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Please report if you find any blank chapters. If you want the novel you're following to be updated, please let us know in the comments section.

EP.341

       백우진의 협박 같은 제안에 의해 수휘문과 남궁세가, 그리고 옥룡승견대가 삼자동맹을 맺은 이후.

         

       달라진 안휘성과 혈교도의 전쟁 양상은 한 단어로 설명 가능하다.

         

       연전연승(連戰連勝).

         

       언제, 어디서, 어느 상황에서 맞붙어도 그들을 혈교도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거기까지 이르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동맹 초기에만 해도 서로를 아니꼽게 바라보는 시선 탓에 시비도 많이 붙었고, 같이 서 있기만 할 뿐, 서로를 소 닭 보듯 하는 바람에 1과 1을 더해도 2조차 나오지 않는 참혹한 현실에 어찌나 애를 먹었는지.

         

       이대로 가다간 아무것도 안 되겠다 싶어 꺼낸 비책은 다름 아닌 훈련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훈련을 가장한 얼차려.

         

       “본 조교는 여러분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악인이 될 수도, 선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예!”

       “이제부터 대답은 악으로 통일합니다. 알겠습니까?”

       “예…, 헙.”

       “…엎드려.”

         

       남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군대 조교로 빙의한 그의 악랄한 솜씨에 그들의 몸뚱어리엔 전우애가 아로새겨졌다.

         

       죽을 것처럼 힘든 와중에 서로를 챙길 수 있는 건 옆에 있는 동료뿐이라는 사실을 뼛속 깊이 각인시킨 덕분이었다.

         

       네 번째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백우진은 부하들에게 휴식을 명한 뒤 곧장 성벽 위로 올라가 주변의 동태를 살폈다.

         

       “흐음.”

         

       그의 시선이 닿은 곳은 불과 한 시진 전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전장이었다.

         

       그곳에는 여전히 많은 시체가 즐비해 있었다.

         

       아군의 시체는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수습했으니 남은 것은 혈교도들의 시체뿐.

         

       평소라면 휴식을 취한 뒤, 지원대를 보내어 그들의 시체를 한데 모아 태워야만 한다.

         

       혈교도들에겐 동료의 시체를 수습하여 장례를 치러줄 정 따위는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두면 시체가 부패하여 주변이 오염되고, 전염병이 나돌지도 모르기에.

         

       그런데 최근 적진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이것들 봐라…?”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던 혈교도들이 전투가 끝난 지역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그들의 행동은 더욱 가관이었다.

         

       아무렇게나 내팽개치고 떠났던 동료들의 시체를 한 구, 한 구 쌓더니 미리 준비해온 수레에 잔뜩 실어 나르는 게 아닌가.

         

       “뭐 하는 거지, 저게.”

         

       혈교도들은 하나 같이 정신머리가 어딘가 이상한 놈들뿐이다.

         

       그런 놈들이 동료의 시체를 수습하다니, 이보다 수상쩍은 움직임이 또 어디 있을까.

         

       백우진은 차분하게 그들의 동태를 살피며 생각을 이어 나갔다.

         

       ‘시체의 피는 마실 수 없다.’

         

       혈교도를 대상으로 한 숱한 심문 도중에 알아낸 정보에 따르면 그들이 힘을 얻는 피는 어디까지나 산 자에게서 갓 뿜어져 나온 피뿐이다.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시체의 피로는 힘을 얻기는커녕 도리어 몸을 병들게 한다.

         

       없던 전우애가 갑자기 생겨 시체를 수습하는 게 아니라면 좀처럼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

         

       ‘따라가 보자.’

         

       이내 결심한 백우진이 성벽 아래로 몸을 날렸다.

         

       경공을 이용해 가볍게 착지한 그의 신형이 한 줄기 빛살처럼 쏘아져 시체를 수습하는 혈교도들의 근처에 다다른다.

         

       기척을 갈무리한 채 그들의 모습을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는 거대한 나무 위로 올라선다.

         

       성벽 위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그들의 표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나 같이 자신이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불만이 가득 차 있다.

