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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41

    루크는 시선에 익숙했다.

     

    예전부터 시선을 받을 이유는 많았다.

    유례없는 천재라서, 대마법사라서, 공작이라는 직위를 갖고 있어서, 그저 생긴 것이 곱상해서, 마법을 위해 특이한 행동을 해서.

    또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서.

     

    그 뿐 아니라 이 몸을 갖게 된 이후에도 루크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특이한 외모와 언동, 또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연령 때문에 어디를 가든지 시선을 한 몸에 받아왔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디를 가나 함께하는 것이었고, 자연히 둔감해지기도 했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나.

     

    똑같은 일이 몇번이고 반복된다면, 인간은 그에 적응하게 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루크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에 연연하지 않았다.

    대놓고 쑥덕거리며 피하거나 다가오는 게 아닌 이상, 루크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동안 루크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시선과 관심 정도는 자신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다.

     

    루크는 바로 어제 하나의 사건으로 알게 되고 만 것이다.

    자신의 성장한 몸이, 다수의 남성들에게 ‘이성’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것을 깨달으니 그동안 신경쓰지 않던 주변소리가 비로소 들리기 시작한다.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흘려보내던 대화내용의 대상이 바로 자신을 말하는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와, 쟤 누구야? 저런 애가 우리 아카데미에 있었냐?’

    ‘되게 예쁘고 귀여운데. 혹시 남자친구 있으려나?’

    ‘어? 그런데 쟤, 넥스카프 보니까 2학년인데? 뭐야?’

    ‘그러네? 유급이라도 당한건가?’

     

    그런 내용의 대화들.

     

    -수근수근, 웅성웅성.

     

    “흐으음…….”

     

    루크는 생각보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아카데미의 큰 가십거리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아카데미엔 자주 오지 않았으니 그들이 자신을 처음 보는 것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건 자신의 업보였다.

    남자친구? 그런게 있을 리 없다.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당연히 없다.

    유급이라니, 루크는 오히려 1학년 월반하고 조기졸업을 눈앞에 둘 정도로 뛰어난 학생이었다.

     

    루크는 고민에 빠졌다.

    곤란하기 그지없다.

    이대로 있다간 이상한 소문이 퍼질 것만 같았다.

     

    이전까지는 누가 보아도 어린아이의 몸이라 걱정할 것이 전혀 없었다.

    어린아이에게는 ‘남자친구’라는 둥, 이성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나이를 좀 먹고 난 이후라면 조금 달라진다.

     

    예쁘다, 귀엽다, 몸매가 좋다, 머릿결이 좋다, 이런 이야기들은 이제부터는 모두 일종의 ‘평가’로서 작용하게 된다.

    그러니까 단지 보기에 예쁘고 끝이 아니라, ‘예쁜데, 내가 어떻게 하면 남자친구가 될 수 있을까?’따위의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말은 즉, 몸이 성숙해질수록 이제는 자신에게 이성이 꼬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자신의 현재 성별은 ‘여성’이으므로, 꼬이는 대상은…….

     

    남성, 이었다.

     

    ‘……끔찍하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니 루크는 벌써부터 눈앞이 깜깜해졌다.

     

    애초에 루크는 여성과의 연애조차 귀찮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등한시하던 존재였다.

    그 뿐인가? 남성 마법사로 살아온 기억만해도 100년이 넘는다.

    게다가 자신은 레니에를 사랑한다.

     

    이런 자신이 남성과 교제를 한다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걸 다른 남성들이 알까?

    아니, 안다고 해도 그게 대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물론 루크도 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잘 생기고 능력있는 인물에게 끌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걸.

    그건 성별에 차이가 없고 동일하다.

    루크는 옛날에도 여러 번 귀족 영애들에게 구애를 받아본 입장이었으니 그건 확실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접근방식은 약간 차이가 있었다.

     

    주로 여성보다 남성 쪽이 조금 더 직설적이었다.

