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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0

    <340 – 사랑의 무게가 무서운 아이>

     

    즈앙은 암살자교육의 실체를 알고 있다.

    본인부터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랐으니까.

    감정이란 스스로를 죽이는 약점이다.

    감정 하나에 싣는 기대를 저버리고 마음속에서 지울수록 암살자는 더욱 강해진다.

    오크노디는 그런 점에서 이상적인 암살자였다.

    자신보다 강한 것이 이해가 갈 정도로 정말 많은 감정을 잘 몰랐다.

    두려움만 모르는 것이 아니다.

    사회상식도, 인간의 마음도 잘 몰랐다.

    그랬던 아이가 하필이면 애착심에 눈을 뜨다니.

     

    “나라면 그러지 않을 거야.”

    “정말로?”

     

    즈앙은 혹해하는 오크노디에게 더욱 엄하게 말했다.

     

    “즈앙도 티토소가는 좋아하잖아.”

    “그거랑 이거는 달라.”

     

    친구의 좋아like와 애인의 좋아love가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애초에 상대는 몇 살이야?”

    “음… 18살?”

    “오크노디는 11살이지?”

    “몰?루. 아마도?”

    “…”

     

    자기 나이조차도 알지 못하는 아이.

    부모에게 제대로 된 애착이라는 걸 받아본 경험조차도 없는 완성된 암살병기.

    그런 아이가 약점을 얻는다.

    이러니 느낌이 싸할 수밖에 없지.

     

    “오크노디가 찍먹을 하면 그 사람은 일단 세간의 따가운 시선을 받게 될 거야.”

    “남의 눈치를 왜 신경 써야 해?”

    “오크노디의 파파의 시선까지도 받게 될 거고.”

    “앗. 그건 좀.”

    “파파가 만일 저보다 약한 남자에게는 허용할 수 없습니다, 같은 소리를 지껄이면서 습격해오면 상대를 지킬 수는 있고?”

    “솔직히 지금은 힘들지!”

    “거봐. 암살자의 스승들은 다 그렇잖아. 친구라면 아슬아슬하게 가능할지 몰라도 그쪽의 감정을 품으면 확실하게 죽어.”

     

    응애 만드라고라의 줄기에 맺힌 작은 꽃이 겁먹은 어린아이처럼 축 늘어졌다.

     

    “잊지 마, 오크노디. 넌 괜찮을지 몰라도 네 마음을 받는 사람은 확실하게 죽을 거라는 걸.”

     

     

    * *

     

     

    사실 재단을 그렇게 싫어한 적은 없다.

    세계적인 범죄조직.

    대놓고 수상한 흑막조직.

    다른 회차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회차에만 특별하게 드러난 와이히엠하이 재단.

    삼대거악 중 하나인 비밀결사의 <총수>가 운영하는 초대형 악의조직.

    그런 사실은 딱히 신경 쓰지도 않았다.

     

    보는 것은 파파의 풍부한 초반지원.

    여름방학에도 주어지는 막대한 서비스.

     

    솔직히 랜덤파파 이벤트에서 걸릴 수 있는 0.1%의 최상위 파파라고 생각했다.

    파파가 와이히엠하이 재단의 이사장이자 비밀결사의 총수가 아니었다면 지금 같은 성장은 최소 6개월, 최대 1년은 더 걸려야 했을 정도!

     

    지금까지는 방해가 되기는커녕 도움이 되어서 호감만 잔뜩 쌓였지만 즈앙의 충고를 받고 본격적으로 생각이 달라졌다.

    230cm 시절에는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규이벤트, 남캐와의 연애이벤트의 가능성이 보였다.

    새로운 음식.

    새로운 수집품.

    뭐든지 새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고인물에게 새로운 이벤트는 찍먹을 안할 수가 없다!

     

    ‘재단이 내 이벤트를 방해하면 얘기가 달라지지.’

     

    파파도 헤어지기 전에 엄포를 놓았었다.

     

    -명심하십시오. 호의를 거절한 이상, 앞으로는 제 <장난기>가 여러분에게도 향할 수 있음을. 가령 싱 군에게는… 수상할 정도로 강한 동방의 자객이 찾아오는 일이 잦아질 수 있겠죠.

     

    자신의 방침을 전적으로 따르지 않으면 후회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그런데 싱은 이미 척을 졌다.

    어차피 자객도 보낼 마당에 연애 좀 찍먹한다고 달라질 게 있나?

