

         

         “…시작부터 겁나 무서운데. 혹시 이따가 기억 날리는 약 먹어야 하는 레벨의 스토리야 이거?”

         “그건 아마 아닐 걸요. 아무래도 아샤 언니는 엘리시움 코퍼레이션의 설립 이념을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

         

         “응, 로잘린은 얼추 알고 있나 보네? 그거 맞아. 원래는 전쟁으로 지구 환경이 진짜 좆 됐고 생태계를 되살리는 프로젝트도 중간에 엎어지고 잘못된 위험성이 어마어마하니까, 인류 생존 대비책으로 활성 인구의 광범위한 가상 현실 도피를 제안한 거지.

         

         예측이 틀려서 다른 기업들이 현실에 생존 환경을 유지하는데 성공해도 편리하니 좋고, 만약 실패하면 자원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다 같이 생존할 수 있으니 만만세. 파라다이스보다 더 기업간 커넥션이 단단한 것도 그 연장선인 셈이랄까.”

         

         …다만 인간의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인간’이라 사전적으로 정의하느냐, 그리고 지성체로서의 이분법 마지노선과 행복한 생명 유지에 육체가 굳이 필요하느냐를 두고는. 안에서도 매일 격한 토론이 오가는 걸로 알고 있다.

         

         대의를 위해서는 꼭 윤리가 필수불가결하게 따라오지 않는다고 선언한 시점에서 마냥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기는 무섭지.

         

         존나 뒤틀린 이상론이랄까, 아니면 평등한 박애 정신이 기가 막힌 방향으로 발전했다 할까.

         

         정말 급한 상황이며 달리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게 아닌 이상, 굳이 현관문을 두드리고 싶지는 않은 수상한 이웃?

         

         공구 하나 빌리러 찾아갔더니, 마침 저녁상에 한 자리가 비어서 허전했다며 영원히 집으로 못 돌아가게 붙잡아 둘지도 몰라 그것들은.

         

         “허어, 그럼 엘리시움 코퍼레이션은… 그나마 착한 메가 코프라고? 떼어가는 통신 요금이랑 고지서를 보면 도저히 믿기 어려운 걸.”

         

         “아니? 그럴 리가. 그저 마찰을 대화로 해결할 여지가 많고, 거의 모든 상황에서 일단 정당하게 반론할 기회가 최소 한 번은 주어진다는 걸 빼면 제일 편집증적이고 행위를 정당화하는 측면이 있다고.”

         

         파지지직—!!

         

         봐라, 이것들이 양반은 못되지 않나.

         지들 뒷담화하고 있다고 이렇게 칼같이 타이밍 맞춰서 찾아오는 것 좀 보게.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FBI open up!!

    죄송합니다. 늦은 주제에 분량도 적습니다.
    여러분은 옷이나 가구랑 자주 마찰하는 부위에 상처가 나면 꼭 소독하고 반창고로 막아두시길 바랍니다. 저는 하룻밤 사이에 염증인지 감염인지 피부가 풍선처럼 부풀었거든요.
    진짜 무슨 희귀병 걸린 줄 알고 바보 같이 눈물 글썽거리면서 인터넷에 증상 검색했네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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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I Became a Sub-Heroine in a Cyberpunk Game

Status: Ongoing Author:
No matter how many times I repeated the episodes, I couldn't clear the true ending of the open-world shooting RPG, Neo Haven. Just when I thought I finally cleared the hidden true ending... they want me to actually clear it without any help from the game system or save/load 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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