         

       백우진은 귀에 내공을 실어 그들의 소리를 엿들었다.

         

       “젠장, 대체 왜 우리가 죽은 것들을 퍼다 날라야 하는 거냐고.”

       “낸들 알겠나. 위에서 시키니까 따르는 거지.”

       “맞아, 군말 말고 따르기나 해. 불평하다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그래?”

       “알아, 안다고! 제기랄.”

         

       하나 같이 쌓인 불만을 토로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 속에는 나름 쓸 만한 정보들도 있었다.

         

       ‘시켜서 하는 거란 말이지…?’

         

       그들이 원해서 하는 게 아니라, 위에서 지시가 내려와 억지로 시체를 수습하고 있다는 것.

         

       말인즉, 그들에게 지시를 내린 이가 시체를 이용해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뜻.

         

       그렇다면 시체를 이용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인데….

         

       “복귀한다!”

         

       수십 개의 수레에 시체를 나누어 담은 혈교도들이 발걸음을 돌린다.

         

       백우진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며 그들의 뒤를 쫓았다.

         

       무언가 더 건질 만한 내용이 있을까 싶어 행한 일이었으나, 시체를 실은 수십 대의 수레가 혈교도의 본진으로 줄줄이 들어서면서 그의 미행은 끝이 나고 말았다.

         

       ‘안으로 들어가는 건 무리겠지.’

         

       제아무리 백우진이라고 해도 수천 명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본진으로 들어서는 건 죽을 확률이 8할에 달하는 도박수였다.

         

       “…이만 돌아가자.”

         

       아쉬운 마음을 애써 접으며 등을 돌린 백우진은 거처로 돌아와 생각에 잠겼다.

         

       “시체, 시체….”

         

       과연 혈교는 회수한 시체를 어디에 이용하려는 것일까.

         

       무한대로 술을 들이켜며 생각을 거듭하다가 어느덧 밤이 찾아왔다.

         

       얼큰하게 술이 올라 얼굴이 붉어진 채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고 있을 때.

         

       “대, 대장님!”

         

       백우진의 거처로 한 무인이 들어서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딘가에서 이곳까지 쉬지 않고 뛰어온 모양.

         

       “무슨 일이야.”

         

       백우진이 묻자, 간신히 숨을 고른 무인이 말을 꺼냈다.

         

       “서, 성문 앞에 웬 이상한 놈이 나타났습니다.”

       “이상한 놈이라니?”

       “거적때기를 뒤집어쓴 사내인데…, 별안간 대장님을 보고 싶다고….”

       “나를?”

       “예, 예. 성벽을 호위하던 아군이 이를 이상하게 여겨 진압하려 내려갔다가 끔찍하게 죽었습니다…!”

         

       아군의 사망 소식에 백우진의 얼굴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연거푸 들이켜던 호리병을 허리춤에 매달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 그가 읊조렸다.

         

       “놈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예…!”

         

       사내가 안내한 곳은 조금 전 전투가 벌어졌던 현장으로 이어지는 북문이었다.

         

       한 걸음 만에 성벽 위로 올라선 백우진이 성문 밖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웬걸.

         

       그곳에는 무인이 말한 거적때기를 뒤집어쓴 사내는 보이지 않고, 처참하게 죽은 시체 두 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성벽 위에서 벌벌 떨고 있는 무인들을 향해 그가 물었다.

         

       “놈은 어디로 갔지?”

       “그, 그것이…, 저기 숲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북문을 나서서 조금만 걸어가면 시작되는 울창한 숲 지대였다.

         

       백우진은 떨고 있는 무인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곧장 내려가서 죽은 아군의 시신을 수습해라. 그리고 성문 수비를 담당하고 있는 아군에게 전해.”

       “뭐라고 전하면 될지….”

       “적습에 대비해 경계 인원을 두 배로 늘리고, 만전의 태세를 갖추라고.”

         

       그 말을 마친 백우진이 곧장 성벽 아래로 뛰어내린 채 경공을 운용하여 숲속으로 내달렸다.

