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341

       쿠웅-!

       

       산이 있는 방향에서 거대한 진동이 울려퍼질 무렵.

       신룡관이 있는 곳은 어느덧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사방에 퍼져있던 도기는 얼마나 짙은지 안개의 형태로 허공에 떠올라 있었고.

       

       소용돌이치듯 주변에 무언가 돌고 있다.

       무인이라면 알 것이다. 저 소용돌이의 정체가 모두 내기라는 것을 말이다.

       

       얼마나 경지가 높고.

       또한, 얼마나 내기가 정순해야.

       

       저런 형상이 나타날 수 있는 걸까.

       

       일반적인 인간으로 도달할 수 있는 한계의 닿은 이들.

       그 수준이 된 이들이기에 보일 수 있는 형상이었다.

       

       뚝….

       

       여기저기가 부서지고 무너진 건물들 사이.

       

       뚝….

       

       노인이 피를 흘리며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던 신룡관의 건물이.

       

       이곳저곳 움푹 파인 상태다.

       금은 길게 갈라져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형태였다.

       

       ‘이런….’

       

       노인, 청해일검은 망가진 주변을 보며 허탈한 숨을 뱉어야 했다.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던 건물이.

       저렇게 조잡하게 변해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노인의 앞으로.

       

       툭.

       

       무언가가 툭 하니 떨어진다.

       

       노인은 그걸 확인하며 쓸쓸하게 웃어야 했다.

       떨어진 것의 정체는 바로 노인의 왼팔이었으니 말이다.

       

       노인의 왼어깨는 빈자리였고.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기운으로 지혈하긴 하였으나.

       

       어째서인지 제대로 지혈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 청해일검에게 누군가 다가간다.

       

       “아쉽기 그지없소.”

       

       거대한 태도를 제 어깨의 받친채로.

       거친 머리칼을 질끈 뒤로 묶은 노인이다.

       

       그는 누런 이를 드러내며 지친듯한 청해일검에게 말을 꺼내 든다.

       

       “영 정신을 다른 곳에 두고 있으니. 재미가 없지 않소이까.”

       “…”

       

       청해일검이 인상을 찌푸리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흩어져 사라졌을 과거의 인물.

       

       최초로 사파를 통합하고.

       아울러 중원을 침략하고자 사천 땅을 밟았던 고수이며.

       

       지금의 검존이자.

       당시의 질풍검에게 죽임을 당한 존재.

       

       “…흑룡검.”

       

       노인의 별호는 흑룡검이었다.

       

       청해일검의 부름에.

       흑룡검이 픽 웃으며 말한다.

       

       “그대의 검이 이렇게 미적지근할 리가 없을 터인데 말이오. 조금 실망스럽기까지 하군.”

       

       투툭.

       

       흑룡검이 가지고 있던 태도가 바람을 가르며 움직인다.

       

       거대한 검 끝이 청해일검에게 향했다.

       

       “무엇이 그리 신경 쓰이시오?”

       “…”

       

       청해일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흑룡검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그만큼 아쉬웠으니 말이다.

       

       그런 흑룡검의 표정을 확인한 청해일검이.

       다소 노기가 담긴 목소리로 묻는다.

       

       “그대가 어찌 살아있는 것이오.”

       

       흑룡검은 다른 이도 아닌, 검존에게 목이 잘려 죽임을 당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물며 당시 잘린 흑룡검의 머리는 다른 사파인들에게 보여주기라도 하듯.

       

       무림맹에서 목만 내걸어 보여주기도 하였고.

       

       그 일로 인해 질풍검의 명성이 올라가 검존이라 불리는 데 한몫했음과 더불어.

       

       훗날 무림맹주가 되는 것에 일조하기도 했다.

       

       한데.

       

       지금 흑룡검이 저렇게 버젓이 살아있을 수가 있는 걸까.

       

       “그게 궁금하시오? 지금 그런 걸 궁금해하실 때가 아닌 것 같소만.”

       

       끌끌.

       

       청해일검의 반응이 우스운지.

       흑룡검은 연신 비웃음을 터트린다.

       

       그 모습에 청해일검이 인상을 찌푸려야 했다.

       

       잘려나간 팔과.

       어깨에서 오는 통증보다. 