     

    그 말은, 이제부터 루크는 옛날보다 더욱 직설적인 성별의 구애행위를 받게 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하아…….”

     

    그리 생각하니 한숨을 그칠 길이 없다.

    혹시 지금이라도 폴리모프를 써서 연령을 10세에 걸맞게 다시 되돌려버리는 게 어떨까 진심으로 고민이 될 정도였다.

    그 생각을 이런 몸으로 아카데미에 오기 전에 미리 했다면 참 좋았을 텐데.

    그 때는 그저 폴리모프에 낭비되는 마나를 걱정하느라 바빴었지.

     

    “하아아…….”

     

    아린세이아의 컴퓨터, 신성력이 담긴 목화의 재배, 프로그램에 쓰일 통합방정식의 정리, 카페 준비에 더불어 케일라가 벌인 타피오카 재난을 수습할 레시피까지.

    안 그래도 이렇게 고민할 문제가 많은데, 팔자에도 없는 ‘이성문제’까지 고민하려니 루크는 세 걸음 걷고, ‘하아….’ 세걸음 걷고, ‘하아….’하고 한숨을 쉬는 것을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있으니 어쩐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늘어난 것 같았지만, 그건 방법이 없다.

     

    ‘서드에게 만들어준 가면과 비슷한 물건을 하나 만들어야 하나.’

     

    바라보는 인간의 인지를 조작해 별 특징이 없는 익숙한 얼굴로 인식하게 만드는 가면.

    그거라도 써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어? 루크다! 루크, 안녕! 오늘은 엄청 일찍 왔네!”

     

    양 수인 소녀, 메리 아이델이었다.

     

    ——

     

    루크를 발견한 메리는 저 멀리서 손을 흔들며 달려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루크는 시선이 문득 메리의 가슴께로 잡아당겨졌다.

    움직이는 물체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표정이 별로 안 좋네? 혹시 무슨 고민 있어? 나한테 말해 봐! 들어줄게!”

     

    그렇게 달려온 메리는 친근하게 루크의 곁에 달라붙어 팔짱을 끼며 물었다.

    그러자 루크의 팔꿈치에 명확하게 느껴지는 메리의 폭신함에, 별안간 루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가지 생각이 있었다.

     

    ‘어쩌면 메리는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처음부터 메리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서 이미 머리 하나 이상 컸다.

    수인이기에 성장기가 빨라서 그렇다고 듣기는 했는데, 같은 수인 중에서도 메리의 성장은 가히 독보적인 경우였다.

    오죽하면 루크가 메리를 기준으로 삼았다가 지금 이런 낭패를 보고 있지 않은가.

     

    큰 키, 성장한 자신 못지 않은 풍만함, 또 나름대로 귀여움이 묻어나오는 얼굴까지.

    이대로만 성장해도 확실히 남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을 법한 스타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아이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있을 지 모르고.

     

    “아, 그러고보니 메리. 너도 나 만큼 키가 크지?”

    “응. 그렇지? 왜?”

    “혹시 너도 아카데미에서 선배에게 연락처를 따인적 있느냐?”

     

    루크의 질문에 메리는 곰곰히 생각해 보는 듯 ‘흐음—‘하는 추임새와 함께 눈썹을 모았다.

    잠시 후, 메리가 입을 열었다.

     

    “글쎄, 나는 한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가.”

     

    만약에 있다면 뭔가 도움이 되는 팁이 있을까 싶어서 물어본 거였는데.

    아마 메리는 아카데미에서는 학년 기숙사만 이용하기 때문에 이성관계에 별 관심이 없는 아이들과 자주 마주치고, 평소 생활은 수행원과 함께 다니기 때문에 그런 환경에 노출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루크는 살짝 실망한 표정으로 시선을 내렸다.

     

    “근데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봐? 무슨 일인데?”