     

    ━━━

    화요일 목요일 1교시 9시 ~ 11시.

    디오게네스 교수의 상급반 공통필수강의.

    <상급반 마나증진> 강의.

    ━━━

     

    상급반 학생들이 모여 자리에 앉아 마나를 효율적으로 체내에 쌓고 신체를 단련하는 마나연공법과 마나연단법을 수련하는 시간.

    기초는 당연히 진즉에 다 뗀 나는 디오게네스 교수님의 시선을 피해 싱의 근처로 슬쩍 다가갔다.

     

    “싱. 마나연공법의 연공행로가 잘못되었어요. 제가 도와줄게요!”

    “연공 도중에 개입하는 행위는 상대의 심장을 손으로 움켜쥐고 언제든지 터뜨릴 수 있는 것과 다름없는 행위다. 네게 목숨을 맡기라는 건가?”

    “에엣. 제가 그런 심한 짓을 할 리가 없잖아요!”

    “…그렇군. 그럴 작정이었다면 이사장의 저택에서 손을 썼겠지.”

     

    순순히 눈을 감고 등을 맡기는 싱.

    동방의 특수한 마나연공법인 <내공심법>을 익힌 싱은 연공법의 질이 제법 높았다.

    기의 순도를 높이며 천천히 전신에 공력을 쌓는 정파식 심법은 아니지만 명문세가에서 정립된 행공법으로 순도를 조금 낮추고 축기속도를 대폭 늘렸다.

     

    ‘혈관에 조금 부담이 가고, 큰 싸움을 할 때마다 기혈의 안전성이 마모되며 격한 실전이 잦아지면 단명하기 딱 좋은 몸이 되겠지?’

     

    그래도 원래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학생들이야 졸업할 때까지만 살아있으면 되잖아?

    오히려 이런 동료들의 심법을 더욱 파괴적으로 유도해서 보스전에서의 DPS를 늘리는 시한부파티를 만드는 것이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다.

    230cm의 건장한 체구는 온갖 미친 짓을 실험하기 좋은 소재였기에 몸으로 직접 배우고 익히며 실전적인 마나연공법을 창시하고 개량하기도 좋았지.

    과거의 고생도 지나가고 돌아보면 추억이 되듯이 내게도 꽤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

     

    마나연공법에는 흔히 금기가 있다.

    길을 거스르지 말 것.

    마나로드와 기혈이 손상을 입을수록 안정도와 마나사용자로서의 수명이 떨어진다.

    마나가 흐르는 길을 거스르는 행위는 마법사나 검사로서의 수명을 가장 빠르게 줄이는 미친 짓이다.

    연공법의 금기가 불리는 역천의 기교를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렀다.

    눈을 감고 몸을 맡긴 채로도 싱이 식겁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미 몸을 맡겼잖아?

    이제 이 몸은 내꺼다.

    히히.

    이제 다시는 평범한 연공법으로는 돌아갈 수 없어!

    파파가 자객을 보내고 괴롭혀도 죽지 않을 정도로는 튼튼하게 만들어줘야지!

     

    [역천]

     

    기혈의 일부를 역으로 거스르며 기의 정체를 유발하자 대형추돌사고가 일어나는 것마냥 마나가 갈팡질팡 정신없이 날뛰었다.

    숙련도가 낮은 플레이어라면 그대로 기가 쾅 충돌해서 왈칵 피를 토하고 마나로드와 기혈이 멍들고 찢어지고 영구적인 능력치손실이나 페널티도 입고 그러겠지.

    하지만 숙련된 조교인 내 인도로 인해 싱의 기운은 혈도를 셋으로 나누어 나아가는 길과 되돌아오는 길, 사이에서 회전하며 힘을 증폭시키고 다음구간으로 발사하는 길을 구분 지었다.

    10의 출력으로 지나가던 기가 갑자기 양이 늘어나서 20의 출력으로 움직이는데 그것이 서로 충돌하며 내상을 입히는 대신, 정돈된 길에서 회전하며 힘을 더욱 싣고 50의 힘으로 다음 구간으로 돌파한다.

    마치 롤러코스터의 내리막길을 따라 회전코스를 주파하고 더 빠르게 더 멀리 열차가 나아가는 원리!

     

    “자꾸 움찔거리지 마요. 제가 인도하는 거니까 믿고 몸을 맡기세요. 괜찮아 안 죽어!”