       

       다른 게 신경 쓰였다.

       

       ‘관도생들이 위험하다.’

       

       흑룡검의 등장과.

       신룡관을 감싸고 있던 진법이 무력화되며 그 위로 덮인 검은 기운.

       

       그 범위를 보건대.

       

       지금 후기지수들이 모여 있을 태산까지 펼쳐져 있었다.

       

       흑룡검뿐이 아니라, 다른 사기가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이는 혼자 습격했다는 의미가 아니리라.

       

       때를 맞춘 것이다.

        

       그렇다면 청해일검은 더욱이 자신의 안위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아이들에게 가야 하였거늘.

       흑룡검의 무력은 생각보다 강했고.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청해일검은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목적이 무엇이오.”

       “목적?”

       

       “이곳을 습격한 목적이 무엇이냔 말이오.”

       

       생존해 있었다면.

       지금까지 몸을 숨긴 채 쥐죽은 듯이 살다가.

       

       갑작스럽게 신룡관을 습격한 이유.

       

       “목적이라….”

       

       쿵.

       

       태도를 바닥에 꽂으며 흑룡검은 제 주변에 눈길을 보낸다.

       

       “무언가 굉장한 이유를 듣고 싶은지 모르겠으나. 그저 때마침 시기가 좋았을 뿐이오.”

       “…시기?”

       

       무슨 시기를 말하는 것인가.

       

       그 대답은 늦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땅에 꽂혀있던 태도가 금세 뽑혀 들린다.

       

       “이 흑룡검이 멀쩡하게 살아있음을.”

       

       후욱-!

       

       흑룡검이 태도를 거칠게 휘두르니. 

       순식간에 강기가 몰아치며 주변에 퍼져나간다.

       

       쿠우웅-!

       

       “더불어, 꿈을 잃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한 경고로. 이곳이 마침 적당했을 뿐이오.”

       

       어떻게든 이유를 알아보려 하는 청해일검이 우스웠다.

       대단한 이유가 필요할까.

       

       언제나 정파 인들은 명분을 찾으며.

       이유를 찾아 합리화하기 바쁘더니.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런 것 같아 흑룡검은 기뻤다.

       

       “목적을 물었으니 구태여 떠올려 말해보겠소.”

       

       과거의 정파는 가면을 쓴 구더기들이었고.

       시간이 흘러도 그 모습을 지키고 있었으니.

       

       얼마나 좋은가.

       초심을 지키고 있는 모습 같아서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정파의 뿌리이자. 앞으로의 미래라 할 수 있는 후기지수들.”

       

       유성의 세대라고 하였던가.

       이름이 참 번지르르했다.

       

       천재들이 쏟아져나와 그리 불린다지.

       

       ‘하찮도다.’

       

       결국, 이 또한 정파의 전유물이 아니던가.

       

       “그런 이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서, 피바람이 한 번 몰아치면 어떨까.”

       

       사대세가의 혈족. 구파일방의 후인.

       

       그 못지않은 명가와 명문의 후인들.

       정파에 후원을 미친 듯이 하던 상가의 자제들.

       

       그들 중에서도 뛰어난 핏줄들이 대거 모인 곳이다.

       가히 정파의 미래라 하는 것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 정파의 주축이 될 이들이.

       

       지금 모여 있는 이들 중에서 나타날 것이 분명했기에.

       

       정파의 미래라 하는 것이었다.

       그런 후인들이.

       

       이곳에서 몰살을 당하면 어떠할까.

       

       그리고 그런 피바람을 몰아온 것이.

       

       세월이 흘러 나타난.

       흑룡검이라면?

       

       “그리하면, 과연 정파는 어떻게 나올 것 같소. 청해일검, 그대도 궁금하지 않소? 나는 그게 궁금하오.”

       

       자신이 살아있음을.

       더불어 품 안에 살아있던 꿈을 잊지 않았음을.

       

       그걸 세상에 알리기 위해 가장 적당한 곳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가.

       한순간의 정파의 미래를 모조리 잃게 만들 수 있거늘.

       

       어찌 망설일까.

       숨죽여 살아오길 수십 년.

       

       이제야 때가 되었다.

       기다리던 때가 말이다.