     

    무슨 일이 있었냐 묻는 메리에게 루크는 그 ‘휴마’라고 불리우던 청년이 자신에게 ‘작업’을 걸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의 인권을 위해서, 이름은 밝히지 않았지만.

     

    그러자 메리는 신기하다는 듯이 흥분해 목소리를 높였다.

     

    “진짜로 7학년 오빠한테 고백받았단 말이야? 대단하다!”

    “그래, 안타깝게도.”

    “안타까워? 왜?”

     

    메리의 질문에 루크는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야 안타까운 일이니 그러지. 누가 고백을 해 오든, 나는 받아줄 마음이 전혀 없으니까.”

    “전혀?”

    “전혀.”

     

    메리는 루크의 대답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중에 백마 탄 왕자님이 와서 고백해도? 절대 안 받아줄 거야?”

     

    백마 탄 왕자라?

    루크는 언제든 그 잘난 왕자가 얼마나 새하얀 말을 타고 나타나 우아하고 격식있게 고백을 하든 당연스럽게 거절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과거엔, 루크가 오히려 백마를 타는 쪽이었으니까.

     

    ‘당장 억만금을 준다면 고려해 보겠다만은…….’

     

    한순간 머릿속에서 농담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돈을 보고 고백을 받아들이는 것도 몸을 파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 결국은 거절할 것 같았다.

    어차피 금전은 앞으로 자신이 반드시 손에 거머쥘 수 있는 것이었으니까, 굳이 그런 교환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 절대로.”

    “진짜? 그게 백마 탄 시루드여도?”

    ……여기서 갑자기 시루드가 나온다고?

    “시루드가 여기서 왜 나오나?”

    “걔는 일단 하얗고, 집에 돈도 많으니까? 그리고 잘생겼고 잘하는 것도 엄청 많잖아! 나름 어울리지 않아?”

    “으음, 확실히 그렇게 따지면 그렇긴 하다만.”

    “그치? 그렇다니까! 그래서 걔 나름 반에서 인기 많아. 왕자님 같다구.”

    “그래?”

     

    루크는 아카데미에 잘 오지 않아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시루드는 꾸준히 반 아이들 사이에서 평판이 좋아진 것 같다.

    그리고 시루드가 그렇게 반 아이들에게 인기라는 사실은 스승인 루크의 입장에서 꽤 듣기 좋은 이야기였다.

    그에 루크의 입가가 살짝 올라가자, 메리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루크의 볼을 콕 찔렀다.

     

    “웃었다! 이제 기분은 풀렸어?”

    “뭐어……. 그럭저럭.”

    “다행이다! 앞으로도 고민 같은 거 있으면 말해! 난 반장이니까!”

     

    그렇게 메리와 농담을 주고받고 있으니 어째서인지 루크는 머릿속이 전보다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실 고민은 제대로 해결된 것 하나 없는데 말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토록 귀여운 아이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는데 계속 뚱한 표정을 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루크는 피식 웃으며 메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메리도 루크를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메리, 넌 정말 반장을 잘 하는 것 같구나. 참 기특해.”

    “에헤헤, 그래…? 그럼 다행이고!”

     

    메리는 루크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을 느끼며 속으로 생각했다.

    7학년 오빠의 고백을 거절하고, 시루드를 칭찬 하니까 기분이 풀리다니!

    이건 아직 시루드에게 희망이 있는 거 아닐까?

    ‘그리고, 딱히 막 부정하지도 않았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나갈 때마다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는 사람의 삶은 어떨까요?
    저는 그거 상당히 피곤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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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The Archmage dreams of being an Archmage again

다시 대마법사를 꿈꾼다 대마법사였던것은
Score 4.2
Status: Ongoing Type: Author: Native Language: Korean

5000 Years in the future, the Archmage Luke Irushi opened her eyes again. The world has changes so much.

Horseless carriages, an entertainment box with audio and video, food and spices she has never seen before…

And, a changed magical system!

It wasn’t just the world that chang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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