     

    싱이 굉장히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기색을 드러냈지만 입도 뻥끗 못 하게 증폭회로를 계속 늘렸다.

     

    [싱의 내공심법에 <폭심결>이 추가됩니다.]

    [싱의 내공심법에 <2단 폭심결>이 추가됩니다.]

    [싱의 내공심법에 <다단 폭심결>이 추가됩니다.]

    [싱의 내공심법의 안정도가 하락합니다.]

    [싱의 내공심법의 폭발력이 폭증합니다.]

    [싱의 내공심법에 적응기간이 형성됩니다.]

    [적응기간 동안 꾸준히 운기행공을 통해 잡힌 길을 고착시키지 못하면 길이 흩어져 본래의 내공심법으로 되돌아갑니다.]

    [적응기간을 무사히 보낼 시, 내공심법의 등급과 성능이 향상됩니다.]

     

    간신히 행공을 마친 싱이 죽다 살아난 얼굴로 잔뜩 째려봤다.

     

    “화났어요?”

    “그럼 안 났겠냐? 이런 위험한 심법을…”

     

    하긴 누구라도 남이 자기를 위험하게 만들면 화가 날법도 하지. 아무리 결과적으로 득이 되더라도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 자체가 화가 난다.

    본인이 원해서 요청한 것도 아니라면 꼰대 소리를 들으며 멸시 당해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해결책까지 함께 제공해주면 오지랖이나 꼰대질이 아닌 은인이 되는 법!

     

    “다 됐으면 이거 먹어요!”

    “뭐냐. 이 탄내가 물씬 풍기는 새카만 요리는.”

    “먹으면 내장과 혈관, 기혈이 튼튼해지도록 폭발내성을 올려주는 레어요리요!”

    “!!”

    “엄청 귀한 거라고요? 저도 하나밖에 없고 아직 수집 못 한 요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파파한테 무료로 받은 거니까 양보하는 거예요!”

     

    솔직히 남 주긴 아까운 요리다.

    등급이야 레어지만 증폭회로, 혹은 폭심결을 쓰는 사람에게는 유니크요리보다 더욱 효과가 좋다.

    맞춤형 영약이나 다름없을 정도!

    근데 싱은 남이 아니잖아?

    새로운 이벤트까지 보이는 요주의 인물.

    이벤트를 보려면 파파의 방해로부터 싱이 살아남을 정도로 강해져야 하니 이벤트 선결조건으로 싱을 잔뜩 육성해둘 필요가 있다.

     

    “이사장의 짓이냐?”

    “뭐가요?”

    “이런 살벌한 심법을, 마나연공법을 가르친 것이 그 이사장의 소행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뉴비는 역시 줘도 먹지를 못한다.

    나라면 군말 않고 좋다고 받아먹기나 했을 텐데.

     

    “그게 중요해요? 이 음식을 먹으면 제로리스크로 수명감소도 없이 출력이 막 늘어나는데…”

     

    예능요리 <레어다크매터>, 희귀한 암흑물질의 진가에 대해 한창 설명을 하려던 내 입을 싱이 검집을 들어 막았다.

     

    “중요하다.”

    “!”

    “네가 그 몸으로 겪어왔을 불합리함. 가문의 뜻대로 휘둘리며 겪어왔을 고통. 내게는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람.

    원래 이런 느낌이었나?

    진지한 표정이 자꾸 사람을 멍하게 만든다.

     

    “어, 그… 먹을 때 맛은 무진장 없는 지뢰음식이기는 해도 일단 효과는 진짜 좋은데… 혹시 싫으면 비슷한 효과를 지닌 다른 음식이라도…”

     

    스스로도 까닭을 모르게 눈치를 보며 비틀어버린 화제에 싱이 덥석 요리를 집어 올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바싹 탄 음식.

    무조건 몸에 해롭게 생긴 음식임에도 싱은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레어다크매터를 씹어 삼켰다.

    마치 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미각의 고통보다 더한 고통에 감각이 마비되기라도 한 사람처럼.

    그 광경을 보며 나는 생각했다.

     

    ‘보기보다 맛이 괜찮나보다. 나중에 구하면 모브한테도 하나 먹여야지!’

     

    어쩌면 도망치듯이 떠올린 생각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무서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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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I Became the Daughter of the Academy’s Villain

아카데미 흑막의 딸이 되었다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From the side, she looks pitiful and worn out, but in reality, she’s living her joyful survival story in the world of games.

But how can someone’s name be Okno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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