       

       중원을 지키던 검들은 낡아 녹이 슬었다.

       평화에 젖어 날카로움을 잊은 탓이다.

       

       “그대도 그렇고 말이야.”

       

       끌끌.

       흑룡검은 그렇게 생각하며 웃음을 흘렸고.

       

       그걸 들은 청해일검은.

       

       뿌드득.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흑룡검을 향해 소리를 내지른다.

       

       “흑룡검…!”

       “아직 소리 지를 힘은 남아있나 보오.”

       “죄 없는 아이들을 모두 죽일 생각이란 말이오?”

       “죄가 왜 없소.”

       

       정파로 태어나.

       

       그들의 미래가 된다는 것.

       

       그것이 후기지수가 가진 죄였다.

       

       “썩어버린 뿌리를 계속 이어간들. 달라지는 게 있으리라 생각하오? 나는 아니라고 보오.” 

       

       선한 척 가면을 쓰고.

       뒤편에선 한없이 더러운 놈들.

       

       힘없는 이들을 지키며, 협의를 펼친다?

       같잖은 명분이로다.

       

       그런 텅 비어버린 명분은.

       

       지켜지지 않은 지 한참이며. 그들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협과 의를 잃은 지 오래라는 것을 말이다.

       

       그에 비해 자신은 욕망에 충실하다.

       

       덧없는 역사를 지워내고.

       가면을 부수고.

       

       남들보다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었던 욕망. 그를 위한 걸음이었다.

       

       “이노옴…!”

       

       청해일검이 지친 몸을 이끌며 다시금 검을 휘두른다.

       몸에 담긴 특유의 도기는 여전히 정순하고.

       

       또한, 단단했다.

       

       청해일검의 검로는 흔들림이 없다.

       

       한쪽 팔이 없다고 갑자기 무너질 무위가 아니라는 의미다.

       

       폭풍이 검로에 뒤섞인다.

       주변에 흩어져있던 도기가 모여들며 섬광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콰가가각-!

       

       거친 소리를 연신 내며.

       

       검강에 바닥이 갈리며 흑룡검에게 날아들었다.

       

       이에, 흑룡검의 태도 또한 움직인다.

       

       쿵!

       

       검끼리 부딪힌 소리라 하기엔, 너무나 묵직했다.

       

       일전에 검을 마주한 순간.

       청해일검은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강하다.’

       

       흑룡검은 강했다.

       

       절정이라 기록되어 있던 과거와 다르다.

       

       화경에 이른 것은 물론이고.

       훨씬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이 수준이라면.

       

       그 당시 적혀있던 기록조차도 거짓에 가까우리라.

       

       주변에 펼쳐진 이질적인 기운 또한.

       흑룡검의 힘이라면, 상당히 위험한 힘이었다.

       

       ‘도기가 제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단전에 담긴 기운이.

       흑룡검과 전투를 벌일수록. 기운이 더 무겁게 흐르는 느낌이었다.

       

       ‘저 하늘도.’

       

       푸른 빛의 하늘을 가리고.

       검은 밤으로 바꿔버린 기묘한 진법 또한.

       

       흑룡검의 힘인가?

       

       가까운 거리는 아니라지만.

       무림맹이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얼마 가지 않아 맹에서 눈치채고.

       지원을 들어올 게 분명하거늘.

       

       흑룡검은 전혀 조급해보이지 않았다.

       

       누가 와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일 수 있으나.

       청해일검이 보기엔 그와 달랐다.

       

       아무래도 저 검은 하늘이.

       

       무언가 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쾅-! 드드드득-!

       

       철과 철이 맞붙으며 불꽃이 튀었고,

       동시에 강대한 기운이 서로 존재감을 내비치며 사방으로 기운을 퍼트린다.

       

       “도망칠 생각을 없앤 모양이오.”

       

       아까보다 무거워진 검을 느끼며.

       흑룡검이 웃음을 머금는다.

       

       “포기라도 한 건가? 그게 아니라면.”

       

       청해일검의 검을 흘려내며 바짝 따라붙었다.

       

       “화산의 계집을 기다리는 것이오?”

       “…!”

       

       쿠웅-!

       

       흑룡검의 주먹이 청해일검의 가슴을 후려친다.

       한쪽 팔이 없어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것이다.