         

       이윽고 들어선 숲의 초입.

         

       음산하기 짝이 없는 밤의 기세가 그의 등골을 오싹오싹하게 만든다.

         

       감각을 날카롭게 벼린 채 천천히 더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풀벌레 우는 소리가 천둥소리처럼 요란하게 귀를 때리고, 옮기는 걸음마다 땅에 자라난 풀들이 스치는 소리가 벼락처럼 내리꽂힌다.

         

       얼마나 들어왔을까.

         

       제법 깊은 곳까지 들어온 듯한데도 그들이 말한 거적때기를 뒤집어쓴 사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도망친 건가.’

         

       숲속으로 들어선 것은 자신을 유인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건만, 단순히 도주를 위함이었나.

         

       끊임없이 내디딘 발걸음이 마침내 숲의 중심에 다다랐을 즈음.

         

       깊게 가라앉은 어둠 너머로 무언가 보이기 시작했다.

         

       두 발로 딛고 선 것을 보아 동물이 아닌 사람인 듯하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내공을 실은 눈동자가 어둠 너머의 형태를 꿰뚫는다.

         

       ‘저 녀석인가.’

         

       무인이 말했던 거적때기를 뒤집어쓴 사내의 뒷모습이 보인다.

         

       대략 스무 걸음 정도의 거리를 남겨둔 채 발걸음을 멈춘 백우진이 그를 향해 물었다.

         

       “너냐? 날 찾은 놈이.”

         

       그제야 거적때기를 뒤집어쓴 사내가 천천히 등을 돌렸다.

         

       깊게 눌러쓴 거적때기의 덮개를 젖히자, 마침내 사내의 얼굴이 드러났다.

         

       피부와 피부를 실로 꿰매어 이어 붙인 듯한 흉측하기 짝이 없는 얼굴.

         

       그가 혀를 날름거리며 백우진을 향해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흐흐흐…, 듣던 대로 출중한 외모로구나. 내 지금껏 보았던 놈들 중 네놈이 최고다.”

       “어, 음.”

         

       고맙다고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백우진이 고민하는 사이, 그가 히죽 웃으며 칼을 뽑아 들었다.

         

       사내의 손에 쥐어진 것은 숙수들이 사용할 법한 면적이 넓은 식칼이었다.

         

       “흐흐…, 나는 육혈귀 왕필이라 한다. 네놈이 석견 사형을 죽였다지?”

         

       사내의 이름은 왕필.

         

       백우진의 손에 죽은 석견과 마찬가지로 혈교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워낸 여덟 명의 혈귀 중 한 명.

         

       그가 백우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흡족한 얼굴로 혀를 날름거린다.

         

       “결정했다.”

         

       이에 부담감을 느낀 백우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뭘?”

       “내 네놈의 얼굴을 뜯어, 내 것으로 삼을 것이다.”

         

       이를 들은 백우진이 얼굴을 와락 구기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안 될 것 같은데.”

       “흐흐흐! 네놈이 고작 석견 사형 따위를 죽였다고 기고만장하는 모양인데….”

       “아니, 아니. 그런 쪽이 아니고.”

         

       백우진은 제 얼굴을 손으로 훑으며 대답했다.

         

       “넌 골격 자체가 못생겨서 이 얼굴을 가져가도 잘생기긴 글렀어.”

         

       그러니까 포기해.

         

       낄낄낄낄!

         

       조롱 섞인 웃음이 숲속을 강타한 순간.

         

       콰아아아!

         

       왕필의 몸에서 미증유의 기운이 폭사되어 산천초목을 떨게 만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분노한 추남 왕필의 반격,,,!

    다음 편을 기대해주십시오!

    그럼 저는 다음 편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매번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셔요. (_ _)

    다음화 보기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Score 7.6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I sent a 5,700-character message and ended up transported into a novel world once. Then after returning, I got reincarnated into a second martial arts novel by the same damn author. Only this time, I really didn’t write anything…

Comment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