       

       “커헉.”

       

       호신강기가 부서지며 청해일검이 멀리 날아갔다.

       

       심지어 낙법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바닥을 굴러야 했다.

       

       먼지를 뒤집어쓰며 굴러다니는 청해일검을 보며.

       흑룡검이 인상을 찌푸린다.

       

       “이 와중에도 도기는 회수하지 않는군. 참으로 미련하오.”

       

       이미 다 거의 다 잡아먹혔을 청해일검의 도기.

       

       허공에 떠올라 관도생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펼쳐둔 힘이었다.

       진작 흑룡대가 파고들어 검을 뽑아 들었을 터인데.

       

       청해일검은 이 와중에도 남은 기운을 회수하지 않고 있었다.

       

       한쪽 팔이 썰리고.

       피를 토하며 지금도 자신과 싸우면서도 말이다.

       

       참으로 미련한 늙은이다.

       

       전력을 다했어도 어찌 될지 모르거늘.

       

       주르륵.

       

       청해일검의 입에서 검은피가 주룩주룩 흘러나왔다.

       

       “그대가 이토록 버티는 이유는. 정녕 검후를 기다리기 때문이오?”

       

       신룡관에 검후가 있음은 진작 알고 있었다.

       

       무슨 이유로 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화산의 검후라면 청해일검이 저렇게 나올 만한 부분이기야 했다.

       

       자신을 구하러 오길 기다리며 시간을 버티는 건가.

       그게 아니라면.

       

       검후가 후기지수를 구하고 방법을 찾아주길 바라며.

       제 발을 묶기라도 하고있는 걸까.

       

       “모두 부질없소.”

       그렇다면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으리라.

       

       “검후는 이미 죽었을 터이니 말이오.”

       “…뭐…. 라?”

       

       흑룡검의 이죽거림에.

       청해일검의 눈이 커진다.

       

       그 반응에.

       흑룡검이 또다시 누런 이를 가득 보이며 활짝 웃었다.

       

       청해일검의 반응이 재밌었기 때문이다.

       

       “그년을 상대하기 위해. 내가 누굴 보냈는지 알고 있소?”

       

       화산의 검후.

       

       행방불명 됐다가 다시 나타난 지 몇 년.

       

       그녀가 다시 나타남에 따라 사람들은 환호했고.

       여전한 힘과 성품으로 다시금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고 하였지.

       

       강한 여인이다.

       

       흑룡검 또한 인정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하나, 그런 검후 조차도.

       

       “암왕(暗王). 그 계집을 죽이기 위해 걸음을 옮긴 이가, 바로 암왕이오.”

       “…!”

       

       밤의 주인을 어쩌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욱이 말이다.

       

       흑룡검의 말을 들은 청해일검의 표정이 점차 달라진다.

       

       얼핏 보기에 구겨지는 것 같고.

       또 언뜻 보기에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 같기도 했다.

       

       “…암왕이?”

       

       청해일검은 조용히 그렇게 속삭였다.

       

       “하니, 검후가 올 거란 생각은 관두시오. 지금은 그대의 목숨이나 신경 쓰라는 말이오.”

       

       물론 어차피.

       

       지금 자신의 손에 목이 잘려나가겠지만 말이다.

       

       그극.

       

       흑룡검이 태도를 고쳐잡는다.

       그런 상황에서 청해일검은 다시 몸을 일으키지 않고 있다.

       

       포기라도 한 건가?

       

       포기했다고 하기엔, 아직도 허공에 도기가 떠올라 있었다.

       

       “…하.”

       

       그걸 느끼며 흑룡검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 꼴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다는 말인가?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었다.

       

       “기껏 기대했는데. 우습게 되었군.”

       

       천하에서 손꼽히는 검수이자.

       다른 곳도 아닌 구파일방에 속한 문파의 장문인이다.

       

       그런 이와 후기지수를 모두 죽인다면.

       자신의 중원행에 커다란 파문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겠으나.

       

       저렇게 힘없이 쓰러질 것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흑룡검은, 여전히 표정이 식은 청해일검을 보며.

       콧바람을 내쉬며 다가갔다.

       

       “스스로 포기했다면, 그 자체로 죽음이겠지.”

       

       이대로 목을 잘라.

       청해일검의 목을 신룡관에 내걸 것이다.

       

       뒤늦게 나타난 맹의 이들이 보며 반응을 가질 수 있도록.

       

       “이만 감으시게.”

       

       목을 단번에 잘라 끝낼 것이다.

       

       청해일검을 처리한 뒤.

       곧바로 궁주와 합류 해야 했으니.

       

       그걸 떠올리며 흑룡검은 청해일검에게 걸어갔다.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 않았군.’

       

       청해일검을 무력화 시키는 대에,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미련하고 멍청한 늙은이라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끝이 났다.

       지금쯤이면 궁주 또한 독봉을 데리고 목적지에 가고 있을 터.

       

       암왕 쪽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가 직접 움직였다면, 죽이지 못할 존재는 없으리라 생각했으니.

       

       스르릉.

       

       검을 준비하며 청해일검에게 다가갔다.

       

       이대로 이제 목을 자르면….

       

       쿠우우웅-!

       

       “…?”

       

       느껴지는 진동에 흑룡검이 태산 쪽을 바라본다.

       

       어마어마한 진동이다. 더불어 흑룡검의 팔에 털이 바짝 선다.

       멀리서도 느껴질 만큼 선명한 투기였기 때문이다.

       

       “뭐냐….”

       

       태산이라면 궁주와 흑룡대가 향한 방향이거늘.

       어찌 이런 기운이 느껴진다는 말이냐.

       

       이변은 그뿐이 아니었다.

       

       쩌저적-!

       

       “…뭣?”

       

       하늘에 펼쳐진 검은 진법 어딘가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투둑-.

       

       금이 간 공간에서 무언가 떨어진다.

       

       기운의 파편이었다.

       

       “저게 무슨…!”

       

       방금 느껴진 진동의 여파인가?

       아니다. 그건 아닐 것이다.

       

       흑룡검이 느낀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드드득.

       

       진법 너머로 뭔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떨어진 파편의 틈새 밖으로.

       

       알 수 없는 붉은 빛이 새어 들어온다.

       

       저건 무엇인가.

       

       노을이 지기에 아직 시간은 이르거늘.

       

       거기에, 투기와 같이 느껴지는 기운은 또 무엇인가.

       

       따듯하다. 아니, 뜨거운가?

       그 중간 지점에 있는 느낌이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이변이 벌어진 것은 확실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냐.”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이에 흑룡검이 검을 올려 든다.

       당장 청해일검부터 처리하고.

       

       기운이 터지는 곳으로 가야하는….

       

       “와 시발….”

       “…!”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흑룡검이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바라본 곳에서는 누군가 호흡을 거듭하며 욕을 뱉고 있었다.

       

       “진짜 뒤질뻔했네.”

       

       대체 언제부터 나타난 거지?

       

       흑룡검은 갑자기 나타난 이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그건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수준이었다.

       

       나타난 이는.

       

       검은 머리칼에 붉은 눈을 가진 청년이었으며.

       약관은 넘지 않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다신 그 개짓거릴 하나 봐라. 여긴 또 뭔…. 뭐야 이거, 꼴이 왜 이래?”

       

       그걸 보며.

       

       흑룡검은 헛숨을 들이켰다.

       

       ‘…뭐냐.’

       

       팔에 털이 바짝 선 이유.

       그게 멀리서 느껴지던 투기나 기운 때문이 아님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분명 저놈.

       

       아니. ‘저것’ 때문이다.

       

       저것에서 느껴지는 무언가 때문에.

       자신의 몸이 바짝 긴장한 것이리라.

       

       흑룡검이 검을 고쳐 들려고 할 때쯤.

       

       한참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것이. 시선을 돌려 흑룡검을 바라보았다.

       

       “응?”

       

       흑룡검과 쓰러진 청해일검을 번갈아 보던 그것은.

       

       곧바로 인상을 콱 찌푸렸다.

       

       그 악귀 같은 얼굴에, 흑룡검이 순간 흠칫할 지경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_ _ )
    다음화 보기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CFZ, 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Under the Heavens, The Zenith's Childhood Friend,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Score 8.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Released: 2021 Native Language: Korean
Instead of struggling meaninglessly, he acknowledged his place.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